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113화 (113/175)

113.

“킁킁……! 어이, 실비아. 어디서 냄새 안 나냐?”

“이제야 눈치 채셨어요? 그러게 좀 씻고 다니라고 누누이 말씀드리잖아요. 하여간 선배 때문에 요새는 하수구 냄새가 더 익숙할 정도라니까요.”

“이 멍청아! 특종의 냄새 말이야. 특종의 냄새! 하여간 위에서는 왜 이런 멍청하고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녀석을 붙여 준 건지…….”

“그거야 선배가 자초한 일이죠. 자칼이 적이든 아군이든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바람에 남아나는 사람들이 없다고나 할까……. 5년째 회사 사직율 부동의 1위가 선배인 건 알고 계시죠?”

“그놈의 주둥아리 안 닥치면 너도 그 멍청이들 따라갈 줄 알아.”

자칼과 실비아.

중국 공항에 도착한 자칼과 실비아는 티격태격하면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마침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현장 요원이 둘을 알아보고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칼. 그사이 더 늙은 것 같은데요?”

“뭐, 어떤 똥멍청이 때문에 날이 갈수록 스트레스가 늘어가는 건 사실이지. 인사해라. 이쪽은 존타나 마스. 너와는 다르게 써먹을 구석이 많은 베테랑 정보원이지.”

“실비아 발렌타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스 발렌타인. 편하게 존이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저도 실비아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존타나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한 자칼과 실비아는 이동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나저나 내 감이 맞았던 거지, 존?”

“아직 확신하긴 이르지만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만 봐도 아마 십중팔구 당신의 감이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중국 정부에서 인체 실험을 강행했다고요? 전 또 자칼 선배가 회사에서 잘리면 삼류 SF 소설가로라도 데뷔하려나 싶어 저러나 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네요?”

“내가 삼류 소설가가 되든 노숙자가 되든, 그 전에 네년의 주둥이는 박살 내고 그만둘 거니까 안심해라. 그나저나 윗선도 참 꼴좋게 됐어. 나한테 망상 속에 빠져 살지 말라고 비웃을 때는 좋았겠지. 하루 빨리 녀석들의 엉덩이에 퓰리처의 메달을 박아 넣고 끙끙거리는 꼴을 구경하고 싶어 미치겠군.”

“하하하! 그것도 어디까지나 취재를 성공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죠. 아직까지는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오면서 당신이 보내 준 자료들은 전부 검토했어. 존, 만약 당신이 보내 준 자료들과 내 예상이 일치한다면 이건 인류의 존망과 관련된 사건일지도 모른다고. 이런 사건에 기자가 목숨을 걸지 않으면 뭐에 목숨을 걸란 말이야? 안 그래?”

자칼의 강한 자신감을 존타나는 언제나 존중했지만 이번만큼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돈은 중공군이 개미 새끼 한 마리 들어갈 틈 없이 봉쇄한 상황입니다. 목숨이 몇 개가 됐건 판돈으로 전부 건다 해도 대박은커녕 본전조차 건지기 힘들 겁니다.”

“그건 걱정 마. 어떤 × 같은 곳이라도 이 녀석이 뚫지 못 할 곳은 없으니까.”

“실비아 씨요?”

자칼이 샌드위치를 우물거리고 있던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자신 있어 하자 존타나도 호기심을 드러냈다.

자신도 자칼의 비밀명기가 실비아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실비아가 자칼이 아니면 그 누구와도 협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10년 전, 실비아 씨를 전장에서 구한 사람이 자칼이라고는 하지만 그 때문에 따라다니는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지금 바로 감숙성으로 가면 되겠습니까?”

“그래, 부탁할게. 그동안 나랑 이 녀석은 체력 보충 좀 하고.”

두 사람은 준비된 음식을 양껏 섭취한 후에 잠들었다.

* * *

우웨엑!

쿨럭! 쿨럭!

“여기 진정제 좀 가져와!”

