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화. 은밀한 다음 타깃 (5)
운전대는 내가 잡았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달리긴 했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서울 외곽지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나무 사이에 가려 이런 거대한 사저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저 멀리 고속도로가 보이긴 하는데, 거기서 여길 본다고 해도 저게 대통령 사저인지 알아채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길게 쭉쭉 뻗은 가로수로 마당 근처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이 드넓은 장원을 눈치챈다고 해도 설마 이게 한 명의 소유겠나, 싶을 것 같았다.
당장 나만 해도 그랬으니까.
근처에는 개발되지 않은 논과 밭이 늘어서 있고,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는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 내려다볼 염려도 없다.
그리고 또 교묘한 것이 있다.
등기상 마당과 사저는 담기욱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부대시설과 뒷마당, 들어가는 입구는 국유지였다.
전 대통령 예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호동 같은 부대시설은 필수다.
그리고 뒷마당이나 입구 도로 같은 것도 말이 국유지지 실상 이용하는 사람은 사저 사람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국유지를 자기 땅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국유지 왜 사적으로 쓰냐고 따질 수도 없다.
담기욱이 점유한 것도 아니고, 아무나 이용 가능한데 길이 사저로 뚫려 있어서 이용할 만한 사람이 사저 사람밖에 없는 것뿐이니까.
참 그럴듯하게 해놨다.
“여기 들어가는 길이 어렵네요.”
조수석에 탄 지현석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몇 명 이용하지도 않는데 잘 닦인 도로에서 사저 입구로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마당 주위를 쭉 도는 길을 따라 들어가니 본관, 별관, 뒤쪽으로 향하는 흙길이 나왔다.
어디로 들어갈지 헤매던 나는 적당히 본관 근처에 대기로 했다.
“여기다 세우죠. 어차피 차도 없고 문제가 있다면 미관을 해치는 것뿐인데 뭐가 예쁘다고 전 대통령 집 미관을 신경 써요. 차고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화단 부순 것도 아니고 길가에 세운 거면 최선이지.”
우리는 적당히 본관 앞에 차를 대고 내렸다.
집 안인데 길가라고 하니까 기분 되게 이상하네.
원래 부자들은 이러고 사나?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좁아서 이런 집은 없을 줄 알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허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있긴 있구나.
마당만 해도 잔디가 가지런히 관리되어 있고 담을 따라 길쭉길쭉한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뒤에는 산이 있었는데 집에서 보면 뷰 하나는 죽이겠다 싶었다.
“오면서 보셨죠? 담 따라서 CCTV 있는 거.”
“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데, 집 근처 접근하면 딱 걸리게 생겼네요.”
“아 참, 도면 보고 오셨죠?”
“네. 집 안에 수영장도 있던데요? 미쳤나?”
“엘리베이터도 있는데요, 무슨.”
“와씨, 미쳤다.”
우리는 두런두런 감상평을 남기며 본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겨우 안내인이 나왔다.
“서재로 모시겠습니다.”
“아뇨, 그 전에.”
이 집에 들어온 건 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원래는 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얼굴이나 좀 보고 대화 좀 나눈 후에, 화장실 간다는 핑계라도 대고 나와서 돌아다닐까 했는데.
들어오자마자 그런 생각 자체가 싹 사라졌다.
장부상으로 봤을 때는 숫자만 보였던 탈세액인데, 이 집 안에 들어오니 확연히 알겠다.
사방에서 기분 나쁜 불쾌감이 느껴졌다.
내가 예전에 호텔 앞 주차장이나 화단에 파묻은 보석을 보고 땅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뭐랄까,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시각적 효과가 너무 강렬해서 후각으로도 느껴지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정도로 구렸다.
이 집 전체가.
“땅하고 집은 죄가 없는 건데 이게 이렇게 되네…….”
내가 중얼거리자 안내하러 나온 비서인지 보좌관인지 모를 사람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표정 관리요…….”
지현석이 나에게만 들리도록 복화술 비스무리하게 말했지만 도저히 관리가 되질 않았다.
