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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98화 (98/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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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랭크 모험가 감다키

나나의 어깨를 끌어안고 귀에 입을 가져갔다. 내 숨결이 귀에 닿을 때마다 나나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한층 더 가빠진 숨소리는 그녀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표면적을 보여주었다.

“츄르읏…….”

“흥으으으읏?!”

점점 달아오르는 나나를 보면서 이내 귀를 핥았다.

길고 뾰족한 귀를 한 차례 넓게 핥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나나는 몸을 크게 떨면서 신음을 터뜨렸다.

“츄르웁, 쮸우웁…… 기분 좋아?”

“하앗, 하앙……! 네, 네헤엥……! 기분 좋아요오오……!”

그런 반응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귀를 빨았다. 비단 표면을 핥는 것뿐만이 아니라 아예 입에 물고 쪽쪽 빨아댄 것이다.

“쮸웁, 쮸으웁, 쮸우웁……!”

“히으으으응! 좋아요……! 좀 더 혀 굴려가면서 질척하게엣……! 아항! 하아앙!”

과연 종족 특유의 성감대라서 그런가. 내 혀 놀림이 집요해질수록 나나의 얼굴은 시시각각 풀어졌다. 혀를 길게 내민 채 침을 흘려대고 눈동자는 서서히 위쪽으로 향했다.

이 얼마나 음탕한 모습인가. 진짜 야겜에서 나오는 엘프를 보는 것 같다. 지금 나나의 모습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 야했다.

“쮸우웁…… 츄르읍…… 젖꼭지 엄청 섰네. 그렇게 흥분 돼?”

“히으응?! 다, 다키니이임…… 꼭지 그렇게 잡아당기시면 안 돼요오오……!”

다시금 귀끝을 느긋하게 핥으면서 나나의 젖가슴을 쥐었다. 풍만한 G컵의 거유가 내 손길에 따라 출렁거렸다.

어찌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지 조금만 움켜쥐어도 내 손가락이 파묻힐 정도였다. 그 훌륭한 촉감을 만끽하면서 유두를 꼬집자 가뜩이나 발딱 선 유두가 더욱 단단해졌다.

그 후로도 나는 나나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양쪽 귀를 번갈아가며 빨아줬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섹스까지 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진 무리일 듯했다.

아무리 안전지대에 있다고 해도 이곳은 던전. 섹스하느라 힘을 빼면 모험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하물며 지나가는 사람이 우연히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적당히 애무하는 선에서 그쳤다. 나나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한 듯했다. 내가 귀에서 입을 뗄 무렵 그녀의 얼굴엔 황홀한 쾌감이 담겨 있었다.

“이제 좀 괜찮겠어?”

“네, 네에……! 다키님이 귀 빨아주는 거 너무 좋아요오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뺨을 감싸는 나나. 정말 어지간히도 기분 좋아 보인다. 가뜩이나 예쁜 애가 표정까지 풀어져버리니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요염함이 흘러나왔다.

안 되겠다. 던전 클리어하면 마을로 돌아가자마자 나나랑 여관부터 들어가야지.

저렇게 꼴리는 모습을 보고 두발 뻗고 잘 수 있을 리 없다. 밤새도록 박지 않으면 잠을 설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나나의 다소 황당한 부탁을 들어준 뒤 우리는 여신상에 등을 기댄 채 10분 정도 휴식했다.

드넓은 초원을 1시간 동안 걸은 뒤 곧장 트롤 슬레이어들과의 전투, 그 후에는 시체 처리하고 또다시 고블린들과의 전투.

장거리 이동과 연이은 전투로 나도, 나나도 꽤나 피로해져 있었다. 피로도 수치를 확인해 보니 최대 8인 피로도가 3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런 와중 편하게 휴식을 취하니 정말 꿀 같았다. 여신상 곁에 있으니까 어쩐지 기분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편히 쉬던 도중, 나나가 문득 질문을 건넸다.

“다키님 저 또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응? 뭔데?”

“저희가 고블린들 만난 건 초입이잖아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을 텐데 동굴 초입에서 습격이 벌어진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럴싸한 질문이다. 이게 흔한 RPG 게임이 아닌 이상 이미 클리어한 구간에서 몹이 다시 나오는 건 확실히 이상하니까.

나는 그런 나나의 의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이 동굴은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고 안쪽엔 고블린들이 엄청 많아. 다른 길에서 튀어나온 고블린이 먼저 죽은 놈들을 대신해서 입구에 서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지.”

실제로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도 여러 갈림길이 있었다. 남쪽 동굴 자체가 엄청나게 큰 동굴이어서 통로도, 출구도 여럿 존재하는 것이다.

“흠흠, 그렇군요! 그러면 다른 모험가들은 그 수많은 통로를 돌아다니는 중이겠네요?”

