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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테나의 저력에 전율을 느끼면서 나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환영 인사가 너무 거치신데요!”
카앙! 카가앙! 티이잉!
연이은 공격에 아테나는 내게 완전히 주의를 돌렸다.
본격적으로 나와 대립하자 그녀는 방패로 몸을 가린 채 연달아 창을 내질렀다.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창날이 내 급소를 정확하게 노렸다.
아테나의 공격은 치명타 확률이 매우 높다.
기본 데미지는 맹금이나 성벽의 기사 보다 낮지만 맞는 족족 치명타가 터져서 방심하는 순간 빈사 상태가 되고 말 거다.
쐐액! 쐐애액!!
카가앙!!
“크흐읏……!”
니아의 석화가 풀릴 때까지 나는 전력을 다해 공격을 막아냈다.
몇 초간의 공방이 몇 분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 목숨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는 순간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테나의 창날이 빼곡하게 차 있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 적이 있었나.
아크 데몬과 만났을 때 이후로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마신들이나 아라크네와 싸울 때와는 비교도 안 된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기분이 내 심장을 움켜쥐었다.
‘유미의 주술에 당했는데도 이 정도 움직임이라니……!’
아테나의 재빠른 몸놀림에 경탄하며 나는 몸을 숙였다.
촤아악!!
다음 순간 횡으로 날아든 창날이 내 머리카락을 몇 가닥이나 잘랐다.
과연 뉴비들의 통곡의 문답다.
원작 게임에서도 아테나를 못 잡아서 게임을 포기하거나 도움을 호소하는 뉴비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위기감을 느끼며 아테나의 창을 막아낸 순간이었다.
머리 위에서 제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키! 물러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단숨에 깨달았다.
재빨리 백 스텝을 밟은 나는 신보까지 사용해서 아테나와 거리를 벌렸다.
그런 나를 향해 투창을 날리는 아테나.
그와 동시에 하늘 위에서 수많은 번개 화살들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얼음 벽 위에 올라간 제이드와 카시아가 일제 사격을 퍼붓는 것이었다.
쐐애액!
파바바바박!
바로 옆에서 아테나의 창이 날아갔다.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조금만 고개를 기울이는 게 늦었다면 내 머리엔 아테나의 장창이 꽂혔을 거다.
팅! 티잉! 티디딩!
그 사이 아테나는 아이기스를 들어서 쏟아지는 화살들을 막고 있었다.
물론 그 정도는 제이드와 카시아도 예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노리는 건 화살로 인한 피해가 아니다. 화살이 뿜어내는 전격 피해다.
파지지지직!!
“크흑……!”
번개 화살은 땅에 꽂힐 때마다 전류를 뿜어냈다.
그리고 이는 유미가 깔아놓은 물귀신을 통해 아테나에게 꾸준히 딜을 넣었다.
당연히 기존의 전격 피해보다 훨씬 더 강화된 채로 말이다.
그렇게 궁수 듀오가 화살을 퍼부을 동안 니아와 엘레나에게 걸려 있던 석화가 풀렸고 나는 혹한의 비수를 차지했다.
떨어지는 화살을 막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5개의 비수를 동시에 던진 것이다.
“……!”
내 의도를 파악한 건지 아테나가 내 쪽을 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저 멀리 날아간 그녀의 창이 다시금 돌아왔다.
회수 기능을 가진 투창이라 저런 것도 가능한 것이었다.
파바바바박!!
티디딩!
그걸로 비수들을 쳐내려 한 아테나였지만 내 공격보다 빠르진 못했다.
비수 3개가 그녀의 몸 곳곳에 꽂혔다.
2개는 창으로 튕겨냈지만 그래도 상당한 피해가 들어갔을 거다.
전격 딜도 끊임없이 들어가고 있으니 생명력도 꽤나 줄어들었겠지.
우리들의 연계는 성공적으로 아테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끼아아아아악!!]
다음 순간 아이기스가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아이기스의 석화 능력을 쿨 타임이 있기 때문에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다.
아테나는 들어오는 데미지를 감내하면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의 정령이여!”
그에 카시아는 다급히 바람의 정령들을 호출하여 자신과 제이드의 몸을 얼음 벽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녀의 기지 덕분에 석화 광선은 두 사람을 덮치지 못했다.
