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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자의 가호
* * *
“허억, 허억! 크흐읏!”
뷰릇! 뷰르으으읏~!!
기나긴 싸움이었다. 약 30분 동안 육봉을 흔들고 나서야 나는 사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요도에서 새하얀 분수가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분수가 터지는 것 같았다.
그것도 한 번에 찍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무슨 고장 난 수도꼭지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내가 싼 정액이었지만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가히 홍수와 비견될 정도다.
이걸 뷰지 안에 쏟아 부으면 배가 임산부처럼 부풀지 않을까? 망가 같은 상상이었지만 이 엄청난 사정량을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여, 여행자님? 잠깐 괜찮으실까요?”
“이런 씨?!”
그때였다. 문 쪽에서 헤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나는 야동 보다가 문 열리는 소리를 들은 중학생처럼 몸을 꼿꼿하게 세우며 고개를 돌렸다.
큰일 났다. 왜 찾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이럴 때 찾아오다니. 난 지금 쥬지에 묻은 정액도 제대로 씻어내지 못했단 말이다. 수건으로 대충 닦을 수도 있겠지만 밤꽃 냄새가 말도 안 되게 풍길 거다. 그런 상태에서 헤베를 만날 수는 없다.
나는 긴장하며 대답했다.
“왜, 왜 그러세요, 여신님?”
“새, 생각해 보니까 입욕제로 쓰는 약초가 다 떨어진 것 같아서요. 지금 채워드릴까 하는데 들어가도 될까요?”
“네, 네, 네?”
이제 와서 왜 입욕제 타령이지? 보통 그런 건 사람이 씻고 나간 다음에 채워 넣는 거 아니야? 없다고 해서 못 씻는 것도 아니잖아?
의문이 끊이지 않았으나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급한 용무는 아니니까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아뇨 괜찮아요. 물에서 향기도 나고 좋던데요.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아요.”
“그, 그렇군요!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방해해서 죄송해요 여행자님, 그러면 편히 쉬세요!”
헤베의 목소리가 점점 벽 쪽으로 향한다. 왜 저쪽으로 가지? 저기는 풀숲 밖에 없을 텐데?
어찌되었든 헤베는 그 말을 끝으로 욕탕을 떠났다. 뭔가 이상하리만큼 말을 더듬는 것 같았는데 왜 그런 걸까. 설마 아까 그랬던 것처럼 날 또 골탕 먹이려는 건가?
온갖 추측이 난무했지만 나로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방도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깥을 슬쩍 확인해봤는데 헤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풀숲 쪽도 들어오기 전과 똑같았다.
“흐으음…….”
여전히 수상쩍었으나 신경 끄기로 했다. 날 여러모로 고통 받게 했어도 결국엔 플레이어에게 호의적인 NPC다. 골탕 같은 것도 귀여운 장난으로 그치겠지.
사정관리 하는 것 마냥 유혹만 하고 끝내는 건 버티기 힘들지만 단순한 장난 정도야 애교로 받아줄 수 있다. 도리어 내 쪽에서 적극 권장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여신님과 친해질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으니까.
“됐고 바닥이나 치우자…….”
잡념을 떨쳐낸 나는 수건을 꺼내 바닥을 닦았다.
졸지에 바닥 청소까지 하게 된 내 신세가 참 한탄스러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냥 방치해뒀다가 목욕탕에서 딸치는 변태 새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야 이게 낫지.
* * *
“여기가 여행자님이 쓰실 방이에요.”
목욕을 마친 나는 헤베에게 숙소를 안내받았다. 어두운 복도를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걷자 나름 고풍스러운 문이 나왔다.
원작 게임에선 옛신의 성소가 하우징 기능도 겸한다. 그렇기에 신전 위층에는 족히 수십여 명은 지낼 수 있는 생활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투사의 길을 택했다면 성소를 내 집처럼 여기며 동료들에게 방을 내주거나 가구 및 장식품 등을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었을 거다.