“아마 그럴 거야. 우리가 안간 길에선 벌써 고블린들이 수십 마리 잡혔을지도 모르겠네.”

“앗, 그건 안 돼요! 저희도 서두르죠! 고블린 새끼들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스까지 잡아버리면 곤란하잖아요!”

내 말에 나나가 의욕을 불태웠다. 쾌감의 후유증이 어느 정도 가셨는지 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졌다.

성급하게 나서려는 나나를 보며 나는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여기 보스는 절대 만만하지 않거든. 칠흑검 정도는 돼야 비벼볼 수 있을걸?”

“네? 여기 그렇게 어려운 던전이었어요?”

그 말에 나나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곳에 오게 된 발단이 고블린 퇴치였으니 저렇게 반응할 만도 하다.

나는 진지한 기색으로 나나의 말에 수긍했다.

“사실 고블린들만 나오는 초반부는 던전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 내가 전에 말했었지? 어떤 장소를 던전이라고 부르는지.”

“분명 재앙신이라는 놈들이 있는 곳을 던전이라 부른다고…….”

“그래, 난 편의상 몹들 모여 있는 장소는 다 던전이라 뭉뚱그려 부르는데 공식 설정대로라면 동굴 초반부는 그냥 몬스터 소굴이라 부르는 게 맞아. 진짜 던전은 중반부부터지.”

여기까지 말하자 나나도 무언가를 알아챈 듯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면서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 그러면 이 동굴 안에 재앙신이 있다는 거예요?”

“진짜 재앙신까지는 아니고 재앙신에 준하는 놈이야. 뭐 하백 같은 하급 신보단 세지만.”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하백은 그렇게까지 센 보스가 아니다. 재앙신 타이틀을 달고 있는 주제에 미니 보스로 분류되는 약한 신인 것이다.

그에 반해 이 앞에 있는 놈은 엄연히 보스로 분류되는 몬스터다. 필수 보스까지는 아니나 그래도 가디스 던전의 몬스터들 중에서도 꽤 강력한 축에 드는 보스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고블린 소굴은 훼이크고 안쪽에는 지옥도가 펼쳐져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보스방과 가까워지는 중후반부부터는 고블린들이랑 비교도 할 수 없는 몬스터가 나와. 트롤 슬레이어 같은 놈들도 보스방 근처에도 못갈 걸.”

무엇보다 길드는 고블린 퇴치를 위해 모험가들을 보냈지, 재앙신을 퇴치하라 보낸 게 아니다.

그 말은 즉 모험가들의 평균 스펙이 던전이 요구하는 스펙보다 한참 낮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칠흑검급의 클랜이 고작 고블린 토벌 때문에 움직일 것 같지도 않으니 이 던전은 남에게 빼앗길 일이 없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나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리라.

“그러니까 서둘러서 가는 것보단 긴장 늦추지 말고 천천히 공략하는 게 좋아. 소울류 게임이 다 그렇듯이 한 번 실수하면 고인물도 골로 가거든.”

“지당하신 말씀이네요! 저도 정신머리 꽉 붙들고 있을게요!”

내 조언에 나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사에 밝고 활기찬 그녀였지만 목숨이 오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긴장되는 듯했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 게 보였다.

좋은 반응이다. 적당한 공포심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이로써 그녀는 한층 더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꿀 같은 휴식을 취한 우리는 이내 여신상을 벗어나 공략을 재개했다.

넓은 통로를 나아가던 도중 몇 번인가 고블린 무리와 조우했지만 전부 손쉽게 처리했다.

고블린들은 자체적인 스펙이 약한 만큼 매복과 집단 전투에 많이 의존한다.

허나 매복 위치는 내가 전부 꿰고 있고 단체로 몰려들면 나나가 찬광으로 무력화시키면 되니  한 마리가 덤벼들든 여러 마리가 덤벼들든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매 순간마다 적절한 대응을 해서 그런 것이다. 만약 우리가 고블린들이 약한 몹이라고 방심했었다면 분명히 피를 봤을 것이다.

“흐흐흥~ 흐흥~ 이번에도 아주 풍년이네요~ 이걸로 12000아웬은 벌었겠어요!”

벌써 다섯 번째 전투를 마친 후 나나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고블린들의 귀를 베었다.

고블린들이라면 질색을 하는 그녀였지만 역시 돈 앞에서는 솔직한 모양이다. 한 마리당 5만원씩 하는 고블린들이 떼거지로 와서 죽어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 증거로 나나는 고블린들 귀가 무슨 현금 다발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히 가방 안에 넣었다. 저 애가 정말 조금 전 고블린 목소리 듣고 질색하던 애가 맞나 싶다.

“역시 세상 만물 중엔 쓸모없는 게 없네요! 좆같은 고블린 새끼들도 죽어서 우리에게 돈을 안겨주잖아요!”

