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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
“으, 으웃……!”
일행들에게 돌아온 유미는 이전보다 한층 더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갈아입은 옷이 이전에 비해서 훨씬 더 야했던 것이다.
원래 입던 옷은 가슴이 파여 있다거나 치마 안쪽이 보인다거나 해도 전체적으론 얌전한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바니걸 코스튬에 가까운 복장을 걸치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 수영복과 검은색 스타킹을 같이 입은 듯한 차림새였던 것이다.
원피스 수영복이라고 해서 노출이 없는 건 또 아니었다.
일단 등은 거의 엉덩이 골까지 파여 있었고 윗가슴의 노출도 상당했다.
크림힐트처럼 어깨에 망토를 두르긴 했지만 허리까지 밖에 내려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스루 재질이어서 노출을 가리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어떤 의미로는 비키니보다도 더 야해 보이는 복장이었던 것이다.
“우효오오옷! 유사 바니걸 입은 윾미 쟝이라니! 너무 좋은 거 아니냐구~!”
유미의 새 옷을 본 나나는 곧장 환호성을 터뜨렸다.
나 역시 나나만큼 대놓고 좋아하진 않았지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토끼 머리띠만 없지 정말 바니걸이 따로 없다.
그것도 바니걸 중에서도 상당히 야한 축에 속하는 바니걸 말이다.
유미의 통통한 허벅지가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여 전부 드러나고 아랫도리는 너무 착 달라붙은 나머지 보지에 살짝 먹혔다.
토실토실한 엉덩이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기만 해도 쥬지가 벌떡 서버릴 것 같았다.
귀여운 여자애가 이토록 야한 옷을 입었는데 무덤덤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적어도 성 기능이 정상적인 남자 중에선 없을 거다.
“크, 크림힐트 씨…… 저, 정말 이런 옷 밖에 없는 건가요……?”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본 유미가 애원하듯이 물었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견딜 수가 없는지 어깨에 걸친 망토를 한껏 끌어당기며 몸을 가리려 했다.
지금의 그녀에겐 나와 다른 이들의 시선조차 옷을 찢는 칼날이 될 거다.
사실상 유미는 알몸으로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치심을 느끼고 있으리라.
허나 옷의 제공자인 크림힐트는 뭐가 그리 부끄럽냐는 듯 담담히 말했다.
“야한 옷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제일 얌전한 걸로 줬는데…… 바꿔줄까?”
저 디자인이 얌전한 편이라니.
대체 크림힐트의 컬렉션은 얼마나 변태 같은 옷들로 채워져 있는 걸까.
하긴, 당장 그녀가 옷이라 입고 있는 것도 슬링샷 비키니인데 다른 옷들이라고 별 다를까.
그녀라면 아예 옷이라고 부를 수 없는 범주의 것들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나에게 묻혀서 그렇지 저 녀석도 정상은 아니다.
대놓고 슬링샷 비키니를 입고 다니는 것부터가 그녀의 성 관념이 상당히 뒤틀려 있다는 증거리라.
“이, 이것 보다 야해지면 절대 못 입어요……! 입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크림힐트의 말에 유미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유미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저 복장만으로도 패닉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다.
만약 크림힐트 같은 옷을 입히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리고 말 거다.
“부끄러워도 좀 참아. 여기서 너한테 맞는 복장 가진 건 나밖에 없으니까.”
크림힐트의 말이 맞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다들 중갑이나 견갑류의 방어구를 갖추고 있어서 유미에게 빌려줄 만한 옷이 없다.
여분의 천옷을 가지고 있는 건 크림힐트 뿐이었던 것이다.
“우, 우웃……!”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망토를 더욱 잡아당기는 유미.
이런 곳에선 옷차림을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사치이긴 하지만 여자애니까 어쩔 수 없다.
야겜 코스튬 같은 옷을 입고도 멀쩡한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유미야. 그 옷 너한테 엄청 잘 어울려.”
차차 익숙해지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유미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해서 위로를 건넸다.
그러자 유미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조심스럽게 날 바라보며 물었다.
“저, 정말요……?”
“물론 정말이지. 원래 옷도 예뻤는데 그 옷 입으니까 진짜 선녀 같아.”
“서, 선녀…….”
그렇게 말하자 유미도 조금은 진정한 듯했다.
얼굴이 새빨간 건 변함없지만 보다 당당해졌다고 해야 하나.
