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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신의 성소
검은 산양의 뿔 등급 불명
분류: 팔찌
상승 스탯: 생명 16, 지성 6
내구도: 66/66
부가 효과: 착용 시 귀속되며 다시는 벗을 수 없다. 숫산양과 같은 왕성한 정력을 영구적으로 얻는다.
[산양 뿔 모양의 팔찌. 굉장히 모독적인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보기만 해도 외설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음란하고도 강대한 여신의 축복이 담겨 있다. 그 신은 일반적인 신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다른 차원의 외신. 정체를 파헤치려 했다간 미쳐버리고 말리라.]
고작 팔찌 하나 착용하는 걸로 생명을 16이나 올려주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성능이다.
희귀 등급인 화염의 리본만 해도 근력을 3밖에 올려주지 않는다. 희귀 보다 더 높은 등급인 성물, 신화 등급의 장신구 또한 스탯 상승치가 10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런데 이 팔찌는 무려 16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승치를 보여준다.
생명력도 기력이나 마력처럼 생명 스탯 하나당 최대 생명력이 30씩 증가한다. 16이면 최대 생명력이 무려 480이나 오르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법을 배울 때 필요한 지성도 6이나 올려준다. 그러니 이 장신구의 스탯 상승치는 총합 22. 최고 등급인 신화 장신구의 두 배 가량이다.
이런 개사기 아이템, 듣도 보도 못했다. 아무리 가디스 던전이 밸런스가 엉망이라지만 이건 선을 제대로 넘었다. 할 짓 없는 오타쿠가 ‘제 창작 아이템 검은 산양의 뿔을 아시나요?’ 라는 제목으로 공식 카페에 올릴 것 같은 아이템이란 말이다!
“성능은 진짜 좋은데…… 쓰기는 좀 껄끄럽네…….”
엄지와 검지로 팔찌를 들어 보이며 고민에 빠졌다.
나는 6천 시간의 플레이 동안 가디스 던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을 외웠다. 이름은 물론 성능과 랜덤하게 붙을 수 있는 옵션의 가짓수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그 중에서 검은 산양의 뿔이라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력을 키워준다는 기이한 효과도 마찬가지다.
이런 걸 함부로 껴도 되나 의구심이 들었다. 원래 많이 알수록 조심스러워지는 법이다. 나는 내 지식 밖에 있는 아이템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당초 설명부터가 범상치가 않았다. 외신의 축복은 받은 외설스러운 아이템. 그 말만 들어도 가까이 해선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저주받은 장비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저주받은 아이템은 감정하거나 직접 착용하기 전에는 그 효과를 알 수 없다. 뭣 모르고 착용한 후에야 ‘이 아이템에는 널 골탕 먹이기 위한 더럽고 치졸한 페널티가 붙어 있지’ 라면서 알려주는 식이다.
물론 원작 게임의 시스템이 이 정체불명의 아이템에도 통용될지는 모르겠다. 가디스 던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인만큼 원작 게임을 충실히 따를 줄 알았는데 이 아이템을 보고 있으니 그런 확신이 점점 옅어졌다.
“내가 모르는 아이템인데 효과가 붙어 있다는 건…… 혹시 더미 데이턴가……?”
노려보듯이 팔찌를 응시하기를 잠시, 나는 문득 개발자가 한 말을 떠올렸다.
개발자 인터뷰에서 말하길, 본래 가디스 던전은 보다 방대한 세계관과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일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컨텐츠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게임에 등장할 예정이었던 다수의 아이템 및 등장인물이 설정으로만 존재하게 됐다.
이 팔찌가 그 중 하나인 건 아닐까.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이 현실화되면서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더미 데이터까지 구현된 걸지 모른다.
“장비 옵션을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추측이긴 해.”
게임에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끝내 도입되지 못하고 더미 데이터로만 남은 장비. 그런 장비는 별도의 밸런싱을 거치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되었을 테니 이런 괴악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말이 된다. 등급조차 매겨지지 않은 걸 보면 더욱더 신빙성 있는 추측이었다.
“흐으음…….”
