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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115화 (1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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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자의 둥지

“어, 어이 리더…… 어떻게 할 거야……?”

검을 치켜들며 쌍검사가 물었다. 그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본능적인 공포 때문인지 칼을 쥔 손이 쉴 새 없이 떨렸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저놈은 차원이 다르다.

실버 등급에서도 나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쌍검사 랄칸이었으나 10년 가까운 모험가 생활 동안 저 정도 괴물을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저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체내의 마력부터가 격이 달라…….”

“그, 그러면 역시 도망을……?”

기사의 말에 무투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놈의 동태를 살폈다.

오랫동안 수련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마력이나 기력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사가 보기에 저 괴물은 고블린이나 거미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대다. 몸 안에 흐르는 에너지가 일반적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다.

저 놈 앞에서 자신들은 땅을 기는 벌레에 불과하다. 덤비려고 했다간 그대로 밟혀죽고 말 것이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기사는 마법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지시하면 카린 들고 먼저 도망쳐. 난 뒤 보면서 따라갈 테니까…….”

“알겠어…….”

“제발 뒤처지지 마, 리더……. 놓치는 건 페트릭 하나로 족하다고……!”

파티원들이 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도 괴물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키리리리릭.]

너희 같은 놈들을 굳이 뛰어서 잡을 필요도 없다. 놈의 여유는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길게 찢어진 입가가 이를 증명했다.

“저 자식이…….”

순간 도발 당할 뻔한 기사였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며 놈과의 간격을 쟀다.

그렇게 몇 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기사가 괴물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지금!!”

“크흐읏!”

타앗! 타다다다닥!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세 사람은 마법사를 등에 업은 채 무아지경으로 달렸다. 그 무렵 기사는 거미 괴물과 대치하여 검을 휘둘렀다.

“하아압!”

카아아아앙!!

빠른 속도로 날아든 직검. 한 방이라도 먹일 기세로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지만 기사의 참격은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키킥.]

“……!”

어느 샌가 거미 괴물의 왼팔에는 커다란 방패가 들려 있었다.

곤충의 갑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기괴한 형태의 방패는 아무렇지 않게 기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 자식 어느새……! 헛……?!”

촤좌아아악!!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미 괴물의 반대 손에는 기다란 곡도가 생성되어 있었다.

이 역시 곤충의 신체 일부로 만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자세히 보니 새끼 거미들의 앞발과 비슷했다.

“거미 주제에 무기도 다룰 줄 안다 이거냐?!”

채앵! 채애앵!

연달아 가해진 공격을 재빨리 튕겨낸 기사. 분전하는 그였지만 공격이 이어질수록 그의 기세는 점점 밀려만 갔다.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골드 등급인 날 이렇게까지 몰아간다고……?!’

비록 승급한지는 얼마 안 됐지만 기사는 이 파티에서 유일한 골드 등급이다.

한 명의 모험가로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길드에서도 베테랑으로 취급받는 실력자인 것이다.

이길 거라곤 생각 안 했지만 설마 이렇게나 열세일 줄은 몰랐다. 어느덧 기사는 거미 괴물의 움직임조차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키리이이익!!]

퍼어억!

“커허어어억……!!”

당황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 난데없이 거미 괴물이 발길질을 날렸다.

채찍처럼 날아든 긴 다리가 기사의 복부를 걷어찼다. 믿기지 않게도 다리와 부딪친 순간 기사가 입고 있던 갑옷이 크게 찌그러졌다.

“커헉……! 쿨럭, 쿨럭!!”

멀리 날아간 기사는 벽에 부딪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배가 함몰되는 고통을 느끼며 그는 연신 폐 안의 공기를 토해냈다.

[키릭…… 카 후 얀, 운타크 파할…… 키 칼루 게즈나…… 키리리리릭!]

그런 기사를 보며 거미 괴물은 조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놈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분명 고블린들의 언어였다. 허나 중간, 중간 기괴한 울음소리가 섞여 있어서 안 그래도 괴상한 언어가 더욱 기괴해졌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됐지……?’

태세를 가다듬으면서 그는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행들이 충분히 멀어졌다면 자신도 슬슬 빠질 때다. 저 괴물에게 따라잡힐지도 모르지만 나 하나 희생하는 걸로 나머지가 산다면 충분히 싼 대가다.

그런 심정으로 동료들이 무사히 도망치길 바랐는데, 곧 절망적인 광경이 기사의 눈에 들어왔다.

“리, 리더…….”

“틀렸어…… 이미 포위됐어……!”

죽기 살기로 통로를 달려간 파티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가지도 못한 채 다시 이곳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키릭, 키리리리릭.]

방금 전과 같은 살기가 그들을 짓눌렀다. 그들을 막아선 건 또 다른 거미 괴물이었다.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놈은 일행을 발견하자마자 끔찍한 울음소리를 내며 독니를 까딱거렸다.

“이런 젠장할……!!”

