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돌아왔다-5화 (5/175)

5.

“뭐래, 저 븅신은? 말투 봐. ×나 소름 돋아.”

“야. 너, 좀 치냐? ×나 가오 잡네. 병신 새끼가.”

“뭘 꼴아봐, 병신이. 형님, 저 새끼 눈깔 뽑아다 팔아서 할매 미수금 채우죠. 딱 보니 할매 지인…….”

으드득!

“커헉!”

“지금부터 이 자리에서 내 어머니를 그 더러운 입에 올리는 새끼들이 있으면 이놈과 똑같은 꼴로 만들어 준다.”

오혜연을 언급하던 깡패 하나가 돌연 혀가 뽑히고 턱이 찢겨 나간 채 비참한 몰골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앞에는 손에 피를 잔뜩 머금은 채 섬뜩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쳐다보는 윤수호가 서 있었다.

“어, 언제…….”

꿀꺽…….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눈으로 윤수호를 쳐다보았다.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상태고, 몇몇은 공포에 질려 바지에 실금하기도 했다.

가진 것도, 연줄도, 아무것도 없는 노인이다. 당연히 찾아올 사람이라곤 자신들 같은 양아치 깡패일 거라고 착각한 게 통한의 실수였다.

설마 이런 괴물일 줄 알았다면 눈도 안 마주치고 줄행랑을 쳤겠지.

‘이렇게 된 이상, 놈을 협박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서걱!

협박을 하려다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녀석의 머리가 두둥실 잘려 나가 땅에 떨어졌다.

날이 잘 드는 보검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손가락 한 번, 손가락 한 번 스윽 그었을 뿐인데 사람의 목이 날아간 것이다.

“어머니 깨신다. 목소리 낮춰라.”

“히끅, 히끅!”

“허어억! 허윽!”

자신들은 상상도 못 할 능력을 드러낸 괴물의 나직한 목소리에 누군가는 딸꾹질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사, 살려 주세요! 돈이든 뭐든 시키시는 건……!”

덥석!

자리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한 놈의 아가리를 들어 올린 윤수호가 그와 눈을 마주치며 험하게 물었다.

“이집 딸은 지금 어디 있지? 젊은 여자도 있었을 텐데.”

그러자 사내는 목뼈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저었다.

“저, 저도 몰라요! 정말입니다! 저희가 왔을 때는 애초부터 저 두 사람뿐이었다니까요! 제, 제발 살려 주십쇼…….”

윤수호는 그의 눈동자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았다. 적어도 거짓말은 아닌 듯싶었다.

으드득!

윤수호는 쥐고 있던 녀석의 모가지를 가차 없이 꺾어 버렸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던 몇몇 놈들이 앞다퉈 도망치기 시작했다. 윤수호는 그들을 향해서 말없이 손가락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남은 패거리가 눈을 부릅뜨며 도망치던 놈들을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걱! 서걱!

도망치는 놈들 또한 갑자기 목이 잘려 나가며 그대로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텐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시체가 자신들의 눈앞에 쓰러지자 기겁을 하며 더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지금부터 한마디도 하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떠드는 새끼는 곱게 못 죽을 거다.”

“으읍!”

결국 오혜연의 수금을 위해 찾아왔던 깡패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입을 틀어막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깡패들을 전부 처리한 윤수호는 이선호에게 선물 받은 폰과 그의 명함을 꺼내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이선호에게 윤수호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연락을 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이선호는 참극이 일어난 현장을 스윽 살펴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윤수호는 분명 엄청난 강자였지만, 힘에 취해 살인을 아무렇게나 저지를 인물은 아니었다.

“아닙니다. 일단 자초지종부터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죽은 깡패들은 이선호가 생각해도 충분히 죽을 만한 짓을 저질렀고,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을 들어 봐도 윤수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당연히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어머니께서 그런 일을 당하고 계셨을 줄은……. 걱정 마십쇼. 이런 쓰레기들 때문에 수호 씨나 수호 씨의 가족이 피해를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 잠시만요.”

