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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신의 성소
[커허어어엉!!]
내가 불평어린 고함을 터뜨리자 들개들도 나를 보며 울부짖었다.
뱃가죽이 등에 붙은 놈들은 어떻게든 내 뼈와 살로 배를 채울 생각인가 보다.
아니 당장 몇 미터만 더 내려가면 뷔페마냥 널려 있는 시체들을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데 왜 나한테 집착하는 거야?
이놈들이 주민들의 시체를 포식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애당초 식인 들개들한테도 산 사람을 사냥하는 것보단 널브러진 시체를 주워 먹는 게 더 좋을 거다.
그런데도 미련한 놈들은 구태여 날 사냥하려 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이런 생각해본들 아무 소용없다. 때마침 선두에 있던 놈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나는 이번에야 말로 정확하게 반격을 가했다.
카아아아앙!!
맑은 쇳소리와 함께 광원 이펙트가 발생했다. 들개 머리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격 패링에 성공한 것이다. 패링당한 들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깨갱거렸다.
무방비 상태가 된 놈에게 결정타를 먹이려던 순간,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돌렸다.
[커허어어엉!]
“그럴 줄 알았지!”
역시나 들개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돌진을 피한 나는 놈의 등짝에 녹부검을 박아 넣었다.
푸후욱!!
박히는 느낌은 있었지만 깊지 않았다. 끄트머리만 살짝 들어간 칼날은 놈이 움직이자 곧장 빠져버렸다.
나는 이 싸움의 승산이 없으리라는 것을 느꼈다. 간신히 먹이는 공격이 이 정도로 미미한 피해 밖에 주지 않아서야 다 죽이는데 한 세월이 걸릴 거다.
당연히 놈들이 나한테 맞아죽는 것보다 내가 지치는 게 더 빠를 테고.
[컹! 컹! 컹!]
[크허엉! 커허엉!]
“졸려한 새끼들아 순서대로 좀 덤벼!!”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들개들은 맹렬히 달려들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 놈에게 집중하고 있으면 바로 뒤에서 이빨이 날아들고 회피하자마자 두 마리의 들개들이 동시에 덤볐다.
도중에 몇 번인가 공격을 성공했지만 생명력이 90이나 되는 놈들을 처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젠장, ‘90이나’ 라니. 90이면 다른 신분들은 평타 한 방으로 죽일 수 있는 태생 딸피란 말이다.
게임에서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잡아봤지만 현실에서 맞서 싸우려니 진짜 토 쏠리도록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게임에서도 이놈들이 한 무리씩 나타날 때마다 진을 빼야했다. 가디스 던전 최강몹이 개라는 소리는 절대 농담이 아니다.
“허억, 허억……!”
아니 그보다 진짜 어떡하지? 숨이 헐떡일 정도로 싸웠는데 놈들에겐 생채기 정도 밖에 안 났다. 한 마리당 남은 생명력이 50을 훨씬 넘어설 거다. 한 놈 더 잡기 전에 내가 탈진으로 쓰러지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스태미너=기력을 결정하는 신체 스탯도 5밖에 안 되잖아!
“어떻게…… 어떻게 해야…… 어?”
진땀을 흘리며 들개들의 움직임을 쫓던 중 문득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나무인 줄 알았다. 근데 묘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벽의 낙서를 지우려고 페인트칠을 새로 했는데 원래 칠했던 페인트보다 색이 진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설마. 한 가지 가능성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래, 가디스 던전과 비슷한 세계인데다가 시스템의 지배도 받는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나는 눈을 번뜩이며 위화감이 드는 수풀을 향해 달려갔다.
[컹! 컹! 컹!]
내가 도주를 시도하자 남은 들개들이 추적을 개시했다. 진짜 말도 못할 정도로 빠르다. 금방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았으나 상관없다. 앞으로 아주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푸스스스슷!!
“역시나!”
수풀을 헤쳐나간 나는 쾌재를 불렀다. 내 예상이 맞았다. 나무 앞까지 다다르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나무는 그냥 평범한 나무가 아니다. 버그 때문에 깨진 오브젝트인 것이다!
그 뒤 쪽에 뭐가 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나무를 향해 달려간 나는 즉시 몸을 틀었다. 분명 내 앞길은 나무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나는 나무를 그냥 통과해버렸다.
다음 순간 내 몸이 아래쪽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다행히 나는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고 떨어지는 도중 손을 뻗어 절벽 끝자락을 붙잡을 수 있었다.
[깨개애애앵!!]
[캐애앵!]
직후, 날 쫓던 들개들도 나무를 통과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놈들 역시 홀로그램을 통과하듯 나무를 그냥 지나쳤다. 나무를 지나친 뒤에 보인 것은 깎아내린 것 같은 절벽이었다.
들개들은 달려오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으며 머지않아 놈들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절벽에 매달린 나는 숨을 몰아쉬며 아래쪽을 내려다 봤다. 절벽 아래에는 마치 만들다 만 것 같은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그 위에는 다섯 마리의 들개들이 피떡이 된 채 늘어져 있었다. 이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두 말할 것도 없이 즉사겠지.