고민 끝에 나는 팔찌를 손에 끼워보았다.
현재 내 생명력은 150.
아크 데몬은 물론 지나가던 고블린한테도 한 대 맞으면 걸레짝이 되는 수준이다. 여기서 480이 증가하여 630이 된다면 적어도 잡몹들한테 한두 대 맞고 죽을 걱정은 없다. 보스한테 맞아도 한 번에 즉사하진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팔찌가 몹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난 왜 왔는지도 모를 게임 세계에서 비명횡사하고 싶지 않다. 당장 이 저택을 벗어나자마자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처지다. 갑옷조차 입지 못하는 몸인데 이런 거라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잡몹한테 맞아 죽나 저주로 죽나 거기서 거긴데, 이제 와서 쫄 건 없지.”
찰칵!
팔찌를 손목에 끼자 곧 자물쇠 채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템이 내 몸에 귀속된 것이었다.
그 후 뭔가 변화가 있나 싶어서 이곳저곳 확인해봤지만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몸이 아프지도, 기분이 나빠지지도 않았다.
“생명력은 확실히 올랐는데…… 역시 정력 어쩌고 하는 부분은 그냥 미구현 텍스트라고 봐야 되나?”
이 팔찌를 착용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게 영구 귀속과 정력 상승이었다.
팔찌가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영구 귀속 부분은 사실인 모양이다. 한동안 벗어보려고 안간 힘을 썼는데 팔찌는 벗겨질 기미가 안 보였다.
뭐 이건 처음부터 감안한 부분이니까 상관없다.
장신구는 총 세 개 밖에 착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로써 장신구 칸이 두 개로 고정된 거나 마찬가지지만 생명을 16, 지성을 6 올려주는 장신구면 여느 신화급 장비 못지않다. 이것보다 더 좋은 장신구는 앞으로 나오지 않을 테니 계속 착용하고 있어도 괜찮다.
그리고 정력을 올려준다는 부분, 내심 기대했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걸 보면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가디스 던전은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국산 게임이다. 우리나라 게임에서 생식 능력 같은 문란한 소재를 다룰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점을 고려하면 텍스트에 나와 있는 이 정력이란 단어는 남성의 성적 능력보단 심신의 활동력이라고 이해하는 게 맞을 거다. 그쪽으로 생각해도 딱히 변한 건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쨌든 예상외의 소득이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상자를 열었다. 그곳에는 내가 알고 있는 대로 푸른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들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장비의 성능을 대폭 강화해주는 재료 아이템이다.
폭풍의 권능석
폭풍의 권능이 담긴 보석. 장인에게 맡기면 무기에 강력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 속성 강화 시 무기에 번개 속성을 부여하고 공격력을 증가시킨다.
또한 거센 폭풍을 일으켜 전방을 휩쓸어 버리는 전용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전용 스킬을 사용하면 장비의 내구도가 영구적으로 20퍼센트 감소한다.
당장은 사용할 수 없지만 차후 거점 지역에 도착하고 새로운 무기를 구하면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물론 내가 그곳에 도착한 후에도 애써 사지로 향할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위험천만한 경험은 오늘 하루로 끝났으면 한다. 아무리 가디스 던전을 좋아하는 나지만 괴물들과 싸우다 죽는 건 사절이다. 가능하다면 안전한 곳에서 지내며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싶다.
이 권능석이란 아이템을 굳이 회수한 이유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단은 보석이니까 상점에 내다 팔면 당분간은 먹고 자는데 문제없으리라.
“그래…… 역시 안전한 게 제일이지. 이런 위험천만한 세상 보다는 원래 세계가 훨씬 낫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안뜰 정원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기운이 없는 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걱정돼서?
