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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62화 (6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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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엘프녀와 야외에서

상송이 남긴 아이템들은 유독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게임 속에서 아이템이 드랍될 때 나오는 광원 이펙트를 보는 것 같았다.

아니, 이곳이 게임 세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에서 나왔던 연출이 그대로 적용된 걸지도 모른다. 체내에 박혀 있는 이코르와 다르게 자동적으로 떨어진 아이템들은 비현실적인 빛을 내는 모양이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나는 떨어진 아이템의 종류를 확인하면서 괜찮은 물건이 있나 확인했다.

“보자…… 쓸 만한 게 좀 나왔나?”

“그래도 보스몹이 떨어뜨린 템인데 다 좋은 거 아니에요?”

나와 함께 쭈그려 앉은 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꼭 그렇진 않아. 애초에 이놈은 보스몹도 아니고.”

“네? 이렇게 센 놈이 보스가 아니라구요?!”

“그래, 보스는 저기 죽어 있는 커다란 놀이야. 이놈은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나오는 일종의 이벤트 몬스터지.”

나나에게 설명해줄 무렵 드랍된 아이템들이 어느 정도 파악됐다.

상송의 보상 아이템으로 나오는 것 중 가장 유용한 아이템이라고 하면 단연 놈이 쓰는 무기들이다.

‘단죄’라는 이름의 낫과 ‘여신의 자장가’라는 이름의 무령인데, 낫은 유저들이 쓰기엔 많이 아쉬운 성능이나 무령은 동 레벨대 주술사 장비 중에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운 좋게도 이번 상송은 무령 쪽을 떨어뜨렸다.

여신의 자장가   희귀

분류: 무령  속성: 암흑

공격력: 5  저지력: 0

공격 속도: 빠름

내구도: 30/30   무게: 1

요구 스탯: 신념 20

보정 스탯: 신념

부가 효과: ◈ 주술 사용 시 일시적으로 신념 23 증가

◈ 스킬의 지속시간 30퍼센트 증가

◈ 소환 계열 주술의 스킬 피해량 30퍼센트 증가

[새하얀 물망초의 형상을 하고 있는 무령. 청아하고 잔잔한 음색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자장가 같다. 상송은 살아생전 단 한 명의 여신만을 섬긴 충신이다. 그는 여신의 성소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적들과 맞섰고 끝내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이 무령은 그런 상송의 평안한 영면을 바란 여신이 그의 묫자리에 남겨준 부장품이다.]

정말 이만한 무기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무령이다.

신념을 23이나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데 주술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옵션인 스킬 지속시간 증가와 스킬 데미지 증가까지 붙어 있다. 최상위급의 효과를 두 개나 가진 아이템이니 가히 1티어 장비라 해도 손색이 없다.

“아까 싸울 때는 몰랐는데 되게 예쁜 방울이네요. 그것도 무기예요?”

여신의 자장가를 보고 있으려니 나나도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그에 나는 무령을 몇 번인가 딸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령이라는 주술사 전용 무긴데 주술사라면 누구나 탐낼 정도로 좋은 옵션을 달고 있어. 아쉽게도 주술 관련 옵션만 달려 있어서 너나 나는 못 쓰지만.”

“에이~ 못 쓰면 뭐 어때요! 누구나 원하는 거라면 비싸게 팔아버리면 되죠! 힘들게 얻은 보람이 있네요!”

“뭐…… 그렇긴 하지.”

나나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나는 내심 아쉬워했다.

여신의 자장가는 그냥 팔기엔 너무 아까운 아이템이다. 획득처도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드랍율도 매우 낮다. 기껏 그런 아이템이 나왔는데 쓸 수 있는 용도가 팔아서 돈으로 바꾸는 것뿐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니까 허무한 기운이 들었다.

“아니면 주술사 동료를 구해도 되겠네요. 이 무령을 미끼로 계약하는 거죠! 좋은 무기를 쥐어주고 다키님만을 위해 싸우는 노예로 만드는 거예요!”

“아니 그건 좀…… 애초에 나 같은 놈이랑 같이 다닐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그녀 말대로 자장가를 미끼삼아 동료를 구하면 많은 주술사들이 내게 손을 내밀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정상적인 몰골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나나야 나를 원래 세계에서부터 알고 있어서 이렇게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는 거지, 게임 세계의 주민들은 나와 말도 섞으려 하지 않을 거다.

아무리 얼굴이 반반해도 팬티 한 장만 입고 다니는 변태 새끼에겐 거부감이 들지 않겠는가. 헤베나 브릴린트처럼 편견 없는 사람만 간신히 말을 붙일 수 있을 거다.

“앗, 확실히 그러네요……. 솔직히 다키님 차림새 좀 많이 부담스럽거든요……! 완전 남창 같아요!”

“나도 알고 있으니까 굳이 말 안 해줘도 돼…….”

슬픈 현실을 뒤로 하면서 무령을 가방에 넣었다. 무령 외에도 볼 만한 아이템이 꽤 있기에 하나씩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상송이 걸치고 있던 망토였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아이템 사이에서 홀로 보라색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말은 곧 다른 아이템들 보다 등급이 높다는 뜻이다.