홀로그램처럼 물리력이 없는 나무와 느닷없이 나타난 괴상한 지형. 현실적으론 말이 되지 않았으나 이곳이 가디스 던전과 같은 세계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갓겜~!”
절벽 위로 기어 올라오면서 애증을 담아 소리쳤다.
가디스 던전.
국내 게임 개발사인 제노 소프트가 제작한 액션 RPG.
국산 게임 중에선 흔하지 않은 콘솔 게임, 그 중에서도 소울라이크를 표방하고 만들어져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게임이다.
뉴튜브 채널에서 양질의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하고 각종 게임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한 덕분에 사람들은 가디스 던전이 국산 콘솔 게임의 새로운 지표가 되지 않을까 하며 기대를 걸었었다.
허나 오랜 개발 끝에 나온 건 말이 필요 없는 희대의 쓰레기 게임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많은 버그들이 판쳤고 그 중 다수는 출시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오죽 하면 버그도 개발자가 말한 '방대한 컨텐츠'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방금 전에 내가 이용한 버그도 그 중 하나다. 일명 오브젝트 통과 버그. 본래라면 지나칠 수 없는 오브젝트가 난데없이 뚫려버리는 버그로 뭣 모르고 오브젝트를 통과한 플레이어는 부자연스럽게 조성된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낙사하고 만다.
가디스 던전 유저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악명 높은 버그다.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고쳐지긴 했지만 출시 초기에는 길가다가 뜬금없이 낙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버그였다. 특히 이 구간에는 뚫리는 오브젝트가 유독 많아서 초보들의 원성을 많이 샀다.
그런 흉악하기 그지없는 버그가 게임 세계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을 줄이야. 이것 덕분에 들개들을 해치울 수 있었으나 한편으론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돼먹은 세상이기에 버그까지 구현된 거야……?”
나무를 지나쳐 다시 산길로 돌아온 나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게임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걸로 모자라 원작 게임에 있던 버그도 그대로 구현되다니.
새삼 이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긴 대체 뭐하는 동네지? 라노벨마냥 웬 초자연적인 존재가 게임을 본떠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거나 그런 건가? 이 인위적인 구성을 보면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물론 내 개인적인 추론일 뿐이지만.
“어쨌든 빨리 여길 벗어나야 돼……. 들개 무리하고 또 마주치면 그때는 진짜 끝장이다.”
불현 듯 느껴지는 통증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깨랑 목덜미가 굉장히 아팠다. 목이야 내가 빨리 저항해서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어깨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냥 방치해두면 감염증으로 이어질 것이다.
“검은 산양의 뿔이 있어서 망정이지, 이거 아니었으면 그대로 골로 갈 뻔 했네.”
내가 이번 전투에서 받은 데미지는 150. 딱 검은 산양의 뿔을 장착하기 전의 내 생명력이다.
검은 산양의 뿔이 없었다면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진짜 조심해야겠어. 게임처럼 부활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 마당인데…….”
원작 게임에선 사망 시 세이브 포인트를 통해 자동 부활했다. 이 세계가 가디스 던전과 비슷하다곤 하지만 그렇게 편리한 기능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인벤토리가 없는 걸 보면 부활 기능 역시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검양뿔을 차고 온 걸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나는 어깨를 꾸욱 눌렀다. 이런다고 출혈이 곧장 멎지는 않겠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거다.
“설마 광견병 같은 거 걸리진 않겠지……?”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했다. 상처가 좀 심하긴 했으나 이 정도쯤이야 거점 지역에 도착하면 어떻게든 치료할 수 있으리라. 그곳의 NPC가 게임처럼 호의적이길 바라며 나는 산길을 올랐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 * *
“허억, 허억……! 후우우!”
대략 두 시간 동안 산을 탔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산길을 빨갛게 물들였다.
진짜 오질라게 힘들었다. 게임 캐릭터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가는 길인데 내가 직접 오르려니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났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동네 뒷산 오가는 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형이 너무 험해서 체력 소모도 극심했다.
“게임에선 여기까지 오는데 10분도 안 걸리는데……!”
그런 불평을 하며 나는 목적지를 바라보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고지대에 위치한 커다란 신전이다. 한 때는 호화로운 장소였겠으나 지금은 다 무너져 가는 폐허일 뿐이다.
“살풍경하기도 해라.”
감상을 중얼거리며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신전 내부는 밖에서 본 것보다도 가관이었다.
곳곳에 놓인 조각상은 반쯤 부서져서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었고 바닥에는 초목들이 무성하게 자라 이곳이 건물 안인지 숲속인지 구분이 안 갔다. 천장엔 커다란 구멍까지 뚫려서 저녁놀이 신전 내부로 쏟아져 내렸다.
“그래도 나름 운치는 있는걸.”
살풍경한 광경이기는 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게임 속에서만 보던 장소를 직접 눈에 담고 두 발로 거니니까 무척이나 신기한 기분이다.
