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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141화 (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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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서의 하룻밤

익숙한 목소리라니?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긴장한 목소리로 나나에게 물었다.

“누군데? 우리 애들이야?”

내 질문을 들으면서 나나가 샤워실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곤 얼마 안 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 쟝 목소린데…… 뭔가 이상하네요.”

“어떤 부분이 이상한데?”

“신음 소리를 내고 있어요. 그것도 꽤 야한.”

뭐?

익숙한 목소리라고 한 시점에서 유미 일행 중 한 명일 거라곤 예상했다.

허나 욕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신음 소리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유미의 신음 소리다.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저 욕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 궁금해진 것이다.

“다른 사람 목소리는 안 들려? 유미뿐이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성의 유무를 확인했다.

만일 욕실에서 들려오는 교성이 하나 뿐이 아니라면 난 큰 충격을 받고 말 것이다.

여자친구도 떡하니 있는 놈이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유미는 1회차 시절부터 내 부동의 최애캐였단 말이다.

“당장은 유미 쟝 목소리만 들려요. 혼자인 것 같은데요?”

천만다행이다. 나나의 말을 듣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유미가 이 시간에 샤워실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 나였으나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흐흐흣, 유미 쟝. 이런 시간에 샤워실에서 혼자 자위라니. 보기보다 음란하네요~”

음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나나가 발걸음을 옮겼다.

틀림없이 유미의 자위를 감상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를 파악한 나는 조건 반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야 잠깐만. 가서 뭐 어쩌려고?”

“어쩌긴요. 다키님도 유미 쟝이 보지 쑤시는 거 보고 싶지 않으세요?”

“아니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최애캐가 생기면 그 캐릭터의 벗은 모습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남자 덕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허나 유미는 비주류 게임의 캐릭터라 그런지 야짤은커녕 팬아트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내가 유미의 알몸을 보고 싶은 건 그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 대놓고 말하긴 너무 쪽팔리잖아.’

아무리 나나라고 해도 내 음습한 자아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그녀는 이미 다 꿰뚫어본 모양이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그녀는 주도적으로 내 팔을 잡아끌어 샤워실로 향했다.

“살짝 구경만 하고 다른 데로 가자구요~ 그러면 아무 문제없잖아요?”

“그, 그렇겠지……?”

조금 의외였다.

나나라면 분명 샤워실을 급습해서 쓰리썸을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엿보기만 하자니.

그녀도 여자라 그런지 유미의 심정을 배려해주는 걸까.

어찌되었든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샤워실 앞에 도착했다.

알몸으로 복도를 활보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다른 것들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이라곤 유미가 샤워실에서 자위하는 모습뿐이다.

“여자 샤워실 쪽이네…….”

목소리를 낮추며 중얼거렸다.

당연하게도 샤워실은 남성용, 여성용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유미의 목소리는 후자 쪽에서 들려왔다.

다시 한 번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우리는 여자 샤워실로 들어갔다.

물론 문을 열고 난입하지는 않았다.

샤워실에 들어가려면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문을 지나야 했다.

유미가 부주의했는지 나무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고 안쪽의 상황을 엿보았다.

“하앙…… 흐으응! 앙, 아앙! 아아앙……!”

“……!”

그곳에는 예상했던 대로 유미가 있었다.

사실 샤워실에 가까워질 때부터 목소리로 확신했다.

유미가 아무도 없는 샤워실에서 홀로 수음 행위를 하고 있음을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 현장을 목격하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달빛이 비치는 공간에서 유미의 신음 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졌다.

보지를 쑤실 때 나오는 물소리는 밤의 적막함 때문인지 유독 크게 들렸다.

샤워실 한쪽에 쭈그려 앉아 있는 유미는 속옷조차 다 벗은 완전한 알몸이었다.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수정구 아래에서 M자 다리로 자위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우효옷……!”

그 모습을 본 나나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물론 들키면 안 됐기에 최대한 목소리를 낮췄다.

다행히 자위에 집중하고 있는 유미에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유미 쟝~ 겉으론 순진해 보였는데 속은 완전 변태였네요. 저 자세 좀 봐요 다키님~”

“나, 나도 보고 있으니까 조용히 좀 해. 들키겠다.”

자위하느라 정신없어 보이긴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유미에겐 신내림이 있다.

우리가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그녀에게 깃든 여우신이 위험을 경고해줄 거다.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바로 들킬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나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숨을 죽인 채 유미를 지켜봤다.

