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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
내 도발을 기점으로 보스전이 시작됐다.
깨지 말라고 만든 던전의 대비를 장식하는, 2대 1의 불합리하기 그지없는 보스전. 나는 이를 악물며 숏소드를 움켜쥐었다.
이번 싸움은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비단 2대 1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붙들면서 눈앞에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강력한 힘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다.]
메시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실제로 뼈마디가 박살나고 내장이 뭉개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져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게임 캐릭터가 되지 않았다면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진즉에 기절했을 거다.
수정쐐기를 흡수한 상태에선 많은 행동이 제한된다.
우선 가드 게이지가 0으로 고정돼서 방어할 수 없다.
방어할 수 없으니 방어패링 또한 시도할 수 없으며 공격패링조차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패링에 성공하더라도 공격을 튕겨내기만 할 뿐 적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뛰지도 못하고 회피 속도도 느려진다. 이런 최악의 상태이상을 떠안고 보스를 두 마리씩이나 상대해야 되는 거다.
[네놈의 분별없는 모독도 여기까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염의 마신 발람이 행동에 나섰다.
카가가가각!
놈은 거대한 오른팔로 바닥을 긁으면서 사납게 달려들었다. 저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돌진 잡기 공격인 파열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발람의 대표적인 패턴인 파열. 적을 붙잡아 바닥에 내던지는 공격으로 잡히는 순간 315의 피해를 받고 곧장 다운된다.
데미지도 데미지지만 두 놈을 상대하고 있는 와중에 다운되는 건 죽음을 의미한다. 나는 아픈 몸을 채찍질하며 바닥을 굴렀다.
“크흐으으윽!!”
여느 때와 같은 구르기인데 뼈마디 하나하나가 꺾이는 듯했다. 뱃속에 있는 내장은 서서히 찢어지는 것 같았으며 격렬한 동작을 취할수록 고통이 배가 되었다.
화르르르륵!!
바닥을 구르자마자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간발의 차이로 놈의 오른팔을 피해낸 것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놈의 거대한 팔에 붙잡혀 넝마가 됐으리라.
“젠장……!”
죽음을 모면한 나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피 속도도, 이동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다리가 무거워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고역이었고 조금만 실수하면 그대로 넘어져버릴 것 같았다.
콰과아아앙!!
다음 순간 발람의 오른팔이 앞에 있는 기둥을 타격했다. 놈의 올려치기에 대리석 기둥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났다.
나는 치를 떨면서 비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발람과 세에레는 플레이어의 능력만으론 이기기 힘들다. 비석이 가지고 있는 기믹을 사용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는 것이다.
마침 공격 실패의 여파로 발람에게 빈틈이 생겼다. 이때 움직여두지 않으면 기회가 별로 없다. 머지않아 방금 전과 같은 맹렬한 공격이 연속으로 이어질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빨리할 때였다.
“……!”
위기를 직감한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직후 날카로운 얼음 칼날이 내가 있던 자리에 쏟아져 내렸다.
파바바바박!!
쩌저억!
꿰뚫린 바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세에레의 전용 패턴인 혹한의 비수였다.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발람과 다르게 놈은 원거리 공격을 자주 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공격이 저 혹한의 비수인데, 얼음으로 이루어진 비수 여섯 개를 연달아 날리는 패턴이다.
각 비수는 210의 데미지를 가졌으며 표범머리의 브레스처럼 동결 효과도 붙어 있다. 다 맞으면 무려 1260이라는 흉악한 데미지가 나온다.
게다가 날아오는 속도 또한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위험도로 따지면 발람의 파열 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저 왼딸잡이 새끼가……!”
식은땀을 흘리며 세에레를 노려보았다. 놈은 거대한 왼팔을 통해 다시금 비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차가운 냉기 속에서 만들어진 여섯 개의 비수는 빠르게 놈의 손을 떠났다.
이번에는 부채꼴로 날아올 거다. 왼팔을 뒤로 당기는 동작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격 방식을 예측한 나는 정면으로 놈을 날렸다.
후우우우웅!!
“……?!”
그때 발람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단순한 오른팔 휘두르기였다. 별 거 아닌 패턴이었지만 거대한 오른팔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다. 날카로운 손톱과 이글거리는 불꽃이 나를 향해 날아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크오오오오오오옷!!]
“이런 씨……!”
하필이면 놈은 내가 회피하는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이미 몸을 던져서 방향 전환을 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발람의 공격에 직격당할 것이다.
“제발 먹혀라!!”
타앗!
구르자마자 낙법으로 일어나며 공격 패링을 시도했다. 적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지 못하는 공격 패링은 리스크만 큰 방어 수단이다.
허나 가드도, 방어 패링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시점에선 이거 외엔 놈의 공격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촤아악!
놈의 팔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숏소드를 휘둘렀다. 청록색 궤적이 사선을 그리며 불타는 팔을 튕겨냈다.
콰아아아앙!!
팔에 나오는 소리라곤 생각할 수 없는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동시에 발람의 오른팔이 튕겨져 나갔다. 패링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헛짓이다!]
