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세청 망나니-399화 (399/500)

399화. 일복이 터졌다고 합니다 (1)

오랜만의 국세청 사무실 출근이다.

나는 책상에 가만히 앉아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어제 청와대에 초대받아 회식 아닌 회식을 한 덕분인지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아니면 일이 술술 풀려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동안 직원들을 닦달해 가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 왔다.

그야말로 직원들이 출근하기 싫다고 파업해도 할 말이 없는 스케줄이었다.

혹여나 못 해먹겠다고 때려치우고 나가는 것 아닐까.

아니, 야근하다 말고 직원들이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나가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직원들은 단 한 명의 낙오도 없이, 불만스러운 기색도 없이 따라와 주었다.

그래서 어제 노래방에 갔을 때, 이유가 뭔지 서울청 시절의 내 팀원들에게 슬쩍 물어봤었다.

내가 국세청을 비우는 일이 잦다 보니 사무실 분위기가 어떤지 시시각각으로 서울청에서부터 함께해 온 원 팀원이 전달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이 낫다.

문자로 봤을 때는 몰랐던 어감이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사단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 없냐고? 나가긴 뭘 나가? 오히려 들어오고 싶어 하는 놈이 줄을 섰는데.”

장세훈은 두꺼운 노래 책을 촤라락 넘기며 말했다.

멀쩡한 리모컨을 놔두고 책을 뒤지는 것은 강혜원이 왼손엔 마이크, 오른손엔 리모컨을 들고 노래를 검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길진은 질린 얼굴로 두꺼운 노래방 책을 보더니 ‘요즘 누가 책을 뒤져요? 노래방 앱 깔면 된다니까요’라며 구박했다.

장세훈이 ‘그럼 네가 깔아 봐’라며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고, 결국 안길진이 투덜거리며 장세훈의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졌다.

황민우는 일어서서 벽에 붙은 ‘인기 노래 100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결국 강혜원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사단 힘들다고 소문난 거 아니었어요? 그냥 기업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민감한 사람들만 조사하는 곳이라 기피 1순위 아니었어요?”

나는 목에 힘을 주고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물었다.

강혜원이 부르는 노래가 후렴구에 다다르면서 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크기의 목소리로는 바로 옆에 있어도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노래방에 오면서 호언장담했듯이 강혜원의 고음은 시원하고 깔끔하게 올라갔다.

문제가 있다면 귀가 아프다는 것이다.

방 모서리에 달린 스피커가 터질 듯한 고음을 바로 내 귀에 때려 박았다.

왜 초음파라고 자칭했는지 알 것 같다.

뇌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기피 1순위였던 건 옛날이고.”

“팀장님~ 조사단 승승장구하고~ 있잖아요오~.”

강혜원이 장세훈의 말을 가로채더니, 가사 대신에 하고 싶은 말을 멜로디로 맞춰서 불렀다.

스피커에서 고음의 ‘팀장님~’이 들려오자 각자 다른 짓을 하던 팀원들이 흠칫 놀랐다.

강혜원의 노래가 끝나고 이번에는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내가 못 들어본 노래인 걸 보니 최신곡이 분명했다.

황민우가 미리 따로 빼둔 마이크를 들고 방 한가운데에 섰다.

낮고 잔잔한 전주가 흘러나오자 강혜원이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대충 올려두었다.

안길진은 그사이 노래방 앱 설치를 끝냈는지 장세훈에게 핸드폰을 건넸고, 노래하는 황민우 한 명만 빼놓고 소파에 모여 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결국 이번에도 노래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혜원이 이온음료를 병째로 벌컥벌컥 마시더니 작정한 것처럼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 봐봐요. 조사단이 왜 기피 대상이었냐. ‘가면 죽는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팀장님이 높으신 분들 건드린다고 살기등등해 있는데 옆에서 보기에 어떻겠어요. 저저 미친놈들, 계란으로 바위치고 있네, 이랬겠죠?”

황민우의 발라드는 아직 음이 낮았기 때문에 강혜원이 특별히 소리 지르지 않아도 목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바로 옆의 안길진과 장세훈이 투덕거리는 목소리도 다이렉트로 꽂혔다.

“야, 앱 어따 깔았어?”

“맨 끝에 설치되어 있잖아요.”

“이거 어떻게 써먹는 거야? 아, 검색 여기 있구나. 아니 미리듣기도 있어? 뭐야, 신세계네.”