“젠장, 혈압이 계속 상승하잖아!”

“기록 놓치지 마!”

B구역 실험동은 그야말로 전장이었다.

환자들은 구속구에 고정당한 채, 각혈과 구토, 경련과 비명을 쉴 새 없이 내질렀고 과학자들은 그런 환자들을 치료하면서도 꼼꼼하게 상황을 기록하였다.

그 가운데 윤수호는 환자들을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속으로 흡수되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자꾸 그의 몸을 침투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선기에 바이러스가 흔적조차 없이 타 버리며 바이러스는 윤수호의 몸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못했다.

다만 윤수호가 미간을 찌푸린 이유는 지금도 몸속으로 침투하려는 이 바이러스가 평범한 감기나 기타 바이러스와는 그 성질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도, 동 과장! 나 문태작이야! 나 기억하지? 북경연구소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이잖아. 제발 나 좀 풀어 주게. 난 실험체가 아니야! 나도 이곳의 연구원이라고!”

옛 직장 동료를 애타게 부르며 발버둥치는 환자의 모습에도 그의 옛 동료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의 행동과 상태를 기록할 뿐이었다.

“으아아아아!”

그런 동료의 행동에 광분한 것일까? 피를 토하면서도 발버둥 치던 문태작이 갑자기 게거품을 물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태작의 피부가 갈라지고 뼈와 근육이 뒤틀리며 빠르게 모습이 변해 갔다.

연구자들은 그의 몸에 수많은 약물을 투입했지만 소용없었다.

크어어어어어!

결국 완전히 괴물로 변한 문태작의 모습에 연구자들이 뒤로 물러선 순간.

서걱!

어느새 앞으로 나선 공안 특무대 소속 군인들이 그의 머리를 단숨에 베어 버렸다.

“괴물은 처리했으니 연구를 계속하시오.”

군인들이 괴물을 처치하고 치우는 사이, 과학자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연구를 계속 진행하기 시작했다.

윤수호는 팔짱을 낀 채 이들 틈에 섞여 그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였다.

그는 대놓고 연구자들의 자료를 사진으로 촬영하거나 실험체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기도 하였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여기 있는 녀석들 증상은 모두 왕 지부장이 알아낸 환자들과 비슷한 것 같군. 하지만…….’

방금 전 문태작이라고 했던 자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자기도 이곳의 연구원이라고 했지?’

게다가 윤수호가 실험동 A구역을 살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A구역에 실험체의 폐기와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살육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흔적은 엘리베이터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뭔가가 여기서 탈출한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응?’

그때, 윤수호의 눈에 안쪽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문이 들어왔다.

윤수호의 이목을 잡아끈 건 특히 그 문을 지키고 있는 경계 레벨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었다.

툭.

윤수호는 문으로 향하며 대충 손을 휘적거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가까이 있던 연구자의 목에 걸려 있던 ID카드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툭. 지이잉…….

“응?”

“뭐, 뭐야?”

ID카드를 통해 문을 열자 경계를 하고 있던 군인들이 놀라 빠르게 사방을 살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의 시야 안에는 분명 윤수호가 있었지만 인식할 수는 없었다. 심지어 CCTV를 통해 봐도 상황은 똑같았다.

육안으로 확인하든 CCTV로 확인하든 공기는 공기였기 때문이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아무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문이 열린 거지?”

“고장이라도 난 거겠지. 일단 위에다 보고하고 우리는 신경 끄자고.”

그렇게 철저한 검사 후에 아무 이상 없음을 확인한 군인들은 보고를 마치고 다시 근무에 집중했다.

물론 그때는 윤수호가 아무렇지 않게 문 안쪽으로 입장한 후였지만 말이다.

‘이건…….’

문 안쪽에는 한 중년의 여성이 누워 있었다.

밖에 있는 환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따로 분류해 놓은 건 분명 의미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그냥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것도 이상하군. 다른 녀석들은 차이가 있을지언정 증상이 나타나던데.’

