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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자의 가호
* * *
다키가 욕탕으로 들어갈 무렵 헤베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아아……!”
온몸에 힘이 쫙 빠졌다. 태연함을 가장하면서 다키를 유혹했으나 막상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창피해애앳……!”
이는 곧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이어졌다.
다키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사실 그와 함께 있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키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그를 유혹할 때는 어땠겠는가. 그 자리에서 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으으읏…… 이래서 안 하던 짓은 하면 안 되는 건데…….”
조금 전의 행동과 달리 그녀는 이런 쪽으론 매우 미숙한 편이다.
제우스의 금지옥엽인 탓일까. 헤베의 삶에선 남녀관계니 유혹이니 하는 단어들이 일제히 배제되어 왔다. 성경험은커녕 연애경험조차 단 한 번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나 춘화로만 접해왔던 걸 직접 실천하니까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첫날밤을 맞이한 새색시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고 연신 꺄아, 꺄아 하며 비명을 질렀다. 가만히 있어도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떠올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매일 밤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불을 걷어차겠지.
허나 이는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다. 다키가 헤라클레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 냄새…… 틀림없이 헤라클레스의 것이었어…….”
자리에 주저앉은 헤베는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욕탕을 바라보았다.
성소에 처음 온 순간부터 그 체취에 완전히 홀려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같은 냄새. 너무나 매혹적인 그것은 단순한 체취 같은 게 아니다.
신들은 필멸자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느끼는지는 신들마다 다른데, 헤베의 경우는 후각을 통해서 영혼의 형태를 구분한다.
그런 헤베가 자신의 옛 연인, 헤라클레스와 똑같은 향기를 맡았다는 건 다키의 영혼이 헤라클레스와 동일하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헤라클레스와 같은 냄새가 날 리 없어! 역시 저 분은 헤라클레스의 환생이 분명해……! 운명이 우리를 다시 이어준 거야!’
기간트들과의 전쟁에서 그를 잃은 후로 어언 수백 년이 지났다.
그 셀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헤베는 단 하루도 헤라클레스를 잊은 적이 없다. 매일 같이 그를 그리워하며 홀로 슬프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왔던 것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재회하다니. 너무나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가에선 옥구슬 같은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헤베는 곧 차분한 마음으로 현 상황을 되짚었다.
“아냐, 아직 기뻐할 수는 없어……. 저분은 자기가 헤라클레스였다는 걸 전혀 기억하지 못 하시는걸…….”
죽었던 연인과 재회한 건 무척 기쁜 일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다키는 본인이 헤라클레스였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하고 있었다면 자신을 그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을 거다.
신화적인 영웅의 환생이라 해도 전생을 기억할 수는 없는 법. 전생의 기억이 없는 헤라클레스에게 헤베는 성소를 관리하는 여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리라. 이래서야 연인들의 재회라곤 볼 수 없다.
“마음 같아선 본인이 전생에 얼마나 멋진 분이었는지 하나하나 설명해드리고 싶지만…….”
기억을 잃은 다키에게 전생의 얘기 같은 건 터무니없는 소리로만 들릴 거다. 최악의 경우 자신을 미친 여신 취급하면서 성소를 떠날지도 모른다.
너무 성급하게 굴면 당혹감만 심어줄 뿐이다. 그러니 헤베는 인내심을 가지기로 했다. 직접적인 설명이 아닌 은근한 유혹으로 전생의 기억을 끄집어내려 한 것이다.
‘헤라클레스라면 내 체취를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있을 거야!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천천히 유혹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자극해보자……!’
언젠가 저승을 관장하는 여신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인간은 무의식은 깊은 호수와도 같아서 현생의 기억뿐만 아니라 전생의 기억까지 보존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존되어 있는 기억은 전생에 경험했던 특별한 감각이나 사건 등을 다시 접할 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요컨대 참살당해 죽은 사람은 칼에 베일 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를 유난히 사랑했던 사람은 옛 연인과 꼭 닮은 사람과 몸을 섞을 때 전생의 기억이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헤베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키를 유혹했다.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할수록 효과가 뛰어난 법이니까.
비록 전생의 그와는 몸을 섞지 못했지만 그에 준하는 달콤한 시간을 보냈던 적은 있다.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여 다키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면 그는 스스로가 헤라클레스였다는 것도,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연인사이였다는 것도 떠올리게 되리라.
“미안해요 헤라클레스…… 저도 빨리 당신과 이어지고 싶지만 한 번에 다 하는 것보다 천천히 시간을 들이는 게 효과가 좋다고 바리님이 그러셨어요…….”
다른 여신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상기하며 헤베는 욕탕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금쯤 다키는 옷을 벗고 욕탕 안에 들어가 있겠지. 자신이 여신이라 해도 그가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건 명백한 범죄일 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수백 년 만에 다시 만난 약혼자이지 않는가. 한 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와 함께하지 못했던 세월만큼 줄곧 옆에 있고 싶은 게 헤베의 마음이었다.
