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화. (남들에겐) 공포의 술래잡기 (2)
-끼이익!
고송철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액셀을 밟았다.
-시속 60㎞ 과속 단속 구간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내뱉는 경고는 이미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다.
계기판의 속도계는 70㎞에 육박하고 있었으나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끼익!
“야, 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해!”
창문 너머에서 요란하게 욕설이 울렸다.
방음이 뛰어난 탓인지 마음이 급해서인지 고송철의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고송철은 죽을 맛이었다.
지난 며칠간 죽어라 전화를 돌리고 발품을 팔았다.
회사를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일단 자신이 살아야 회사를 나가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동안 자존심은 모조리 내팽개쳤다.
인맥이라는 인맥은 총동원해서 찾아다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거절의 눈빛뿐이었다.
-아, 상대가 신재현이에요? 그건 좀…….
-어허, 회계사님. 누굴 죽일 생각이십니까? 조사단에 압박 좀 넣어달라니요. 저는 그런 힘 없습니다.
-회계사님, 국회의원들 나가떨어진 거 보고도 느낀 게 없으세요?
느낀 게 없기는.
신재현을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서라도 해본 적이 없다.
그가 원했던 것은 회계사 자격증을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탈세액을 내라면 낼 것이고 벌과금을 내라면 낼 것이다.
회사 문을 닫으라면 닫을 것이다.
그저 회계사 자격증 하나만 유지하게 해달라는 게 그렇게 거대한 꿈이란 말인가.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렵겠습니다. 딱히 방법이 없네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회계사님. 정말 죄송한데 이럴 시간에 다른 곳을 찾아보세요.
온갖 자존심 다 꺾으면서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나오길 몇 차례.
고송철은 울분을 터뜨렸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 새끼들은 받아 처먹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입을 닦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사람이라지만 있는 놈들이 더했다.
저놈들은 평소엔 회계사님, 회계사님 하며 절세 방법이나 비자금 조성 방법 알려달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잘못 얽힐까 두려워서 비리 방법 조언을 하지 않은 게 천추의 한이었다.
그랬다면 지금쯤 손에 약점이라도 하나씩 틀어쥐고 협박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믿을 수 있는 공기업 몇 군데만 골라서 장부에 손댄 것이 이렇게 돌아온 것이다.
물론 고송철은 지금 시야가 좁아진 상황이라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고 있었다.
만약 예전에 규모를 키워서 공기업마다 탈세 컨설팅을 하고 다녔다면 이미 신재현에게 걸려서 반타작이 났을지도 모른다.
유진환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야박하게 내쫓냐. 나쁜 새끼들…….”
그가 자랑스레 말하고 다녔던 인맥은 이미 무용지물이었다.
인맥으로 안 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지만 그 인맥조차 진정한 관계는 아니었다.
고송철에게서 얻어낼 것이 없는데 굳이 그와의 관계를 유지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사단의 대상인 고송철을 흔쾌히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은 대한공항공사인데…….”
장부 건으로 함께 조사 대상이 되었으니 갔다간 쌍욕을 먹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일부러 마지막까지 가지 않았던 곳이지만, 이제 와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마음이 다급한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다.
“그래. 한배를 탄 사이니까 힘을 합쳐보자고 하자.”
정상적인 사고회로는 이미 마비된 지 오래였다.
자기합리화를 마친 고송철은 유일하게 남은 인맥을 향해 차를 몰았다.
***
신재현과 지현석은 대한주택개발공사를 나오자마자 다시 위치 추적과 통화 기록을 요청했다.
그리고 새로 전달받은 기록을 보자마자 쉽게 잡지 못할 거란 느낌을 받았다.
신재현은 판단을 내렸다.
“직원들은 미리 보내죠. 의외로 고송철 찾는 데 오래 걸릴 것 같네요.”
둘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신재현은 먼저 장세훈을 불렀고 지현석 역시 자신의 검사실에서 일하는 오른팔 격의 수사관을 불렀다.
“장세훈 조사관님. 현장 책임 맡기겠습니다. 저희는 둘이서 고송철 쫓으러 갈 거예요.”
“부단장님이 직접 가십니까? 저희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니요. 고송철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걱정이 되긴 하네요. 저희가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상대가 공사 사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슬쩍 보니 지현석도 검찰 쪽에 지시가 끝났다.
신재현은 가장 앞선 승용차의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검찰 쪽 도와서 수색 맡아주세요.”
“네,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제가 깔끔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조사단의 일원으로 온 자리였기 때문에 장세훈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평소엔 반말로 친근하게 굴다가도 공사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실 신재현의 곁에 항상 붙어 다니며 수발을 드는 오른팔 같은 사람은 황민우였지만, 여기서는 장세훈을 지목했다.
아무리 친해도 공무원은 계급 집단이다.
8급인 황민우에게 책임 자리를 맡길 순 없었다.