윤수호는 죽은 듯이 자고 있는 여성의 맥을 짚었다. 그리고 눈을 움찔하더니 그녀의 상의를 살짝 들추어 보았다.

복부에 감겨진 붕대의 한쪽이 빨갛게 피로 물들어 있었다.

‘총상인가.’

그렇다면 더욱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연구소에 와서 지켜본 바, 수많은 정황들과 연구자들의 대화로 짐작컨대 바이러스의 진행 속도는 대상의 노화나 부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즉, 늙거나 병들거나 부상을 입을수록 더 빠르게 바이러스의 침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여성은…….

‘운이 좋아 목숨은 건졌지만 심각한 부상이다. 이 정도라면 설령 한 시간 전에 이곳으로 실려 왔다 해도 진즉에 반응이 나왔을 텐데.’

윤수호는 옆에 놓여 있던 차트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여성의 이름은 장채림.

이곳의 연구원이었고, 밖에 있는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에 이곳에 구금되었다.

즉, 그때부터 지금까지 멀쩡한 모습으로 이렇게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이 정도면 특별 취급할 만하군.’

윤수호는 장채림을 안아 들었다. 그러자 선기가 그녀를 감싸면서 그녀 역시 주위의 공기와 동화되어 모습을 감추었다.

정확히는 모습을 감춘 게 아니라 보고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뭐, 뭐야?”

“장채림이 사라졌다!”

“그게 말이 돼? 정신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사라지냐고!”

“지금 그게 문제야? 당장 확인해!”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군인들은 기겁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장채림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 당연했다. 장채림은 윤수호에게 안겨 열린 문을 통해 그대로 병실을 탈출했으니까.

-비상 상황 발생! 비상 상황 발생!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고, 군인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수색을 시작했지만 윤수호는 한가로웠다.

적어도 여기서 그들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응? 저 녀석들은…….’

그 순간, 윤수호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본래 그는 떠나기 전에 메인 서버 룸에 들러 미리 설치해 두었던 해킹 프로그램을 회수해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서버 룸과 가까운 곳에서 자신이 피운 불꽃에 덴 불청객들을 발견한 것이다.

* * *

“서, 선배! 어떡하죠? 우리 들킨 거 아니에요?”

“소란 떨지 마. 애초에 이 정도는 위기 축에도 안 드니까.”

사이렌이 울리자 불안해하는 실비아와는 달리 침착하게 비품 창고에서 데이터를 해킹하는 자칼.

어째서 비품 창고에 이런 장치들이 숨겨져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칼은 기가 막히게 숨겨진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내 해킹을 시도했다.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그의 속내는 실시간으로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실비아의 재주…… 아니, 능력을 이용하여 몇 명의 군인과 과학자들을 포섭한 덕분에 쉽게 이곳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ID 카드를 빌려 이곳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머리는 검게 염색했고, 눈동자도 검은 렌즈를 착용하여 방역복에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외견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데다 일부러 사람이 적은 루트만 골라 이곳 비품실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검증된 해킹 프로그램으로 놈들의 악행을 담아 탈출, 영광의 꽃길만 걸으면 그뿐이었는데…….

‘젠장! 대체 어디서 걸린 거지? 이건 믿을 만한 해커에게 거금을 주고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70%까지 다운 됐을 때도 반응이 없었고. 그런데 이제 와서 사이렌이 울린다는 건…….’

“선배, 뭐 해요! 지금 도망쳐야 한다니까요!”

“잠깐만 기다려. 금방 끝나니까.”

“선배!”

“5분! 아니, 3분이면 돼!”

초조하게 다운로드 바를 지켜보는 자칼, 다운로드 현황이 98%정도 진행된 바로 그 순간.

“손 들어!”

“소속과 신원을 밝혀라!”

“……!”

비품실에 들이닥친 군인들의 총구가 두 사람을 향했다.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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