‘목욕하는 모습을 엿보는 건 실례지만…… 어차피 우리는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였으니까 상관없죠, 헤라클레스……?!’
자기 마음대로 괜찮을 거라 해석한 헤베는 이윽고 욕탕 앞에 도착했다.
그녀의 얼굴은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아올라 있었다. 호흡도 거칠어지고 눈동자에는 하트 문양까지 떠올랐다.
헤베 역시 조금 전의 일로 상당히 흥분해버렸다. 다키가 목욕하는 걸 엿보려는 이유도 비단 그와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녀의 마음은 옛 연인을 향한 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음란한 마음을 애틋한 사랑으로 포장하며 벽에 바싹 달라붙은 헤베. 그녀는 주위에 누가 없는지 확인한 뒤 나무판자 틈으로 슬쩍 눈을 가져다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딸이라도 칠까.”
‘……?!’
벽에 눈을 가져간 순간 다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헤베는 화들짝 놀라면서 양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따, 따, 딸……?!”
야한 짓에 미숙한 헤베지만 그에 관한 지식은 알만큼 알고 있다. 딸이라는 단어가 수음 행위를 뜻한다는 것도 말이다.
직후 욕탕에서 나온 다키가 벽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자 자욱한 수증기를 뚫고 다키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증기 때문에 얼굴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균형 잡힌 근육질 체형과 우람하게 발기한 육봉은 훤히 보였다.
‘아앗……! 역시 헤라클레스……! 옷 안으로 봤을 때도 엄청 우람했는데 정말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한껏 발기한 육봉을 보자 온몸에 전율이 내달렸다. 아랫배가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자신도 모르게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가게 됐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헤라클레스……?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절 기억하고 있는 거죠……?’
그다지 신빙성 없는 추측을 하면서 음부를 문지르는 헤베. 입고 있는 팬티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새하얀 천 팬티라서 지금 다리를 벌리면 보지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도 훤히 보일 테지.
‘내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 커다란 물건이 내 안으로 들어왔겠지……? 몇 천 년 동안 지켜온 처녀막 같은 건 거리낌 없이 뚫어버렸을 거야……!’
발기한 육봉을 보고 있으려니 자신도 모르게 그와 몸을 섞는 상상을 하게 됐다.
이는 곧 걷잡을 수 없는 욕정으로 변모했다. 팬티 위를 문지르던 헤베는 이윽고 팬티를 벗은 뒤 스스로의 암컷구멍을 쑤셨다.
찔컥, 찔꺼억……!
축축한 소리와 함께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풀밭에 쏟아지는 애액을 내려다보며 헤베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나도 참 칠칠맞게…… 헤라클레스 앞에서 이렇게나 군침을 흘리고…….”
그리 말하며 헤베는 양손으로 자신의 음순을 활짝 펼쳤다. 마치 벽 너머에 있는 다키에게 자신의 보지를 바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약속이었다. 지금은 자위로 만족할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헤베가 혼자만의 맹세를 하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다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스를 못한다면 딸감으로라도 써주겠어!”
탁탁탁, 탁탁탁!
“……!”
드디어 시작된 건가. 헤베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참이었다. 그녀는 다키의 자위 소리를 들으면서 촉촉하게 젖은 음부를 푹푹 쑤셨다.
“흐으읍……! 흐응! 응흐읏……!”
자신과 다키를 가로막고 있는 건 얇은 나무 벽 뿐.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냈다간 바로 들켜버릴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며 헤베는 입을 틀어막고 자위에 열중했다. 다키가 자위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헤라클레스가 자위하는 모습, 정말 음란하면서 멋있어요……! 마치 강인한 야생마가 날뛰는 것 같아……!’
살아있는 생물처럼 맥동하는 핏줄과 시뻘건 귀두, 그리고 그 끝에서 꿀렁꿀렁 흘러넘치는 쿠퍼액까지. 그것들을 본 헤베는 음탕한 충동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당장이라도 이 벽을 지나 뚝뚝 흘러내리는 자지즙을 핥아먹고 싶다. 속이 꽉 찬 불알을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귀두와 사랑이 넘치는 키스를 하고 싶다.
‘분명 맛있을 거야…… 그야 사랑하는 헤라클레스의 즙인걸…… 맛보는 것만으로 가버릴지도 몰라……!’
육봉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무렵, 또 다시 다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 훌륭한 걸 내 손이 아니라 헤베의 따뜻하고 촉촉한 보지 안에 쑤셔 넣으면 바랄 게 없을 텐데…….”
‘헤, 헤라클레스……?!’
난데없이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헤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참으면서 다키의 저의를 추측했다.
‘설마 기억이 돌아온 건가……? 아니, 아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른걸. 애초에 헤라클레스가 흥분한 건 나 때문이니까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자신이 다키를 딸감으로 삼은 것처럼 다키도 헤베를 딸감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비록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나지는 않은 듯했으나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으로도 무척 기뻤다.
“크흐읏! 헤베……!”
탁탁탁탁탁!!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다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것만으로도 헤베의 음란한 마음을 부추기기엔 충분했는데 이름까지 부르니 애욕이 한층 더 불타올랐다.