“하아, 하아, 하앗……! 기분 좋아…… 잠지 쑤시는 거 기분 좋아아……!”

쑤컥, 쑤컥, 쑤커억!

벽에 등을 기댄 채 유미가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럴수록 유미의 보지에선 야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수정구를 틀어놔서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보지가 애액으로 흥건해진 건 곧장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잠지라니.

야한 자세에 비해서 너무나 귀여운 명칭이었다.

그 갭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어떻게 하실래요, 다키님?”

“어떡하긴 뭘?”

“저렇게 좋은 반찬이 있는데 그냥 보기만 하실 거예요?”

한창 유미의 자위쇼를 감상하고 있을 때였다.

나나가 내 귀두를 쓰다듬으면서 요염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느덧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위를 하고 있었다.

유지의 손가락 장난에 맞춰서 나 역시 빳빳하게 발기한 육봉을 흔들어댄 것이었다.

나나의 말은 비단 자위만 아니라 좀 더 기분 좋은 걸 하라는 뜻일 거다.

“유미 보면서 섹스라도 하자는 거야……?”

“에이~ 그러면 무조건 들키잖아요. 제가 대딸쳐드릴게요. 다키님도 제 보지 쑤셔주세요.”

찡긋 윙크하면서 문 앞에 주저앉는 나나.

그녀는 정액이 꿀렁꿀렁 흘러나오는 보지를 활짝 펼친 뒤 날 유혹했다.

최애캐의 자위를 보면서 여자친구랑 맞딸이라.

여태까지 해온 변태 짓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아마 프란체스카와 쓰리썸했을 때와 비슷하거나 더한 수준이겠지.

하지만 나도 그렇게 건전한 사람은 아니다.

괜히 내가 히토미 망가로 휴지끈을 늘려왔겠는가.

나나의 제안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수긍했다.

“소리 안 내게 조심해.”

“헤헤, 물론이죠.”

유미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자위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또한 자위가 끝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 틈 너머로 본 유미는 무척이나 애달파 보였다.

무언가에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격렬하게 암컷구멍을 쑤셔 대는 것이었다.

대체 뭐가 그녀를 저렇게까지 흥분하게 만들었을까.

사소한 의문을 가지며 나나의 보지에 손가락을 넣을 때였다.

“다, 다키님…….”

“하아, 하아…… 왜? 좀 더 세게 박아줘?”

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피스톤질이 부족한가 싶어서 빠르게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내 갑작스러운 자극에 나나는 한순간 입을 틀어막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으으으읏……?! 그, 그게 아니라요……! 발소리 들려요……!”

“뭐? 진짜?”

“네……! 누가 오고 있어요, 두 사람은 되는 것 같아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누구지? 어떤 놈이 이 야밤에 샤워실로 온단 말인가?

아니,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이러고 있다간 수치스러운 꼴을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나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도망치죠, 다키님……!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을 거예요……!”

“야 그런데 복도는 외길이잖아. 여기서 나가면 누가 됐든 바로 마주칠 텐데……?”

“아 맞다……!”

내 지적에 나나가 뒤늦게 복도 구조를 깨달았다.

샤워실에서 나선다고 해서 도망칠 길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누군지 모를 방문자와 맞닥뜨릴 뿐이다.

“게다가 우리가 도망치면 유미는 확실하게 들킬 거야…….”

“그, 그것도 좆되게 큰 문제네요…….”

유미의 신음 소리는 꽤 큰 편이다.

본인 딴에는 신음 소리를 감추려고 물줄기를 틀어놓은 듯한데 별 소용없었다.

설령 남자 샤워실로 들어가는 사람이라 해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수치스러운 상황뿐만 아니라 몹쓸 일도 당할지 모른다.

거기까진 비약일지 몰라도 유미를 부끄러운 상황에 던져두고 싶진 않았다.

“어떡하죠, 다키님……?!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데요……!”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다른 손님들이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왔다.

슬슬 내게도 발소리가 들렸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나에게 말했다.

“나한테 생각이 있어…… 나나 넌 일단 여자 샤워실로 들어가.”

“네? 그러면 유미 쟝이…….”

“뜸 들이면서 들어가면 유미도 잘 처신할 거야. 그리고 샤워실 안에선 벗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잖아.”

도망칠 길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있는 장소는 샤워실.