공격을 실패한 아테나가 벽을 타고 올라가 두 사람을 추격했지만 우린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콰과아아앙!
잔뜩 힘을 모으고 있던 안티오페가 도끼를 내려쳤다.
차지 공격과 함께 아테나를 향해 떨어진 낙뢰.
얼음벽 위로 튀어나온 아테나는 그것에 직격 당했고 지면을 향해 빠르게 추락했다.
타앗!
떨어지는 순간에도 아테나는 낙법을 사용하여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허나 누적된 데미지와 안티오페의 저지력으로 인해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했다.
안티오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아테나를 공격했다.
“어이 여신님! 어디 이것도 튕겨내 보시지!!”
아테나가 착지하는 순간부터 기를 모은 그녀는 거침없이 흉악한 휩쓸기를 날렸다.
벼락과 붉은 빛에 휘감긴 도끼가 X자를 그렸고 아테나는 이에 직격당하고 말았다.
푸화아아악!!
“……!!”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는 아테나.
피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 걸로 보아 크리티컬이 발생한 모양이다.
안티오페의 데미지에 크리티컬까지 터졌으면 실로 막대한 피해가 들어갔을 거다.
그 증거로 아테나는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로기 상태에 걸린 것이었다.
“지금이야 안티오페! 물러나 있어!”
그런 아테나의 모습을 본 나는 다급히 그녀의 눈을 꺼냈다.
그녀의 이성을 되찾아 주려면 지금 밖에 없다.
저항하지 못하는 이 찰나의 시간 동안 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직접 그녀에게 달려가 눈을 끼울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가까워진 순간 나는 아테나를 향해 눈알을 던졌다.
그러자 보석 같은 푸른색 눈동자가 찬란한 섬광을 뿜어내며 저절로 아테나를 향해 날아갔다.
파아아아앗!!
직후, 휘청거리는 아테나의 눈 안으로 그녀의 눈동자가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눈가를 가리고 있던 투구가 산산이 부서졌으며 투구 안에 숨겨져 있던 기다란 은발이 아름답게 나부꼈다.
“돼, 됐다! 성공했어!”
“끝난 건가……?!”
그 광경을 본 일행들은 잇따라 쾌재를 불렀다.
아테나에게 눈을 돌려주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녀는 이성을 되찾고 재앙신의 저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니…… 아직 안 끝났어.”
일행들이 한참 환호할 때 나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에 일행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나와 아테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푸른색 빛에 휩싸인 아테나는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느덧 아테나의 주위에는 빛나는 깃털이 나타나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우리로부터 그녀를 보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빛 속에서 서서히 눈을 뜬 아테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아, 니케…….”
“니케라고……?”
“지금 누굴 부르고 있는 거야……?”
느닷없는 아테나의 말에 의문을 드러내는 일행들.
그들이 위기감을 되찾을 때, 아테나는 계속해서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날 계속 내려다보고 있었구나…… 나와 떨어진 후부터 줄곧, 내 곁을 지켜왔던 거야…….”
성숙하면서도 우아한 목소리로 아테나가 이야기했다.
그녀가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서부터 무언가가 내려왔다.
그것은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날개였다.
날개가 신전의 옥상으로 내려오자 어두워지던 하늘이 푸른색으로 빛났다.
그와 더불어 주위에선 별빛 같은 광채가 반짝여 마치 밤하늘 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저, 저게 뭐야 대장?!”
“끝난 거 아니었어요, 스승님……?!”
그것을 본 일행들은 경악하며 내게 질문을 퍼부었다.
어떻게 봐도 저 날개는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비록 날개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명백한 적의를 품고 아테나에게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다.
저 날개의 정체는 다름 아닌 승리의 여신 니케.
아테나의 곁을 따르며 그녀에게 끝없는 승리를 가져다준 동료이자 무기다.
아테나는 눈을 잃어버리면서 니케의 원조를 받을 자격까지 잃고 말았다.
그러한 이유로 니케는 줄곧 아테나와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그녀도, 아테나도 다시 이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니케는 재앙신이 된 아테나를 내려다보며 다시금 영광을 되찾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니케는 그 어느 때보다 승리를 바라고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의 주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동안의 고통을 씻어내기 위해 우리들로부터 승리를 쟁취하고 전신의 위엄을 드높이려는 심산이리라.