하지만 놈은 금세 자세를 가다듬고 연격을 펼쳤다. 굴삭기 같은 오른팔이 날 찢어발길 기세로 날아들었다.
비록 무방비 상태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찰나의 틈이 내게 기회를 줬다. 놈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나는 여유롭게 반격을 가했다.
“누가 모르는 줄 아나!!”
서걱!
불평을 내뱉으며 발람에게 검을 휘둘렀다. 조금 힘을 줬을 뿐인데 팔 근육이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죽기 살기로 횡 베기를 가했다.
푸화악!
공격은 성공적이었다. 놈의 옆구리가 길게 찢어지면서 붉은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사람의 혈액과는 다른, 마치 용암과도 같은 피였다. 발람을 지나친 나는 곧바로 자세를 가다듬으며 놈들의 동태를 살폈다.
발람과 세에레. 역시나 성가시기 그지없는 조합이다.
발람을 공격하려 하면 세에레가 비수를 던지고 세에레에게 접근하려 하면 발람이 가로막으니 이도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역시 썩어도 종결자의 재목이군. 수정쐐기의 힘 때문에 몸도 제대로 못 가눌 텐데 내 비수를 피한 것만으로 모자라 발람 공에게 반격까지 가하다니.]
통찰 중인 나에게 세에레가 말했다. 그 와중에도 놈은 비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6개의 작은 칼날이 아닌, 거의 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허나 아무리 발악해봤자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수정쐐기로 인한 고통, 지금 당장 끝내주마!]
콰차아아앙!!
거대한 얼음 창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세에레의 손에서 벗어난 창은 즉시 대기를 얼리면서 내게 육박해왔다. 공기가 얼어붙으며 내 등줄기도 서늘해졌다.
놈이 날린 빙결창은 혹한의 비수의 변형 패턴이다.
비수보다 느리고 발동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1260의 피해를 한 번에 가한다.
또한 착탄 지점으로부터 반경 10미터 범위를 동결시킨다. 데미지도 세고 무력화 효과까지 있는 적폐 스킬인 것이다.
쐐애애애액!
“크흐윽!!”
빙결창을 피하기 위해 몇 번이나 몸을 굴렸다. 덕분에 착탄 지점에선 벗어났으나 창에서 뿜어져 나온 얼음 안개까진 피할 수 없었다.
쩌저억!
“……!!”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식겁하며 하체를 확인했다.
허벅지 아래가 꽁꽁 얼어 있었다. 얼음 안개에 닿아 동결 상태에 빠진 것이다.
“젠장할 빨리 좀 깨져라……!”
나는 곧장 얼어붙은 다리를 숏소드로 내리쳤다.
다리가 동결된 상태에선 움직이지 못한다. 이를 해제하려면 원작 게임에서 공격키를 연타하듯이 스스로 얼음을 깨야 한다.
그렇게 얼음을 깨려고 안간 힘을 쓸 때였다.
[가소롭구나!!]
퍼어어어억!!
“커허억……!”
강렬한 충격이 내 몸을 덮쳤다.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척추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시야 아래로는 어퍼컷을 날리는 발람이 보였다. 내가 무력화된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크학! 악!! 아아악!!”
지상으로 떨어진 나는 연신 바닥을 굴렀다. 둔탁한 충격이 내 몸을 두들기길 수차례,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쿠, 쿨럭!!”
입 안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비릿한 쇠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뜩이나 온몸이 뒤틀리는 것처럼 아픈데 발람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으니 시야까지 흐릿해졌다.
이대로 기절할 수는 없다. 나는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넥타르병은 그 충격에도 용케 부서지지 않았다. 황금색 마개를 따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꿀꺽! 꿀꺽!
“푸하아!!”
두 모금 정도 마시자 몸에 생기가 돌아왔다. 괜히 불사의 신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은 각성제라도 맞은 것처럼 말끔해졌고 온몸에 난 상처도 싹 사라졌다.
하지만 고통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수정쐐기의 부작용은 넥타르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도 죽을 고비는 넘겼다. 나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다. 비단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내 계획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번쩍 떠진 눈으로 주위를 살피자 주황색 불빛이 보였다. 비석에서 뿜어져 나온 불빛이 날 에워싸고 있었다. 발람에게 맞아 비석이 있는 곳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됐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어떻게든 비석에 다다랐다. 이걸로 기믹을 발동할 여건은 갖췄다.
그 사실을 확인한 뒤 발람과 세에레를 바라보았다.
놈들은 나를 향해서 천천히 다가오는 중이었다. 발람이 정면에서, 세에레가 측면에서 거리를 좁혀왔고 어느덧 퇴로는 막혀 있었다.
[불사의 신주로군. 그런 보물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소용없다. 아무리 상처를 치료한다 해도 네놈은 우리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를 비롯한 72명의 선별자는 모두 대신大神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다. 고작 신주 한 병 가지고 있다고 해서 우리들에게 당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마라.]