동료들이 다시 돌아온 걸 보며 기사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퇴로는 막혔다. 이렇게 된 이상 힘을 합쳐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사는 필사적으로 적들을 살폈다.

두 번째 놈도 첫 번째 놈과 똑같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놈들에겐 딜탱만 둘 있다는 소리다. 이쪽 보다 전략성이 떨어지며 수적으로도 우리가 더 우세하다.

잘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엔 힐러도 있고 마법사 역시 치료를 받았으니 머지않아 일어날 거다. 그렇게까지 절망적인 상황은 아닌 것이다.

“잘 들어 너희! 이렇게 된 이상 싸울 수밖에 없어! 어차피 적은 고작 둘이야! 우리가 협공하면 못 이길 것도 없다고!”

그러한 사실을 각인시키며 파티의 사기를 북돋았다.

그런다고 해서 조금 전에 느낀 위압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각오를 다질 수는 있었다.

이래봬도 산전수전 다 겪어온 실버 등급 모험가들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도 싸워야할 때는 싸울 줄 아는 이들인 것이다.

“그래……! 고블린 같이 생긴 놈이 무섭다고!”

타아앗!

적의 동태를 살피던 일행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고 거미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접근한 건 무투가였다. 그녀의 둔기 같은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키리리리릭!]

“아니……?!”

그것을 본 거미 괴물은 민첩하게 방패를 들어올렸다. 무투가의 주먹보다 거미 괴물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단순히 방패로 방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쳐낸 것이었다.

카아아앙!

새하얀 보호막이 나타나면서 격투가의 자세가 무너졌다. 방어 패링이 발동된 것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주먹은 힘없이 튕겨나갔고 빈틈을 훤히 보이게 됐다.

무투가는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아드는 곡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촤아아아악!

“아아악!!”

빈틈을 정확하게 노린 참격이 무투가의 몸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곧 살갗이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크, 크으윽……!”

눈 깜짝할 사이에 중상을 입었다.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뒤로 물러났고 무투가를 돕기 위해 쌍검사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뒤로 빠져! 회복한 다음에 한꺼번에 덤비자고!”

“미안……! 부탁할게……!”

빠르게 돌진한 쌍검사가 날개를 펼치듯 검을 휘둘렀다. 그가 휘두른 두 자루의 검이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쌍수무기의 기본 스킬, 칼새를 발동한 것이었다.

칼새

액티브

요구 스탯: 근력 20

비용: 50 기력

사용 조건: 쌍수 무기 착용

습득 방법: 운명 항목에서 습득

효과: 빠르게 돌진하여 날개를 펼치듯 횡 공격을 가한다. 최대 5미터까지 돌진할 수 있으며 +120퍼센트의 참격 피해를 가한다. 다른 스킬과 연계해서 사용했다면 무기를 두 차례 휘둘러 +50퍼센트의 추가타를 가한다.

쌍수무기 스킬 중에는 다른 스킬과 연계할 경우 추가 효과를 발동하는 스킬이 많다.

칼새는 그 중에서도 시동기이자 돌진기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스킬로 적에게 접근할 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더군다나 쌍검사가 노린 곳은 거미 괴물의 하단. 방패로는 쉽게 막을 수 없을 거다.

이를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면 가차 없이 연계 공격을 가하리라. 그때쯤엔 무투가가 회복이 끝날 테니 두 사람이 함께 방어를 무너뜨리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파아악!!

“……?!”

거미 괴물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토록 무거운 방패와 곡도를 장비하고 있으면서 천장까지 점프한 것이었다.

“이게 말이 돼……?!”

거기에 더해 거미처럼 천장을 기어 다니는 놈을 보며 쌍검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키리리리릭!]

공격을 피한 놈은 다시금 지상으로 뛰어내려 곡도를 휘둘렀다. 쌍검사는 이를 악물면서 이를 막아냈다. 자신도 패링을 시도할 생각이었다.

[카아아아아악!!]

“크흐으으윽?!”

미친 듯이 곡도를 휘두르며 괴성을 내지르는 거미 괴물. 놈의 공격 속도는 쌍검사가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민첩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튕겨내기는커녕 방어조차 쉽지 않았다.

채앵! 챙! 챙! 채앵! 채애앵!

쇳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칼날 사이에서 불똥이 튀었다. 쌍검사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았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죽는다. 쌍검사에게 거미 괴물의 곡도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단두대처럼 보였다.

허나 치열한 공방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쌍검사의 가드 게이지가 바닥난 것이었다.

쩌적……!

“안 돼, 칼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쌍검사의 무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 본 쌍검사가 당황하며 물러나려는 순간, 거미 괴물이 있는 힘껏 내려 베기를 가했다.

[키리이이익!!]

카아아아앙!

불길한 소리와 함께 두 자루의 검이 박살났다.

쌍검사의 무기는 수많은 파편이 되어 허공에 흩날렸고 거미 괴물의 곡도가 그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이런 씨……!”

푸후욱!!

“랄칸!!”

끝내 날카로운 칼끝이 쌍검사의 복부를 관통했다.

