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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는 자의 신전
말이 끝나자 허공에 떠오른 수정이 내게 날아왔다. 가까이서 보니까 푸른색 수정은 칼날, 혹은 쐐기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 아이템의 이름은 빛나는 수정쐐기. 내 시한부 인생을 바꿔줄 물건이자 스토리의 핵심인 중요 아이템이다.
파아아아앗!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자 두 개의 비석이 환하게 빛났다.
오른쪽은 주황색으로, 왼쪽은 흰색으로 빛났고 밝은 빛은 비석 한 가운데에 있는 홈으로 이어졌다. 그 크기가 수정쐐기와 딱 들어맞아서 마치 자신에게 넣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그…… 환영해주셔서 고맙긴 한데, 숭고한 사명이랑 황혼의 종결자가 정확히 뭐죠?”
수정쐐기를 만지작거리면서 선별자들에게 질문했다.
사실 나는 숭고한 사명이 뭔지, 황혼의 종결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부 알고 있다. 원작 게임에서 다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건 플레이어로서 아는 정보지, 캐릭터로서 아는 정보는 아니다.
플레이어 감다키는 이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게임 캐릭터 감다키는 이것들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게 맞다.
그렇기에 나는 일부러 무지함을 가장했다. 괜히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면 부자연스러워 보일 뿐이니까. 이럴 때는 모른 척 해줄 필요가 있다.
[영웅이여. 이 세상은 지금 파멸을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오만한 신들은 스스로를 군주라 칭하며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그 중에서 미쳐버린 자들이 재앙신이 되어 끊임없는 재액을 불러오고 있지.]
[이대로 뒀다간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이 자유를 빼앗기고 재액으로 고통 받을 터.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로지 종말뿐이다.]
내 질문에 선별자들이 진중한 어투로 설명해줬다.
그들의 이야기는 헤베가 들려준 내용과 일맥상통했으나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오직 재앙신만을 문제 삼는 헤베와 다르게 선별자들은 현세에 강림한 모든 신이 재액의 온상이라 규정하는 것이다.
[하여 위대한 자께서 우리에게 임무를 내려주셨다. 재앙을 불러오는 이계의 신들을 박멸하고 이 세상에 자유와 안녕을 가져다줄 구원자, 황혼의 종결자라는 찾으라는 임무였다.]
[그대가 숭고한 사명을 받아들여 황혼의 종결자가 된다면 우리의 지원을 받아 신들과 맞서게 될 거다. 우리의 목적은 신들을 절멸시키고 재액을 근절하는 것. 그대는 그 숭고한 싸움의 선봉이 되는 것이다.]
요컨대 숭고한 사명이란 현세에 강림한 신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것이고, 황혼의 종결자는 그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이란 뜻이다.
인내하는 자의 신전과 선별자들은 신살자를 찾기 위한 시험장, 시험관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아니 잠깐만요. 무턱대고 이 세상에 있는 신들을 몰살하라뇨? 신들 중에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신도 있잖아요? 그런 신들도 전부 죽이란 거예요?”
경청하던 나는 예전부터 품어온 의문을 꺼냈다.
원작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계속 궁금했었다.
현세에 강림한 신들이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이다. 재앙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멀쩡한 신들도 권세가 강해지면 폭군이 되어 필멸자들을 억압하고 박해하니까.
멀쩡하면 지배하려 들고 미쳐버리면 천재지변이 돼버리니 신들이 백해무익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신이라고 해서 다 그렇지는 않다. 헤베나 브릴린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인간적이고 선량한 신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 신들은 남겨두고 재앙신, 악신들만 처치하면 되지 않을까. 왜 굳이 착한 신들까지 죽이려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대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군. 설령 필멸자에게 호의적인 신이라 해도 추악한 본성을 가진 건 매한가지다.]
[그것은 타인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끊임없는 지배욕. 그것이 있는 한 늦든 빠르든 언젠가 재액을 가져올 거다. 더 큰 권세를 갈망하여 투쟁을 반복하겠지.]
[그 과정에서 죽어나가는 건 죄 없는 필멸자들이다. 신들이 선량한지 사악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필멸자와 세계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신들은 멸절해야만 한다.]
내 질문에 선별자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신들은 태생적으로 강한 지배욕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욕과 수면욕을 가지듯이 신들은 본능적으로 타인을 지배하고 싶어 하고 추종자들에게 숭배 받고 싶어 한다.
신들에게 있어 무언가를 지배하는 행위는 식사나 숙면처럼 당연한 것이다. 하지 않으면 극심한 갈망을 느끼게 된다.
그런 신들이 한 세계에 수백, 수천 명이나 소환됐다. 개판이 안 날 리가 없다.
상대적으로 착한 신들도 이러한 본성을 버리진 못했으므로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가 다분하다. 권세를 얻기 위해선 권능을 사용해야 하고, 권능을 남발하다 보면 재앙신이 되니까.