잘 모르겠다. 아크 데몬을 처치한 후로 근심이니 불안이니 하는 감정은 싹없어졌다. 순간적으로 미련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원래 세계에 대한 미련이 아닌, 가디스 던전과 게임 세계에 대한 미련 말이다. 허나 나는 곧장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튼 생각도 정도껏 해야지, 설마 이런 무시무시한 세계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건가? 정신 차려라 감다키. 너 올해로 25살이다. 어엿한 성인이고 이제 곧 독립도 해야 하는 나이란 말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게임 세계에 왔다고 들뜨기나 하고. 누나들이 봤다면 한 소리 했을 거다.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목숨을 부지하고 원래 세계에 돌아가는 것.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모험이니 도전이니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은 할 필요도 없다. 그게 현실적인 거다. 이상이 아닌 현실을 쫓겠다고 마음먹지 않았는가.
마음을 고쳐먹으며 안뜰 정원을 가로질렀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내내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구름 사이에서 쏟아지는 화사한 빛은 내 여행길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지만 난 두근거리는 모험 같은 거 떠날 생각 없다.
하늘을 보며 그렇게 궁상을 떨 무렵 어느새 뒷문에 다다랐다. 영주가 사냥에 나설 때 사용하는 문이라는 듯하다. 이 문을 넘어 산길을 따라가면 거점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참극의 현장에서 비로소 나갈 수 있는 거다.
“잘 있어라 자네스 영지, 다시는 안 올 거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쇠창살문을 열었다. 끼기이이익!!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 순간 포근한 바람이 불어와 꽃밭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는 지금 몇 월이지? 1장이 여름 직전이라고 했으니까 5월에서 6월쯤 되려나?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내 산길에 접어들었다.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겼겠다, 이제 좀 편안한 여행이 됐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갈 방법도 빨리 찾았으면 좋겠고.
* * *
물론 그런 내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허어억!”
[컹! 컹! 컹!]
[크허엉! 커허어어엉!!]
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놈들이 날 바싹 쫓아오는 게 느껴진다. 시시각각 좁혀지는 놈들과 내 거리는 다시 벌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미친 악마 같은 새끼들!! 저리 안 꺼져?!”
[커허어어엉!!]
“염병!!”
최대한 목소리에 힘을 주며 위협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등을 보이며 도망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글러먹었다. 그렇다고 당당히 멈춰 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내 스펙으로 저놈들을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에 가깝단 말이다.
“아니 개새끼들이 왜 이렇게 끈질겨!?”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날 쫓고 있는 세 마리의 짐승은 다름 아닌 들개. 무려 식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이 잡몹들은 자네스 영지와 거점 지역을 잇는 중간 길에서 출몰한다.
말이 잡몹이지 사실상 저놈들이 아크 데몬보다 더 위험하다. 미믹에 이어서 자꾸 위상이 추락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크 데몬은 혼자서 정정당당하게 덤비는 반면 저놈들은 졸렬하게 무리 사냥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빠르고 회피도 잘 한다.
생명력이 90 밖에 안 돼서 기사로 시작한 캐릭터가 한 대만 때려도 즉사하나 이놈들은 쉽게 맞아주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스텝을 밟는데다가 곧장 반격까지 날린다. 그 반격이 은근히 아프고 잡기 판정까지 붙어 있어서 순식간에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커허어어엉!!]
“이런 씨?!”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숨이 넘어가도록 달리던 도중, 수풀 사이에서 또 다른 들개가 튀어나왔다. 놈은 나에게 아가리를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놈의 움직임을 포착한 나는 이동 경로를 계산하면서 재빨리 단검을 휘둘렀다.
[크르르르르르!]
“헛……!”
내 공격이 허무하게 빛나갔다. 저돌적으로 달려오던 놈은 비현실적인 움직임으로 녹부검을 피해냈다. 놈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녹부검의 사거리였다.
단검보다 짧은 칼날은 상대가 조금만 몸을 틀어도 쉽게 빗나간다. 거기에 적의 움직임까지 날렵하다면 맞추기가 더더욱 힘들다.
[크르하아아아악!]
“아아악!!”
낭패하며 공격을 이어가려던 순간 어깨에서 격통이 일었다. 뒤에서 쫓아오던 들개 한 마리 내 어깨에 이빨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50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아크 데몬을 상대할 때는 한 대도 맞지 않고 농락했는데 이런 잡몹에게 피해를 입다니.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어이없어 하겠지만 가디스 던전에선 흔한 일이다.