특히나 어느 한쪽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저건 뭐란 말인가!
콩 알갱이만 한 크기의 시커먼 숫자가 어느 한쪽에서 쑥쑥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막상 들어와서 아무것도 못 찾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기우였나 보다.
이건 뭐 대놓고 보이네.
자그마한 알갱이 같은 게 뭉쳐서 커다란 숫자를 이루고 있었는데, 알갱이들이 자꾸 움직이다 보니 징그러웠다.
마치 벌레 같다.
“후…….”
내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자 지현석이 재빠르게 작전을 변경했다.
“차 타고 오면서 자료를 보시더니 멀미하셨나 봅니다. 신 팀장님은 잠시 화장실 들렀다 오시죠. 제가 먼저 인사 나누고 있겠습니다.”
비서관은 난감한 표정을 했지만 날 의심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정말로 속이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연기가 아니라 리얼이다.
차라리 잘된 건가?
중간에 빠져나가면서 어설픈 연기 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나는 지금 정말로 기분이 안 좋았기 때문에 비서관에게 물었다.
“여기 공기가 좀 많이 안 좋네요. 심호흡 좀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이따 아무나 붙잡고 서재가 어딘지 물어보면 되겠죠, 뭐.”
비서관은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누군가를 부르려는 것 같았지만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게, 두 분이 오신다는 말에 본관 내에서 모든 사용인을 철수시켰습니다. 안내를 맡은 비서관인 저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화장실 위치랑 서재 위치나 알려주고 가세요. 아니면 여기 지현석 검사님 모셔다 드리고 바로 오시면 되겠네.”
비서관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CCTV를 보았다.
어차피 본관 내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괜찮겠지, 생각하는 게 뻔히 보였다.
잠시 자리를 비운다 해도 금방 다녀오면 될 일이고.
비서관은 금방 승낙했다.
“이쪽 복도로 끝까지 가시면 화장실이 있습니다. 금방 제가 모시러 올 테니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네. 저도 금방 갈 테니 일단 얘기나 나누고 계세요.”
지현석은 남몰래 나에게 눈빛을 보내고는 비서관과 함께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갔다.
나 역시 복도를 쭉 걸어갔다.
방향은 같았지만 화장실은 그대로 지나쳤다.
이건 화장실을 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저놈의 숫자 덩어리들이 문제지.
점점 더 짙어지는 곳으로, 홀린 듯 걸어가자 밖이 나왔다.
복도 끝에 달린 게 쪽문이었던 것이다.
CCTV가 곳곳에 있긴 했지만 제지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야 바람 쐬고 들어간다는데 밖으로 나온다고 이상할 게 없지.
나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담배를 꺼냈다.
끊은 지 꽤 됐지만 일부러 사 온 거다.
어쩌면 담배 피운다는 핑계로 혼자 움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다.
불은 붙이지 않은 채 손 안에서 담배를 굴리던 나는 주위를 둘러보는 척하며 건물 뒤로 돌아 들어갔다.
본관보다 자그마한 별관이 하나 있었다.
본관도 꽤 구리긴 했지만 별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크기나 들어간 돈으로 치자면 본관이 훨씬 구려야 하는데도, 내 눈에 보이는 저 숫자들은 별관 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건 분명 뭐가 있는 거지.
집주인한테는 미안하지만 좀 헤집고 다녀야겠다.
결심한 이상 빠릿하게 행동하는 게 낫다.
일단 쳐들어간다!
나는 별관으로 부리나케 달렸다.
경호동이 반대편에 있으니 이상을 감지하고 달려오는데 어느 정도 걸릴까?
일단 잡히면 뿌리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할 테고, 그렇다면 빠른 게 장땡이다.
나는 별관으로 들어가 안에서 걸어 잠갔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복잡한 복도를 가로질러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놓은 건지 별관 내부는 이상하게 꼬여 있었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좀 살펴볼까, 하는 사이 경호원에게 붙잡혔을 것이다.
