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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47화 (47/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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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이 다니는 길

[커허어어엉!!]

[컹컹컹컹컹!]

제 자리에서 몇 번인가 짖은 놈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의 수는 총 6마리. 엊그제 마주했던 들개 무리와 비슷한 숫자였다. 어제의 나였다면 놈들에게 들킨 시점에서 이미 사망 확정이었을 거다.

허나 지금의 나는 다르다. 스킬을 배운 나에겐 6마리의 들개 무리도 호적수였다. 수가 많다고 해서 저놈들이 유리한 건 아닌 것이다.

“단순하기도 하지.”

놈들이 달려들 타이밍을 가늠했다. 거리가 시시각각 좁혀진다. 무성하게 자란 화초들이 짓밟혔고 풀잎이 흩날린다. 선두를 달리던 놈들이 내게 도약한 것이었다.

무시무시한 이빨과 날렵한 몸놀림. 보기만 해도 살벌하다. 하지만 놈의 행동은 단두대를 향해 목을 들이미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흡!”

발도 자세를 취하며 기다리길 잠시, 나는 빠르게 검을 뽑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햇빛을 반사한다. 찬란한 광채와 함께 가해진 검격이 놈들을 베어 넘겼다.

파지지지직!!

[깨개애애애앵!!]

직후, 칼날에서 청백색 뇌광이 뿜어져 나왔다.

화려한 번갯불을 초승달을 그리며 열 마리의 들개들을 한꺼번에 휩쓸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정지했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서걱!

가장 선두에 있던 놈이 두 동강이 났다. 따라오던 놈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직선으로 뻗어나간 번개를 맞고 잘게 썰린 고깃덩이가 된 것이다.

뇌광의 범위는 평범한 검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 비현실적인 칼부림은 끝내 6마리의 식인 들개를 한 합만에 전멸 시켰다.

후두두두둑!

바닥에 피가 흩뿌려졌다. 싱그러운 초목들이 붉게 물들었으며 내 몸에도 피가 튀었다.

들개들이 하나둘 씩 쓰러지는 건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곧 꽃과 풀로 장식된 화사한 땅은 들개들을 위한 도살장으로 변모했다. 허공에선 596의 데미지가 선명히 떠올라 있었다.

“후우우…….”

촤아악!

칼에 묻은 피를 털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쾌도에는 여전히 청백색 번갯불이 휘감겨 있었다. 쉴 새 없이 파지직 거리던 그것은 납검하고 나서야 간신히 모습을 감췄다.

이것이 스킬의 위력이다. 방금 전에 내가 사용한 스킬의 이름은 섬격. 15 위업 포인트를 사용하여 베운 스킬 중 요구 스탯이 가장 높은 스킬이다.

섬격

액티브

요구 스탯: 기교  23

비용: 70 기력

사용 조건: 근접 무기 착용

습득 방법: 운명 항목에서 습득

효과: 하단 자세를 취한다. 자세를 취한 상태에선 이동 속도가 대폭 감소한다. 다시 한 번 스킬을 방동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무기를 휘둘러 전방을 휩쓸어버린다. +130퍼센트의 피해를 주며 적이 공격하는 순간에 사용하면 청백색 뇌광이 일어나 대상을 경직시키고 50퍼센트의 추가 피해를 준다.

기교 계열 스킬 중에선 적이 공격하는 순간에 정확히 발동하면 추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이 많다. 이를 반격 효과라고 하는데 패링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

섬격의 반격 효과는 청백색 뇌광을 터뜨려서 적들의 경직시키는 것. 동시에 +50퍼센트의 추가 피해도 준다. 원래라면 하얀색 이펙트와 함께 적을 베는 게 끝인 스킬이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반격 효과를 발동시켜서 번개 공격이 추가된 것이다.

원래부터 좋아했던 스킬인데 역시 게임에서 사용하는 것과 직접 사용하는 것은 손맛부터가 달랐다.

칼끝에서 번개가 일렁거리는 감촉, 그것을 직접 다루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안겨주었다.

생명을 꺼뜨렸음에도 불쾌하기는커녕 상쾌한 기분마저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가고일들과 싸웠을 때처럼 가가대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영락없이 미친놈으로 보이겠지. 내가 무슨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적을 죽일 때마다 미친 듯이 쪼개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얼굴은 제대로 못 봤으나 저 마차 안에는 금발의 여성분이 들어가 계신다. 처음 만나는 여자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솟아오르는 충동을 자제하면서 마차로 접근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칼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일단 다급한 상황이라 도와주긴 했다만 들개들에게 쫓겼다고 꼭 약자라는 법은 없다.

가디스 던전의 위협은 비단 몬스터들만이 아니다.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록 옛신이 다니는 길에선 도적이나 사기꾼들이 등장하지 않지만 이곳이 마을 밖인 이상 그 어떤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게임 세계의 변수로 원작 게임과는 다른 이벤트가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게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마차 안을 들여다보려는 순간이었다.