허나 나는 투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자유로운 커스터 마이징은 할 수 없다.
지금은 그냥 호텔에서 방 하나 빌린 거라고 보면 된다. 애당초 내겐 방을 나눠 쓸 동료도, 가구 같은 걸 살 돈도 없고 말이다.
“준비된 건 많이 없지만 지내시는 데에는 문제없을 거예요. 안에 있는 가구들은 자유롭게 사용해주세요.”
그리 말하며 헤베가 방 내부를 보여주었다. 방 안에 놓여 있는 촛대에 불을 밝히자 주황색 불빛과 함께 방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오…….”
방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한 사람이 쓰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넓었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가구라곤 옷장과 침대, 그리고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넓은 공간에 비해 있는 게 너무 없어서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도 나쁠 건 없었다. 내가 여기서 뭔가 거창한 일을 할 것도 아니고 그냥 누워서 잘 공간과 물건 넣어둘 상자만 있어도 충분하다. 방 안쪽에는 화장실도 있어서 생활공간으론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좋은 방을 다 주시고…… 받기만 해서 죄송할 지경이네요.”
방을 둘러보면서 헤베에게 감사를 전했다.
여기 온 후로는 그녀에게 감사할 일 밖에 없는 것 같다. 남자의 욕구를 가지고 논 건 참을 수 없지만 그녀 덕분에 당분간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 부분은 확실히 고마워할 일이다.
“남는 방 중 아무 방이나 하나 내어드린 것뿐인걸요.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으니까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쓰세요.”
헤베가 게임처럼 친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무렵 그녀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새삼 그녀의 새하얀 인성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밀당만 안 하면 더할 나위가 없는 히로인인데 그게 참 아쉬웠다.
“지금은 이렇게 초라한 방이지만…… 언젠가는 제 방에서 단둘이…….”
“네? 지금 뭐라고요?”
문득 가슴 설레는 이야기가 들렸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자기 방에서 둘이서만 지내자고 한 거 같은데?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좋은 밤 되세요~”
질문에 회피하며 헤베가 방을 나섰다. 도망치듯 나가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헤베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 여신, 나를 또 가지고 놀 생각이다. 남자의 순정을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나 재밌나? 방을 나서는 그녀는 양쪽 뺨을 감싸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반응이 어지간히도 웃긴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이제부터 헤베에게는 어떤 기대도 걸지 않을 거다.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으니까. 뭐 게임에서 나오는 트레이너님의 명언이시다.
“여신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총총총 걸어가는 헤베를 보며 나는 무덤덤하게 손을 흔들었다.
언젠가 고백해서 혼내주마.
* * *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집이었다.
5인 가족이서 살기엔 턱없이 큰 단독 주택. 아버지가 종합병원의 원장이기에 가능한 평수였다.
“도, 돌아왔다!”
거실에 들어온 나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언제 돌아온 거지? 잠든 사이에 다시 차원 이동이라도 한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내 몸을 살펴봤다. 옷도 제대로 입고 있었고, 근육질 체형도 아니었다. 몸까지 원래대로 돌아온 듯했다.
“엄마! 아빠! 누나들! 나왔어! 내가 게임 세계에서 돌아왔다고!”
기쁜 마음에 곧장 가족들을 찾았다. 부엌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재빨리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그곳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다들 들어봐! 나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갑자기 이상한 데로 떨어졌는데 내가 하던 게임이랑 똑같은 세계였…… 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가족들에게 내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끝맺을 수 없었다. 나를 본 가족들의 시선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다.
“다 큰 놈이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고. 저런 놈이 내 아들이라니…… 쯧쯧쯧…….”
“아, 아빠……?”
타블렛을 들여다보던 아빠가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경멸이 담긴 시선이었다. 저런 놈이 내 아들이어서 부끄럽다는 눈빛.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무관심한 태도가 엿보였다.