망토에서 손을 뗀 채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아 보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훤히 드러난 몸매가 여과 없이 보였다.
나나처럼 가슴이 큰 건 아니지만 하체는 훌륭한 유미였기에 진짜 오지게 꼴렸다.
차마 부끄러움을 버리지 못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당장이라도 손을 뻗고 싶을 정도였다.
“스,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계속 입고 있을게요…….”
거기에 나를 위한 서비스 정신까지 발휘해주니 참을 수가 없었다.
안 되겠다.
사실 차원낭 안에 세척 겸 건조용 아이템을 하나씩 준비해뒀는데 절대 꺼내지 말아야겠다.
수줍은 유미가 날 위해서 변태 같은 복장을 입어주다니. 이 얼마나 귀한가.
이 순간을 절대 놓칠 수 없다.
“으흠, 흠……! 그럼 정비도 다 된 것 같으니까 다시 움직이자.”
유미의 새 복장에 푹 빠져 있기를 수 초.
나는 어렵게 이성을 되찾고 일행들에게 이야기했다.
“니아 누나랑, 제이드 형 안티오페가 앞장서고 지원가들이 뒤에, 내가 후방에 설게.”
“뭐야 대장. 계속 앞장서더니 지금은 왜 뒤에 서?”
“유미 쟝 빵댕이라도 구경하려는 거 아니에요~?”
포지션을 들은 안티오페와 나나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걸고 넘어졌다.
“그, 그러지들 마세요……! 스승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라고요……! 뭔가 생각이 있으신 거겠죠……!”
내가 이것저것 신경써준 덕분일까.
두 사람의 성희롱에 유미가 꿋꿋하게 반박했다.
나를 옹호해주는 그녀를 보니 참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나나가 말한 것처럼 추잡한 의도로 짠 포지션은 아니지만 솔직히 난 지금도 온갖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다.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허벅지나 씰룩거리는 엉덩이에 자지를 존나게 비비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기껏 얻은 신뢰를 내던지고 싶지는 않았기에 단호히 말했다.
“내가 넌 줄 아냐……. 지하 감옥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뒤로 가는 거야.”
길을 아는 내가 최전방에 서는 게 가장 좋긴 하다.
하지만 감옥 내부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하 감옥은 대부분이 좁은 복도로 이루어져 있고 전투 또한 협소한 공간에서 벌이지는 경우가 많다.
즉 내가 이리저리 회피하며 적들에게 맞서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적이 나올 때마다 명도참을 갈기기엔 기력도 아깝고 내가 공격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내 생명력은 근접 캐릭터라기엔 너무 낮은 편이어서 회피 없이는 최전방에 설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후열 삼인방을 지킬 겸 뒤에 서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흑, 흑. 너무해요 다키님. 저희는 같이 변태 플레이하면서 밤을 지새운 사인데.”
“벼, 변태 플레이…….”
나나의 말에 유미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와 그녀를 번갈아봤다.
나나 저 녀석 때문에 또 괜한 오해가 생겨버렸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오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놓고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어떻게 나나를 혼내줄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니아가 안티오페와 나나에게 타이르듯 말하며 이동을 채근했다.
“자, 자. 농담할 시간 없으니까 얼른 가자. 뭐가 됐든 다키 말이 맞겠지.”
“맞아, 더 늦으면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네에, 네에에.”
카시아까지 개입하니 두 사람도 장난을 접어두었다.
나 역시 혼내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지하 감옥을 빠져나가는데 집중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하 감옥 복도에 발을 들였다.
어두컴컴한 길에는 종종 횃불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주황색 불빛 덕에 양옆에 늘어진 쇠창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너머엔 고문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부서진 고문바퀴와 피로 물든 쇠 집게 등 온갖 고문도구들이 혈흔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여기 갇힌 게 누구든 좋은 꼴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테르니아는 인도적인 도시라고 들었는데…….”
“이건 인도적이랑 거리가 멀지 않아……?”
감옥의 전경을 둘러본 카시아와 제이드가 질색하며 얘기했다.
그에 나는 참담한 기분으로 이야기했다.
“전부 던전화 다음에 사용된 거겠지. 추종자들이라도 지성은 남아 있으니까.”
새 인간이나 맹금의 기사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추종자들의 지성은 상당히 높다.
