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25화 (25/175)

25.

“뭡니까, 이게?”

“이번에 윤수호 씨를 위해서 특무대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신설한 만큼, 맞춤 제작한 배지입니다. 혹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 이전에 특무대 위원장이 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아차! 제가 가장 중요한 걸 깜빡하고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이게, 초조하다 보니 마음만 앞서는 바람에…….”

선우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특무대 위원장에 대해 설명했다.

“말씀드렸다시피 특무대에는 윤수호 씨의 능력을 감당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만한 부대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윤수호 씨를 일반 대원 취급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특무대 총사령부의 동의를 얻어 제 직속으로 최고위원장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선우진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천호진 총사령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상관은 저 하나뿐이지만, 사실상 제가 윤수호 씨에게 명령을 내릴 일은 없으니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임무는 의뢰 형식이 될 테고, 수락하건 거절하건 온전히 윤수호 씨의 몫입니다.”

게다가 보장되는 혜택은 어마어마했다. 기본적으로 특무대 장성급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더해, 혀를 내두를 만한 수많은 특전까지…….

막말로 대한민국 안에서라면 당사자는 황제급에, 가족은 거의 황족 못지않은 생활도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윤수호 씨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특무대 병력은 물론이고 검경 역시 얼마든지 자유롭게 차출 가능합니다. 혹시라도 임무 도중에 그런 사소한 문제로 임무가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될 테니까요. 그리고…….”

선우진은 서류 하나를 윤수호의 앞으로 조심스레 내밀었다.

“이번에 윤수호 씨께서 쓰러트린 재앙종의 핵 추정가입니다.”

“재앙종의 핵 추정가요?”

윤수호가 미간을 좁히며 천호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설명을 요구하는 그의 표정에 천호진은 간단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재앙종의 핵은 말 그대로 재앙종의 근본이자 심장 같은 기관입니다. 재앙종이라면 개체에 구분 없이 모두 가지고 있는 기관이지요. 이 기관은 급수에 따라 각기 다른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위험한 순수 에너지 덩어리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리는 게 전부였지요. 하지만 약 10년 전에 이 핵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방법을 미국에서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고갈되어 가는 지하자원 대신, 재앙종의 핵이 떠오르는 대체 자원으로 부상하는 중입니다. 인류의 절망이 어떤 의미로는 희망의 씨앗이라고 하니 이것 참,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겠습니까.”

천호진의 말을 선우진이 자조 섞인 미소와 함께 받았다.

“그게 수십조 원이나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윤수호는 서류를 확인하며 재차 물었다.

참고로 처음 윤수호가 돌아왔을 때 잡은 6급 재앙종의 핵 추정가도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8급 재앙종에 비하면 잔돈처럼 여겨지는 그것조차 수십억에 달했다.

“저희가 계산한 추정액은 그렇습니다. 본래라면 재앙종의 핵은 굉장히 위험하고 불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사조직에서 관리 및 거래하는 건 법으로 금지해 놓고 있습니다. 물론 섬멸팀의 경우 해당 재앙종의 핵 거래가의 5%를 수당으로 측정해 주고 있지요. 물론 아까 말씀드렸듯이 윤수호 씨께는 거래가의 10%까지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8급 재앙종의 핵이 최소 10조라고 해도 5%라면 5천억 원이다.

그런데 윤수호는 거기서 5%를 더해 10%의 수당을 보상으로 받으니, 1조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을 수당으로 받게 된 것이다.

심지어 수당을 나눌 팀원조차 없으니 그 돈은 모두 윤수호의 수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 역시 귀하의 자료를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귀하의 능력은 국가에서 감당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그런 상대에게 국가의 힘이나 법으로 설득, 혹은 강제하는 건 언어도단이지요.”

선우진은 윤수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솔직하게 부탁드리는 것. 단지 그것뿐입니다. 윤수호 씨의 담담한 말들이 제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요.”

선우진의 대답에 윤수호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꾸했다.

“정치가께서 하실 말씀은 아니군요.”

“정치로 실리는 취할 수 있어도 마음을 얻기는 힘드니까요. 적어도 정치적으로 실리를 취해야 할 상대와 진심을 구해야 할 상대를 구분하는 안목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대통령의 권한으로 한 개인에게 이 정도의 권리와 권한을 보장해 주시면 형평성의 문제로 트집이 잡히시는 거 아닙니까?”