결국엔 착한 신도 나쁜 신도 언젠가 재앙신으로 변모할 재액의 씨앗인 거다. 선별자들이 왜 그렇게 신들을 박멸하고 싶은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이 정도면 설명은 충분할 테지.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영웅이여.]
[종결자가 되어 숭고한 사명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주황색 비석에 수정쐐기를 꽂아 넣어라. 그러면 비석과 수정쐐기의 힘이 만나 그대에게 강력한 힘을 선사할 것이다.]
[만일 그럴 생각이 없다면 하얀색 비석에 꽂으면 된다. 설령 종결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대는 자격을 증명한 몸. 수정쐐기를 꽂은 뒤 얻는 결과는 그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설명을 되짚고 있을 때 선별자들이 재촉했다. 그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비석을 둘러보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주황색 비석도, 하얀색 비석도 선택해 본 적이 있다. 각각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도 알고 있다.
하얀색 비석에 꽂으면 모든 능력치가 초기화됨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은혜를 새롭게 선택할 수 있다.
스토리상에선 이를 환생이라 부른다. 이름답게 캐릭터를 재설정하는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초기화된 스탯 포인트는 한 스탯당 최대 20까지 밖에 투자할 수 없지만 현재의 스펙을 그대로 유지한 채 스탯만 재분배한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40의 스탯 총합을 가진 추방자도 환생하면 80의 스탯 포인트를 돌려받는다. 고행자의 가호를 해제하는 것과 동시에 스탯이 두 배로 상승하는 거다.
원래 내 목적은 하얀색 비석이었으나 주황색 비석에 꽂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주황색 비석을 선택하면 저 선별자라는 존재들과 맹약을 맺을 수 있다.
맹약이란 신과 계약 관계를 형성하는 가디스 던전의 주요 컨텐츠로 신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고 스킬이나 아이템 등 각종 유용한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다.
선별자들과의 맹약은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면서 퍼주는 건 엄청나게 많은 혜자 계약으로 명성 높다.
다른 신들이 귀찮은 서브 퀘스트나 아이템 모으기 등을 요구하는 반면, 선별자들은 오로지 신들을 죽이는 것, 즉 메인 스트리 진행만을 요구한다.
그래서 주황색 비석을 선택하면 초회차 기준으로 회차 진행의 난이도가 급감하게 된다.
성장 속도가 대폭 증가할 뿐만 아니라 다른 루트를 탄 캐릭터보다 최소 세 배는 강해지기 때문이다.
“…….”
수정쐐기와 비석들을 번갈아 바라본 나는 이윽고 하얀색 비석으로 다가갔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고행자의 가호는 해제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은혜를 아예 다시 선택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 전용 은혜가 내려져서 기존의 은혜는 사라지니까.
하지만 주황색 비석을 선택하면 저들이 원하는 대로 현세에 강림한 신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 다른 게임에 비유하자면 몰살 엔딩 루트를 타야 하는 것이다.
구원이니 자유를 위한 싸움이니 하지만 결국엔 무분별한 학살이다. 저놈들은 플레이어에게 학살을 부추기는 미친 새끼들이고.
그런 놈들과 연루되면 피와 죽음이 끊이지 않는 지옥도를 걷게 될 거다. 더군다나 나는 평화로운 삶을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
죽을 걱정하지 않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지 헤베랑 브릴린트랑 노닥거리면서 안락함을 누리는 삶 말이다.
고행자의 가호를 해제한 뒤에도 계속 위험한 상황과 마주해야 되는 건 사양이다. 그러니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얀색 비석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하얀색 비석에게 수정쐐기를 가져갔다.
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수정쐐기를 갖다 대자 비석이 요동쳤다. 빨리 넣어달라고 보채는 것 같았다. 반대로 주황색 비석은 실망한 것처럼 빛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미련이 느껴졌다. 아크 데몬을 처치하고 저택 뒷문으로 나올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
여기서 하얀색 비석을 선택하면 가슴 뛰는 모험과는 한없이 멀어지겠지. 기약 없는 귀환을 기다리며 리단처럼 성소에서 죽치고만 있을 거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나는 사실 안전과 귀환이 아닌 모험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잡념을 털어냈다.
솔직히 모험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헤베 같은 NPC들을 보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싫어진다. 어쩌면 이곳이야 말로 내가 바라던 이상향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모험, 도전.
그런 건 전부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괜히 게임에서 쌓은 경험 믿고 나서다가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지 않은가.
판타지 세계에 왔으니까 당장 모험을 떠나자. 이런 건 라노벨 좋아하는 중학생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다. 정상적인 사고가 박힌 성인이라면 모험 보단 안전을 도모하는 게 맞다. 그것이 현실적인 거니까.
이제 이런 걸로 미련 갖지 말자. 나는 마음을 정리하면서 하얀색 비석에 쐐기를 꽂아 넣으려 했다.
그 순간.
[결국 숭고한 사명을 저버리려는 건가. 그대 같은 낙오자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기회인데 안타깝게 됐구나.]
“뭐……?”
문득 선별자 중 하나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비교적 젊은 목소리였다. 그는 거의 도발이나 다를 바 없는 어투로 비아냥거렸다.