신기해하는 장세훈과 왠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으쓱하는 안길진, 내게 열심히 설명하는 강혜원에 누가 듣든 말든 눈까지 감고서 열창하는 황민우까지.

난장판이다.

“팀장님, 듣고 계세요?”

“예? 예. 말씀하세요.”

잠시 멍해진 내 정신을 강혜원이 억지로 붙잡았다.

강혜원의 속사포 같은 설명이 이어졌다.

“조사단을 피한 첫 번째 이유가 ‘위험성’ 때문이었잖아요. 근데 아주 중요한 사건이 하나 터졌죠. 국회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 동원해 가지고 조사단 가족한테 외압 준 거요. 조사단원한테 직접적인 압박은 없었지만, 가족하고 친지 건드리는 게 사실 제일 더럽고 치사한 거잖아요. 그때 막 소문도 엄청 빠르게 퍼지고 관심도 많이 집중되고 그랬어요.”

“국세청 내부에서요?”

“네. 식당에 밥 먹으러 가면 수군수군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니까요? 결국 걱정하던 게 터졌다, 저건 국세청장이 와도 해결 못 한다. 이런 얘기가 돌았죠.”

황민우의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멜로디도 높아졌다.

‘돌아와 줘~ 우우~’ 하는 부분에서는 아예 화면을 향해 손까지 뻗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한 것 같았다.

그런데 강혜원의 목소리는 황민우의 마이크 소리를 뚫고도 내 귀에 똑똑히 들렸다.

두렵다, 강혜원의 성량.

“근데 팀장님이 보란 듯이 며칠도 안 돼서 해결했잖아요. 거기에 높으신 분들도 빵빵 터져 나가니까 이야, 이제 무슨 생각이 드냐면…….”

“무슨 생각이긴 무슨 생각이야. 어? 조사단 애들 저거 끝나고 나면 출세가도 달리겠는데? 이거지.”

장세훈이 핸드폰 앱으로 찾아낸 노래를 입력해 예약하고 나서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조사단이라는 게 상설 기구가 아니니까 언젠가는 해체될 거 아냐. 그럼 걔들이 어떻게 되겠냐. 정치인 쳐본 경험도 있으니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끄떡도 안 할 거고, 실력은 당연히 보증되어 있지. 원래 잘난 놈들만 모은 거지만 스펙 하나씩 더 다는 거라고.”

장세훈이 흥분하며 설명했다.

그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뚫기 위해 살짝 목에 힘을 주고 있었다.

“사실 처음 예상은 달랐어. 용케 조사단이 성공한다 쳐도 거기 출신 직원들은 써먹기 부담스러울 거다. 이게 주된 의견이었지. 조사단은 강할지 몰라도 일개 공무원은 약하잖아. 그런데 조사단에 있을 적 버릇 못 버리고 자꾸 윗분 치자고 하면 각 국의 국장님이나 과장님들이 얼마나 난감하겠어. 근데 지금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지. 조사단이 아니라 일반 국세 조사관이 정치인 대상으로 해도 말리지 않을걸?”

장세훈의 말에 리모컨을 들고 있던 안길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왠지 콧대가 좀 올라간 것 같다.

강혜원은 리모컨을 뺏는 대신 아예 화면 바로 밑에 있는 노래방 기기로 직접 가서 예약 번호를 눌렀다.

장세훈이 설명하다 말고 화를 냈다.

“다음은 난데? 너 혼자 벌써 세 곡째야!”

“원래 손이 빠른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두 사람이 리모컨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동안, 안길진이 냅다 그사이에 자신이 부를 노래를 입력했다.

참지 못하고 안길진의 팔뚝을 주먹으로 후려친 장세훈이 씩씩거리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노래는 포기한 모양이다.

그사이 황민우의 애절한 발라드는 2절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요즘 그 얘기 들었어? 국세청에서 나왔다고 하면 돈 없다고 배 째라던 고액 체납자도 입 꾹 다문대잖아. 예전에 우리도 체납팀 있어봐서 알잖아. 고액 체납자들 얼마나 난리인지.”

그야 직접 봐서 잘 안다.

그나마 우리는 팀에 배정된 인원도 많고 이선균 과장의 지원도 있었으며 팀원들의 의욕이 상당해서 상황이 괜찮은 편이었다.

