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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210화 (210/217)

210====================

아테르니아의 새벽

“다들 물러나 있어. 싸우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니까.”

아테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나 또한 검을 움켜쥐었다.

당연히 일행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너 혼자 어떻게 여신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맞아요 다키님……! 제가 봐도 아라크네 같은 거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요!”

“아까도 간신히 한 방 먹였던 거잖아……!”

니아와 나나, 심지어 크림힐트까지 못마땅한 어조로 내게 항의했다.

그녀들의 말 중 틀린 부분은 없다.

본래 내 힘으론 아테나를 상대하기 힘들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위험 부담이 상당하다.

내가 괜히 여덟 명이나 되는 인원으로 장원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아테나도 결코 봐주지 않을 거다.

니케의 염원을 위한 싸움인 만큼 자칫하다간 그녀 손에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있다.

오직 아테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아끼고 있던 힘을 개방할 때가 온 것이다.

“걱정 마, 나도 전력으로 싸울 거니까.”

일행들에게 대답하면서 나는 왼손을 가슴에 가져갔다.

왼손에 담긴 마신의 힘과 가슴 속의 수정쐐기가 공명했다.

한 때 모든 신들을 무릎 꿇리고 낙원을 이룩해낸 여명의 지배자, 솔레이온의 힘이 내 안에서 깨어난 것이다.

우우웅…… 우우웅……!

파아아아앗!!

다음 순간 내 주위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새벽녘의 하늘처럼 신비로운 푸른색이었다.

내 모습을 본 아테나는 눈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맙소사…… 투사여…… 그 힘은…….”

그녀 또한 이 힘의 정체를 알고 있으리라.

오래 전 일이지만 그녀의 주군이 사용했던 힘이니까.

그렇기에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도 잘 알고 있겠지.

“과연 그랬군요…… 당신이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니케가 왜 그렇게 당신과 맞서고 싶은지도.”

아테나가 납득하고 있을 무렵 심장 박동과 빛의 파동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내 주위에서 일렁이던 빛은 이윽고 내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힘이 한 데 모이자 무언가가 폭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내 몸에선 섬광이 뿜어져 나왔고, 빛이 걷힐 무렵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키, 님……?”

변화한 내 모습을 보며 나나가 당황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섬광이 터진 , 팬티 한 장만 입은 변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푸른색 전신 갑주를 걸친 내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생물의 갑각으로 만든 것 같은 갑옷은 멋들어진 코트의 형태였다.

등 뒤에는 악마 같은 날개가 돋아났고, 머리에는 내 가면과 비슷한 디자인의 뿔 달린 투구가 씌워졌다.

그 특징 하나하나가 마신들의 외형과 흡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완전 마신화를 사용한 나는 진짜로 마신이 되었으니까.

완전 마신화

액티브

요구 스탯: 없음

비용: 마신화 게이지 15

사용 조건: 새벽의 불씨 해금

습득 방법: 발람과 세에레 처치 후 헤카테와 대화하는 것으로 자동 습득

효과: 몸 안에 내재된 마신들의 기운을 일깨워 일시적으로 마신의 형상을 갖춘다.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으며 결정타로 적을 처치할 때마다 재사용 시간이 감소한다. 마신화 상태에선 모든 능력치가 2배가 되며 마신화 게이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마신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마신화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스킬들이 해방되고 기존의 마신화 스킬들이 강화된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마신으로 변신하니 몸 안에서 무언가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가슴에 박힌 수정쐐기가 내게 끊임없이 힘을 흘려보내주고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방금 전까지 격렬한 전투를 치렀음에도 전신에서 활력이 솟아났다.

쌓여있던 피로 또한 물에 씻긴 듯 사라졌다.

오히려 하루 종일 싸워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스승님의 모습이…….”

“저, 저거 정말 다키 맞아……?”

나나에 이어서 다른 일행들도 아연실색한 채 날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을 돌아보며 한 차례 웃어줬다.

투구 때문에 어차피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직후, 나는 아테나를 직시한 채 말했다.

“신하 분께는 죄송하지만, 아테나님이 제게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거 쓰니까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거든요.”

“…….”

내 말에 아테나는 말없이 날 노려보았다.

그녀에게서 날카로운 전의가 뿜어져 나왔다.

허나 내게서 흘러나오는 기운 역시 그녀 못지않았다.

그로 인해 나는 여신의 박력 앞에서도 전혀 꿇리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찰나의 시간 동안 기 싸움을 이어갔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앙!!

콰과앙!!

“크흐읏?”

“꺄아아아악……!”

그저 지면을 박찼을 뿐인데 소닉붐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공간이 일그러지고 거센 충격파가 일어나서 일행들이 멀리 나가 떨어졌다.

카가아아앙!!