발람과 세에레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방금 전에 받은 피해는 넥타르 두 모금으로 전부 상쇄됐지만 놈들에겐 하찮은 발버둥으로 보일 거다.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회복해봤자 나는 한 대만 맞아도 빈사를 면치 못한다. 세에레의 빙결창이나 발람의 파열 등에 직격당하면 즉사할 수도 있다.
놈들이 느긋하게 걸어오는 이유도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해서이리라.
아니, 애당초 이것을 싸움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기색이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발악하는 벌레에 지나지 않으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상대다.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은 벌레가 주위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전력을 낼 필요 따윈 없다. 저놈과 우리 사이에는 압도적인 격차가 있다. 그런 오만함이 놈들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놈들의 패인이 될 거다.
놈들이 방심할수록 내 계획은 더 완벽해질 테니까.
“…….”
마신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저항할 의지도, 싸울 힘도 남지 않은 사람처럼 말이다.
절망감이 가득한 기색으로 무릎 꿇자 마신들은 만족스러운 어조로 이야기했다.
[드디어 분수를 깨달은 모양이군. 우리들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네놈은 그저 도망칠 줄밖에 모르는 원숭이일 뿐. 고통을 느끼며 굴러다닐 바에야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네놈에게도 좋을 거다.]
[우리에게도 악감정은 없다 찬탈자여. 그대가 위대한 자의 유산을 탐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터.]
세에레는 날 비웃었고 발람은 안타까운 어조로 얘기했다.
놈들은 내가 포기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역시 오만하기 그지없는 놈들이다. 아니면 내가 연기를 잘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나는 최대한 무기력한 모습을 가장하며 놈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하다못해 고통 없이 끝내주마. 영원한 밤이 그대의 영혼을 품어주길 기원하지.]
화르르르륵!!
예상대로 날 죽이기 위해 나선 건 발람이었다. 세에레는 내가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허나 발람이 다가온 시점에서 저놈의 감시는 하등 쓸모가 없다.
가까이, 조금만 더 가까이.
그렇게 생각하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발람은 이윽고 내가 원하는 위치까지 다다랐다.
후우웅!!
다음 순간 불길에 휩싸인 팔이 내게 날아들었다. 내가 목이 빠지도록 기다린 순간이었다.
거대한 팔이 내 몸을 압살하기 직전, 나는 기습적으로 후퇴했다.
타앗!
[……! 또 허튼 짓을!!]
내가 공격을 피하자 발람이 노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곧 놈의 분노는 당황으로 바뀌었다.
날 쫓으려던 발람의 팔이 내 뒤에 있는 주황색 비석을 타격한 것이다.
[……!!]
콰와아아앙!
굉음과 함께 비석이 산산조각 났다. 직후 부서진 석재 사이에서 주황색 불빛이 흘러나왔다.
비석 안에 들어있던 불빛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불안하게 일렁였다. 그것이 나타나자마자 나는 빛을 향해 몸을 던졌다.
[어딜 감히!!]
뒤에서 지켜보던 세에레가 비수를 날렸다. 필사적으로 피해봤지만 이동 속도도, 회피 속도도 전부 감소해서 완벽히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푸후욱!
“끄흐으으윽!”
결국 어깻죽지에 비수 하나가 박혔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빛을 향해 다가갔다. 가죽 갑옷으로 만든 신의 덕분에 버틸 만했다.
뒤에서 발람의 팔이 날아들기 직전, 나는 있는 힘껏 검을 움켜쥐었다.
“쯔아아아앗!!”
촤아아아악!
아슬아슬하게 주황색 빛에 다다랐다. 빛 앞에 도착한 나는 힘찬 기합과 함께 횡베기를 가했다. 그러자 불꽃처럼 흔들리던 빛이 모조리 숏소드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파아아아앗!!
[으허어어억?!]
[크으윽!!]
숏소드가 빛을 흡수하자 나를 기점으로 강렬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내게 손을 뻗던 발람은 그대로 튕겨져 나갔으며 옆에서 보고 있던 세에레 또한 강렬한 섬광 때문에 양팔로 눈을 가렸다.
[네놈 설마……! 비석 안에 있는 힘을 흡수하려고 일부러……!!]
뒤늦게 세에레가 내 의도를 파악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숏소드가 흡수한 주황색 빛, 아니, 황혼의 힘을 바라보았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날 너무 무시한다. 대체 무슨 근거로 너희가 나보다 세다고 확신하는 거냐? 내가 팬티만 입고 다니니까 존나 만만해 보여?”
당황하는 세에레를 향해 검끝을 향했다.
황혼의 힘을 흡수한 칼날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길어져 있었다. 마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를 보는 것 같았으며 연신 노을과도 같은 주황색 빛이 일렁였다.
처음부터 내 목적은 이 황혼의 힘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중간 중간 놈들을 공격한 건 부수적인 행동일 뿐, 내가 이리저리 굴러다닌 이유는 전부 이 상황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발람한테 한 대 맞아서 좀 추하게 계획을 성공시켰지만 뭐 어때. 성공했으니 그만이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내가 무시할 만한 인간이 아니란 걸 똑똑히 보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