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118화 (118/175)

118.

콰콰콰콰콰콰콰!

촉수로 변한 오른팔. 거기에 오러까지 깃들자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 전차와 장갑차들이 박살 나고 군인들의 사지가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먼지구름이 일고 땅에 작지 않은 흠집이 생겼다.

파파파파파팟!

이번에는 왼팔을 휘두르자 촉수의 줄기를 따라 뿜어져 나온 거대 가시들이 전투 헬기들을 급습하였다.

드래곤처럼 지상을 향해서 미사일을 퍼붓고 총구에 불을 뿜고 있던 전투 헬기들에겐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콰콰콰쾅!

두꺼운 장갑은 가시에 관통당해 넝마가 되어 순식간에 허공에서 폭발하거나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에 반해 전투 헬기가 쏟아부은 화력은 적에게 큰 대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대부분의 화력은 몸을 휘감은 오러에 막혔고, 설령 운 좋게 대미지를 입혔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재생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인외의 괴물.

도저히 사람이 상대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최악의 생체 병기였다.

그런데…….

“후욱, 후욱……!”

오히려 인상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건 1701쪽이었다.

사실 평범한 군인들이나 현대 병기는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능력자들…….

그것도 지금까지 상대했던 평범한 공안 특무대가 아니었다.

“잔챙이들은 뒤로 물러서. 괜히 나서 봤자 놈의 먹잇감만 될 뿐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공안 특무대에게 잔챙이는 너무하지 않아?”

“사실인 걸 어떡하라고. 분하면 실력을 키우든가.”

같은 아군이면서도 공안 특무대를 대놓고 무시할 만큼 금의대나 동창대의 프라이드는 그야말로 하늘을 꿰뚫었다.

공안 특무대는 그들의 언사에 불쾌함을 느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자신들은 1701의 힘을 키워 주는 먹이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들은 분명 1701을 상대로 근소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거리전은 놈이 좋아하는 영역이다. 근거리로 파고들거나 자신 없는 놈들은 뒤에서 보조해 줘.”

“충!”

금의대와 동창대는 스타일이 전혀 달랐다.

금의대는 이름 그대로 금빛을 연상시키는 전투 슈트에 파괴력을 위주로 하는 전투 스타일이 특징이었고, 동창대는 푸른색 전투 슈트에 스피드와 기교가 매우 인상적인 전투를 고집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두 부대의 전투는 마치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처음 10분 정도는 금의대와 동창대가 1701을 압도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5분 안으로 녀석을 생포할 거라고 충분히 확신을 가졌다.

그게 30분 전의 일이었다.

카카카카카카카카카캉……!

열 가닥의 촉수 끝이 검처럼 변해서는 달려드는 동창대 대원들의 검을 쉴 새 없이 받아쳤다.

그사이, 빈틈을 노려 금의대원들이 달려들었다.

1701은 눈을 부릅뜨며 서둘러 단단한 껍질을 둘렀지만 소용없었다.

“타합!”

쩌엉!

“커헉……!”

금의대 세 명이 합심하여 동시에 찔러 넣은 일격은 1701의 껍질을 부수고 그의 본체에 꽤나 큰 타격을 준 것이다.

“놈에게 쉴 시간을 주지 마!”

“이대로 몰아 붙여!”

금의대와 동창대도 상당히 지친 상태였지만 그들은 쉬지 않고 1701을 몰아 붙였다.

어느 순간부터 생포가 아닌 사살을 목적으로 싸우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1701은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고 거세게 저항했다.

아니, 저항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동창 다섯 명의 검격도 받아 내지 못했던 녀석이, 지금은 보다시피 열 명의 검격도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심지어 금의대가 빈틈을 찌르지 않았다면 충분히 역습조차 가능한 상황이었다.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신체 구조에 오러, 그리고 징그러운 재생력도 끔찍하지만…… 무엇보다 골치 아픈 건 놈의 습득력이다!’

‘더 이상 놈을 멋대로 놔두는 건 위험해.’

금의대의 대장, 남궁귀와 동창대의 대장, 학선이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한 것이다.

파앗! 슈욱!

남궁귀와 학선이 각각의 부대를 이끌고 선두에 서서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의 검에는 선명한 퍼펙트 오러가 시퍼렇게 스산한 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남궁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느 정도 접근하고 보니 1701의 상태가 조금 달라진 것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크르르르르……!

1701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명백한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눈동자는 가늘게 찢어지고 흰자위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금방이라도 핏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지금까지 쉬지도 못 하고 도망치며 끊임없이 전투를 이어온 탓에 1701의 정신력은 매우 약해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흡수한 사람들과 그의 몸속에 축적된 재앙종의 유전자가 그의 정신을 침식하며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했고, 시끄러웠으며, 혼란스러웠다. 지금 그의 몸을 지배하는 건 분노와 증오, 그리고 두려움뿐이었다.

결국 1701의 이성은 사라지고 본능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그 결과…….

카강!

“……!”

진정한 괴물이 탄생하였다.

콰앙!

“남궁귀!”

“대장을 엄호해!”

남궁귀의 퍼펙트 오러를 가볍게 막은 1701이 남은 촉수로 그의 복부를 후려 갈겼다.

본래라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격이었지만 남궁귀가 가까스로 위력을 흘린 덕분에 끔찍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여력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는지 남궁귀의 몸뚱이가 거칠게 뒤로 튕겨 날아갔다.