치료를 받은 격투가가 뒤늦게 가세했지만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었다. 거미 괴물은 격투가의 팔이 닿기도 전에 칼을 뽑아 그녀를 베어 넘겼다.

촤아악!

“끄하아아악!!”

앞으로 내지른 팔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절단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과 거미 괴물이 방패를 휘두르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퍼허억!

“커헉……?!”

방패에 머리를 가격당한 격투가는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그녀는 끝내 힘없이 쓰러졌으며 거미 괴물은 승리에 도취한 듯 크게 포효했다.

[키케에에에엑!!]

“마, 맙소사…… 두 사람이 벌써 당했단 말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파티장이 경악을 터뜨렸다.

실버 등급 모험가를 저렇게나 쉽게 쓰러뜨리다니.

이로써 한 가지 확실해졌다. 거미 괴물은 못 해도 골드 상위, 더 나아가면 플레티넘에 근접한 전투력이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눈앞에 있는 거미 괴물이 너무나 거대해보였다.

지금까진 방패로 어떻게든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것조차 슬슬 한계다. 하물며 이제 2대 1의 상황. 이쪽이 이길 가망은 없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입술을 깨물며 기사는 사제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에서 멀쩡한 사람이라곤 자신과 여사제 뿐이다. 자신들 외에는 다들 죽기 일보 직전이거나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악화되는 전황 속에서 파티장은 잔인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자신과 여사제라도 살아야 한다. 동료들의 부상을 생각하면 그녀 혼자서 전부 치료하는 건 불가능하다.

비전투 상태라면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 사람 살리는 것만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애당초 회복 주문이 완성될 때까지 자신이 버텨줄 수 있을지도 의문. 실패는 곧 전멸로 이어진다.

그렇게 될 바에야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동료들을 버리는 편이 훨씬 낫다.

“비켜라 괴물 자식!!”

퍼어억!

침음을 삼키며 거미 괴물을 밀쳐냈다. 그가 들고 있는 타워 실드에 녹색 오라가 휘감겼다.

[키리이이익!]

곡도를 휘두르던 거미 괴물은 그대로 얼굴을 직격당하여 경직에 빠졌다. 방패 전용 스킬, 방패 후려치기의 효과 덕분이었다.

그렇게 상대하고 있던 놈에게서 벗어난 기사는 즉시 사제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보호하며 다른 길로 달려야 한다. 쓰러진 동료들이 있으니 운이 좋으면 자신들은 추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약한 희망을 품으며 초조하게 움직일 때였다.

무언가가 기사의 목을 휘감았다.

“컥?!”

외마디 비명을 흘리며 스스로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기사.

웬 끈적끈적한 실 같은 것이 목을 조르고 있었다.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쳤으나 소용없었다.

[키릭, 키리릭, 키리리리릭.]

그는 서서히 뒤쪽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세 번째 거미 괴물이었다.

기다란 거미줄이 놈의 입과 연결되어 있는 게 보였다. 무기를 들지 않은 그 놈은 거미줄을 잡아당겨 기사를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놈에게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숨이 막혀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거미 괴물은 이윽고 파티장의 목덜미에 독니를 박아 넣었다.

푸후욱!

“크아아아악!!”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기분 나쁜 액체가 혈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기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거미 괴물이 양팔을 붙잡아 저항하는 것도 힘들었다.

고통은 갈수록 심해졌고 독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리, 리더어어어!!”

여사제의 비명 소리가 동굴 가득 울려 퍼졌다.

이대로 끝인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기사는 여사제를 바라보았다.

“도, 도망…… 빨리…… 도망, 쳐……!”

잘 떨어지지도 않는 입술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도망치라고 애원했다.

물론 무리였다. 이미 두 마리의 거미 괴물이 여사제를 에워쌌다.

주위에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려왔다. 숨어 있던 새끼 거미들까지 그들을 포식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다.

[키이익! 키기이이익!]

[키리릭! 키릭! 키리릭!]

[키에에에엑! 끼기이이익!!]

“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다가오는 거미들을 보며 사제는 필사적으로 홀장을 휘둘렀다. 허나 그녀의 미약하기 그지없는 저항은 거미들에게 어떤 위협도 주지 못했다.

비웃음처럼 들리는 울음소리가 그녀의 공포심을 가중시켰고 선두에 있던 거미 괴물 한 마리가 그녀에게 곡도를 휘둘렀다.

아니, 정확히는 휘두르려고 했다.

[키…… 릭……?]

푸화아아악!!

팔을 위로 치켜든 순간 놈의 팔을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체액과 피가 뒤섞인 기이한 액체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어, 어어……?”

[키리이이이이이익!!]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사제는 아연실색했고 거미 괴물은 비명을 질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영문 모를 상황의 원인을 찾기 위하여 사제는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직후 그녀의 눈에는 검은색 가면을 비껴 쓴 팬티 차림의 남자, 다키가 들어왔다.

“수컷 둘이서 여자 하나 둘러싸고 뭐하냐?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좀 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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