나나는 여자 샤워실로, 나는 남자 샤워실로 들어가서 씻는 척 하면 의심 받을 일 없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하죠……!”

나나도 내 생각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는지 곧장 지시에 따랐다.

나 역시 빠르게 남자 샤워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나 내 계획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하아, 하아…… 이렇게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오랜만이네. 고향에서 그랬던 거 이후로 처음인가?”

“이상한 건 잘도 기억 한 다니까. 응흣……! 그, 그보다 어디로 들어갈 거야……?”

“기왕이면 여자 샤워실에 들어가 보고 싶어. 이럴 때 아니면 못 들어가잖아.”

거리가 꽤 가까워졌는지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촉박해졌다는 뜻이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다키님 이 목소리…….”

욕실에 들어가려던 나나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도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나나에게 말했다.

“이거 니아 씨 목소리 아니야……?”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이 상황에서 니아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나의 표정을 보면 내가 정확히 들은 모양이다.

“여기서 그 언니가 왜 나와……!”

화들짝 놀란 나나 역시 경악어린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니아의 등장이 적잖게 충격적이었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한 사람의 목소리는 분명 남성의 것이었다.

또한 두 사람의 목소리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아마 그들의 관계는 연인 혹은 섹스 파트너이리라.

거기에 알몸이란 단어까지 더해지니까 기시감이 들었다.

상대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니아는 우리처럼 야외 플레이를 즐기려한 것이다.

“이게 뭔…….”

게임 세계는 정말 야겜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 아닐까?

어떻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우리처럼 변태 플레이를 하는 커플이 있을 수 있지?

더군다나 그 중 한 명이 니아라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나도, 나나도 당혹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였다.

“어……?”

“아…….”

기어이 니아 커플이 여자 샤워실 앞에 당도했다.

그것은 곧 알몸 차림의 우리와 마주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 다키야……?”

“니, 니아 씨…….”

제대로 눈이 마주친 우리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서로의 이름만 입에 담았다.

그것은 나나와 외간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나나는 반쯤 얼어붙은 채 내게 달라붙었고, 외간 남성은 나와 나나, 그리고 니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물론 우리 모두의 표정 위에는 형언할 수 없는 경악이 담겨 있었다.

이성을 붙들지 않았다면 목청껏 비명을 질렀으리라.

“어, 어째서……?! 너희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니, 니아 씨 조용히……!”

“언니 쉬이잇……!”

결국 혼란에 잡아먹힌 니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간과할 수 없었던 우리는 니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이다.

“거, 거기 누구세요?!”

“……!!”

샤워실 안쪽에서 유미가 소리쳤다.

분명 니아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리라. 한껏 경계심이 가득한 걸로 보아 곧바로 튀어나올 기세다.

안 된다. 그러면 진짜 끝장이다.

우리도 유미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긴 했지만 유미의 부끄러움과 우리의 부끄러움은 차원이 다르다.

등줄기가 서늘해진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여자 샤워실 안에 사람 있어요……! 일단 숨죠……!”

“그, 그래요……!”

정신을 못 차리는 니아와 달리 그녀와 함께 있던 남성은 내 말을 즉각 알아들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빠르게 남자 샤워실로 도망쳤다.

다행히 유미는 그쪽까지 쫓아오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내밀어서 동태를 살펴봤는데 문 주위만 몇 번 확인할 뿐이었다.

여전히 의혹을 지우지 못한 유미였지만 곧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잘못 들었나……?”

그렇게 말하고 잠시 후, 유미는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욕구도 어느 정도 해소했겠다, 소리가 불안하기도 하니 이만 방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리라.

“휴우우……!”

“하아아……!”

유미가 돌아가는 것을 본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제 3자에게 들킬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두 쌍의 커플이 알몸으로 남자 샤워실에 모여 있는 상황.

더군다나 그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 니아와 남성의 얼굴에도 그러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그렇게 불편한 침묵이 이어질 때였다.

“조, 좋은 밤이네요 언니……! 언니도 야외 노출하러 나왔어요?”

나나가 정신 나간 소리를 입에 담았다.

============================ 작품 후기 ============================

개인적으로 NTL을 좋아합니다. 이번 작품은 다소 건전하게 갈까 했는데 가끔 넣는 떡씬에 제 취향이 안 들어가면 아쉬워서 그냥 하던대로 했습니다.

다키가 애인 앞에서 니아 누님 따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의욕이 샘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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