“그런 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가 윤수호 씨를 잃는 것! 윤수호 씨가 우리나라에 실망해 다른 나라로 망명하는 것!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손실입니다. 그 이외의 손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죠. 향후 우리나라는 윤수호 보유국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물질적, 정신적 가치의 이득을 벌어들이게 될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윤수호는 선우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만약 제가 부여받은 공권력을 악용한다면요? 그런 걱정은 안 해 보셨습니까?”

“제안 드린 공권력을 악용하지 않으면 뜻하신 바를 이루지 못할 분이십니까? 글쎄요, 제가 들은 보고가 사실이라면 윤수호 씨가 대한민국 내에서 어떤 범죄를 저지르건, 그걸 막을 수 있는 무력은 현재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필사적으로 막긴 하겠지만, 그만큼 이 나라가 황폐해지는 건 피할 수 없겠죠. 윤수호 씨가 그것을 바랄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하기 어렵군요. 믿기도 싫고요.”

“…….”

선우진은 다른 어느 때보다 눈에 힘을 주며 진지하게 대답했지만,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지금 말씀드린 상황들이야 당연히 최악에서 또 최악을 가정했을 때 얘기고, 애초에 가족들이 살아갈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입대를 원한다고 말씀하신 분께서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이건 거래가 아닌, 부탁에 더 가깝습니다.”

“부탁이라면…….”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부탁 말입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벅찬 자신들 대신, 이 땅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게, 빈말이라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부탁입니다.”

선우진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와 진심 어린 말에 윤수호는 기분 좋게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참…… 거절하기 힘든 무거운 부탁이군요. 보석 박힌 화려한 면류관인 줄 알았더니, 실상은 금으로 만들어진 가시면류관이란 겁니까.”

“죄송합니다. 드릴 수 있는 게 그런 것뿐이라…….”

“아뇨, 그걸로 제 가족들이 웃으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거라도 기꺼이 쓸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윤수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나라에 윤수호라는 희망의 별이 탄생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윤수호와 선우진이 악수를 나누자,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 * *

대통령과의 협상이 끝나자 윤수호는 천호진, 공승환과 함께 실무회의를 가졌다.

“자, 그럼 가장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저번에 말씀하신 양의찬 소령 건입니까?”

“역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양의찬 소령의 얘기가 나오자 윤수호를 제외한 두 사람의 표정이 급격하게 무거워졌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양의찬 소령…… 아니, 인천 혈창 길드의 유력 길드 마스터로 손꼽히는 용의자 서의찬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

서의찬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얘기에 한 가지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혹시 서주석 때문입니까?”

“예, 그 일로 아무래도 눈치를 채고 잠수를 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윤수호 씨의 정체까지 확실하게 파악한 건 아니지만, 서주석이 체포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정보들이 전부 우리 손에 넘어오자 지체 없이 잠수를 탔더군요.”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셈이군요. 죄송합니다.”

윤수호가 고개 숙여 사과하자 천호진이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전혀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녀석은 윤수호 씨의 정체를 모릅니다. 그저 자신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정보 때문에 발목을 잡히기 전에 미리 눈치채고 움직인 것뿐이니까요. 오히려 녀석이 꼬리를 말고 숨어 준 덕분에 우리로서는 내사에서 전면 수색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숨통이 트인 셈이죠.”

“그렇다 해도 녀석은 제가 잡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녀석이 도망친 건 제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무엇보다 동생을 그렇게 이용한 범죄자의 자식이 아비보다 더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윤수호의 눈빛이 달라지자 두 사람은 순간 흠칫하며 살짝 움츠러들었다.

“크흠! 윤수호 씨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만 해도 우리로서는 큰 힘이 아닐 수 없지요. 원하는 인력은 특무대, 검찰, 경찰 어디서든 얼마든지 차출해 가셔도 됩니다. 각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윤수호 씨의 명령은 대한민국 내에선 대통령령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법적으로 그렇게 정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선우진은 대통령 직인이 찍힌 공문을 각 부서에 하달하였고, 사실상 윤수호의 말과 행동은 대통령의 그것에 준하는 권력을 얻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는 윤수호가 무슨 임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든 막힘없이 지원을 받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통령 나름의 배려였다.

물론 이런 판단을 내리기까지 선우진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단을 내렸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만큼 윤수호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 결심을 한 그의 믿음에 보답해 주고 싶었다.