이선호는 곧바로 자신의 팀 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민용아. 나다. 내가 주소 하나 보내 줄 테니까 사람들 좀 보내라. 쓰레기 청소 좀 할 게 있어서. 주변 CCTV랑 블랙박스 싹 다 수거하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이번 일로 경찰 쪽에서 움직일 거 같으면 나서서 덮어. 말 안 들을 거 같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찰 쪽 비리 몇 개 풀어도 상관없고. 그래, 수고해라.”

전화를 끊은 이선호는 윤수호에게 웃으며 보고했다.

“이제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일은 아예 없던 일이 돼 버릴 테니까요.”

“일을 저지른 당사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힘세다고. 게다가 처지를 바꿔서 제가 수호 씨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선호는 텐트를 향해서 무거운 시선을 돌렸다.

“가족분들은 괜찮으신 겁니까?”

“그게, 상황이 좀 심각합니다. 당장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 모두…….”

“하면 지금 당장 두 분을 특무대 직속 군 병원으로 이송해도 되겠습니까? 시설과 의료진 모두 대한민국 최고만 모아 둔 병원이라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치료비는 제가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수호가 고개 숙여 부탁하자 이선호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에이~ 수호 씨한테 치료비라뇨. 제 권한으로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니까 염려 푹 놓으십쇼. 정 신세 지는 게 불편하시다면 다른 방법도 있긴 있습니다만.”

“다른 방법이라면…….”

“특무대 대원 및 직계 가족들은 무료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크흠! 아니, 꼭 수호 씨를 욕심 내서라기보단 그런 방법도 있다는 뭐 그런 얘기죠, 하하하!”

윤수호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 역시 그 방법이 꽤 마음에 드는군요.”

“정말입니까?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거, 왜 제가 다 뿌듯한 걸까요? 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아프신 분들을 두고 제가 괜한 방정을…….”

“괜찮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수호 씨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죽은 녀석들의 뒷배가 어딘지 조사해서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수호의 부탁에 이선호는 잠시 고민하다 되물었다.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건 제 사적인 감정 때문입니다만. 단 10원짜리 하나라도 제 부모님을 협박해서 뜯어낸 돈으로 지금도 호의호식하고 있을 놈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아서요.”

“……!”

그 순간, 윤수호의 두 눈을 스쳐 지나간 찰나의 살기에 이선호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굳어 버렸다는 걸 눈치챘다.

이선호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고작 순간의 살기만으로 특무대 팀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사람이라……. 만약 수호 씨가 나한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면 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겠군. 나도 아직 멀었구나.’

“알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살인만큼은 되도록 피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윤리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딴 쓰레기들 때문에 수호 씨께서 특무대에 입대하는 데에 자칫 문제가 생긴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은 없으니까요.”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까?”

“예, 목숨만 붙어 있다면 경찰 선에서 예쁘게 마무리가 가능할 겁니다. 만약 그놈들 중에 각성자가 섞여 있다면 더 좋고요. 범죄자 중에 각성자가 한 명이라도 섞여 있으면 우리 특무대 관할로 넘어오거든요.”

윤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까지 신세만 졌는데 더 민폐를 끼칠 수는 없죠.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박 소위를 통해 곧바로 조사해 볼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사이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들이 신속하게 윤지석과 오혜연을 실어 두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 * *

이선호가 자랑할 만큼 특무대 병원의 시설과 의료진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병원으로 이송되자마자 윤지석과 오혜연에게 실력 좋은 의료진들이 붙어서 환자들을 전담했고, 곧바로 최첨단 의료 기기를 사용하여 정밀 진단에 들어갔다.

“이제는 두 분께서 좋아지시길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군요.”

“네.”

사실 윤수호는 부모님의 상태가 조금 더 좋아지면 기공 치료까지 병행할 생각이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조금 더 힘내 주시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아, 참! 방금 박 소위로부터 놈들의 위치와 정보를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아직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쪽의 조사는 특무대 정보부의 특기니까요. 그런데 희소식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죽은 녀석들이 소속된 조직이 강천구에 위치한 장도리파인데……. 박 소위의 말에 의하면 이 녀석들의 배후에 길드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더군요.”