일행들이 장외로 튕겨나가는 동안 내 검과 아테나의 창이 맞붙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 우리는 눈으로도 쫓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서로를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채앵! 카강! 카아앙!

티잉! 티딩! 채애앵!!

고작 몇 초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갔다.

쇠붙이 사이에서 뛰어나온 불똥이 허공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나도 아테나도 패링할 기회를 노렸지만 누구도 쉽사리 빈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그대는 역시 지배자의 힘을 계승했군요! 당신 같은 영웅과 자웅을 겨룰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내 참격을 튕겨내면서 아테나가 창을 찔러왔다.

푸른색 아우라로 물든 창은 허공을 찢어발기며 내 목을 노려왔다.

이미 패턴을 파악하고 있던 나는 여유롭게 이를 피해냈으며 창에서 뻗어나간 아우라가 최상층의 입구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콰과과아아앙!!

이전 보다 두 배 이상 강해진 아우라.

더군다나 아우라를 사용하는 빈도 또한 높아졌다.

눈을 되찾으면서 전신의 힘이 돌아온 거겠지.

조금만 방심했다간 저 넓은 범위 공격을 맞고 그대로 나가떨어질 거다.

2페이즈의 아테나는 1페이즈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했 것이다.

“여신님도 만만찮으시네요! 공격 하나하나가 예술인데요!”

아테나에게 말하면서 나는 비수를 날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건 더 이상 비수가 아니었다.

기존의 비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길어진 그것은 창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빙결창

액티브

요구 스탯: 없음

비용: 없음

사용 조건: 지배자의 자격 습득

습득 방법: 발람과 세에레 처치 후 헤카테와 대화하는 것으로 자동 습득

효과: 완전 마신화 상태일 때만 사용 가능. 빙결의 마신, 세에레의 힘을 왼팔에 두른다. 마신화한 왼팔을 휘둘러 전방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을 던진다. 창은 최대 50미터까지 날아가며 적에게 +380퍼센트의 관통, 빙결 피해를 주고 100퍼센트의 확률로 동결을 부여한다.

세에레가 사용했던 빙결창이 마신화를 통해 개방된 것이었다.

내 손에서 떠난 빙결창는 주위를 모조리 얼려버리며 아테나에게 날아갔다.

“과찬, 입니다……!”

하지만 아테나는 정확한 타이밍에 창을 휘둘러 빙결창을 쳐냈다.

문제는 빙결창이 튕겨져 나가는 걸로 그치지 않고 그녀의 창에 휘감겼다는 것이다.

“하아앗!!”

쐐애액!

그 후 아테나는 내가 날린 빙결창을 그대로 돌려줬다.

단일 대상 마법 공격을 반사하는 스킬, 마환魔還이었다.

빙결창은 내가 날렸을 때보다 더욱 빠르게 투사됐고 나는 위로 점프하여 그것을 피해냈다.

회피 동작을 취하는 순간 내 몸이 한 차례 점멸했다.

이 또한 마신화의 영향이었다.

마신화 - 공간 도약

패시브

요구 스탯: 없음

비용: 없음

사용 조건: 완전 마신화 상태 돌입

습득 방법: 마신화 해금 시 자동 습득

효과: 완전 마신화 상태에서만 사용 가능.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하고 점프, 회피가 순간이동으로 강화된다.

한순간 사라졌다가 허공에서 다시 나타난 나는 몸을 회전하며 아테나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검이 불꽃이 휩싸이며 내 몸이 빠르게 돌아가는 화염바퀴처럼 변했다.

혹한의 비수가 빙결창으로 강화된 것처럼, 파열 또한 화염의 격륜이라는 스킬로 강화된 것이다.

화염의 격륜

액티브

요구 스탯: 없음

비용: 없음

사용 조건: 지배자의 자격 습득

습득 방법: 발람과 세에레 처치 후 헤카테와 대화하는 것으로 자동 습득

효과: 완전 마신화 상태일 때만 사용 가능. 화염의 마신 세에레의 힘을 무기에 두른다. 회전 공격을 가하며 전방으로 돌진하여 +570퍼센트의 화염 피해를 준다. 최대 50미터까지 돌진할 수 있다. 스킬 사용 도중 저지력이 50 상승하고 슈퍼 아머 상태가 된다.

비록 파열 특유의 잡기 기능은 사라졌지만 위력은 비교도 못할 만큼 상승했다.

대폭 올라간 저지력과 슈퍼 아머는 덤이었다.

“받아랏! 제 2형 물방아 아니, 불방아!!

콰과아아앙!!

순식간과 지면으로 떨어진 내가 아테나와 충돌했다.

충돌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나와 아테나 주위에 붉은색 화염이 피어올랐다.