그렇기에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테나의 이성은 돌아왔으나, 니케를 제압하지 못하면 그녀도 우리를 계속해서 적대할 거다.
내가 원작의 설정을 상기하는 동안 아테나 주위의 깃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아테나의 등에는 활짝 펼쳐진 니케가 장착되었다.
니케와 융합한 아테나는 빛의 날개를 가진 여신 그 자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은발과 푸른색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테나가 날 직시한 것이었다.
“……그대가 날 구원 했군요, 이름 모를 투사여.”
온화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아테나.
그녀의 눈빛에는 나를 향한 감사와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투지는 여전했다.
온화함 속에서 타오르는 전의는 좀처럼 사그라질 줄을 몰랐다.
나도 모르게 위축될 때, 아테나가 말을 이었다.
“그대 덕분에 이성 없는 괴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합니다.”
“그, 그래요! 저희가 여신님을 구해드렸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무기 내려놓고 대화로 풀죠!”
아테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나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테나의 포스는 범상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평범한 인간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강함.
당대 최고의 전신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모든 이를 기운만으로 찍어 눌렀다.
실제로 나나를 비롯한 다른 이들은 아테나가 무방비한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공격하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공격이 소용없을 거란 걸 깨달은 것이었다.
“저 또한 무의미한 싸움은 그만두고 싶습니다…… 제가 얼마나 많은 과오를 저질렀는지도 압니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며 아테나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성이 돌아오면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거겠지.
스스로가 아테르니아를 멸망시켰다는 것 또한 깨달았을 거다.
“하지만 이 싸움은 그만둘 수 없습니다. 저를 지켜왔던 충신이 마지막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저는 그녀를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 말하며 아테나가 내게 창을 겨누었다.
이를 본 일행들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와 아테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서 아테나는 몹시나 괴로운 얼굴로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용맹한 투사여……. 그리고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그대의 무용으로 제 신하의 한을 풀어주세요.”
아테나의 말을 경청하며 나는 원작의 스토리를 떠올렸다.
아테나의 이성을 되찾아준다고 끝이 아니다.
그녀의 이성이 돌아오면 자동적으로 니케에 관한 스토리가 해금된다.
니케도 일단 여신이긴 하지만 그녀는 다른 신들 보다 훨씬 불안정한 존재다.
아테나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인 것이다.
전쟁이 있어야 승리도 있듯이, 니케 또한 아테나와 붙어 있어야만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아테나가 눈을 잃어버리며 니케는 10년이나 그녀와 떨어지고 말았다.
아테나와 단절된 영향으로 니케는 곧 소멸하고 말 거다.
이에 아테나는 그녀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염원을 들어주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용맹한 영웅과 맞서 싸우는 것.
다소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미 염두에 둔 상황이다.
나는 검을 움켜쥔 채 아테나에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여신님.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부디 이야기해주세요……, 너무나 큰 무례를 범하고 있는 몸……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를 각오는 되었습니다.”
내 말에 아테나는 자학하듯이 대답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신하의 염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신을 구해준 구원자에게 대뜸 무기를 겨누는 건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그녀는 내 말에 간이든 쓸개든 다 내줄 기색이었다.
그런 아테나를 보며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여신님을 구해드린 장본인이며, 여기까지 오면서 수많은 백성들에게 안식을 가져다줬습니다.”
새 인간과 인면조, 맹금의 기사, 라미아 옥졸, 하피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추종자들이 내 손에 죽었지만 그건 결코 무자비한 학살이 아니다.
오히려 장원의 저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해방시켜준 것이다.
“그러니 제가 승리한다면, 아테르니아와 아테나님에게 소유권을 주장하겠습니다.”
“뭐……?”
“다키 너 지금 무슨 말을…….”
내 제안에 일행들은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비록 재앙신이 되었더라도 한 때 남부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를 통치하던 아테나다.
제우스의 적녀이자 당대 최강의 전신이라는 배경까지 가지고 있다.
그런 여신에게 소유권을 주장하다니.
결코 정상적인 제안은 아니다.
듣기에 따라선 여신을 노예로 삼겠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허나 당황하는 일행들과 달리 아테나는 담담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대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본래라면 죽어 마땅한 저이니 싸움이 끝나거든 마음대로 다뤄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아테나는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고 나는 싸움을 승낙했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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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