어느 방에서 문을 열고 나갔더니 또 다른 복도가 나온다거나, 나선형 계단으로 방향 감각을 어지럽힌다거나.
또 어느 한쪽은 창문이 꽉 막혀 있어서 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이정표가 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이것.
물리적으로 손에 잡힐 리가 없는데도, 나는 혹시라도 입에 들어올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복도를 달렸다.
내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시커먼 연기 같은 숫자들이 날 피하듯 좌우로 갈라졌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백하게 길을 밝혀주었다.
나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
“어어, 뭐야! 저 사람 왜 저래!”
경호동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은 CCTV 화면을 보며 기함했다.
중요한 손님이 오실 테니 그동안 사저에서 물러나 있으라는 담기욱의 엄명에 경호동에 있던 상황이었다.
종종 누군가와 밀회를 가질 때는 이런 명령이 있었고, CCTV와 모션 센서까지 갖춘 삼엄한 경계 속에서 누군가 침입하기 전에 물리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손님으로 초대받은 사람이 집 안을 헤집고 다닐 줄은 몰랐지만.
“당장 쫓아!”
비상 상황을 예감한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경호동을 나와 마당을 가로질렀다.
잘 가꾼 잔디가 밟히며 풀이 흩날렸다.
별관으로 도착하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일단 대통령님께 연락 넣어!”
별관은 경호원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내부는 복잡했고 담기욱의 형인 주택공사 사장이 오면 항상 밀회를 가지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상대는 귀한 손님이라고 들었다.
잡아도 될지 물어봐야 했다.
“무조건 잡으랍니다!”
허락이 떨어지자 경호원들은 별관의 문을 부쉈다.
CCTV가 있는 것도 1층까지.
이후에는 샅샅이 뒤지면서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경호원들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순찰하면서 별관 1층에 들어와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깊은 내부까지 와본 적은 처음이었다.
경호원들은 이리저리 꺾이고 만나는 복도에 우왕좌왕하며 수색 범위를 좁혀 나갔다.
이윽고, 어느 창고 같은 곳에 도달했을 때였다.
“어, 나오세요! 이렇게 마구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경호원들은 근엄한 표정으로 외부인을 달랬다.
귀한 손님이니 힘으로 끌어내기보다는 말로 설득해서 내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더군다나 얼굴을 마주 보니 상대는 그 신재현이 아닌가!
본관에서 철수하라고 했을 땐 당연히 밀회구나, 했지 신재현일 줄은 몰랐다.
CCTV에서도 별관에 들어가는 재빠른 그림자를 보고 출동한 것이었다.
청렴의 상징과도 같은 신재현이 전 대통령 사저에 온 것도 경악스러운데, 정작 그 신재현은 경호원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는 위스키 병이 가득 늘어선 선반 한 군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속이 안 좋은지 파리해 보이는 얼굴로 험악하게 노려보는 눈빛.
마치 선반이 원수라도 되는 것 같았다.
신재현이 왜 여기까지 와서 위스키 병을 보고 있는지 놀란 것도 잠시, 경호원들은 이 손님을 끌어내기로 했다.
“나오세요. 여긴 또 어떻게 찾아서 들어오신 겁니까. 무단 침입으로 형사고발 조치할 수 있습니다.”
이 사저의 주인에게는 귀한 손님이라는 말을 들었고, 경호원들 자신도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유명인이기도 했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말로 끌어내려 했지만, 신재현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시끄러워지는 거 원치 않으실 것 같은데요. 힘으로 모시기 전에 나오십시오.”
경호원이 두 번째이자 최종적으로 경고를 했다.
그제서야 신재현은 고개를 돌리고 방 입구 쪽을 두리번거렸다.
“왜 이렇게 안 와.”
“예? 누가 올…….”
사저의 주인인 담기욱이라도 기다리는 건가 하는 순간 복도 끄트머리에서 우렁찬 발소리가 들리자, 경호원들은 입을 다물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발소리만 봤을 때 최소 열 명은 넘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잠깐 대기!”