가디스 던전이 버그 때문에 욕은 많이 먹었어도 그래픽이랑 배경 묘사는 끝내주게 잘 하는 게임이었다. 그런 게임 속 풍경들을 현실로 끄집어내자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무너진 신전도 노을빛을 받아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미려함을 자아냈다.
저녁놀로 물든 신전에는 적막함이 감돌았다. 인기척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계했는데 이곳까지는 몬스터들이 기어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허리춤에 매고 있는 끈에 녹부검을 걸면서 나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폐허일 뿐이지만 이 너머에는 안전이 보장되는 거점 지역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면 적어도 몬스터들에게 공격당할 걱정은 없을 거다. 거점의 NPC들이 게임처럼 호의적일 경우 의식주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일단은 거점에서 대기하며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해 보자. 그리 생각하며 잡초가 무성한 신전 내부를 걸었다.
잠시 후 신전 끝자락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조각상을 찾을 수 있다.
날개 달린 여신상이었다. 대리석 조각상 앞에는 푸른색으로 빛나는 제단이 놓여 있었다.
마치 불꽃같은 빛을 뿜어내는 직사각형의 제단. 나는 게임 캐릭터가 그랬던 것처럼 그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아아아앗!
“큭!”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눈부신 빛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앞을 가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시야를 되찾은 나는 서서히 눈을 떴고, 그런 나를 익숙한 장소가 반겼다.
아름다운 꽃들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건축물이 보였다. 신전처럼 생긴 건물은 하늘 높이 뻗어 있었으며 그 주위에는 각양각색이 꽃들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곳 역시 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지만 조금 전의 폐허와는 달리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화단이 이렇게나 깔끔히 정리되어 있을 리 없다.
“와…….”
외국 관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발밑에서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래쪽을 내려다보자 바닥이 투명했다.
척 보기에는 유리 같아 보였지만 유리는 아닌 듯했다. 은은하게 빛나는 게 마치 별빛과도 같았다. 정말 하나 같이 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구조물들이었다.
“옛신의 성소……, 여기도 게임하고 똑같구나.”
그것이 이 장소의 이름이었다. 다른 게임으로 따지면 베이스캠프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오로지 플레이어 혹은 플레이어가 허락한 동료 NPC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
캐릭터가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임과 동시에 각종 편의 시설과 NPC들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스킬 습득, 장비 구매 및 강화 등은 전부 이곳에서 가능하며 신전 안쪽에 있는 또 다른 여신상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나는 광장쯤 되는 장소에 도착했다. 꽃장식이 되어 있는 기둥과 돔형 천장으로 에워싸인 그곳에는 특이하게 생긴 분수대가 하나 있었다. 금색 물줄기를 뿜어내는 황금 분수대였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저 사람은…….”
황금 분수대 난간 위에 젊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 노을빛을 받은 황금색 분수대 보다 아름다운 그녀는 기다란 막대기 같은 것으로 분수대 안을 휘젓는 중이었다.
꿀꺽, 여성을 보자마자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정말 믿기 힘든 미모의 소유자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윤기 나는 검은색 머리였다.
트윈테일 형식으로 묶은 머리 모양은 귀여운 매력을 뿜어냈으며 하늘색이 감도는 은색 눈동자에도 순수한 빛이 담겨 있었다. 깨끗한 은구슬을 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맑아지는 듯했다.
그런 청초한 외모하고는 다르게 복장은 파격적이기 그지없었다.
겨드랑이를 훤히 내놓은 민소매 원피스였는데, 치맛자락이 심각하리만큼 짧았다. 허리 아래를 간신히 가릴 정도여서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것은 물론 조금만 움직여도 속옷이 드러났다.
이것만 해도 모쏠 아다인 나에겐 너무 자극적인 장면이었는데 상의에 비하면 하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 부근은 ㅅ자 형태의 끈으로 가려져 있었다. 설명하기가 좀 애매한데 그냥 면적이 작은 끈으로 유두만 간신히 가렸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이해하기 편할 거다. 사실상 가슴 부근은 마이크로 비키니로 대체했다고 봐도 좋을 만큼 과감한 노출도였던 것이다.
고간이 날뛰려 한다. 가만히 있어도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여성이 저런 파렴치한 복장을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저 장면을 보고 음경이 반응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 정도로 여성의 미모는 요야하기 그지없었다.
여기사도 살면서 봐온 그 어떤 여성보다 아름다웠지만 분수대에 걸터앉아 있는 그녀는 여기사보다도 한 단계 더 위에 있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모델조차 범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여신과 같은 용모였던 것이다.
아니, 여신과 같은 정도가 아니라 진짜 여신의 용모지. 이 게임의 이름이 왜 가디스 던전이겠는가? 그 이유가 지금 내 눈앞에 버젓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헤베.
제우스와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이자 청춘의 여신. 넥타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성소의 시녀.
나는 지금 현세에 강림한 여신과 조우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