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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라는 뚜렷한 증거-14화 (1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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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신의 성소

“네, 여행자님. 뭔가 궁금하신 거라도 있나요?”

“그 재앙신 토벌이란 거……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이곳은 가디스 던전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내가 이 사명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곧장 세상이 멸망하지는 않을 거다. 꼭 내가 하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재앙신들을 쓰러뜨릴 수도 있다.

그러니 굳이 내가 이 사명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방구석 폐인이었던 내게 괴물이 된 신들과 싸우라는 건 너무나 무리한 요구다. 거부할 수만 있다면 그런 위험천만한 짓 같은 건 가급적 하고 싶지 않다.

“아뇨, 여행자님이 여명의 계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제안에 강제성은 없습니다.”

내 질문에 헤베가 상냥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내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면서 첨언했다.

“재앙신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 선택받은 투사라고 할지라도 목숨을 걸어야 한답니다. 그런 일을 강제할 수는 없지요. 투사가 되고, 안 되고는 어디까지나 여행자님의 자유랍니다.”

헤베의 말을 듣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작 게임에선 선택지가 따로 없었다. 헤베의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떠오르는 건 오로지 수락 버튼뿐이다. 애당초 여명의 투사가 되지 않으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래서 강제로 여명의 투사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나 보다. 내가 거절해서인지 헤베가 은근히 기운 없는 목소리를 냈지만 어쩔 수 없다. 여신님의 환심을 사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일단은 내 목숨부터 걱정해야하지 않겠는가.

“저어…… 갑자기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서 부담스러워셨죠……?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하고 싶지 않다는 티를 너무 낸 걸까. 헤베가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여신님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니까 절로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는데도 그녀의 힘없는 표정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얼른 손사래를 치면서 부정했다.

“아,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확실히 저 같은 놈한테는 부담스러운 이야기긴 한데 그렇다고 여신님이 잘못한 건 없죠!”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여행자님……?”

“네?”

헤베가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자 그녀는 몸을 배배 꼬면서 시선을 피했다. 빨갛게 물든 얼굴로 한동안 말을 고른 그녀는 이내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먼 길을 오시느라 많이 지치셨을 텐데, 혹시 바로 떠날 예정이신가요?”

“아, 아뇨…… 날도 저물어가고 피곤하기도 해서…… 염치없지만 하룻밤만 묵어도 괜찮을…….”

덥썩!

“……?!”

멋쩍은 목소리로 부탁할 때, 느닷없이 헤베가 내 손을 붙잡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랐고 헤베는 내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럼요! 물론이죠! 되고말고요! 꼭 투사가 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희 성소는 여명의 계시를 받으신 분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답니다! 부담 갖지 말고 편히 쉬셔도 좋아요! 성소의 시녀인 제가 전적으로 허락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래요……?”

끄덕! 끄덕! 끄덕!

확인 차 묻자 헤베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원작 게임에서도 이렇게까지 환영해줬던가? 하물며 난 투사가 되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나한테 이리 잘 해주려 하는 거지?

단순히 헤베의 성격이 좋아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치곤 그녀에게서도 사심이 느껴졌다. 설마 아직도 날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나는 그 부분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가디스 던전에서 등장하기는커녕 언급조차 되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본래 그리스 신화에서 헤베는 헤라클레스의 두 번째 아내로 묘사된다.

기간토마키아를 승리로 이끈 헤라클레스가 천적이었던 헤라와 화해하고 그녀의 막내딸인 헤베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허나 가디스 던전은 이를 스토리에 반영하지 않았다. 무시하고 넘어간 게 아니라 작정하고 배제한 수준인데, 헤라클레스라는 캐릭터를 아예 제작 초기부터 기획에서 쏙 빼놓았다고 한다.

가디스 던전의 장르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가디스 던전은 액션 RPG임과 동시에 남성향 하렘 게임이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들은 주인공만을 위해 존재하며 특히 메인 히로인인 헤베는 오직 주인공 한 사람만 바라봐야 한다.

그런 중요한 캐릭터가 유부녀였다느니, 비처녀였다느니 하는 설정을 넣으면 우리 씹덕 고객층들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처녀가 아니라고 빼애액! 거리고 곧 걸레 밈이 돌면서 헤베의 캐릭터성을 바닥까지 내리꽂을 거다.

제작자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그 점을 모두 염두에 두고 헤라클레스는 이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못 박아뒀다. 덕분에 여캐들을 보고 시작한 씹덕 유저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헤베를 공략할 수 있었다.

고로 헤베가 헤라클레스를 그리워하는 것도, 날 헤라클레스로 오해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원작과는 상이해도 너무 상이한 일인 거다.