“내버려둬요, 여보. 자기가 알아서 하겠죠. 아무리 공부해라, 공부해라 노래를 불러도 말을 안 들어먹는데 이제 와서 정신 차리겠어요? 그냥 없는 애다 생각하세요.”
“엄마……!”
나는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빠에 이어서 엄마까지 내 마음을 비수를 꽂았다. 남들한테 무시당하는 건 익숙하지만 가족들에게까지 무시당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말할 수 있지? 난 당신들 아들이잖아. 아무리 대학도 못 가고 공부도 열심히 안 했다지만 당신들이 낳은 아들이라고!
그런데 뭐? 저런 놈이 내 아들이라니? 없는 애다 생각하세요? 그런 게 친아들한테 할 말이야? 피 하나 안 섞인 누나들은 애지중지 하면서……!
“너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누나……?”
내가 울분에 찬 채 부모님을 노려볼 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누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35살인 큰누나다.
무엇 하나 잘 하는 게 없던 나와는 다르게 학창 시절 내내 수석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데다 지금은 잘 나가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 성공의 예시를 내놓으라면 당당히 손을 들 수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것이다.
“뭐, 뭔 소리야……? 내가 뭐 어쨌다고……!”
누나의 고압적인 질문에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큰누나 앞에선 나도 모르게 기가 죽는다. 나는 그녀보다 못하다. 그녀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이 들어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폐인처럼 살 거냐고 묻는 거잖아. 매일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고 있으면 부모님한테 안 미안하니? 너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 얼굴 못 들고 다니시는 거 뻔히 알면서 왜 그러는 거야?”
답답하다는 어투로 말하는 큰누나. 차분했던 얼굴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일그러졌다.
그런 누나의 눈빛은 부모님의 경멸어린 시선보다 마주하기 힘들었다. 나를 자기 동생은커녕 사람으로도 여기지 않는 눈초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훈계를 받아왔기 때문일까. 누나가 조금만 언성을 높이니까 어깨가 움츠려졌다. 허나 나도 25살 먹은 남자 새끼다. 마냥 쫄고 있을 필요는 없을뿐더러 반박할 여지도 충분하다.
“나도 일하고 있어……! 누누이 말했잖아 방송으로 돈 벌고 있다고! 변호사, 의사만 직업이야?! 스트리머도 엄연히……!”
“그래서? 그걸로 얼마나 버는데?”
“뭐……?”
“게임 하는 걸로 얼마나 버냐고. 300? 200? 아니, 100은 버니? 당장 집 나가서 방송만으로도 먹고 살라고 하면 그럴 수 있어?”
“그, 그건…….”
말문이 턱 막혔다.
내가 방송으로 버는 수입은 고작 100만원에서 150만원. 그마저도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 한 때는 몇 백 만원씩 벌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 뿐이었다.
인기가 사그라지고 방송 컨텐츠가 바닥 난 후로 내 방송 수입은 편의점 알바생 보다 적어졌다. 방송으로만 먹고 사는 건 매우 힘들 거다.
“야, 너 애초에 그리 잘 나가는 스트리머도 아니잖아. 네 채널 봤는데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는 형편없더라. 이래가지고 독립은 하겠냐?”
핸드폰을 보고 있던 작은누나도 가세했다.
큰누나보다 공격적인 말투로 얘기한 그녀는 내 뉴튜브 채널을 보여주며 멸시를 거듭했다.
무어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작은 누나의 말 중에선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잘 하는 게 없으면 기술 배워서 공장이나 다녀 한심한 새끼야. 너 하나 때문에 우리들까지 망신당하는 거 존나 짜증난다고.”
혐오 섞인 비난에 나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작은누나가 말하는 우리. 거기에 나는 없다. 작은누나에게 있어 나는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도 여기고 싶지 않은 한심한 놈인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그녀는 나와 달리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됐으니까. 나 같은 놈은 노력조차 하지 않는 낙오자로 보일 거다.
“제발 부탁인데…… 하고 싶은 일 말고 돈이 되는 일을 해. 너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이상 말고 현실을 쫓을 때라고.”