“다, 다 끝났나요……?”

“……!”

천막 사이로 웬 여성의 얼굴이 쏙 튀어나왔다.

소심하게 얼굴만 내민 게 무척 귀여웠다. 비단 행동거지만 귀여운 게 아니라 외모 또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풀잎처럼 생기가 가득한 녹색 눈동자도,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금발도 하나 같이 매력적이기 그지없었다.

적어도 엉덩이까지는 내려올 것 같은 장발이었는데 웨이브진 형태여서 풍성한 느낌을 줬다. 마치 순금을 실로 만들어서 길게 늘어뜨려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토록 아름다운 머릿결도 그녀의 귀에 비하면 비교적 덜 특이했다.

“엘프……?”

머리카락에 한 눈이 팔려서 뒤늦게 깨달은 건데 그녀의 귀는 무척이나 길고 뾰족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엘프의 특징이었다.

설마 그 기괴한 비명 소리의 주인공이 이 귀여운 엘프 여성이란 말인가. 위화감에 휩싸인 내가 무어라 말을 잊지 못할 때 여성이 다시 한 번 질문했다.

“저, 저기요……!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여성의 목소리에는 불안함이 담겨 있었다. 하긴, 팬티만 입은 괴한이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면 무서울 만도 하지. 나였어도 온갖 불길한 생각이 다 들었을 거다.

“아, 네. 개들 말이죠? 제가 다 죽였으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이제 안전합니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 나는 개들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동시에 칼자루에서 손을 떼며 최대한 무해한 태도로 이야기했다.

물론 경계를 푼 건 아니다. 칼자루에서 손을 뗐다고 해도 나는 기습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면 즉시 뒤로 구른 뒤 전투태세를 취할 것이다.

“다행이네요……! 휴우우! 진짜 저 개새끼들 때문에 죽는 줄 알았어요……!”

시체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엘프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마차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그녀의 외모가 보다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여성이었다. 조금 앳되어 보이는 외모였지만 성인인 것 같았으며 하얀색과 금색을 기조로 한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에 쓴 베일이 꽤나 정결한 느낌을 줬다.

그렇게 여성의 몸을 살피던 나는 순간 너무나 경이로운 광경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별로 몸에 달라붙는 옷도 아닌데 가슴 쪽이 상당히 강조됐다. 그 말은 곧 그녀의 가슴이 펑퍼짐한 사제복으로도 차마 가릴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리라.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여기사 보다야 작았지만 최소한 브릴린트랑 동급, 아니 그보다 한 단계는 클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여성들 중 당당히 2위를 차지하는 웅장한 크기였던 것이다.

연일 갱신되는 기록은 내 고통만이 아닌 듯했다. 내가 그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을 무렵, 엘프녀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아무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니었으면 영락없이 잡아먹힐 뻔했는데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요! 다시 생각해도 너무 무섭네요!”

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커다란 가슴이 크게 흔들렸다. 정말 훌륭한 모핑이었다. 어쩜 저렇게 예술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거지? 설마 브래지어를 안 찬 건가?

자극적인 상상을 반복하길 수 초, 나는 지금 내 행동이 얼마나 추잡스럽고 무례한지 깨닫고 시선을 뗐다.

헤베와 브릴린트에게 너무 익숙해졌다. 그녀들이야 나에게 호감이 있는데다 조금 특이한 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변태처럼 몸을 훑어도 별 말 안 했지만 평범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을 거다.

나는 스스로의 섣부른 행동을 반성하면서 그녀에게 손사래 쳤다.

“이 정도로 뭘요. 사람이 죽을 뻔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죠. 별로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선생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신걸요!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에 나서신 건데 감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비단 말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방법으로요!”

“뭐, 뭐라고요……?”

엘프녀의 말에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물리적인 방법? 그게 뭐지? 설마 돈으로 사례하겠다는 건가?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행색을 살폈다. 가방은커녕 돈주머니 같은 것도 없었다. 지금 그녀에겐 내게 사례를 할 만한 물건이 전혀 없다. 지팡이를 보답이라며 주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이렇게 되니 문란한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진 것도 없는 수녀가 내게 물리적인 방법으로 보답을 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하물며 가디스 던전 세계관의 종교는 성에 매우 관대하다. 현실의 종교처럼 혼전 성교는 엄금한다느니,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느니 하는 딱딱한 교리는 별로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속한 종교인 ‘빛의 대신전’은 그렇다. 성직자들도 자유롭게 결혼하고 대사제도 성 문화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니 말이다.

산길에서 만난 수녀님과의 보답 야스라니.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 내 머릿속에 있는 히토미 양이 열심히 바람을 넣었다. 이 둘도 없는 기회를 어서 빨리 활용하라며 부추기는 것이었다.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된다. 괜히 가슴에 혹해서 이상한 기대하면 안 돼……!’