당시 국세청장이었던 정상훈이 임기 안에 실적을 올려보겠다고 특별히 만든 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모님 욕 빼고는 웬만한 개소리는 다 들어봤다.

-너희들 뭔데 남의 집에 들어와! 아이고, 그렇게 가져가면 우리는 뭘 먹고 살라고. 사람 죽네, 사람 죽어!

-이봐요, 공무원 나으리들. 소시민을 너무 핍박하고 그러면 다 여러분한테 돌아가는 겁니다. 알아요? 그짝 양반들 월급이 다 세금이에요.

-눈에 뵈는 것도 없는 놈들! 법대로 해! 내가 누군지나 알고 이래?

모두 10억 이상의 고액 체납자들 집에 쳐들어가 몇 억어치의 수표와 장신구, 가방, 분재를 발견했을 때 들은 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장세훈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

“국세청에서 나왔습니다, 하고 문 두드리면 스스로 열어준대.”

나는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아까워서 세금 안 내고 잠수 타는 사람들이 알아서 문을 열어준다고요?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아니라니까! 아예 징세팀 나오지 말라고 먼저 밀린 세금 납부하는 사람도 있어. 이게 하동문 의원 잡혀간 게 전국 생방송된 후에 이렇게 됐어. 일반인들은 징세팀하고 일반 업무, 조사단이 따로 있는 걸 잘 모르잖아.”

“그래서 조사단이 쳐들어와서 싹 쓸어갈까 봐 자진해서 납세하신다고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동시에 네 명이 끄덕였다.

노래를 부르던 황민우도 어느새 뒤를 돌아서 있었다.

“하동문이 끝이 아니었잖아. 대선후보들 싹 날아갔지. 국회의원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검찰청, 국세청으로 줄줄이 찾아가서 자진납세했지. 원래 찔리는 게 있으면 겁이 많아지는 법이야. 고액 체납자들이 얼마나 벌벌 떠는지 모를 거다.”

“장세훈 조사관님은 어떻게 아시는데요.”

“얘가 말해줬지.”

장세훈이 엄지만 펼쳐서 강혜원을 가리켰다.

“제가 동기 채팅방에 들어가 있거든요. 거기서 이런저런 얘기 들었어요.”

강혜원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녀의 친화력이라면 다른 과의 일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위험성은 사라졌으니 과실만 남는다 이거군요.”

돌고 돌아 결론은 이거였다.

예전에는 조사단에서 얻는 것보다 위험성이 커서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면, 지금은 위험성은 사라지고 이득만 남았다.

그렇다면 인기 부서가 될 만하다.

비슷한 예로는 각 세무서의 조사과가 있다.

예전에는 조사과만 나오면 승진은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부서였지만, 지금은 기피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일은 힘들고 수당도 적은데 극성 민원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긴 하지만 이득과 손해 사이에서 기피와 인기가 갈린 것은 조사단도 마찬가지다.

“네. 조사단에 일손 안 모자라냐고 물어보는 사람 많아요. 숟가락만 얹는 건 미안하니까 일단 들여보내 주면 열심히 하겠다면서요. 저희가 팀장님이랑 삼성 세무서 때부터 함께해서 그런지 특히 저희한테 그런 질문이 많네요. 근데 걱정 마세요. 바보도 아니고 알아서 다 쳐내고 있으니까요.”

가볍게 말하긴 했지만 혹시라도 청탁이 들어오면 문제다.

하지만 이들도 나름 판단력은 있다.

이렇게 말한다면 믿고 맡기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럼 혹시라도 부담되는 일 생기면 말씀하세요. 그런 걸 처리하는 것도 제 일이니까요.”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강혜원이 환하게 웃었다.

“네! 아직은 괜찮은데 저희 선에서 해결 못 하면 말씀드릴게요. 아래에서 쳐내는 것도 저희 일이니까요.”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괜히 웃음이 났다.

넷이서 피식거리고 있자니 황민우가 노래를 마치고 다가와서 턱하니 마이크를 내밀었다.

“팀장님, 아직 한 곡도 안 부르셨죠? 최소 3곡은 뽑아야 나갈 수 있는 방입니다.”

“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네 명이서 입구 막으면 못 나가죠. 노래방 랜덤 디펜스!”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저렇게 말하는 것도 참 능력이다.

이러면 꼭 끼어드는 게 장세훈이다.

