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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52화 (5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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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의 영역

에어본이란 공중에 떠오른 상태를 말한다. 공중에 뜬 적은 낙법이나 비행 등의 대응 수단이 없는 한 아무 것도 못하기 때문에 지상에 내려올 때까지 온갖 추가타를 먹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고들기는 매우 고성능의 시동기다. 이 스킬만 맞추면 별의 별 스킬로 연속기를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허나 내 공격은 놈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카가아아앙!!

방패와 쾌도가 충돌했다. 직후 귀를 찢는 마찰음이 들리며 불똥이 튀어 올랐다. 놀들이 버클러를 들어서 내 공격을 가드한 것이다.

가드 상태가 되면 캐릭터는 막는 방향 한정으로 피해를 받지 않는다. 물론 받는 피해만큼 가드 게이지가 감소하고 가드 게이지가 0이 되면 한동안 방어할 수 없으나 놈들의 가드 게이지는 무려 700이나 된다.

버클러의 효과와 놈들이 가진 특수 능력까지 더해져서 어지간한 공격으론 뚫을 수 없는 견고함을 갖춘 것이다.

버클러   일반

분류: 방패   속성: 타격

공격력: 10   저지력: 8

공격 속도: 매우 느림

내구도: 35/35  무게: 5

요구 스탯: 근력 8

보정 스탯: 근력

부가 효과: ◈ 방패로 방어할 때 가드 게이지 500 상승

놀의 특수 능력

◈ 버티기 ? 방어 시 100의 가드 게이지를 추가로 얻는다.

반면 내 파고들기의 데미지는 426. 놈들의 가드를 뚫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연이어 공격을 가하면 어떻게든 뚫을 수 있겠으나 상대가 그걸 허락할 리 없다.

[크르르르릇!!]

[커흐으으응!]

놀들이 노성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리라. 더 이상 놈들의 눈빛에 공포 같은 건 담겨 있지 않았다.

오로지 날 죽이고자 하는 명백한 살의만이 날선 칼날처럼 뻗어 나올 뿐이었다.

[컹! 컹! 컹!]

놀들이 달려든다. 어느덧 둥글게 원을 그린 놈들은 나를 포위한 채 공격태세를 취했다. 퇴로도 막힌 와중에 일제히 공격당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하지만 상관없다. 애당초 내가 노린 건 지금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걸렸다.”

[……?!]

놈들이 공격하는 틈을 타 나는 또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하단이 텅 빈 놀들의 허를 찌를 스킬을 말이다.

파아아아앗!

쾌도에서 빛이 일렁거렸다. 이 역시 체내의 담긴 기력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즉 스킬 발동의 신호인 것이다.

검에 맺힌 주황색 빛이 붉게 물든 단풍처럼 변했다. 그것은 거센 바람이 되어 내 몸에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이윽고 나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휘이이이잉!!

다음 순간 내 몸이 360도 회전했다. 풍차처럼 회전하면서 놀들의 다리를 노렸다. 날 포위하는데 전념하던 놈들은 다리를 보호할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설령 생각했더라도 막아내지 못했으리라. 놈들의 둔중한 움직임으론 내 바람 같은 검격을 막아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쯔아아아앗!!”

촤자아아아악!!

[캐해애애액!!]

[깨개애애앵!]

거센 강풍과 함께 검격이 휘몰아쳤다. 쾌도가 그은 장소에는 단풍 모양의 이펙트가 선명하게 남았다.

그에 휩쓸린 놀들의 다리가 차례대로 잘려나갔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공격에 적중당한 놈들을 세찬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푸화아아악!!

하늘 위로 치솟는 강풍에 놀들의 피가 뒤섞였다. 마치 붉은색 토네이도를 보는 것 같았다. 그토록 많은 피를 뿜어낸 놀 무리는 수십 미터 상공까지 올라간 후에서야 바닥에 떨어졌다.

퍼허억!!

철퍽!

[캐해액!]

[크허어어억!!]