이것도 게임 세계의 변수라고 봐야하나? 원작 게임에선 구현되지 않았던 헤라클레스가 이 세계에선 존재하는 것이다. 헤베의 반응을 보면 지금은 이미 고인인 것 같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여신님. 마침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내야할지 막막했는데 여신님께서 받아주셔서 한 시름 놓았네요.”

뭔가 찝찝하기는 했지만 나는 일단 헤베에게 감사를 표했다.

뭐, 내가 헤베랑 사귈 것도 아닌데 남의 연애사에 관심 가질 필요는 없지.

흑심이 없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지만 당장 내 목적은 여신 공략이 아니라 원래 세계로의 귀환이다.

그런 와중에 이 여자 저 여자가 건드리고 다니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아다 탈출에 목말라 있다곤 해도 질싸튀를 할 정도로 절박한 건 아니다.

이곳이 아예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라면 몰라도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은 결코 가상의 산물 같지 않았다. 그들에게 무책임하게 감정을 주고 씨를 뿌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아뇨, 아뇨……! 이 정도야 당연한 일인걸요. 옷 한 벌 없는 분을 성소 밖으로 쫓아낼 수는 없는 법이죠……!”

고개를 가로젓던 헤베가 문득 내 차림새를 훑어보았다.

유일한 옷인 팬티는 피와 흙먼지로 잔뜩 더럽혀졌고 몸에선 말라붙은 피 때문에 역한 냄새가 풍겼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땀도 많이 흘려서 지금 내 꼬락서니는 웬만한 노숙자 보다 훨씬 흉할 거다.

그런 내 모습을 확인한 헤베는 안쓰럽다는 듯이 입가를 가렸다. 이 추한 꼴을 보고도 눈살을 찌푸리기는커녕 연민을 느껴주다니. 정말 새하얀 인성의 소유자다.

“그나저나 정말 힘겨운 여행길이셨나 보네요……. 얼마나 험난한 일을 겪으셨기에…….”

어깨에 난 상처를 확인하면서 헤베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몇 시간 동안 방치하니 피는 알아서 멎었지만 이빨 자국은 여전하다. 상처가 곪고 있는 건지 통증에 가려움까지 동반됐다.

이래서야 생명력이 0이 되기 전에 감염증으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병에 걸리는 순간 생명력이 점점 빠져나가려나? 어느 쪽이든 상처를 이대로 놔둘 순 없다. 나는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헤베에게 부탁했다.

“오는 길에 들개들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혹시 약 같은 게 있다면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약은 없지만 더 좋은 게 있어요. 이리 와보시겠어요?”

내 말을 듣자마자 헤베가 분수대로 향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얼른 따라갔고 이내 분수대 난간에 걸터앉은 헤베가 자신의 허벅지를 탁탁 쳤다.

“여기 잠시 누워주세요. 제가 직접 치료해드릴게요.”

“네, 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설마 이 여신, 자기 허벅지를 베개 삼아 누우라고 한 건가?

나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어 몇 번이나 헤베와 그녀의 허벅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헤베는 여전히 본인의 허벅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잘못 들은 것도, 농담도 아니었다. 정말로 나에게 저 매끈하고 통통한 허벅지를 내줄 생각인가 보다.

“어서요 여행자님.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상처가 더 심해질지 몰라요.”

“그, 그렇군요.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포근한 감촉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녀와 포옹했을 때 맡았던 그 향기였다.

잘 익은 과일과 꿀을 섞은 것 같은, 여신에게서나 날 법한 비현실적인 향기.

아주 잠깐 맡았을 뿐인데 머리가 몽롱해지면서 다시 음란한 욕구가 치솟았다. 허벅지의 매끈한 감촉 때문에 당장이라도 무발기 사정을 할 것 같았다.

순간 이곳이 낙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도,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도 좋았지만 이 모든 것을 허락해준 헤베의 상냥함에 내 마음이 녹아내렸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줬던 여자가 있던가? 기억을 되짚어 봤지만 그런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엄마도, 누나들도 나한테 이런 포근함을 안겨주진 않았다.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아주머니가 그나마 제일 근접했지만 그 분은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이 날 챙겨줬던 것뿐이다.

결과적으로 내게 이 정도의 호의를 베풀어준 여자는 헤베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긴장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전혀 아프지 않으니까요.”

“네, 네헹……!”

황홀하기 그지없는 상황 때문에 멍청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나의 한심한 반응에도 헤베는 싱긋 눈웃음을 지으며 분수대에서 황금빛 액체를 한 움큼 떴다.