때문에 가장 믿을 수 있는 4명, 서울청 시절부터 한 팀이었던 그들 중에서도 대리를 맡길 수 있는 이는 장세훈뿐이었다.
예전엔 다혈질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었지만, 그동안 강혜원이 많이 다그쳐서 지금은 꽤 듬직해졌다.
“사장님하고 싸우는 걸 못 봐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엄지손가락을 들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는 장세훈을 보며 신재현은 잠시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책임자 바꿀까?’
그래도 옆에 황민우가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여기서 헤어지네요. 이따 봐요.”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부단장님!”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단원들의 인사는 깍듯하면서 우렁찼다.
불안한 모습으로 우리가 떠나기를 기다리던 공사의 직원들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기선제압이었다.
너무 겁주는 것도 곤란한데.
신재현과 지현석은 빠르게 공사 앞을 떠났다.
그리고 위치 추적과 통화 기록을 보며 고송철의 뒤를 쫓았다.
대부분은 공사였고 전직 국회의원도 있었다.
무려 8년 전에 의장을 하고 은퇴한 정치인도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떻게, 차라도 한잔…….
-불철주야 나랏일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뭐든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하나같이 친절하고 협조적으로 나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한편, 고송철이 돌아다닌 곳은 장소도 다양했다.
경기도로 갔다가 인천으로 갔다가.
서울 강남의 교통체증에 막혀 있을 때는 이를 부득 갈기도 했다.
‘고송철, 너 잡히면 죽인다.’
새삼 고송철의 연줄이 얼마나 멀리 뻗쳐 있는지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어딜 가도 고송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근데 하나같이 고송철의 부탁을 거절한 모양입니다.”
지금 신재현은 건물에서 전직 장관의 융숭한 배웅을 받으며 막 차에 올라탄 상태였다.
이상하게도 가는 곳마다 친절하게 둘을 맞이하면서, 고송철은 빈손으로 내쫓았다고 이실직고를 했다.
미리 관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방금 들른 전직 장관의 댁에서도 그랬다.
-장관이라고 해봤자 아무런 힘도 없는데 대체 왜 왔다 갔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그냥 잡히는 대로 온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부단장님 응원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대한민국, 화이팅!
아예 길거리에 나가서 응원까지 할 기세다.
그걸 보고 있자니 예전에 삼성세무서에 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교수의 집에서도 문전박대를 당했는데, 지금은 가는 곳마다 문을 열어주고 차를 대접한다.
“권력의 실체가 그런 겁니다. 힘이 없어지면 당장에라도 버리죠. 고송철이 얼른 체념하고 이 술래잡기를 끝냈으면 좋겠네요.”
신재현은 조수석에 앉아 자료에 큼직하게 X 표시를 했다.
이제 다음으로 남은 것은 대한공항공사였다.
“돌고 돌아 결국 여기네요.”
이미 직원들이 가서 한창 들쑤시고 있을 것이다.
오늘 원래 일정보다 훨씬 늦어졌지만 결국 대한공항공사 현장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지현석이 액셀을 밟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여기서 더 갈 데가 있는 건 아니겠죠? 이제 좀 끝날 기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발 이번엔 고송철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둘은 대한공항공사로 향했다.
***
-우리 쪽에 방금 신재현 왔다가 갔습니다.
-거기도 갔습니까? 아이고, 심장 떨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대한공항공사 사장은 단톡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미 방문을 당한 피해자들의 경험담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사단 그거 평범한 세무조사랑 똑같은 거 아닌가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절로 오금이 저리던데요.
-무슨 나이 서른도 안 된 애한테 오금이 저리고 말고 합니까. 저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아니, 사장실 문 열고 들어왔는데 눈에서 살기가 흘렀다니까요? 우리 조사하러 온 거 아닌 거 알면서도 섬뜩했어요.
-제가 변호사 출신이라 잘 아는데, 범인 좀 많이 잡아넣은 사람들은 정말로 살기가 서립니다. 제 친구가 순둥순둥했는데 검사 시보로 갔다 오더니 인상이 변해서 오더라니까요?
-아, 이건 진짜 직접 봐야 알아요. 왜 피하라는지 알 것 같아요. 날이 바짝 서 있는데.
-우리 조사받는 거 아니겠죠? 차라리 그냥 조사국에서 받고 싶은데.
-누가 좀 막아봐요! 세상모르고 날뛰잖아!
-그걸 어떻게 막아요! 사장님이 직접 가서 막아보십쇼.
대한공항공사의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10명 정도 되는 공기업 사장이 서로 유익한 정보나 나누고 가끔 만나 술 한잔하자며 만든 단체 대화방이었다.
젊은 사장 하나가 우리도 좋은 교류를 하자며 만든 것이었는데 오늘 비로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화방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사장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도와줄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기보다 훨씬 잘난 놈들이 저런 반응을 하는 걸 보면, 이건 발을 담그면 안 되는 판이다.