피가 튀기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씩 쓰러지는 놀 무리. 놈들은 이미 전투력을 상실했다.

다리를 잃은 시점에서 나와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뽑아낸 데미지는 놈들의 생명력을 아득히 상회했다. 목숨은 붙어 있지만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게 방패를 들었으면 하단도 신경 써야지. 멀뚱히 서 있기만 하면 누가 못 뚫어?”

푸후욱!

[깨개애애앵!!]

쓰러진 놀들에게 다가가 마무리를 가했다. 도망치려고 안간 힘을 쓴 놀들이었지만 허튼 발악에 불과했다. 나는 기어가는 놈들을 여유롭게 추적하여 머리에 쾌도를 박아줬다.

“너희 친구한테도 한 얘기다만, 모르면 맞는 거다.”

푸훅! 푹! 푸후욱!

[캐애앵!]

[캐객!]

놀들이 연이어 단말마를 내질렀다. 날 죽이려 한 놈들이지만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줬다.

그렇게 하여 여섯 마리의 놀들은 모조리 숨을 거뒀다. 놈들을 전부 끝장내는 데에는 불과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후우우…….”

한 차례 심호흡하면서 칼에 묻은 피를 털었다. 나는 이 순간이 제일 좋다. 나 같은 찐따도 이렇게 피를 털면 엄청 멋있어지는 것 같다. 살짝 중2스러운 간지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게 있다.

“괴, 굉장해요 다키님! 몹들이 쪽도 못 쓰고 죽어버렸잖아요! 이건 더 이상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네요!”

전투가 끝나자 나나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연신 감탄하면서 내 활약을 칭찬했다. 괜히 쑥스러워진 나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

“고작 잡몹 몇 마리 죽인 건데 뭐. 너도 전투 신분 골랐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절대 다키님처럼 못했을 거예요! 현실에서 게임처럼 움직이는 것부터가 대단한 걸요! 저였다면 저놈들한테 둘러싸이자마자 끔살 당했을 거예요!”

“그, 그런가……?”

내가 겸연쩍게 묻자 나나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어디 그뿐이게요? 쟤네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전부 예상하고 대처하셨잖아요! 마치 몹들이 다키님 의도대로 놀아나는 것 같았어요! 보는 동안 너무 신기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구요!”

거듭되는 칭찬에 나는 무어라 대답하지 못했다. 적잖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방송할 때도 이런 칭찬을 자주 듣곤 했는데 현실에서, 그것도 예쁜 여자애한테 들으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덩달아 자존감도 천정부지로 올라가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보다 조금 전에 썼던 스킬은 뭐예요?! 단풍잎이 솨아악~ 하면서 흩어진 그거요! 뭔지는 몰라도 보는 내내 엄청 멋있었어요! 귀멸의 칼날 보는 줄!”

“아아, 그거 말이지.”

궁금증 가득한 질문에 나는 쾌도를 납검하면서 대답했다.

“바닥 쓸기라는 건데 360도 회전하면서 주변에 있는 적들을 전부 공격하는 스킬이야. 인내력 낮은 적은 무조건 에어본 시켜서 꽤 유용해.”

“오오, 이름은 하나도 안 멋있는데 생각했던 대로 사기 스킬이었군요! 한 마디로 가던 버전 윈드밀이네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나에게 설명해주면서 나는 바닥 쓸기의 효과를 떠올렸다.

바닥 쓸기

액티브

요구 스탯: 기교 18

비용: 60 기력

사용 조건: 근접 무기 착용

습득 방법: 운명 항목에서 습득

효과: 무기를 휘두르며 빠르게 회전한다. 한 바퀴 회전하는 동안 근처에 있는 모든 적들에게 하단 공격을 가하여 +70퍼센트의 피해를 준다. 인내력이 50이하인 적은 인내력을 무시하고 즉시 에어본시킨다.

바닥 쓸기. 이름은 조촐하기 그지없지만 기교 빌드 캐릭터라면 필수적으로 찍어야 하는 고성능 스킬이다. 공격 범위도 넓고 발동 속도도 빨라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며 놀처럼 움직임이 굼뜬 적들은 일방적으로 맞아주기 때문이다.

