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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
파직! 파지지지직!!
내가 두 번째 결정타를 먹인 직후, 아크 데몬의 몸에서 전류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점점 더 격해지더니 이윽고 아크 데몬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흐읍!”
이를 본 나는 몇 번인 가 굴러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놈은 아직 죽지 않았다. 게다가 저건 놈이 더 강해진다는 신호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옷!!]
꽈르르르르르릉!!
내가 거리를 벌리자마자 푸른색 뇌광이 터져 나왔다. 엄청난 양의 전류는 흡사 폭풍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날개를 활짝 펼치며 일어난 아크 데몬이 크게 포효하자 일대가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초회차 기준 아크 데몬의 생명력은 3000. 그 중 절반인 1500 이하가 되면 2페이즈에 돌입한다. 아무래도 방금 전 결정타로 생명력이 1500 아래로 떨어진 모양이다.
간신히 전류 폭풍의 범위에서 벗어난 나는 놈의 동태를 살폈다.
이 역시 게임과 같았다. 놈은 전류 폭풍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힘을 끌어 모은다.
폭풍이 유지되는 동안은 아크 데몬에게 접근할 수 없다. 함부로 다가갔다간 초당 130의 피해를 받고 2초 만에 타죽을 거다.
반대로 아크 데몬 역시 힘을 모으는 동안엔 움직이지 못한다. 전류 폭풍의 사정거리는 10미터. 바닥에 깔린 대리석 타일이 대략 50cm 정도니까 타일 20개 거리만 물러나 있으면 폭풍이 멎을 때까지 나 역시 안전을 보장받는다.
그동안은 딱히 할 게 없다.
심심하니 춤이나 추기로 했다.
[네 노오오오오오오오옴!!]
내 도발적인 행위에 아크 데몬은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야 그렇겠지. 내가 춘 춤은 그냥 춤이 아니라 허리를 앞뒤로 흔드는, 흡사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문란하기 그지없는 춤이었다.
무려 가디스 던전 모션 중 69번째에 당당히 등록되어 있는 춤이다. 인게임에선 흔히 보스를 처치한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대전할 때 티배깅용으로 많이 쓴다.
“왜? 꼴리냐? 너 보라고 춘 거긴 한데 난 게이가 아니…….”
[죽여 버리겠다……!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아아아아아!!]
꽈르으으으응!!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아크 데몬. 놈이 뿜어낸 푸른색 뇌광 때문에 어두웠던 홀이 밝게 빛났다.
온몸에 푸른 전류를 두른 채 달려드는 아크 데몬은 마치 살아있는 번개와도 같았다.
실제로 놈은 번개와 같은 형태를 취하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허공으로 순간 이동한 아크 데몬이 낙뢰처럼 내리꽂혔다.
콰과아아아앙!!
“크흐윽!”
아크 데몬의 능력 중 하나인 낙뢰 타격이었다.
일순간 번개로 변하여 목표 지점까지 순식간에 이동하는 특수 능력.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무적 상태이며 도달한 후엔 공중에서 내려찍기를 가해 푸른색 낙뢰를 떨어뜨린다.
내려찍기와 낙뢰는 각각 +80퍼센트의 타격 피해, +120퍼센트의 전격 피해를 준다. 또한 낙뢰에 직격당한 적에겐 80퍼센트의 확률로 감전을 부여한다. 감전당한 적은 상태이상이 해제될 때까지 받는 전격 피해가 2배로 증가한다.
총 피해량만 533이기 때문에 나는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다. 애초에 저놈 공격 중엔 내가 버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가까스로 낙뢰 타격을 피한 나는 침음을 삼키면서 연이어 바닥을 굴렀다.
꽈르으으응! 콰앙! 콰과아아아앙!
무시무시한 순간이동 공격은 5번이나 반복됐다.
놈이 바닥을 내리칠 때마다 지축이 흔들렸다. 원래는 한 번으로 끝나는 공격이지만 2페이즈에 돌입하면서 패턴이 강화됐다.
더군다나 낙뢰 타격은 패링할 수 없다. 방어해도 관통 데미지를 받아서 죽을 거다.
5번을 다 피하는 동안 메인 홀은 형체도 안 남을 정도로 파괴됐다. 바닥에 깔린 융단은 검게 타버렸고 기사들의 시체는 차례차례 박살났다.