나보다 성실하게 고블린들 귀를 자르면서 나나가 말했다.

능숙하게 단검의 피를 닦아내는 그녀를 보면 진짜 사이코패스 살인강도를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죽인 건 사람이 아니라 고블린이지만 말이다.

“세어 보니까 딱 25쌍이더라. 우리 벌써 12500아웬이나 벌었어.”

“꺄아~! 너무 좋아요! 하루 일당이 120만원을 넘긴 거잖아요!”

“이제 좀 고블린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나 역시 단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에 나나는 엄격 진지 근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말엔 절대 동의할 수 없지만 고블린들이 유용하단 건 인정하죠!”

“그래, 그래. 어련하시겠어.”

“그보다 25마리라니! 이러다 저희가 50마리 전부 잡아버리는 거 아니에요? 2만 5천 아웬이 온전히 저희 손에 들어오는 거죠!”

신이 난 나나가 가방을 메며 소리쳤다. 텐션이 한층 더 올라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서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오늘 안에 다 잡는 건 무리지. 애초에 고블린들은 50마리만 있는 게 아니고.”

“네? 길드에서 저희한테 잘못 가르쳐준 거예요?”

“잘못 가르쳐줬다고 해야 하나…… 애초에 걔네들도 추측해서 말한 거잖아. 직접 들어와서 일일이 센 것도 아니니까 정확히는 모르는 거지.”

모험가 길드는 어디까지나 목격자의 증언이나 길드 소속 조사대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의뢰서를 작성한다.

길드 측에서도 최대한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그게 100퍼센트 맞을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애당초 모험가가 왜 모험가겠는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도 맞설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기에 모험가라 부르는 것이다.

길드가 준 정보와 실질적인 의뢰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길드도 고블린들이 이렇게나 대규모 집단을 이루고 있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들 말로는 100마리가 넘어서면 인근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거라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동굴 안에 있는 고블린들은 이미 100마리가 훌쩍 넘었다.

아직까지 인근 마을에 심각한 피해가 없는 이유는 고블린들이 모종의 이유로 동굴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곳의 보스와 관련되어 있다.

“어쨌든 고블린 한 마리당 500아웬인 건 마찬가지잖아요! 돈벌이만 더 늘어나고 좋네요!”

“너무 고블린한테만 매달릴 거 없어. 고블린 100마리 잡는 것보다 던전 클리어해서 보상 챙기는 게 훨씬 더 이득이거든.”

고블린 토벌 때문에 오긴 했지만 고블린들의 귀는 부수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던전 클리어. 재앙신에 준하는 보스를 잡고 놈이 보상방에 숨겨둔 보물들을 획득하는 것이다.

어차피 고블린들이야 다른 모험가들이 잡아줄 테니 우리는 진행 루트로만 쭉쭉 나아가면 된다.

“고블린 귀 100개 보다 값진 보물이라니, 어떤 보물일지 궁금하네요! 산더미처럼 쌓인 금괴라거나 뭐 그런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비싸기는 금덩이 보다 비쌀걸. 대충 예술 작품이라 생각하면 돼.”

“오옹~ 듣기만 해도 비쌀 것 같군요!”

그렇게 보물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던 순간이었다.

“응?”

나나가 갑작스레 멈춰 섰다. 한 차례 귀를 쫑긋거린 그녀는 오른쪽 통로를 바라보았다.

마침 갈림길이 나온 참이었는데 나나가 바라본 곳은 진행 루트와 반대되는 방향이었다. 그곳을 가리키며 나나가 입을 열었다.

“다키님 저기서 무슨 소리가 들려요! 아무래도 고블린 같아요!”

“고블린? 몇 마리 정도 있는데?”

“으으음…… 대충 열…… 아니, 열다섯 마리는 족히 있는 것 같네요!”

열다섯 마리의 고블린이라. 그 정도 규모의 무리면 상위종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샤먼이라면 값진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허나 오른쪽 통로를 보던 나는 이내 무관심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저기는 몬스터가 쓸데없이 많아. 많이 싸워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까 그냥 왼쪽으로 가자.”

“으에……! 진짜요?”

내 말에 나나가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이것이 던전을 쉽게 공략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다.

가디스 던전은 기획 초기부터 노가다를 일제히 배제하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잡몹들에게선 위업 포인트를 얻을 수 없으며 필수 보스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몬스터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가능하다.

그런 게임인 만큼 불필요한 전투는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블린들이 쉬운 상대이기는 하지만 10번 싸워서 10번 다 수월하게 이길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또한 전투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스킬을 써야하고 스킬을 사용하면 기력이나 마력이 소비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강한 적이 나오는 던전 특성상 자원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다시 여신상까지 돌아오거나 야영을 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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