하물며 여느 스킬들과는 다르게 빈틈이 많은 하단을 노려서 대처하기가 더욱 힘들다. 실제로 내가 놀들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부 이 스킬 덕분이다.

반면 바닥 쓸기가 없었다면 유린당하는 건 내 쪽이었을 거다. 방패를 든 놈들에게 무리하게 달려드는 전술도 사용하지 못했으리라.

‘역시 가디스 던전은 스킬이 최우선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몹 한 마리 잡으려면 온갖 똥꼬쇼를 하면서 사경을 헤매야했는데, 지금은 스킬 몇 번 써주는 것으로도 대여섯 마리의 몹들을 3분도 안 걸려서 잡을 수 있게 됐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가디스 던전이지만 이렇게 스킬만 적절히 사용해주면 어려운 구간도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스킬에도 상성이 있는데다가 진짜 어려운 적들은 스킬을 써도 쉽게 못 잡지만 말이다.

“그럼 적들도 다 잡은 것 같으니까 전리품만 챙기고 바로 이동하자. 아까 그랬던 것처럼 주위 좀 살펴봐줄래?”

“네 다키님! 아, 그전에 잠깐만요!”

“응?”

해체 작업에 들어가려는 나를 보며 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왜 저러는 거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자 나나가 내 머리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키님 머리 위에 웬 막대기가 떠 있는데, 빨간색 부분이 조금 줄어들었어요. 이거 HP 맞죠?”

“응? 아아, 그러고 보니 나나는 힐러라서 다른 사람 생명력이 보이겠구나.”

가디스 던전의 힐러들은 파티원의 생명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에 관해서 뭔가 상세한 설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힐러는 별로 안 키워서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지금 나나의 눈에는 내 생명력 바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줄어들어 있다는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대 맞았다는 뜻이리라.

온몸을 신의로 도배해서 그런지 맞아도 아픈 걸 잘 못 느꼈다. 확인해보니까 630의 생명력이 595로 줄어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놀들 중 하나가 발악하면서 살짝 긁은 모양이다.

“네가 생각하는 대로 생명력이 줄어든 건 맞는데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다지 큰 부상도 아니고 별로 아프지도 않거든.”

“그래도 다친 건 맞잖아요! 우리 다키님 몸에 생채기가 났는데 두고 볼 수야 없죠!”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얘기했음에도 나나는 호들갑을 떨며 홀장을 들어올렸다.

사실 신의가 보호해준 덕분에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지만 여기서 또 거절하면 나나가 시무룩해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그녀도 어엿한 힐러다. 비록 갓 만든 초기 캐릭터인데다가 게임에 대한 숙련도도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경만 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사제는 초기 스킬로 법술을 세 개나 가지고 있어서 지원가로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

“그러면 나나가 치료해줄래? 회복 주문도 연습할 겸 말이야.”

하물며 본인이 이토록 의욕적인데 힐러로 채용하지 않는 건 나한테도 손해다. 나는 살짝 저린 발목 부분을 보여주면서 나나에게 부탁했다.

“네 다키님! 맡겨만 주세요!”

그러자 나나는 신이 나서 홀장을 들이밀었다.

스킬을 사용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습득하기만 하면 사용법이 저절로 떠올라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으흠~ 어디보자~ 위대한 빛의 창세신이시여, 당신이 남겨준 내면의 빛으로 다친 자를 돌보는 걸 허락해주세요……?”

나나가 허공을 올려다보면서 주문을 외웠다.

상태창 같은 거라도 떠오른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나나는 엉성한 어조로 주문을 완성했다. 그러자 홀장 끝에서 화사한 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파아앗!

그 모습은 마치 스파클라라 부르는 자그마한 폭죽이 불빛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애니 주인공들이 불꽃놀이 편에서 손에 들고 가지고 노는 그거 말이다.