명령에 따라 경호원들이 일제히 복도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발소리의 주인들이 모퉁이 너머로 나타났다.
검은 정장 차림의 남녀가 섞여 있는 가운데 점퍼나 청바지 같은 프리한 차림도 몇몇 보였다.
딱 봐도 이 집 사람이 아니었다.
“뭡니까, 당신들은!”
“어허,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경호원들은 대번에 경계 태세를 갖췄다.
“여기까지 대체 어떻게!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영장 있으십니까?”
“지금은 영장이 없는데, 우리 부단장님이 곧 사후영장 칠 근거가 생길 거라고 하셔서요. 부단장님!”
신재현이 방 안쪽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손짓했다.
“얼른 와서 여기 좀 뜯어보세요.”
“저렇게 말씀하시네요.”
경호원들로서는 기겁할 일이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뜯고 말고 영장이 있어야죠!”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는 경우 영장 없이 증거물을 압수하고 48시간 내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가 무슨 범죄 장소라는 겁니까? 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실랑이가 이어지자 신재현이 대수롭지 않게 툭 던졌다.
“내부 고발자가 있었어요. 1㎏ 단위 골드바가 약 90개, 플래티늄바가 약 30개, 금거래소 유가증권 뭉치에 5만 원권 현금이 어림잡아 30억 원 정도, 무기명 유가증권에 무기명 회원권. 그게 바로 이 뒤에 있습니다.”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매우 구체적인 언급이었지만.
사실 내부 고발자는 없었다.
눈에 보이는 숫자들이 뭉친 모양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금괴 모양으로 시커멓게 뭉쳐 꾸물거리는 숫자들은 계속해서 증식해 깨알만 한 숫자를 토해냈고, 그것들은 바퀴벌레처럼 선반 너머로 넘쳐 기어 나왔다.
하지만 그 신재현의 입에서 내부 고발자의 존재와 함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자 경호원들이 주춤했다.
검찰 수사관과 경찰들이 기세등등하게 한 발짝씩 나서는 가운데, 신재현이 휙 돌며 일갈했다.
“뭐 하는 겁니까! 범죄 현장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은닉 재산 확인 안 할 겁니까! 뜯으세요!”
“네, 부단장님!”
어어, 하는 사이에 수사관들이 경호원들을 밀쳐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맨 뒤에 장비를 잔뜩 들고 온 사람이 선반 뒤를 스캔하더니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는 일사천리였다.
“야! 무슨 짓이야! 안 막고 뭐 해!”
“어허, 물러나세요. 증거 수집 중입니다.”
중간에 달려 들어온 담기욱과 지현석이 도착해 난리가 벌어졌지만, 방해랄 것도 못 되었다.
이미 경호원들은 숫자로도 공권력으로도 한참 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철컹!
금고 따기 기술자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선반을 들췄다.
“이야…… 진짜네.”
신재현이 말한 것들이 그대로 금고 안에 널려 있었다.
형광등 불빛을 반사하는 휘황찬란한 광채에 너 나 할 것 없이 넋을 잃고 금고 안을 바라보았다.
유일하게 눈길을 빼앗기지 않은 사람은 신재현뿐.
그가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전 대통령님 소득 수준 생각하면 절대 현금성 자산이 이렇게 나올 수가 없는데. 이 정도면 임의 동행 가능하죠?”
지현석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임의 동행이 뭡니까. 체포해야죠.”
지현석이 성큼 다가서자 담기욱이 잔뜩 벌게진 얼굴로 쌍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 쓸모없는 것들! 내가 까라면 까야 하는 놈들이! 야, 몇 년 전 같으면 너네는 내 한마디에 모가지가 날아갔어! 이 새끼들이, 어디에 손을 대!”
“네네, 자세한 얘기는 검찰청 가서 하시죠.”
전 대통령이 뱉은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단어들.
담기욱이 수사관 손에 끌려가는 복도 내내 꼬리처럼 욕설이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