큰누나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날 생각해서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큰누나는 그저 누나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야 부모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쁨 받을 테니까. 입양아인 그녀가 친아들인 나보다 뛰어나다는 걸 입증하기엔 이것만한 게 없다.
“아 관둬 언니. 저런 새끼한테 백 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사회부적응자 새끼. 넌 그렇게 너 하고 싶은 거만 하는 낙오자로 살아.”
“그쯤 해둬라. 밥맛 떨어진다. 밥 먹을 때도 저놈 때문에 속 쓰려야겠냐?”
“맞아, 너희도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 오랜만에 우리 딸들 온다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맛보기도 전에 다 식겠다.”
맹비난하는 작은누나를 아빠와 엄마가 다그쳤다. 아빠는 여전히 혀를 차면서 날 못마땅하게 바라봤고 엄마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으며 누나들만 챙겼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이 세상 모두에게 미움 받아도 가족만큼은 최후의 방어선이 되어줘야 한다. 어디서 들은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은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나 내 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다른 누구보다도 날 무시하고 혐오한다.
내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부모님, 동생은커녕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누나들. 그런 사람들이 내 가족이다.
물론 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니, 그런데 그게 잘못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잘못한 거라곤 공부를 못한 거, 그거 하나뿐이다. 그게 그렇게 나쁜 건가? 내신 망치고 좋은 대학교 못 간 게 천벌 받을 이유라도 돼? 가족들한테 쓰레기 취급 받을 이유가 되냐고!
“엄마…… 내 밥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나는 찌질하게 그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친아들인데 밥은 해주겠지. 날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밥상 앞에는 앉혀주겠지. 미약한 희망 때문에 꼴불견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했다.
“자리 없잖아. 돈 줄 테니까 나가서 먹어.”
“뭐……?”
“애초에 이거 누나들 먹으라고 만든 건데 너까지 먹으면 모자라잖니. 누나들 오랜만에 왔는데 네가 좀 양보해.”
허나 돌아온 대답은 날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래…… 날 밥상 앞에 앉혀줄 리가 없지. 마지막으로 가족들하고 같이 밥 먹은 게 언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애정을 갈구해봤자 가족들은 내게 고개를 돌릴 뿐이다.
이런 집,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
날 좋아해주는 사람도,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는 세계……!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두근!
“크윽?!”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난데없이 통증이 느껴졌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누군가가 칼로 내 심장을 마구 찌르는 것 같았다.
털썩!
고통에 못 이긴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숨을 못 쉬겠다. 눈이 뒤집힐 정도로 아팠으며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 엄마……! 아빠악……! 아아아아아악!”
“…….”
“…….”
비명을 지르면서 부모님을 불렀다. 부모님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니. 이 사람들이 정말 내 부모는 맞긴 한 거야?
“아 병신아 조용히 좀 해! 여기 네 자리 없다고! 밥 먹는데 방해하지 말고 저리 꺼져!”
“그 나이 먹고 애처럼 왜 그러니? 설마 관심 가져달라고 연기하는 거야? 참 나…….”
누나들의 반응은 더 가관이었다. 내가 이렇게 아파하는데 엄살 부리는 줄 알고 있다. 날 걱정해주기는커녕 나잇값도 못하는 한심한 새끼라며 벌레 보듯이 내려다본다.
두근! 두근!
“끄하아아아아아아악!!”
그러는 와중에도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젠장 너무 아파!!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구급차 좀 불러줘!! 나 좀 살려달라고!!
[고행자의 가호의 페널티 발동.]
그때였다. 내 앞에 웬 메시지가 나타났다. 게임 세계에서 보던 그거였다. 선명하게 떠오른 메시지는 나에게 끔찍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기간 안에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할 시 세이브 데이터 강제 삭제.]
[앞으로 남은 기간, 143:59:59.]
============================ 작품 후기 ============================
저녁 6시쯤에 20화까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