아무리 강력한 능력으로 무장한 아크 데몬이라지만 놈과의 전투는 1대1이었다.
주변의 방해 없이 아크 데몬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으며 놈의 패턴만 잘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하면 맞을 일이 전혀 없다.
허나 들개들과의 전투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달려들어서 물어뜯을 줄 밖에 모르는 놈들이지만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그것도 사방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덤벼들면 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격을 읽을 틈도 없이 측면과 후방을 가리지 않고 이빨이 날아드는데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다굴엔 장사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또한 나는 방금 전 경험을 통해 게임과 현실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깨달았다.
게임은 3인칭 시점이지만 현실은 1인칭 시점이다. 그만큼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빈틈도 많이 생긴다. 항상 화면 밖으로 봐왔던 적들을 졸지에 VR모드로 잡게 된 것이다.
“개새가!!”
빠아악!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팔꿈치를 날렸다. 내 엘보가 놈의 안면을 정확히 가격했지만 들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저지력이 저놈의 인내력보다 낮기 때문이다.
인내력과 저지력은 경직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치다. 적에게 공격을 가할 때마다 본인의 저지력만큼 적의 인내력을 깎는 식이다.
인내력이 남아있는 동안 캐릭터는 경직당하지 않는다. 경직되지 않으니 행동이 캔슬당하는 일도 없다. 저지력으로 인내력을 0으로 만들었을 때부터 경직을 받기 시작하고 행동도 캔슬되는 것이다.
들개의 인내력은 10. 그에 반해 내 엘보의 저지력은 0이다. 따로 스킬을 찍지 않는 이상 플레이어의 기본 저지력은 0으로 고정되어 있다. 팔꿈치로 들개의 얼굴을 찍어봤자 놈은 꿈쩍도 안 할 것이다.
녹부검의 인내력은 5지만 지금 자세로는 녹부검을 휘두를 수 없다 상황을 파악한 나무에 몸을 들이박았다.
“좀 떨어져!!”
퍼어억!
[깨개애애앵!]
그제야 들개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다운 상태가 된 것이다.
다운 상태 역시 무방비 상태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결정타를 먹일 수 있다. 나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쓰러진 들개에게 녹부검을 박아 넣었다. +500퍼센트의 피해로 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최대한 빨리 끝장을 보려 했으나 다른 놈들이 날 가만두지 않았다. 측면에서 달려온 들개 한 마리가 날 덮친 것이다.
“어어억?!!”
[커흐으으응!!]
결정타를 먹이는데 집중하던 나는 들개의 기습에 차마 대응하지 못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내게 들개가 아가리를 들이밀었고 곧 내 목덜미를 사납게 물어뜯었다.
“끄아아아악!!”
방금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들개들의 물어뜯기는 모두 잡기 판정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 초당 50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들어와서 12초만 지나면 놈의 아가리에 내 목이 부러질 것이다.
소름끼치는 생각이 나를 채찍질했다. 나는 안간 힘을 쓰면서 들개의 머리를 녹부검을 마구 찍었다.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다른 놈들까지 가세할 거다. 그때는 정말 죽는 거라고 봐야 된다. 서너 마리가 한꺼번에 덤벼들면 초당 150에서 200의 피해다. 불과 5초도 지나지 않아서 게임 오버당할 거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개새끼야!”
푹! 푸욱! 푸후욱!
[깨개애애애앵!!]
세 번 정도 놈의 머리를 찍자 들개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놈은 끝내 절명하지 않았다. 녹부검으로 세 번 때려봤자 60뎀 밖에 안 나온다. 생명력 90인 놈을 죽이려면 두 대는 더 때려야 하는 것이다.
“허억……! 허억……!”
재빨리 일어난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놈들을 직시했다.
[크르르르르르…….]
[컹! 컹! 커어엉!]
[크허어어엉!!]
소란을 듣고 몰려온 건지 들개는 어느새 세 마리나 더 불어나 있었다.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녹부검을 고쳐 쥐었다.
“아 진짜 개새끼들 존나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