* * *

새로운 임무를 가지고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 멤버들.

“자.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수호팀이 재결합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쁘게 생각합니다. 다 같이 박수!”

짝짝짝짝짝!

“수호팀?”

“저 녀석이 멋대로 그렇게 이름 붙인 겁니다. 신경 쓰지 마십쇼, 형님.”

브리핑을 담당한 조춘영의 설레발에 윤수호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선호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그래요? 난 좋은 거 같은데, 같이 한솥밥 먹는 식구가 된 것 같아서.”

“뭐, 그런 의미라면 나도 나쁘지 않지.”

짝짝짝짝.

“뭡니까, 다들? 혹시 나만 빼고 다들 짰어요?”

의외로 박여진이 호응하면서 함께 박수를 쳤고, 따라서 윤수호까지 박수를 치자 이선호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수호팀 재결성 축하 회식은 잠시 뒤로 미루고, 바로 브리핑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쫓는 길드는 인천에서 주로 활동하는 혈창 길드입니다. 그리고 보통 길드 마스터는 정체와 행방을 알 수 없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경우에는 유력한 용의자가 있죠. 바로 이놈!”

조춘영은 스크린에 뜬 서의찬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양의찬 전 소령. 본명 서의찬. 나이 35세. 오버 알터의 능력자로, 전직 치우팀에 소속된 대원이었습니다. 주 병기는 창으로, 투로를 종잡을 수 없는 귀신같은 창술이 그의 전매특허라고 하죠. 그가 이끄는 혈창 길드는 인천항에서 불법 무역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데, 여러 물건을 취급하지만 주력 상품은 역시 마약입니다.”

“마약?”

윤수호의 질문에 조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화면이 넘어가고, 조춘영은 스크린은 레이저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렇습니다. 놈들은 러시아에서 생산한 마약을 자국으로 밀반입하여 중국이나 일본으로 수출합니다. 그리고 남은 물량을 국내 시장에 풀어 버리는 거죠.”

“거래는 인천항에서 하는 건가?”

“최근까지는 그랬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서주석이 체포된 후에는 인천항에서 거래가 이루어진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혈창 길드의 움직임도 잠잠해졌고요.”

“뭐야, 그럼 놓친 거란 말이야?”

이선호가 당황해서 묻자, 조춘영이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그럴 리가 있냐. 이 몸이 누군데. 빛이 없으면 그림자를 보라! 혈창 길드가 최근까지 거래했던 곳이 중국 홍룡회라는 곳인데, 이곳의 간부 황위안이 최근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혀 보이지 않더란 말이지. 그것과 맞물려서 황위안의 세력이 홍룡회에서 축출되다시피 했고, 축출된 황위안의 세력은 은밀하게 국내로 들어왔다.”

“황위안이 혈창 길드에게 당했을 거란 뜻이야?”

“이독제독이란 말 알지? 독으로 독을 제거한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흔하게 겪는 일이거든. 그렇다면 황위안의 개들이 국내로 들어온 이유가 뭐겠냐?”

“복수겠지.”

“캬! 역시 형님! 눈치 없는 어떤 녀석이랑 다르게 척하면 착이라니까.”

윤수호의 대답에 조춘영이 추임새까지 넣어 가며 감탄하자 이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사족은 빼고 본론이나 얘기하지.”

“지금 우리 쪽에서 그 개들을 쫓고 있거든? 그 녀석은 아마 홍룡회와 혈창 길드의 새로운 거래 장소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놈들을 미행하다 보면 분명 혈창 길드의 꼬리가 밟힐 것도 같은데…….”

“말꼬리가 왜 늘어져? 사람 불안하게…….”

“사실 미행이란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 거래 날짜가 가까워져 오니까 이놈들의 경계심이 보통이 아니더란 말이지. 지금 우리로서는 흔적을 쫓는 게 겨우라고 할까…….”

윤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로 지시를 내렸다.

“거래가 멀지 않았다면 오래 쫓을 필요도 없겠지. 놈들의 미행은 내가 맡는다. 춘영이 너는 작전이 시작되면 거래처를 급습해서 전원 체포하고, 선호 너는 춘영이와 호흡을 맞춰주고. 박 팀장은 실시간으로 정보 수집 및 전달 부탁한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의찬과 혈창 길드 검거를 위한 계획이 물밑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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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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