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14화 (14/175)

14.

윤수호는 자신을 찾아온 박여진 소위와 악수를 나누었다.

“선배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현재 특무대의 가장 뜨거운 감자시라던데, 출세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잘 보여야겠죠? 반갑습니다. 박여진 소위입니다.”

“윤수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선호의 추천으로 정보부에서 박여진을 주축으로 한 신생팀이 임시로 탄생하였다.

이들의 임무는 윤수호를 도와서 그의 여동생 윤수아의 행방을 되도록 빨리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총사령관이 직접 검경에 허가를 구했다.

덕분에 박여진 팀은 특무대 정보부의 빅데이터에 더해서 검경이 구축해 둔 데이터베이스까지 열람할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윤수호와 이선호, 조춘영은 박여진과 함께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목에 지네 같은 문신이 있는 남자라고요?”

“예.”

윤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여진은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며 검색을 시작했다.

“승합차로 너덧 명의 남자들이 무리 지어 여고 앞에 몰려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죠. 그리고 제 기억으로 당시 강릉에서는 피서객들을 상대로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하던 조직들이 기승을 부렸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라면 거의 20년 전 일인데, 그걸 기억한다고? 너, 그때 중딩 아니었냐?”

“그때 당시 저는 워낙 이런 쪽에 호기심 많고, 깜찍하고, 똥꼬 발랄한 사춘기 소녀였거든요. 아무튼, 이걸 봐주세요.”

이선호에게 대꾸한 박여진은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당시 강릉에서 활동 중인 조직들을 조사하여 모두가 볼 수 있는 스크린에 투영하였다.

“당시 강릉에서 활동 중인 조직은 크고 작은 조직들을 모두 포함해 다섯 군데 정도가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목에 지네 같은 문신은 물론이고, 목 위로 드러난 문신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뜻이군요.”

윤수호는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이선호와 조춘영은 왠지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차갑게 느껴졌다.

“시간이 오랜 지난 데다 목격자도 자세히 본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른 걸 지네 문신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정보 수집 싸움이에요. 정보 수집은 곧 발품이고요. 먼저 이 팀장님, 팀원들과 함께 당시 강릉에서 근무하셨던 형사분들을 만나서 정보를 수집해 주세요. 연락처와 주소는 보내 드렸습니다.”

“알았다.”

“그리고 조 팀장님은 당시 강릉에서 활동했던 조직들을 찾아 녀석들을 심문해 주세요. 이건 대테러팀장이신 조 팀장님의 전문이니까 방식은 믿고 맡기겠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OK.”

“그리고 윤수호 씨는 가장 힘들겠지만 일단 이 자리에서 대기해 주세요. 만약의 사태나 윤수아 씨에 대한 단서가 발견되면 가장 빠르게 움직이셔야 하니까요.”

윤수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박여진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그건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정보 수집과 분석에 관해서 그녀는 스페셜리스트였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더 빨리 윤수아를 찾을 수 있다면 굳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 자. 시간이 오래 지난 사건인 만큼, 한 시라도 더 빠르게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해야 해요. 그러니 서둘러 움직이죠.”

브리핑이 끝나고 드디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경찰들을 만나서 조사를 한다는 거지?”

“세상에, 섬멸팀에 들어와서 재앙종만 때려잡다 뒈질 줄 알았더니 이런 일도 다 있네.”

“그때 그 사람의 여동생을 찾는 거라면서? 이름이 뭐였더라? 윤수호?”

“말도 마. 지금 상부에서 그 사람 차지하려고 난리도 아니라더라.”

대원들이 수다를 떨고 있던 자리에 나타난 이선호가 주위를 환기하며 임무를 하달했다.

“잡담 금지! 떠들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정보 하나라도 더 물어와. 우리 101팀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대테러 G팀보다 먼저 목표를 찾아낸다. 알았나!”

“섬멸!”

그렇게 101 섬멸팀이 조사를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대테러 G팀도 조춘영이 마지막으로 팀원들과 각오를 다졌다.

“우리는 대태러팀이다. 밥 먹고, 똥 싸고, 빌런들 찾아서 조지는 거라고. 그런데 섬멸팀한테 우리 밥그릇마저 뺏긴다? 그날로 유서 제출하고 우리는 전원 접시 물에 코 박고 뒈지는 거야. 알았냐?”

“단결!”

“가자.”