다른 사람이었다면 망상에 빠져 몹쓸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나는 내가 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하는 생각 중 대부분이 찐따스러운 망상이란 것도, 그 망상에 몸을 맡겼다간 좆 된다는 것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머릿속에 피어오른 망상들을 전부 뿌리쳤다.

진정하자 다키야. 여자가 나한테 말 걸어줬다고 자식에 손자까지 보는 상상은 그만 할 때도 됐잖아.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 되는 거다.

“괜찮아요. 사제님처럼 예쁜 분이 개들한테 험한 짓을 당했다면 저도 적잖게 괴로웠을…… 흡……!”

찐따 같은 망상을 하던 중이어서 그럴까. 나도 모르게 뭔 라노벨 주인공들이나 할 것 같은 칭찬을 해버렸다.

이래서야 내가 인간관계를 애니와 만화로만 배운 오타쿠 새끼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보기보다 마음이 넓으시군요! 솔직히 팬티 밖에 안 입으신 거 보고 이상한 분인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이었네요!”

낭패한 나와 다르게 엘프녀는 딱히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더욱 감격하면서 나에게 호감을 표했다. 뭔가 내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 섞여 있었지만 나는 애써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 하하…… 제가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서요. 흉한 꼴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제 3자의 관점에서 보면 팬티만 입고 여성 앞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성추행으로 보일 거다. 엘프녀의 말에는 뼈가 있었으나 이런 날 보고 웃어주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하리라.

그나저나 내 몰골을 보고도 기겁하지 않다니.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다. 내 캐릭터가 좀 반반하게 생겼다지만 팬티만 입은 꼬락서니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종족과 직업의 영향이 크겠지. 그녀의 모습을 살피던 나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엘프는 모든 종족과 조화롭기로 유명한 종족이며 그녀의 종교는 박애를 강조한다.

그러니 나처럼 이상한 놈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자 하는 걸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담담할 리가 없다.

“죄송하긴요~ 누구한테나 사정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보다 사제님은 여기서 뭘 하고 계셨던 거죠? 여긴 성직자 분이 혼자 돌아다닐 만한 장소가 아닐 텐데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녀의 의중을 떠봤다.

난 아직 그녀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이곳은 신령이 다니는 길. 본래라면 사제는커녕 산적 한 놈 나오지 않는 맵이다.

말했듯이 이곳은 길이 매우 복잡하며 신령들의 장난으로 조난당하기 쉽다. 내가 죽이긴 했지만 사람을 홀려서 잡아먹는 와호까지 돌아다니니 이 길은 오랫동안 산 아래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런 길을 혼자서 들어온 엘프녀는 수상쩍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영락없이 초기 장비다. 들개 무리는 고사하고 홀로 돌아다니는 잡몹 하나 처치하지 못할 텐데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 걸까. 그것부터가 큰 의문이었다.

내가 의심에 휩싸여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아 그게 말이죠…… 제가 조금 전까지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요…….”

어?

“갑자기 스트리머 분이 사라지시더니 정신 차리고 보니까 저도 이런 곳에 와 있지 뭐예요? 옷도 무슨 게임 캐릭터처럼 입고 있고, 귀도 길어지고…… 그래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던 참이었어요.”

어어……?

“참, 선생님은 여기 사람이니까 이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으시죠? 그러면 혹시 근처에서 이상하게 생긴 사람 못 보셨나요? 선생님처럼 팬티만 입고 있는 분인데요!”

거기까지 들은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길 잠시, 이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시청자님……?”

아무래도 이 미모의 엘프녀는 내 방송의 시청자인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사전에 예고했던 대로 내용을 전반적으로 수정했습니다. 사실 수정이라곤 해도 주인공의 예전 얼굴에 대한 묘사를 배제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걱정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딱히 이후의 플롯에 큰 지장은 없을 테니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셔도 될 듯합니다. 외모가 잘 생겨졌다고 해서 아프로디테 같은 여신들과의 접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이 부분 역시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일부 독자 분들 때문에 설정 변경을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신 듯 하여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 제가 설정 변경을 결정한 이유는 물론 독자 분들이 불만스러워하시기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제 자신이 만족하지 못해서입니다. 저는 안일한 생각으로 주인공의 외모를 결정했고 그 사실을 돌이키고 나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용을 바꾸는 것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우 쉬웠습니다. 처음부터 아오오니를 닮은 외모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테죠.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 여러분은 주인공이 되어야 하고 여러분의 분신이 될 주인공은 매력적이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 주인공을 제 얄팍한 개그 욕심으로 망쳤으니 비판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들끼리 서로를 비난하시는 일은 가급적 없었으면 합니다. 결국엔 제가 선택을 잘못했던 거니까요.

어찌되었든 기존부터 쭈욱 읽고 계셨던 분들은 굳이 처음부터 읽으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바뀐 부분도 없거든요. 헤베가 기절하는 장면을 떡씬으로 바꾼 38화 39화 정도만 읽어주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보다 이번 편에 드디어 표지 히로인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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