이어지는 아크 데몬의 공격을 피하면서 나는 여기사를 살펴봤다.
그녀는 아직 살아있다. 번개를 맞고 의식을 잃은 듯했지만 여전히 몸을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저게 제발 사후경직이 아니길 바라면서 나는 방향을 돌렸다.
눈앞에 커다란 유리창이 보였다. 한 쪽 벽면이 전부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 너머로는 어두운 하늘과 안뜰 정원이 보였다.
이 이상 홀 안에서 싸우면 여기사가 무사하지 못할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나만 불리하다.
아무리 놈의 공격을 전부 간파하고 결정타를 먹일 수 있다 해도 내 무기는 고작 녹슬고 부러진 검 하나. 기본 피해가 20 밖에 나오지 않으니 1500이나 남은 놈의 생명력을 다 깎으려면 한 세월이 걸릴 것이다.
한 번에 큰 피해를 줄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유리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와장차아아앙!!
내 돌진에 유리창이 박살났다. 나는 이내 화려한 꽃들이 가득한 안뜰 정원으로 나왔으며 그런 내 뒤를 아크 데몬이 바싹 쫓았다.
[어딜 도망가!!]
콰과아아아앙!!
번개를 두른 채 날아오는 아크 데몬의 모습은 25톤짜리 덤프트럭이 나를 향해 돌진하는 것만 같았다.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있었다. 어떤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너진 첨탑이었다. 악마들의 공격을 받고 무너져 내린 그것은 다른 잔해를 깔아뭉개고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약간의 틈이 있었다.
나는 그 틈으로 굴러들어갔다. 이로써 사각을 확보했다. 곧이어 쿠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첨탑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내게는 피해가 없었다. 나는 먼지를 뒤집어쓰며 다시 잔해 밖으로 튀어나왔다.
후둑! 후두두두둑!!
그 순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내리던 빗방울은 금세 거센 빗줄기가 되었으며 어두운 안뜰 정원을 흠뻑 적셨다.
이것도 게임과 같았다. 홀 안에서 싸우다가 안뜰 정원으로 나오면 꼭 이렇게 비가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폭우는 시각적 연출임과 동시에 플레이어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믹이다.
사방이 물바다가 됐으니 아크 데몬의 번개 공격은 더욱 강해질 거다.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물론 낙뢰가 떨어지는 속도도 훨씬 빨라져서 피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 빗줄기 속에서 아크 데몬의 뇌우는 더 이상 호구 패턴이 아닌 것이다.
[으라아아아아아!!]
“……!”
잔해 밖으로 나온 내게 아크 데몬이 날아들었다. 괴상한 기합을 지르며 날아든 놈은 번개에 에워싸인 주먹으로 날 공격했다. 나는 그것을 방어 패링으로 간신히 막아냈다.
카아아아앙!!
새하얀 장막이 날 보호하면서 아크 데몬의 주먹을 튕겨냈다. 그 즉시 나는 온힘을 다해 녹부검을 휘둘렀다. 놈의 자세가 무너진 틈을 타 피해를 먹이려 한 것이었다.
[크하하하하핫! 가소로운 놈!!]
펄러억!
“……!”
내가 녹부검을 휘두를 무렵 아크 데몬이 크게 날갯짓 했다.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자 놈의 몸이 허공으로 비상했고 내 공격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건물 안에서 벌레마냥 기어 다녔다면 그나마 살 가능성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구나! 천장이 없는 곳에서도 내가 땅을 디디며 싸울 거라 생각했나?!]
공격을 피한 아크 데몬은 그대로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 고도를 높인 놈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나의 무력함을 비웃듯이 아크 데몬은 먹구름을 끌어 모았다. 하늘에서 푸른색 뇌광이 수차례 번뜩였고 이내 번개의 창이 되어 나를 향해 떨어졌다.
콰과아아앙!!
“크하아아악!”
바로 옆에서 떨어진 번개 때문에 내 몸은 저 멀리 날아갔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2페이즈의 낙뢰는 1페이즈 때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직격 당했으면 즉사를 피할 수 없었겠지만 놈은 일부러 내 옆을 노렸다. 날 가지고 놀 생각이었다. 공중에 떠올랐으니 이제부터 자신의 독무대가 펼쳐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리라.