* * *

박여진이 운영하는 정보부에는 실시간으로 용의자들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여 G팀에게 송신해 주었다.

덕분에 G팀 대원들은 산개하여 각각 한 명씩 빠르게 용의자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야, 이거 대책 없는 씨발 놈일세. 나이 처먹고 반성하면서 살지는 못할망정 힘없는 노인들 등쳐 먹고 사니까 좋냐? 살림살이가 좀 나아져?”

“너, 너 누구야!”

현장에서 막 노인들에게 강도 짓을 하고 도망치려던 50대 초반의 남자가 G팀 대원을 보고 놀라서 그에게 칼을 겨누었다.

그 순간.

팟!

“칼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야. 이렇게 쓰는 거지.”

푹!

“끄아아악!”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한 대원이 들고 있던 칼을 뺏어 그의 허벅지에 꽂아 버리자, 강도는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돼지 멱따는 소리 그만 지르고 따라와. 이 새끼야.”

대원은 그가 강도질한 지갑과 돈을 모두 노인들에게 던져 주었다. 그렇게 강도를 끌고 간 대원이 자신의 차에 그를 태워 심문을 시작했다.

“너, 20년 전에 강릉에서 애들 데리고 물장사했지? 아, 그 칼은 건들지 마라. 지금 뽑으면 피 분수 터지니까. 차 더러워지면 그 칼로 네 모가지 딸 거니까 알아서 해.”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혹시 경찰이세요?”

“하, 나! 씨발 놈이 같은 질문을 두 번 하게 만드네.”

푹!

“끄아아아아악!”

대원은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남자의 다른 쪽 허벅지에 박아 주었다. 그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대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를 협박했다.

“지랄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어떤 개새끼가 우리 애들을 건드려서 형이 지금 상당히 기분이 안 좋거든? 애들 말로는 그 새끼가 목에 뭐가 있더래. 무슨 지네라고 했나? 아무튼, 형이 좀 알아보니까 그 새끼가 20년 전에 여기서 물장사하던 놈이었다 하더라고. 너, 그 새끼 알지?”

‘무슨 눈빛이……!’

남자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경찰이라면 절대로 넘지 못할 선이 있다. 그래서 입만 꾹 다물고 있으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과 같은 동종 업계 종사자로 보였다. 게다가 몸놀림으로 보니 능력자였고,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스르면 죽는다!’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자신 같은 건 순식간에 송장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그의 입이 스스럼없이 열리기 시작했다.

“저, 저희는 물장사를 정말로 안 했습니다. 형님! 그런 건 두성이네나 용식이네들이 전문적으로 했고 저희는 진짜 얌전하게 놀았다니까요!”

“너 같은 새끼가 얌전하게 놀았는지, 문란하게 놀았는지는 관심 없고. 그래서 목에 뭐가 있는 새끼에 대해서 아냐고. 아, 나…… 이 개새끼가 사람 혈압 오르게 하네. 왜? 기억 안 나면 기억 좀 나게 도와드려? 사람이 머리에 피가 쏠리면 그렇게 기억을 잘한다던데.”

“자, 자, 자, 잠시만요! 목에 지네 문신 말이죠? 등짝이나 팔에 뱀 문신 같은 걸 한 새끼는 봤어도 목에 지네 문신은 없던 거……. 아.”

“왜? 뭐 생각났어?”

확실히 사람은 목숨이 경각에 달하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그는 20년이 지난 일을 떠올리더니 대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정말 지네 문신이 맞습니까?”

“아니, 우리 애들도 얼핏 본 거라 지네 문신인지 아닌지는 잘 몰라. 그냥 그런 모양새였다니까. 그런데 왜?”

“아니, 당시에 용식이네 행동대장 중에 서주석이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20년 전에 두성이네랑 전쟁하다가 목에 칼빵을 맞고 큰 흉터가 생겼거든요. 저도 본 적은 있는데, 생각해 보니 얼핏 보면 지네 문신 같은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퍽!

“헉, 혀, 형님?”

“야, 꺼져. 경찰차 불렀으니 알아서 타고 가라. 치료 잘 받고. 아, 참! 그거 꽂고 함부로 뛰면 다리 작살 나는 거 알지? 그럼 나 간다.”

부아앙!

보조석 문을 열고 그를 발로 뻥 차 버린 대원이 다시 문을 닫고 차를 출발하였다. 그와 동시에 블루투스로 조춘영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예, 팀장님. 아무래도 단서를 찾은 거 같습니다.”