“하아, 하응! 하아앙……!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으읏……!!”
입을 틀어막고 숨을 죽여 봤으나 신음 소리가 새어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다키를 향한 연심까지 튀어나와 다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한 차례 흠칫한 헤베였으나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았다. 저쪽도 자위에 열중하고 있어서 어지간한 소리는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면서 헤베는 더욱 거칠게 음부를 쑤셨다. 손가락이 한 번 왕복할 때마다 맑은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어느덧 바닥 아래에는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으며 크나큰 쾌락을 느낀 음부는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절정이 가까워진 것이리라.
‘미안해요 헤라클레스……! 당신을 앞에 두고 자위로만 만족하는 못난 저를 용서해주세요……! 언젠가 이 음란한 몸도, 당신을 향한 마음도 전부 바칠 테니까……!’
푸후욱! 푸후욱!
쑤컹! 쑤컹! 쑤커억!
“하아, 하앗! 하앙! 아흐읏! 아흐으으응!”
절정이 가까워지자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올라갔다. 다른 여신에게 배운 대로 손가락을 곡괭이 모양으로 구부려서 질 주름을 마구 긁었다. 이를 쉴 새 없이 반복하자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질 안을 마구 쑤셔대길 잠시, 헤베는 결국 넘쳐나는 쾌락을 참지 못하고 성대하게 애액을 뿜어냈다.
“응흐으으읏……!!”
푸슈우우웃!!
마치 암캐가 오줌이라도 누는 듯했다. 벽을 향해 뻗어 나간 분수는 나무판자를 흠뻑 적셨다. 그렇게 실컷 애액을 쏟아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건지 헤베는 이를 악물면서 연신 클리토리스를 문질러댔다.
탁탁탁탁탁!
“하아, 하아앗! 하아앙……! 기분, 기분 좋아아앗……!”
황홀함에 빠진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쾌감을 만끽했다. 소리가 점점 커졌지만 방금 전 신음 소리도 듣지 못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다.
아니, 이쯤 되니까 오히려 다키가 자신이 있다는 걸 눈치채줬으면 했다.
전신에 퍼져나간 쾌락이 헤베의 사고를 마비시켰다.
그와 몸을 섞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키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고 밖으로 나오면 곧장 알몸이 될 수도 있다.
허나 너무 무방비해진 탓일까, 쾌락에 몸을 맡기던 헤베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버렸다.
바스락!
우르르르르르!!
“응?”
“……?!”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소리가 났다.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근처에 있던 돌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헤베는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큰일이다……!!’
차갑게 식은 머리로 상황 파악에 나섰다.
다키가 눈치채주길 바란 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헤베의 바람일 뿐. 여기서 발각되면 다키와 헤베의 관계는 분명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헤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키를 변태 취급하면서 스스로가 고귀한 여신이라는 걸 강조했다. 정작 유혹은 자신이 먼저 해놓고 말이다.
그래놓고 이런 추태를 보이면 다키 쪽에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틀림없이 헤베를 상종 못할 변태로 여길 것이다.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정나미가 떨어져 성소를 떠나려 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안 돼애앳!!’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팬티를 챙길 여유 따윈 없었다. 지금 들키면 자신의 원대한 계획이 전부 수포로 돌아간다. 환생한 헤라클레스와의 운명적인 재회 같은 건 꿈도 못 꾸게 되는 거다.
‘아버지……! 저한테 벼락같은 민첩함을 내려주세요……!!’
이 자리에 없는 제우스를 찾으면서 전속력으로 도주했다. 지금만큼은 여신의 위엄이고 체면이고 다 내려놓았다. 다키에게 자신의 추태를 들키지 않는 것, 그거 하나만을 생각하며 노팬티 차림으로 숲속을 질주했다.
* * *
“꺄아아아아앗! 창피해창피해창피해창피해창피해!!”
과거 회상을 마친 헤베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떠올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몇 번인가 굴렀을까. 뒤늦게 놓고 온 물건을 떠올린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그러고 보니 팬티를 두고 와버렸어……!”
급하게 도망치느라 벗어놓은 팬티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 수풀에 벗어둬서 발견될 확률은 매우 낮았으나 만에 하나 다키가 줍는다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의심할 거다.
역시 찾으러 가야 하나? 그러다가 다키와 마주치면 어쩌지? 자신이 팬티를 찾아갔을 때 다키가 팬티를 발견하지 못하리란 보장은 없지 않은가?
“아, 아니야…… 당황할 거 전혀 없어. 태연한 척 하면 헤라클레스도 날 의심하지 않을 거야…….”
목욕 중인 다키에게 찾아갈 구실은 얼마든지 있다. 자신은 성소의 시녀이지 않은가. 정 둘러댈 말이 없다면 목욕 시중을 들러왔다고 뻔뻔하게 이야기하면 될 일이다.
마음을 굳힌 헤베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욕탕으로 향했다.
‘부탁이에요 헤라클레스, 제발 얌전히 자위만 하고 있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