“길드? 그건 뭐죠?”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강력 범죄 중에 능력을 각성한 범죄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죠. 저희는 이 각성한 범죄자들을 빌런이라 분류하고, 대태러팀에서 이 빌런을 따로 관리합니다. 그리고 이 빌런들이 모여 세운 조직을 길드라 부르죠. 사실 이 길드들은 사회적으로는 건실한 사업가, 기업, 사회 재단이란 얼굴을 가지고 있어 확실한 증거 없이는 섣불리 건드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즉, 각성자가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상황에 따라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죠.”

이선호의 대답에 윤수호는 입꼬리에 미소를 띠었다.

“호재군요.”

“역시! 사람들이 괴물이라 부르는 각성자가 상대라는데 그렇게 말씀하실 분은 수호 씨가 유일할 겁니다. 가시죠.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아, 참! 그 전에 제 친구 한 명만 동행해도 될까요?”

“친구요?”

“대태러팀 소속 팀장입니다. 제 빌어먹을 동기 중 한 명이고요. 이런 일에 함께하면 뒤처리가 더 쉬워질 겁니다.

* * *

“동기라는 새끼가 오랜만에 연락해 놓고 술은 못 사줄망정 천금 같은 비번에, 뭐? 일하러 가자고? 에라이! 나가 뒈지세요.”

“야, 인마. 동기 좋다는 게 뭐냐. 그래서 공짜로 실적 올려 준다잖아. 너는 어떻게 감사는 못 할망정 투정을 부리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이선호는 보조석에 앉은 동기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자신들도 그렇지만 대태러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여 휴일의 소중함은 누구보다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역시 너스레로 동기의 기분을 달래야만 했다.

“그런데 뒤에 탄 녀석은 누군데 같이 가는 거야? 못 보던 얼굴인데, 너희 팀 신입이냐?”

“어허! 녀석이라니! 저래 봬도 저분이 우리보다 나이가 열 살은 더 많으시다.”

“뭐?”

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탄 윤수호를 쳐다보았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윤수호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했다.

“반갑습니다. 윤수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대태러팀 G팀 팀장, 조춘영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 말이 사실입니까?”

“나이 얘기 말인가요? 보기보다 쓸데없이 많이 먹긴 했습니다.”

“아하…… 진짜 엄청난 동안이십니다. 부럽습니다, 형님!”

조춘영은 윤수호가 그렇다고 하자 크게 의심하지 않고 덥석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그를 형님이라고 호칭했다.

윤수호는 그런 조춘영의 됨됨이가 싫지 않았다.

‘보기만큼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사람이군.’

“야, 그런데 수호 형님은 우리랑 왜 함께 가는 거냐? 저분은 우리가 어디 가는지 알고 계셔?”

“알고 있지. 저분이 우리 비밀 무기거든.”

“뭐? 네가 아무리 엘리트 섬멸팀이라고 해도 길드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내가 상대했던 최약체 길드조차도 최소 대태러팀 두셋은 모여야 상대할 수 있다고. 알아?”

“춘영아, 네가 상대했던 놈들 중에 가장 강한 길드가 어디냐?”

“갑자기 그건 왜?”

“잔말 말고 대답이나 해.”

“아마 긍존 길드지 싶은데 그건 왜?”

“그 긍존 길드와 6급 재앙종과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자신의 질문에 질문으로 되묻는 이선호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런 거야 고민할 가치도 없었는지 코웃음을 치며 즉답이 나왔다.

“6급 재앙종이 애들 장난이냐? 숨겨진 전력이 있다면 모를까,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5급만 떠도…… 게네? 한 시간 안에 전멸이야.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그럼 입 다물고 한숨 자라.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요. 동기님.”

“……?”

조춘영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선호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검신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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