그처럼 모두가 단서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 조직원들을 막론하고 찾은 대부분의 단서는 용식이파의 서주석이란 인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주석에 대한 정보만 따로 수집해.”

박여진의 지시에 팀원들이 빠르게 서주석에 대한 자료들을 긁어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 * *

박여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윤수호를 찾아갔다.

방 안에서 쉬고 있던 윤수호는 겉보기엔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날이 잔뜩 곤두선 것이 박여진의 눈에도 확실히 보였다.

“오셨습니까, 박 소위님.”

“네, 혹시 불편한 건 없으시고요?”

“신경 써 주신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 소위님이 직접 찾아오셨다는 건 기대할 만한 성과가 있다는 뜻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박여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본론에 앞서 잠시만 다른 얘기를 해도 될까요?”

“중요한 얘기입니까?”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얘기라서요. 양해 부탁드릴게요.”

박여진의 분위기와 표정을 보고 윤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수호 씨는 각성자에 대해 얼마나 아세요?”

“그다지 아는 건 많지 않습니다. 그저 재앙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서도 선택받은 초인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각성자라 부른다는 것 정도?”

“잘 알고 계시네요. 각성자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능력을 갖추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죠. 현대 무기로도 쉽게 상대하기 어려운 재앙종들조차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오러에는 취약한 편이니까요. 그런데 수호 씨.”

“네.”

“혹시 각성자 위에 또 다른 각성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각성자 위에 또 다른 각성자? 처음 듣는군요.”

윤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일반인들의 각성 현상을 저희는 블룸(Bloom)이라고 표현해요. 그리고 각성자들이 다시 한번 각성하는 현상……. 그것을 저희는 풀 블룸(Full bloom)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블룸을 경험한 1차 각성자들을 ‘알터’, 풀 블룸을 경험한 2차 각성자들을 ‘오버 알터’라고 칭한답니다.”

“하면 오버 알터들은 평범한 알터들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나겠군요.”

“어쩌면 일반인과 알터들의 차이보다 더 심할 수도 있죠. 하지만 통계적으로 풀 블룸은 알터들 백 명 중에서도 한 명이 겪을까 말까 할 만큼 희귀한 현상이에요. 그만큼 강력하고 귀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특무대에서도 이들을 특별히 관리하기 위해 만든 팀이 있어요.”

박여진은 입이 탔는지 커피로 입술과 혀를 적시며 말을 이었다.

“팀 치우, 전원이 오버 알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급은 소령부터 시작하죠. 그들의 전력은 특무대에서도 비교 불가능한 최상위급 전력이고, 그 대우는 국빈에 준합니다. 7급 재앙부터 그들의 도움 없이는 너무 많은 전력의 손실이 발생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천호진 대장님께도 치우 팀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 거 같습니다.”

“여기서부터 본론입니다. 이 치우팀 대원 중에 양의찬 소령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특무대에 근무하던 중 10년 차에 풀 블룸을 겪고 치우 팀으로 합류, 현재까지 활동하고 계신 분이죠.”

“그래서요?”

“양석훈은 재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아들이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깨끗이 세탁하기 위해, 일부러 새 신분을 만들고 이전 신분을 사망 처리하였죠. 즉, 서류상으로 양석훈은 양의찬의 의부지만 실제로는 친부 사이입니다. 그리고 이 양석훈의 예전 신분이…….”

박여진은 자신이 가져온 태블릿 PC를 윤수호에게 넘겨 주었다. 거기에는 서주석에 대한 지난 행적과 기록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서주석. 지금 저희가 찾고 있는 중요 용의자 중 한 명입니다.”

“즉, 국가유공자의 아버지란 뜻인가요?”

“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몰랐는데, 현재 양의찬 소령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에 락이 걸려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인 양석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정보부에서 특무대 대원의 정보에 록(Lock)을 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총사령관님께서 부여하신 현재 제 권한으로 열람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열지 못하는 록이 있는데 그게 지금 양의찬 소령에게 걸린 록입니다.”

박여진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건 바로 장군급 이상의 간부를 비밀리에 내사가 진행 중일 때 걸리는 록이죠. 치우 팀은 특수한 케이스로, 계급은 소령이지만 대우는 장군급에 속하거든요.”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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