주살의 망토   성물

분류: 망토

상승 스탯: 민첩 5

내구도: 30/30

부가 효과: 전투 시작 시 한 번에 한하여 혼령화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한 혼령화는 마력을 소모하지 않으며 캐스팅도 필요하지 않다.

[상송이 애용한 망토. 그가 섬겼던 여신이 손수 짜줬다. 세월의 풍파로 많이 헤졌지만 정성스레 새겨진 문양은 여신이 그를 얼마나 아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이템 등급은 일반, 고급, 희귀, 성물, 신화 이렇게 총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 망토는 그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물 등급답게 걸출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최상위급 회피기인 혼령화를 마력 소모도, 캐스팅도 없이 쓸 수 있게 해주는 효과라니.

비록 전투 중 1번이라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사기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 뿐이랴, 회피 능력에 영향을 주는 민첩 스탯도 무려 5나 올려준다.

나 같은 기교 계열 딜러에게 민첩은 생명줄과도 같은 스탯이기에 필수적으로 찍어줘야 한다.

지금으로선 다른 스탯이 더 급해서 투자를 미뤄두고 있었는데 덕분에 민첩 관련 스킬을 예정 보다 빨리 찍을 수 있게 됐다.

“으으음…….”

게임 세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얻은 성물급 아이템. 더군다나 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 무척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됐다.

나는 지금 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 상의, 하의를 착용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는 것은 곧 상체를 가리는 망토 역시 착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옷이 아니라 장신구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만에 하나 그렇지 않다면 지난번에 느꼈던 것과 같은 고통을 다시 한 번 경험해야 한다.

솔직히 가죽 갑옷을 입었을 때 오질라게 아팠었다.

수정쐐기를 가슴에 박는 것보다야 훨씬 덜 아팠지만 구태여 느끼고 싶은 고통은 아닌 것이다. 이를 생각하니 망토를 착용하는 게 주저되었다.

그렇게 내가 망토를 내려다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왜 그러세요, 다키님? 그것도 별로 안 좋은 거예요?”

“응? 아, 그게 아니라…….”

궁금해 하는 나나에게 내 사정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산길을 오가는 도중에도 얼핏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나는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지 금세 알아챘고 곧 한쪽 손을 번쩍 들면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 거라면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응? 뭔데?”

“망토라고 해서 꼭 어깨에 두를 필요는 없잖아요. 보니까 벨트 매는 건 괜찮아 보이는데 그것처럼 허리에 둘러보시는 거 어때요?”

듣고 보니 그렇다.

당장 나는 머리 장식인 화염의 리본을 팔에 감고 있다. 그 말은 곧 망토도 꼭 원작 게임처럼 어깨에 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리라.

“좋은 생각이다 나나야. 네 말대로 한 번 해볼게.”

나나의 말에 수긍하면서 나는 망토를 허리에 둘렀다. 어깨에 두르는 걸 허리띠처럼 감아서 없어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착용해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팬티 한 장 밖에 없는 하반신을 적당히 가려주기도 해서 오히려 정상적으로 착용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듯했다.

그 때문에 불안감도 커졌다. 내 마음에 든다는 것은 시스템 마음에는 안 들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니까.

“괜찮은 건가……?”

뭔가 쎄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반응을 기다리길 잠시, 내 몸에선 어떤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죽 갑옷을 착용했을 때처럼 푸른색 빛은 뿜어져 나오지 않았으며 허리에 두른 망토가 바람에 나부낄 뿐이었다.

“후우…… 다행이다, 괜찮나 봐.”

“헤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자 옆에 있던 나나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봤자 팬티 위에 천조가리 하나 걸친 비주얼이었지만 없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수치심이 덜해진 것을 느끼면서 나는 다른 아이템들을 주웠다.

암흑의 소용돌이를 비롯한 상송 전용 주술을 배울 수 있는 비술서 ‘주살교전.’

일시적으로 지네신을 소환하여 소환자를 보호하게 하는 소모성 아이템 ‘지네신의 허물.’

하나 같이 값진 아이템이 나왔지만 대부분 나와 나나에겐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주살교전은 주술사가 아니면 하등 쓸모가 없고 지네신의 허물 또한 신념이 30을 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무리 희귀한 아이템이라 해도 결과적으론 상점에 파는 것 외엔 써먹을 방도가 없을 듯했다.

물론 꼭 그런 아이템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는 주살의 망토처럼 내 관심을 끈 아이템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내가 마지막으로 집어든 아이템은 까마귀의 깃털을 엮어 만든 일종의 부적이었다.

아크 데몬을 처치할 때 쓴 자멸의 부적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쪽은 불길하다기 보단 신비롭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다. 동물 뼈로 장식되어 있던 자멸의 부적과 다르게 이 부적은 오닉스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장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까마귀 공주의 공물.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위한 공물. 보석 등으로 장식된 부적은 매우 공들인 티가 난다. 에리스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물건으로 그녀에게 헌상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게 마지막인 거 같네요. 드림 캐쳐 같이 생겼는데 어디에 쓰는 물건이에요?”