당황한 나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왔지만 선별자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자신이 한 말을 되풀이했다.
[낙오자가 기회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는가.]
내 선택이 명백하게 틀렸다는 기색이다. 그의 발언은 내 당혹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뭐지? 원래도 이런 대사가 있었나?
기억에 없다. 이건 틀림없이 원작 게임에 없는 대사다.
허나 내가 심란해진 이유는 선별자의 발언이 처음 듣는 대사여서가 아니다.
그는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아니, 저놈들의 정체를 생각하면 비단 기분 탓은 아니리라.
한 놈, 한 놈이 신들 못지않게 초월적인 존재이니 독심술 같은 건 얼마든지 쓸 수 있겠지.
“누구 보고 낙오자라는 거야…… 너희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천장을 올려다보며 언성을 높였다.
마음을 읽는 것까진 좋았으나 놈은 내게 해선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낙오자. 작은누나에게 심심찮게 듣던 말이다. 다른 가족들도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작은누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우리 집안에서 나는 덜떨어진 낙오자로 못 박혀 있었다.
모두에게 그런 취급을 받다보니 나조차도 스스로를 낙오자라 여기게 됐다. 은연중에 나 자신을 잘난 거 하나 없는 쓰레기 새끼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 속마음을 다른 누군가가 들춰내니 무척이나 불쾌했다.
모욕감, 수치심,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날 옳아 맸다.
저놈이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면 기분 나쁘고 말았겠으나 내 마음을 꿰뚫어보면서 얘기한 거라 도저히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별자들은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을 뿐이었다.
[그대의 얼굴에선 비굴함이 느껴진다. 분명 오랜 세월 동안 멸시당하며 살아왔겠지. 무엇 하나 뛰어난 부분 없이 다른 이들에게 열등감만 느꼈을 거다. 그대의 차갑게 식은 영혼을 보면 알 수 있다.]
“차갑게 식어 있다고……? 내 영혼이……?”
[그렇다. 수많은 좌절 끝에 얼마 안 남은 의욕마저 식어버렸군. 마치 타고 남은 잿더미를 보는 것 같다.]
거기까지 들으니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나는 어느덧 수정쐐기를 부술 듯이 움켜쥐고 있었다,
저놈들의 말대로다. 내 삶은 다른 사람의 멸시와 스스로의 열등감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를 일깨워준 것으로 모자라 선별자들은 계속해서 내 마음을 들쑤셨다.
[말해봐라 영웅이여. 그 깊은 열등감과 자괴감 속에서 그대는 무엇을 바라게 됐지? 만인에게 인정받는 것이야 말로 그대가 바라던 것 아닌가?]
“무슨 헛소리야 난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아니, 그대의 갈망은 명확하다. 열등감이 강할수록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 법이지. 비교적 최근에 꺼진 열정이 그에 대한 증거 아닌가?]
말문이 턱 막혔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건 두 말할 것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내게도 남들보다 잘 하는 게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었다.
가디스 던전도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한 거다. 나에게 있어 가디스 던전은 현실에서 벗어날 탈출구임과 동시에 유일하게 내세울 특기였던 것이다.
[그대가 계속 낙오자의 길을 걷겠다면 우리는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그대처럼 열등감을 품은 존재는 이후로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거다. 그럴 바에 숭고한 사명을 받아들여 누구보다 위대한 영웅이 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우리가 도와주겠다. 우리 72명의 지원이 있다면 그대 같은 낙오자도 만인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될 수 있다. 신들의 시대가 끝나면 이 땅에 있는 모든 필멸자가 그대의 위대함을 칭송하게 될 거다.]
내가 말없이 고개 숙이자 선별자들이 온갖 감언이설로 날 꼬드기기 시작했다.
놈들의 제안은 달콤했다.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말이다.
그들의 유혹을 듣다 보니 느닷없이 어젯밤에 꿨던 꿈이 떠올랐다.
‘제발 부탁인데…… 하고 싶은 일 말고 돈이 되는 일을 해. 너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이상 말고 현실을 쫓을 때라고.’
‘저런 새끼한테 백 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사회부적응자 새끼. 넌 그렇게 너 하고 싶은 거만 하는 낙오자로 살아.’
지금 왜 그 장면이 떠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나들에게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상이 아닌 현실을 쫓아라.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인간은 낙오자가 될 뿐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셀 수 없을 만큼 멸시당하고, 비난받았음에도 누나들 말에 따랐다.
내 이상 같은 건 그녀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비하면 어린애 투정에 불과했으니까.
방송을 하며 이상을 좇는 것보다 취업을 해서 현실을 직시하는 편이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허나 이들과 함께하면 그런 좆같은 현실 따위 직시하지 않아도 된다.
비록 업종은 다르지만 이건 내 꿈을 이룰 기회다. 72명의 선별자들이 내 꿈을 이뤄줄 것이다.
잠시간 고민한 끝에 나는 이윽고 결단을 내렸다.
“좋아…… 결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