광장 전역에 퍼져 있는 달콤한 향기의 근원이 바로 저 황금색 액체다.

저녁놀을 받아 반짝이는 그것의 정체는 신주 넥타르, 마신 사람에게 불로장생의 힘을 안겨준다는 신들의 음료다.

가디스 던전에선 마시는 즉시 생명력을 30퍼센트 회복시키는 고성능의 회복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여명의 투사가 되면 그녀에게 넥타르를 담을 수 있는 도자기병을 받으며 성소에 방문할 때마다 최대치까지 보충할 수 있다.

“하으읏!”

헤베는 그런 아이템을 손으로 떠서 내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부드럽기 그지없는 손이 갑자기 내 몸을 어루만지자 이상한 신음 소리가 나왔다.

자살충동이 몰려왔다. 무슨 망가에 나오는 캐릭터도 아니고 이딴 신음소리를 내버리다니. 허나 헤베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마치 갓난아기를 씻기는 것처럼 섬세한 손길로 내 상처를 돌봐주었다.

잠시 후 따뜻한 감촉과 함께 가려움과 고통이 싹 가셨다. 시선을 돌려 어깨를 확인해봤는데 들개한테 물린 이빨 자국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리고 말았다.

“와 세상에…….”

넥타르가 회복 아이템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효과를 보니까 정말 신기했다. 그런 내 반응이 재밌는지 헤베가 작게 웃었다.

“후후훗, 여행자님이 보기엔 많이 신기하시겠군요. 이건 넥타르라는 건데요, 본래는 올림포스의 신들께서 연회 때 마시는 불로불사의 음료지만 이렇게 회복 효과도 가지고 있답니다.”

넥타르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헤베.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저도 모르게 경청했다. 그리곤 부족한 말주변으로나마 그녀에게 다시금 감사를 표했다.

“머물 곳을 마련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데 이렇게 치료까지 받고…… 이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먼저 신경 써드리지 못해서 죄송한걸요. 목에도 바를 테니 고개 좀 들어주시겠어요?”

“아, 네……! 부, 부탁드립니다…….”

나는 홀린 사람처럼 헤베의 말을 따랐다.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숨결과 함께 닿는 청아한 미성은 여느 ASMR 못지않게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렇게 목을 들어 올린 직후,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민망한지 깨달았다.

다시 말하지만 헤베의 상의는 굉장히 문란하다. 끈으로 유두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디자인이라 그녀의 아름다운 쇄골도,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도 훤히 보였다.

저 정도면 대충 몇 컵 정도지? C컵? 망가로 쌓은 지식이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엄청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작지 않은 젖가슴. 손에 쥐고 말랑말랑한 촉감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되었다.

그런 요야한 가슴이 내 눈앞에서 느긋하게 흔들렸다. 출렁, 출렁. 생각해보니까 이 여신님은 브래지어도 안 차고 있다. 이 얼마나 음탕한 여신이란 말인가. 외간 남자 앞에서 이렇게나 허술한 차림새라니! 내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곧바로 마수를 뻗쳤을 거란 말이다!

아 큰일이다. 어떻게든 참으려 했는데 내 고간 사이에 있는 야수가 다시금 날뛰려 하고 있다. 나대지 좀 마라 쥬지야 지금은 네가 나설 때가 아니란 말이다. 25년 동안 쓰지 않은 건 미안한데 이 와중에 발기하면 진짜 짐승 새끼 취급받을지도 모른다고!

“어머……?”

그 순간, 헤베의 시선이 내 하반신으로 향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쥬지는 한껏 발기했으며 온힘을 다해 팬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헤베의 뽀얀 젖가슴을 보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욕정 해버린 것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 뇌좆남 새끼, 발기할 때가 있고 안 할 때가 있지 이럴 때 쥬지를 세워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 이건 게임이 아니란 말이다. 무턱대고 좆을 세워뒀다간 그대로 성소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단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였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녀가 나를 죽은 옛 연인, 헤라클레스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후후후…… 이렇게 우람하게 세우시고, 곤란한 손님이시네요.”

헤베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 비단 상냥함만 담겨 있는 미소는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이 요염하게 빛난다. 허리를 숙인 그녀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렇게 제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이시나요?”

“네, 네?”

불쾌해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기뻐하고 있다. 머리로는 내가 헤라클레스가 아니란 걸 이해했지만 가슴으론 그렇지 않은 듯했다. 그녀의 눈에서 여전히 연심이 느껴진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매혹적인 눈빛, 그리고 요망하기 그지없는 질문. 나는 그녀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동안 그녀의 손이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배를 지나, 골반을 지나 끝내 다리 사이로 도착한 손이 끝내 내 육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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