놓친 물건이 없나 살펴보던 나나가 공물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나는 이걸 사용할 수 있는 장소인 광장의 신당을 찾으며 나나에게 이야기해줬다.

“까마귀 공주의 공물이라고 해서 맹약 관련 아이템이야. 신단에 바치면 능력치 올려주고 그래.”

“까마귀 공주……? 오르피아……?”

“그건 또 누구니.”

나나가 이해 못할 소리를 하고 있을 무렵 신당을 발견했다.

게임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결국 지형 자체는 같아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어떻게 쓰는지 보여줄게. 따라와 봐.”

발걸음을 옮기며 나나에게 손짓했다.

서낭당 같은 나무에서 몇 걸음인가 나아가자 눈에 띄는 건축물이 하나 보였다. 자그마한 목조 건축물이었는데 지붕 쪽에 흑요석을 깎아 만든 것 같은 까마귀 장식이 붙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까마귀 공주,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섬기는 신당이다.

원전에선 까마귀하고 전혀 관련도 없을 뿐더러 황금 사과로 여신들 사이에 갈등을 빚어 트로이 전쟁의 계기가 된 여신이지만 어째서인지 가디스 던전에선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숭배 받아온 선신으로 등장한다.

이 신당도 그러한 에리스 신앙의 흔적 중 하나다. 정작 본인은 모종의 이유로 등장하지 않지만 곳곳에서 에리스 여신의 신당은 찾아볼 수 있다.

잠겨 있던 문을 놀에게서 얻은 열쇠로 열었다. 내가 신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손에 들고 있던 공물이 보라색 빛을 냈다. 그에 따라 어두운 내부도 환하게 빛났다.

“으으…… 다키님 여기 꼭 들어가야 돼요?”

내가 안쪽으로 들어가려 할 때 나나가 질색하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이 공포심으로 물들었다.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표정 위로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무서워?”

“무, 무섭지는 않은데요! 이거 완전 공포 게임에 나오는 맵 같잖아요! 저 안에서 무녀 귀신 튀어나올 것 같단 말이에요!”

“그게 무섭단 거잖아…… 그보다 이거 그림자 복도 아니래도.”

담담하게 말하긴 했지만 나도 안에 뭐가 있는지 몰랐다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까마귀 공주의 신당은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음침했다.

“그럼 나나는 밖에서 기다릴래? 어차피 금방 나올 거거든. 더 이상 몹도 없어서 안전할 거고.”

“저, 정말요? 그래도 돼요?”

“대신 이상한 소리 들리면 바로 나 불러. 혹시 모르니까 긴장도 풀지 말고.”

놀 우두머리와 상송이 죽은 시점에서 이 근방에 우리를 위협할 만한 적은 없다.

강에 떠다니던 놀들의 시체를 생각하면 남아있는 놀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어렵다. 잠깐 떨어진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으리라.

“알겠어요, 다키님! 저는 여기서 석상처럼 서 있을게요! 적이 오나, 안 오나 살펴보기도 하구요!”

내 제안에 반색하면서 나나가 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지간히도 들어가기 싫었나 보다. 그런 나나를 격려하면서 나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금방 갔다 올게.”

문을 지나 몇 걸음인가 나아가니 주위가 어둠에 뒤덮였다. 공물이 빛을 내서 아무 것도 안 보이진 않았지만 공포심을 자극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난 쫄지 않고 담담히 걸어갔다. 이곳에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쓸데없이 음침한 분위기는 보상을 숨겨두기 위한 개발진들의 수작 중 하나다. 무서워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신당 끝자락에 도착했다. 입구 쪽보다 한층 더 어두운 그곳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제단이 있었다.

참 기묘한 외관의 제단이었다.

무교와 그리스 신화가 뒤섞인 끔찍한 혼종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가디스 던전 특유의 짬뽕스러운 분위기가 잘 나타나는 장소였다.

여신에게 올리는 제사상 앞에는 아름다운 소녀의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그림 속의 주인공이 바로 이 마을에서 모셔졌던 여신 에리스다.

“여신님을 뵙습니다.”

게임 속의 캐릭터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엄숙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리스 여신에게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다. 적당히 인사를 마친 나는 공물을 제사상 위에 올려뒀다.

제사상은 신력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지 위에 올려둔 음식들이 전혀 썩지 않았다. 먹기 좋게 썰린 황근과나 과자들 사이에 공물을 올려두자 곧 반응이 왔다. 제사상 한 가운데에 있는 금속 거울이 빛을 발한 것이었다.

[그대는 여신 에리스의 염원을 이루어줬다. 여신이 그대에게 보상을 하고자 한다.]

곧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메시지가 떠올랐다. 막힘없는 진행에 안도하면서 나는 다음 메시지를 읽었다.

[단 한 번, 여신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지나친 소원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여신이 이루어줄 것이다.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라.]

“응?”

메시지를 읽던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하는 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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