[어디서 굴어먹다 온 벌레인진 몰라도 잔재주만큼은 인정해주마.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지만 이 몸을 여기까지 몰아붙이다니. 확실히 먼저 덤빈 기사 놈들 보다야 쓸 만한 실력이다.]
꽈르으으으응!!
[허나 벌레는 결국 벌레일 뿐! 내가 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밖으로 도망친 건 네가 아둔하다는 증거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저주하면서 추하게 죽어라!!]
콰아앙! 콰과아아아앙!!
번개가 잇따라 떨어졌다. 나는 타이밍을 가늠하며 재빨리 피했지만 조금 전처럼 여유롭지는 않았다.
떨어지는 속도뿐만 아니라 사용 횟수도 크게 늘었다. 먼저 떨어진 번개를 피하자마자 또 다른 번개가 떨어졌다. 게다가 젖은 바닥과 빗줄기 때문에 범위까지 크게 증가해 지상에는 더 이상 안전지대라고 부를 만한 장소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아크 데몬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놈을 착지시킬 방법은 원거리 공격을 사용하거나 번개에 맞아주는 것뿐. 지금의 나에겐 어느 쪽도 불가능하다.
추방자로 시작한 나에게 원거리 공격 수단 같은 건 없다. 짱돌 같은 건 던져봤자 맞지도 않는다. 설령 맞는다고 해도 위력이 약해서 눈도 깜짝 안 할 거다.
그렇다고 번개에 맞아줄 수도 없다. 누차 말하지만 낙뢰의 데미지는 325다. 내 빈약한 생명력으론 버티지 못한다. 놈이 내려오기도 전에 잿더미가 되어 버릴 거다.
애당초 아크 데몬을 잡을 때는 이 정원으로 나오면 안 된다. 정원에 나오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크 데몬은 하늘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으니 추방자로 시작한 플레이어 입장에선 답이 없다. 사실상 놈이 비상한 순간부터 승부는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크하하하하핫! 어디 건물 안으로 돌아가 보지 그러냐 벌레 놈아! 그러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잖냐!]
“…….”
아크 데몬이 조소를 터뜨렸다. 놈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
이제 와서 건물 안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즉시 아크 데몬은 입구를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부을 거다. 아무리 회피를 잘 해도 한꺼번에 떨어지는 번개를 전부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곳으로 피해도 마찬가지다.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는 나지만 언젠가 체력이 바닥날 거다. 탈출로까지 뛰어간다 해도 그 사이 집중 공격이 퍼부어지면 무사하지 못한다.
[크흐흐흐흣! 끝까지 건물 안으로 도망치지 않는 걸 보면 네놈도 생각은 할 줄 아나보군. 하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 네놈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 죽을 때까지 뇌우 속에서 실컷 발악해봐라!]
내가 아무 말도 없자 아크 데몬이 비아냥거렸다. 허나 나는 그런 아크 데몬의 말을 담담히 받아쳤다. 그런 내 입가에는 분명 회심의 미소가 걸려 있으리라.
“과연 그럴까?”
[뭐라?]
아크 데몬에게 반박한 뒤 나는 첨탑으로 달려갔다.
무너진 첨탑의 끝은 위로 향하고 있었다. 첨탑 끝까지 쭉 달려가면 아슬아슬하게나마 아크 데몬에게 닿을 수 있다.
놈도 내 의도를 눈치 챘는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하! 허튼 짓이다. 고작 인간의 도약으로 내가 있는 곳까지 다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뛰어오르기도 전에 태워주마!]
꽈르으으응!! 콰앙! 콰과과과광!!
푸른색 뇌우가 첨탑을 향해 쏟아졌다. 연이은 낙뢰에 첨탑은 시시각각 파괴됐지만 그래도 피할 만했다.
아크 데몬은 지금 방심하고 있다.
저놈은 나에게 닿지 못한다. 날개도 없는 인간이 고작 무너진 첨탑을 탄다고 해서 상공에 있는 나에게 다다를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생각이 하나 밖에 안 남은 눈동자 위로 떠올랐다.