던전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못할 뿐, 도구를 제작하거나 사용하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실제로 다른 곳의 도구들과 다르게 고문 기구들은 비교적 최근 만들어졌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되어 있으며 바로 얼마 전에 사용된 흔적까지 있었다.
이로 인해 지하 감옥을 지키는 몬스터들이 지속적으로 고문을 행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쩜 이렇게 지독한 광경일까요……. 이곳의 원혼들은 모두 슬프게 울부짖고 있어요…….”
원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유미가 서글픈 얼굴로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죽은 자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한편, 조금 전의 경험 때문인지 한껏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스, 스승님…… 잘 따라오고 계시죠……? 뒤에 계신 거 맞죠……?”
문득 유미가 고개를 돌리며 날 확인했다.
가뜩이나 분위기도 음산한데 원혼들의 목소리까지 들려 더욱 불안해진 것이리라.
그에 나는 최대한 믿음직한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래, 어디 안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뭣하면 어깨라도 잡아줄까?”
“그, 그래도 괜찮다면요……! 저는 좋아요……!”
내 제안에 유미는 적극 동의했다. 많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오른손을 살포시 어깨에 얹었다.
가녀린 어깨를 감싼 뒤 몇 번인가 토닥여주기도 했다.
왼손은 유사시에 비수를 던져야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상태로 놔뒀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지 유미는 한 결 편안해진 얼굴로 이야기했다.
“스승님은 손도 되게 크시네요…… 어깨가 다 감싸져서 안심이 돼요…….”
“확실히 다키님 손이 솥뚜껑 만하긴 하죠~ 그걸로 여기저기를 얼마나 주물러 댔는지~”
유미가 이야기할 때 난데없이 나나가 끼어들었다.
유미와 나란히 걷고 있는 나나였기에 대화가 들리는 건 필연적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음담패설에 유미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여, 여지저기라니…… 대체 어디를…….”
“왜요~? 궁금해요 유미 쟝~?”
“구, 궁금하지 않아요!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두 분의 밤 생활까지 참견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요!”
또 은근슬쩍 쓰리썸 각을 보는 나나에게 유미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미도 며칠 같이 다니다 보니까 나나의 패턴이 다 파악된 모양이다.
유미가 적극적으로 거절하자 나나는 “에이~ 재미없게~” 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쟤도 참 한 결 같구나.
그리 생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
문득 시야 아래에서 씰룩거리는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바니걸 비슷한 복장 때문에 한층 더 도드라진 그것은 유미가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렸다.
마치 본의와는 상관없이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의 뒤태와도 같았다.
‘세상에, 유미 엉덩이가 이렇게 컸던가……? 엉덩이는 나나 보다 큰 거 같은데……?’
떨어져서 걸을 땐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녀와 가까워지니까 필연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
던전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미친 짓인 건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저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거나 찰싹찰싹 때리고 싶었다.
“으, 으음…….”
반쯤 홀린 것처럼 유미의 엉덩이를 감상하던 순간.
앞쪽에서 곤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의 따가운 시선도 함께였다.
너무 대놓고 봐서 그런 걸까.
내 음흉한 시선이 유미한테 딱 걸려버린 것이었다.
“……!”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미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에 홍조를 띄운 유미를 보자니 뭐라 변명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일단 사과를 해야 하나? 아니면 발뺌 해?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갈 때였다.
“쉬이잇…….”
유미가 검지를 코앞에 가져가며 나지막이 소리를 냈다.
그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앞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뭐지? 용서해준 건가?
하긴 지금 같은 때 엉덩이 본 것 정도로 뭐라 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거다.
유미도 그 점을 인지하고 굳이 문제 삼지 않으려는 것이리라.
허나 유미의 반응은 비단 용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전보다 더욱 적나라하게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미는 것이었다.
그 음탕하기 그지없는 행동에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반사적으로 유미의 얼굴을 확인했는데 그녀도 슬쩍 눈을 흘겨서 날 돌아보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는 얼마든지 봐도 괜찮다는 듯 허락하고 있었다.
수줍고 얌전하던 유미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을 줄이야.
원래부터 그랬는데 숨겨온 건가?
그러고 보면 유미도 나나처럼 혈기왕성한 스무 살이다.
이성에 관심도 많고 야한 것도 하고 싶을 테지.
더군다나 산양 뿔의 효과에 꽤 오랫동안 노출된 그녀는 나에게 충분히 성욕을 품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