어마어마한 폭발에 휘말린 아테나였으나 그녀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파아아아앗!!

빛나는 방패가 아테나의 몸을 감쌌다.

내가 떨어질 때부터 이미 대비를 해놓은 것이었다.

그녀를 보호한 방패의 정체는 아테나의 고유 마법이다.

아테나는 전신임과 동시에 지혜의 여신.

그렇기에 무술 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조예가 깊으며 고성능의 마법을 다수 사용할 수 있다.

저 정도 방어 마법 정도는 영창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유 마법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방어를 끝낸 직후 다시 공격 태세를 취하기까지 아테나에겐 약간의 빈틈이 생긴다.

나는 그 틈을 노려 명도참을 날렸다.

재빨리 피하려한 아테나였으나 명도참의 범위가 너무 넓은 나머지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쯔아아아앗!!”

촤아아아악!!

“크흐읏……!”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는 아테나.

이런 말하면 불경하겠지만 그런 모습이 굉장히 야했다.

살짝 고통을 즐기는 것 같은 기색이기도 했다.

“그대와의 전투는 정말 흥분되는군요……! 그동안 겪었던 그 어떤 전투보다 즐겁습니다!”

아테나의 얼굴에는 점점 화색이 돌았다.

처음에는 니케의 부탁 때문에 반 강제로 싸우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의 전투를 즐기게 되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완전 마신화를 직접 써보니 온몸에서 희열이 차올랐다.

끝없이 피어오르는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드레날린이 일제히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만족스럽다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너무 흥분하시진 마시고요!!”

“그럼요! 그대와의 싸움은 매 순간마다 진지하게 임할 것입니다!”

명도참을 맞은 아테나는 재빨리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빛으로 이루어진 니케의 날개가 그녀를 허공으로 띄웠다.

다음 순간 아테나가 연달아 창을 휘둘러 내게 참격을 날렸다.

칼날 형태를 이룬 아우라가 일제히 날아오는 것이었다.

이 패턴, 진짜 지겹도록 많이 당했다.

아테나를 잡을 때 제일 무서운 공격이기도 하다.

범위가 넓고 한 번이라도 맞으면 바로 기절에 걸린다.

그 후엔 강력한 내려찍기 공격이 이어지니 곧장 비명횡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정확하게 피할 수 있었다.

간수장을 잡을 때와 같은 이치다.

나는 많이 당한 패턴일수록 집요하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아테나의 이 참격 패턴 역시 수십, 수백 번을 연습해서 완전히 파악해냈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한 번 숙인 다음에 점프!’

마치 리듬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참격을 피해냈다.

직후 공간 도약의 힘으로 아테나의 앞까지 순간 이동한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화염의 격륜을 날렸다.

“흐아아아압!!”

화르르르륵!

불꽃에 감싸인 몸을 회전하며 아테나에게 돌진했다.

이에 아테나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로 응전했다.

“니케, 이제 끝을 낼 때입니다! 그대에게 승리의 영광을 가져다주겠어요!!”

파아아아앗!!

빛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동시에 아테나의 창에 빛이 모여들었다.

니케의 힘을 창에 담아낸 그녀는 강하고도 유려하게 내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직접 만들어낸 아테나의 비의이자 필살기.

추격하는 올빼미를 사용한 것이다.

[키아아아앗!!]

아테나가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서 거대한 올빼미의 형상이 나타났다.

불꽃의 바퀴와 빛의 올빼미가 격돌했고, 상충하는 두 힘이 맞붙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그 충격은 가히 괴멸적이었다.

신전 전체가 마구 요동쳤고 바닥에는 연이어 금이 갔다.

공중에서 부딪쳐서 망정이지 지상에서 이랬다면 최상층이 그대로 붕괴하고도 남았을 거다.

우리는 그러한 충격을 곧이곧대로 받았다.

나도 아테나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끝을 내기 위해 대공 추격을 사용했다.

화염의 격륜을 맞은 아테나는 공중에서 잠시 그로기에 상태에 빠졌다.

지금이라면 그녀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 있다.

“쯔아아아앗!!”

공간 도약으로 창졸간에 거리를 좁힌 뒤 아테나에게 왼팔을 휘둘렀다.

왼팔에선 이전과는 다르게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물감으로 그린 것처럼 푸른색 잔상을 남기며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촤좌아아악!!

아테나는 이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의 흉부에 큰 충격이 전해졌고, 이내 아테나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감사합니다…… 용맹하고 훌륭한 투사여…….”

그녀가 균형을 잃고 떨어지자 등 뒤에 장착된 빛의 날개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마지막 힘을 짜낸 니케가 끝내 소멸한 것이었다.

아테나의 마지막 미련이자 그녀가 장원의 통치자로 남아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사라졌다.

비로소 아테나는 저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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