“안 돼!”

몇 명의 금의대원들이 그를 부축하기 위해 떨어지는 순간, 학선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촤악! 파앗!

“헉!”

“이런……!”

1701은 학선의 공격에 팔을 내주며 그대로 그와 동창대를 스쳐 지나가 금의대로 돌진했다.

대장이 크게 다쳐 금의대가 아주 잠깐 혼란에 빠진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것이다.

촤촤촤촤!

“크헉!”

“커억!”

“끄아아악!”

1701의 공격은 패턴을 읽기가 힘들었지만 이성이 남아 있을 땐 그래도 공격에 버릇이나 습관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대응하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알고 있던 1701의 습관을 고려하여 대응한 금의대 대원 세 명이 순식간에 도륙을 당했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내장을 드러내고, 피를 흘리며 서서히 차가워졌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드득! 콰직! 우걱우걱……!

사람들이 경악에 찬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촉수를 부풀리더니 끝을 벌리자 거대한 아가리가 죽은 금의대원들의 시신을 남김없이 씹어 먹는 게 아니겠는가?

푸확!

그 순간, 학선에게 내주었던 촉수가 순식간에 재생되며 1701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더욱 강렬해졌다.

금의대원 세 명의 오러를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이런 젠장! 이대로 두면 놈은 손쓸 수 없는 괴물이 되고 만다!’

학선은 문득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1701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흉흉한 기세와 사나운 기운은 결코 평범한 재앙종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가 봐 왔던 그 어떤 재앙종도 저처럼 날것의 위험한 흉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저것은 ‘악의’의 덩어리였다.

방금 이성이 남아 있던 1701의 위험도가 7급 재앙종과 맞먹었다면 지금 달라진 1701의 위험도는 충분히 8급 재앙종과 비견될 만했다.

즉, 이런 녀석이 이대로 북경에 도착한다면 그때 일어날 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미 금의대와 동창대는 투지를 잃어버렸다. 남은 것은 1701에 대한 공포뿐.

놈이 동료들을 씹어 삼키는 이 순간이 절호의 기회임에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꿀꺽…….

이내 세 명의 금의대원을 씹어 삼킨 1701이 붉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입꼬리를 히죽 말아 올렸다.

그것은 먹잇감을 발견한 짐승의 그것이었다.

“흐억……!”

1701의 타깃이 된 동창대원의 입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될 기함이 터져 나온 순간. 1701의 모습이 사라졌다.

한순간에 먹잇감과의 거리를 좁힌 1701. 녀석의 촉수가 먹잇감의 심장을 꿰뚫는 바로 그 순간.

콰우우!

공간을 꿰뚫는 거대한 돌풍과 함께 튕겨져 날아간 것은 다름 아닌 1701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대포알처럼 쏘아져 날아간 1701이 땅에 처박혀 꿈틀거렸다.

단 한 방.

그저 창을 한 번 내지르는 것으로 금의대와 동창대를 공포로 물들였던 1701을 단숨에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것이다.

금의대 및 동창대와 살아남은 군인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쓰러진 1701이 날아간 궤적을 따라 바닥에 파인 너비 약 15m, 길이 약 500m의 거대한 고랑.

그 고랑의 끝에 당당히 창을 들고 서 있는 장발의 사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천장이다!”

“천장께서 오셨다!”

살아남은 군인들은 환호했다.

천장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승리’를 의미했다. 적이 누가 됐든, 전황이 어떻든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천장이 곧 승리고, 중국의 힘이다. 그 증거가 바로 저 처참히 널브러진 괴물의 몰골이 아니겠는가?

“늦어서 미안하군.”

“던전에서 출몰한 몬스터들을 처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8급 재앙종과도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을 텐데…… 저희야 그저 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천장.”

유기는 자신에게 달려온 남궁귀와 학선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다시 1701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걸 맞고 벌써 저기까지 재생했나? 과연 그대들이 고전했을 만도 하군.”

“징그러운 녀석입니다. 이틈에 마무리를 짓고 데려가죠.”

유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지체 없이 1701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틈을 노려 기습을 성공시키지 않았다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꽤나 고전을 면치 못 했을 상대임이 틀림없었다.

저런 괴물을 양산하려는 정부의 생각에 솔직하게 찬성한다고는 말 할 수 없었지만…….

유기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렸다.

자신을 만들어 준 것은 조국이다. 자신은 그저 조국에 충성하고 그 명령을 수행하면 그뿐이었다.

그 순간!

“어이쿠, 실례.”

“……!”

난데없이 자신들과 1701의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의 존재에 섬뜩함을 느낀 유기가 반사적으로 창을 내질렀다.

아무리 반사적으로 급하게 내지른 창이라 해도 유기가 내지른 창이다. 창두에 휘감긴 압축된 오러의 폭풍은 그게 태산이 되었어도 꿰뚫어 부술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턱.

“이게 톱텐이라고 알려진 천장 유기의 창인가? 제법 생각했던 것보다 쓸 만한데?”

“…….”

“이, 이게……!”

“마, 말도 안 돼……!”

뒤쫓던 금의대와 동창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유기의 창두는 한 손으로 간단히 잡아챈 것도 모자라 씨익 웃고 있는 남자의 존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윤수호는 그런 사람들을 스윽 훑어보더니 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긴말 안 한다. 다치기 싫으면 꺼져. 이 녀석은 내가 데려갈 거니까.”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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