그래, 닿지 못한다. 온힘을 다해 점프해도 공중에 떠 있는 아크 데몬에게는 손가락 하나 닿을까 말까 할 거다.
운 좋게 공격이 닿아도 놈은 날갯짓 한 번으로 피할 수 있다. 애초에 한 번 때리는 정도론 놈은 죽지도, 추락하지도 않는다.
“흐으으으읍!!”
덕분에 나는 첨탑 끝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있는 힘껏 도움닫기를 한 나는 아크 데몬에게 손을 뻗었다. 아크 데몬은 코웃음을 치면서 날개를 펄럭였다. 번개에 휘감긴 날개가 움직이자 놈은 나와 더욱 멀어졌다.
직후 나를 향해 번개가 떨어졌다.
파지지지직!!
공중에 떠 있는 동안은 회피할 수 없다. 그런 나에게 번개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아크 데몬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패악스러운 어조로 소리쳤다.
[크하하하하핫!! 끝이다, 벌레 놈아! 네 놈의 사지육신은 들개들 먹이로 던져주……!!]
꽈과아아아앙!!
[끄허어어어억!!]
아크 데몬의 말이 뚝 끊겼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 같던 번개가 아크 데몬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번개에 맞은 아크 데몬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놈은 황급히 날갯짓하며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이어지는 뇌우의 폭격이 그것을 불허했다.
콰앙! 콰아앙! 콰아앙!!
콰과과과광!! 꽈르으으으응!!
모든 낙뢰가 아크 데몬에게 집중됐다. 피할 새도 없이 빗발친 뇌우는 아크 데몬에게 연달아 직격했고 번개가 내려칠 때마다 놈의 몸은 빠르게 손상됐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악!!]
번개를 조종하는 악마라고 할지라도 무수히 내리꽂히는 낙뢰를 맞고도 멀쩡할 수는 없다. 결국 아크 데몬은 지상으로 추락했으며 놈의 날개는 검게 그을린 채 부러졌다.
콰아아아앙!! 추락의 반동으로 지면이 크게 흔들렸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나는 곧장 아크 데몬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원래라면 아크 데몬이 비행을 시도한 시점에서 패배했을 거다. 공격당하기 전까진 절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는데다가 놈은 공중에 있는 동안 낙뢰를 무한정 쏠 수 있으니까.
불합리의 정점을 찍는 패턴이지만 파훼법은 확실하게 있다. 가디스 던전의 개발진들은 플레이어가 대응하지 못하는 패턴을 넣을 정도로 막 나가는 인간들이 아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법이 바로 저택 현관에서 라울도린이 건네준 자멸의 부적이다.
자멸의 부적
[자네스 영지에 숨어든 워록이 만든 흑마법의 부적. 악마들이 통제에서 벗어날 것을 대비하여 만든 물건으로 사용 시 3초 동안 악마의 공격이 스스로에게 향한다. 단,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부적이 악마의 몸에 접촉되어야 한다.]
내가 첨탑을 타고 도약했던 건 아크 데몬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놈에게 자멸의 부적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밖으로 나온 것부터가 자멸의 부적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려고 그런 거다.
공중에 떠오른 아크 데몬은 뇌우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자멸의 부적을 사용하면 지상을 향해 내리치는 낙뢰가 전부 놈에게 향해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미 걸레짝이 된 놈의 생명력은 고작 100 정도밖에 안 남았을 거다. 그리고 빗발치는 낙뢰를 곧이곧대로 맞은 아크 데몬은 다시 한 번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빠르게 달려가며 도약했다. 공중으로 분 뜬 순간, 나는 아크 데몬을 향해 외쳤다.
“다음에 네가 할 말은! ‘하찮은 필멸자 따위가 어떻게에에에?!’ 다!”
[하찮은 필멸자 따위가 어떻게에에에?! 헛……!!]
본인이 할 말을 그대로 하는 것을 보고 놀라는 아크 데몬. 직후, 나의 검이 놈의 머리를 수직으로 갈랐다.
촤아아아악!!
결정타를 맞은 놈의 미간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짐승의 머리뼈 같은 얼굴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최후의 순간, 놈은 경외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뭐냐……?]
녹부검에 묻은 피를 털면서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냥, 게임이 취미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