재밌어 보이면 일단 거드는 그가 강제로 내 손에 마이크를 쥐여 주었다.

나도 노래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결국 다섯이서 3시간을 놀다 나왔다.

“커흡, 팀장님. 빠꾸 내려온 거 질문 있는데요.”

장세훈이 잔뜩 쉰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책상에 다가왔다.

나는 퍼뜩 상념에서 깨어나 장세훈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제 강혜원의 노래를 듣더니 자기도 고음 좀 지른다며 쉬즈 곤을 부르다 저렇게 된 것이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장세훈 조사관님. 목 아프시면 병원 다녀오세요.”

“크흠, 크흐흠! 괜찮습니다…….”

강혜원은 이렇게까지 목이 쉬진 않았다 보니 장세훈이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장세훈은 내가 돌려보낸 결정통지서로 주의를 돌렸다.

“검산해 봤을 때 세액은 맞았거든요. 혹시 과세자료 쪽의 문제입니까?”

아, 이건 내 눈에 보이는 탈세액과 장세훈이 계산해 온 과세액이 크게 차이가 나서 돌려보낸 건이다.

웬만큼 비슷한 금액이면 그냥 넘어간다.

과세 원인이 되는 은행 자료나 차명 부동산 등은 프로그램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이 수작업으로 체크하며 판단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십만 원 차이를 찾기 위해서 그 많은 은행 계좌 5년 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건 인력 낭비다.

하지만 장세훈이 올린 과세결정문은 내게 보인 것과 5천만 원 가까지 차이가 났다.

숨어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차명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은행 계좌는 여러 번 보신 거죠?”

“네. 계좌 쪽에서는 더 이상 털 게 없었어요. 그럼 현금인가?”

어떻게 알았냐, 근거가 뭐냐는 반문은 없었다.

기존의 팀원들은 그랬다.

이미 2년 넘게 함께 손발을 맞춰와서 그런지 뭔가 말 못 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지금의 장세훈도 내가 틀렸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뭔가를 놓쳤거나 숨어 있는 업체가 있다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넘기면 결정적인 탈세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두 번 조사할 수는 없다.

세법에도 일사부재리의 원칙 비슷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지서 보내고 끝내면 못 찾은 만큼의 탈세액은 감면해 주는 효과가 되어버리니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 지금 남은 조사 대상이 몇 명이죠?”

대답은 대각선 앞자리에 앉은 채유림에게서 바로 나왔다.

“22대 국회의원 300명 중 탈세 혐의자 238명, 그중 181명은 과세 통지서까지 마무리됐습니다. 남은 분들은 추가 조사 중인 사람들이고요. 새로 뽑히신 국회의원분들 조사는 아직 본격 착수하지는 않았습니다. 명단만 작성 중입니다.”

일도 우선순위가 있다 보니 전직 국회의원 분들의 조사를 마무리하는 데 일단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채유림을 불렀다.

“반장님, 1반에서 차명 잘 파시는 분 빌릴 수 있을까요?”

“부단장님의 조사단인데 당연히 되죠. 저기 도희성 조사관님이 차명하고 부동산을 기깔나게 잘 찾아내십니다. 제가 전달할게요.”

장세훈이 살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국세청은 놀랍게도 부동산이나 금융 관련 인재의 바다였다.

업무 자체가 탈세를 조사하는 것이다 보니 매의 눈을 가진 사람이 꽤 많다.

덕분에 내가 탈세액을 보고 이상한 점을 찾아내도 ‘오, 잘 보는구나’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럼 장세훈 조사관님, 자세한 건 채유림 반장님께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한 건을 조율하고 나니 새삼 업무가 많이 한가해졌다는 걸 느꼈다.

물론 아직도 마무리 작업은 쌓여 있어서 할 일은 많다.

야근을 안 하는 수준일 뿐이다.

지금 하는 것까지 끝나면 다음엔 누구를 먼저 쳐볼까.

나는 머릿속으로 여러 사람들을 저울질해 본 후에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내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잠시 회의 좀 하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사무실 전체에 들리도록 소리치자 어리둥절한 표정과 더불어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네!”

“알겠습니다!”

어제의 청와대 회식 덕분에 의욕이 가득 찬 시점이다.

이때를 놓치면 아깝지.

나는 일을 몰아주는 악덕 사장에 빙의한 것처럼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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