아무튼 홀장에서 쏟아져 내린 빛이 발목에 닿자 저릿한 느낌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사실 통증이라 말하기도 뭐한 수준이어서 부상이 나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생명력이 다시 630으로 돌아온 걸 보면 효과는 확실한 모양이다.

“어때요? 이제 하나도 안 아프죠!”

“그러게 아주 멀쩡해졌어.”

하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말하면 나나가 실망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애써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내 반응이 마음에 드는지 나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슴을 폈다.

“흐흥! 이걸로 저도 1인분은 할 수 있겠네요! 다치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바로 치료해드릴 테니까요!”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부담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나나는 성실한 성격이니까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전투를 돕게 하는 것도 괜찮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나에게 말했다.

“나나가 도와주면 나야 대환영이지.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위급할 때는 나보단 네 안전부터 챙기고.”

“걱정 마세요, 다키님! 저도 상황 판단은 꽤 잘 하는 편이니까요!”

어쩐지 나나가 조금 전보다 믿음직스러워진 기분이다.

사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동료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적극적으로 날 돕고자 하는 사고방식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그보다 주문은 어떻게 안 거야? 게임 관련 정보는 기억 안 난다고 하지 않았어?”

놀들의 가슴을 가르면서 은근슬쩍 질문했다. 그러자 나나는 거리낌 없이 이야기해줬다.

“아, 그거요? 스킬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눈앞에 주문이 뜨던데요? 다키님한테는 안 보이셨나요?”

“내 눈에는 그냥 허공 보고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였거든. 뭔가 했는데 주문 읽고 있었던 거구나.”

원작 게임에선 주문 영창에 관련된 튜토리얼이 딱히 없는데 게임 세계에선 저런 식으로 알려주는 모양이다.

나도 나중에 주문 계열 스킬을 배우면 저렇게 주문 내용이 허공에 떠오를까? 그런 사소한 궁금증을 품으면서 놀들의 이코르를 가방 안에 잘 넣었다.

그렇게 놈들의 몸을 뒤지던 도중이었다.

“어……?”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곳에선 절대 나오지 말아야할 물건이 놀들의 수중에서 나온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제 소설을 읽으시면서 많은 독자 여러분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소울라이크를 표방한 작품인데 소울라이크의 시초인 다크 소울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소울라이큰데 왜 다크 판타지가 아니냐, 왜 다크 소울하고 시스템이 다르냐는 부류의 코멘이 종종 보여서 이 기회에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실제로 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를 쓰게 된 계기는 다크 소울과 블러드본 같은 게임을 접한 뒤 '이런 배경으로 소설을 쓰면 재밌겠다' 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설정을 짜고 구상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분위기와 관련 설정, 게임 시스템 등을 소울 시리즈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오려 했습니다. 소울 시리즈의 컨셉, 시스템, 스토리는 저에게 우상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나 매력적이었거든요.

허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이에 관련하여 많은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게임의 배경과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오면 그냥 파쿠리인 거 아닐까, 표절하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다른 컨셉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소울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패러디 등을 집어넣되, 메인 스토리와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 시스템 등은 가급적 소울 시리즈와 다르게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울 시리즈의 컨셉과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가고 거기서 등장하는 캐릭터, 지역, 보스들을 이름만 바꿔서 등장시켰다면 소울 시리즈를 사랑하시는 분들 분들이 더 큰 재미를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창작을 하는 건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는 이에 불쾌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론 스스로가 작품의 틀을 만드는 꼴이 될 테니까요.

뭔가 쓸 데 없이 이야기가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설정 변경으로 조금 심란한 와중에 작품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까지 받게 되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이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에게 지적을 해주신 분들이 여기까지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들에게, 더 나아가서 이 작품을 보시는 독자 여러분에게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작품을 쓰게 됐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제 말이 납득되지 않으시는 독자 분은 그냥 작가가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도 반쯤 제 선택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아무튼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만족스러운 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ps. 아니 미츄리님, 귀하신 분이 이렇게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로... 부족한 작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몸둘 바를 못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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