돕는답시고 괜히 나섰다가 더 큰 몰매를 맞는 미래가 훤히 그려졌다.
대한공항공사의 사장은 못마땅한 눈으로 정면을 보았다.
느닷없이 공기업 사장들을 공포에 떨게 한 원흉이 서 있었다.
“사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사장님이 나서주세요.”
“크흠. 왜 여기 와서 이러시나. 회계사님, 돌아가시죠.”
“사장님! 그동안 함께 잘 해오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그저 잠시간의 비바람일 뿐입니다. 제가 앞으로 더 잘 모실 수 있습니다. 사장님이 조금만 도와주세요.”
“대체 뭘 도와달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사장이 시치미를 떼자 고송철은 사장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안에는 둘밖에 없는데도 과장스러운 태도였다.
“사장님이 아시는 분들 많으시잖습니까. 지금 그걸 쓰셔야 할 때입니다.”
사장은 대번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야 나중에 정치 좀 나가볼까 하고 이리저리 찔러둔 것은 있었지만 회계사 하나를 구하자고 쓸 만한 연줄은 아니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할 회계사가 이렇게 뻔뻔하게 구명을 요구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급하긴 한가 보다.
물론 사장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회계사는 언제든 교체 가능한 거래처에 불과했으니까.
사장이 꿈쩍도 안 하자 고송철은 작정한 듯 표정을 바꿨다.
“사장님, 저를 살리셔야 합니다. 제가 입을 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꼭 당신 같은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아는 게 뭐 대단한 줄 알아. 회계사님이 쥔 거라고 해봤자 우리 공사에서 탈세 좀 한 거 아닌가요?”
바늘이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았다.
고송철은 자신의 협박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다음으로 남은 수순은 하나였다.
그는 무릎을 털썩 꿇었다.
“사장님! 제발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하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사장님밖에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사장은 고송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반응이 없자 고송철이 흘끔 고개를 들었다가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납작 엎드리고 말았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 이번만 사장님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사장은 의자에 앉은 채 몸을 빙글 돌렸다.
창밖의 소란스러운 정경이 한눈에 보였다.
그는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사장님께……!”
“아니요. 상대가 신재현이어서는 저도 방도가 없다는 뜻입니다.”
“……예? 사장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장은 여전히 담담했다.
이제 보니 사장은 초연한 분위기였다.
아까는 그게 걱정이 없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설마 포기한 거였나?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도 신재현은 못 이깁니다. 대선 후보가 날아갔어요. 대통령까지 한 수 접어줍니다. 여기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사장님!”
“저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날 겁니다. 탈세가 걸린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어차피 공사의 돈이지 사장이 손해 볼 것은 없다.
잠시 쉬다 온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는 이미 그렇게 계산을 끝내 놓았다.
아무리 지금의 지위가 소중해도 목숨만은 못하지.
차라리 사장 자리를 내려놓는 게 낫다.
“상대가 웬만해야 싸울 생각이라도 들죠. 저는 오히려 회계사님이 이해가 안 갑니다. 딱 봐도 각이 나오는데 어떻게 이길 생각을 하죠? 마음이 조급해지면 그런 것도 눈에 안 보이나?”
“사장님……!”
사장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먼 산을 바라보았다.
“슬슬 올 때가 됐네요. 회계사님 인생이니 알아서 선택하세요. 저 같으면 납작 엎드리겠는데, 뭐 엎드릴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네요.”
고송철이 알 수 없는 언어로 울부짖었다.
흐느낌과도 같았다.
자신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어떻게 온 자리인데, 이런 말도 괴성에 섞여서 들렸다.
‘쯧. 자기 행동엔 자기가 책임을 져야지.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철저한 외면과 함께 사장이 슬슬 귀찮아할 때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왔다.
직원에게 바로 안내하라고 했더니 생각보다 빠른 등장이었다.
덜컥 문이 열리고 두 청년이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
사장은 호오, 하고 눈을 반짝였다.
TV에서 하도 자주 봐서 이제는 친근감마저 드는 청년은 사무실을 훑더니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쳤다.
예상외의 광경일 텐데 청년은 당황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긴장도, 난감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단련될 대로 단련된 모습이라 사장은 관심이 돋는 것을 느꼈다.
지금 엎드려 흐느끼고 있는 회계사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운을 뗄까.
인사를 끝내고 잠시 고민하는 동안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부단장님! 부단장님!!!”
고송철이 엎드린 채 신재현을 향해 덥석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
누울 자리를 보고 뻗으랬더니 이번엔 비는 상대가 신재현으로 바뀌었다.
사장은 할 말을 잃고 내려다보았다.
한편으로는 이 청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사장이 한 발짝 물러서자 신재현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무릎을 굽혀 고송철을 일으켜 세우더니 더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언제 죽인다고 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