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화. 다음 단계로 (3)
-사락.
민치호는 청장실 소파에 편히 기대 앉아 신문을 넘겼다.
테이블 위에는 각각 다른 신문사에서 나온 신문이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3대 메이저 신문은 당연하고, 평소라면 거들떠도 안 볼 신문까지 깡그리 긁어온 상태였다.
“청장님. 신문 수집하세요?”
청장실로 들어오던 이선균이 잔뜩 쌓여 있는 신문들을 보더니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웃었다.
그에 반해 민치호는 조금의 부끄러움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럼. 당연히 지금 수집해야지.”
“평소엔 신문 잘 안 보시잖아요.”
민치호는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신문이 딱 둘 있었다.
여당 편향 신문 하나, 제1야당 편향 신문 하나다.
민치호가 어느 한쪽을 편들어서 그렇다기보다 양쪽의 논조를 비교해 보기 위함이었다.
국세청에 있으면서도 정치권에 신경을 쏟아야 하는 입장이라 그랬다.
그러나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읽을 때마다 눈이 썩는 것 같다,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것이 민치호의 견해였다.
매일 제목만 슥 읽어보며 돈이 아깝다고 욕하던 민치호가 지금은 논조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고 있었다.
“꼴도 보기 싫은 정치인 놈들은 뉴스로만 봐도 충분해. 뭐 하러 그런 놈 소식을 내가 알아야 해? 그놈들 정치질 하는 거 보면 진저리 나는구만.”
“그럼 이건 대체 뭡니까? 하늘이 뒤집혔나?”
이선균은 반쯤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민치호는 큼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이 과장이 비유를 잘하는군. 하늘이 뒤집혔지, 암.”
뭘 보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는 이선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선균은 헛웃음을 지으며 소파에 앉아 손끝으로 신문을 흩트렸다.
민치호 성격에 이런 걸 보면 싫은 소리 할 법한데도 마냥 웃고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기사는 나왔습니까?”
“전부 다 아주 맘에 들어.”
민치호는 읽고 있던 기사를 내밀었다.
1면은 당연히 조사단의 활약과 국회의원의 출석 상황이었는데 2면부터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조사단 3차 결과 발표(전문)]
-어제 오후 5시, 조사단에서는 3선 이상의 모든 국회의원들에 대한 혐의와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본지는 상황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전문을 싣기로 결정하였다. (이하 가나다순)
가형철(여당 4선) : 내부 정보 활용을 통한 투기, 탈세액 177,311,980원
감기덕(제2야당 3선) : 채용 청탁, 탈세액 59,864,310원
강연희(제4야당 3선) : 논문 표절, 폭행, 탈세액 44,150,370원
강치훈(제3야당 4선) : 혐의 없음. 탈세액 2,157,590원
자세한 내용은 국세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라고 되어 있었지만 간략화한 것만 해도 2면을 빼곡하게 채웠다.
그 바로 옆인 3면에는 5선 이상의 의원, 그러니까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중요 인물들을 따로 뽑아서 자세하게 그 혐의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9선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과장, 봐 봐. 이걸 진짜 해냈어. 총선 전에 하동문하고 차주혁만 잡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다 조사를 끝냈다니까?”
초선과 2선 의원이 남긴 했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조사할 거리가 적다.
이쯤 되면 거의 끝났다고 봐도 좋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이선균이 의아해했다.
조사단이나 신재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민치호와 이선균 모두 오래 국세청에서 몸담아왔기에 ‘아, 이 사람은 조사에 시간 좀 걸리겠구나’ 하는 감이 잡힌다.
국회의원 300명 조사는 절대 총선 전에 끝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선균이 순수하게 기뻐하기보다 냉정하게 경계하는 이유가 그래서였다.
“신재현 씨가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현재 조사단 규모로는 이 모두를 조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짜 정보를 신문에 뿌렸을 것 같지는 않고요. 무슨 거래가 있었던 건 아니겠죠?”
이번 조사는 무조건 신재현의 힘만으로 헤쳐 나갔어야 한다.
그렇기에 쥐여 준 조사단이다.
“물론 저는 신재현 씨를 믿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물리적인 시간이…… 청장님?”
이선균이 열심히 떠드는 동안 민치호는 신문기사를 오리고 있었다.
그는 공예라도 하는 것처럼 심혈을 기울여서 가위질을 했다.
“이거 봐. 검찰청 앞에서 찍은 사진. 신재현이가 이제 좀 감각을 아는 것 같아.”
민치호는 오려낸 기사를 들어 보였다.
1면에 실린 것이었는데 기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아주 기가 막히게 순간 포착을 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포토라인 앞에서 줄 서 있던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악수를 청하며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데, 신재현이 계단을 오르며 뒤로 돌아 손을 흔든다.
여유 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가 보면 신재현이 당 대표인 줄 알겠다.
이선균은 민치호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려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선균이 하는 말은 누구보다 민치호가 잘 알고 있다.
신재현이 만약 약점이 잡힐 만한 수단으로 조사단을 이끌었다면 민치호가 먼저 나서서 발 빠르게 움직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치호가 신나서 기사나 오리고 있다는 것은 신재현이 완벽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론에 다다른 이선균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아니, 말이 되나? 이게 말이 돼요? 청장님께서도 검증 다 끝나신 것 같은데. 문제없이 진짜 국회의원들 다 조졌다고요? 이게 말이 되나?”
고장 난 녹음기처럼 이선균은 말도 안 된다는 것만 되풀이했다.
민치호가 다른 신문을 펼쳐 또 1면을 오리며 피식 웃었다.
“내 상상 이상으로 해줬어.”
조사단은 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약 100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인원을 동원했다.
거창하고 화려하게 발족한 만큼 최소한의 기대치는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하동문과 차주혁이었다.
물론 최소치를 대선주자로 잡았다는 것 자체가 이 둘이 신재현에게 얼마나 큰 기대와 믿음을 걸고 있는지 알 만했다.
“하동문이랑 차주혁 받고 그 위에 다선 의원 몇 명. 그렇게만 해줘도 할 일은 다 한 거나 다름없었는데 말이지.”
“혹시 청장님이 뒤에서 손을 쓰신 것 아닙니까?”
“정 안 되면 그렇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신재현이 알아서 했어. 우리 부단장님이 말이지.”
“알아서 했다고요……?”
여기서 둘이 말하는 것은 단순한 업무적 이야기가 아니었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업무 외적으로 신경 쓸 것이 생긴다.
그리고 신재현이 본격적으로 관리자 직책을 맡은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비록 서울청에서 팀장 직함을 맡아보긴 했지만 그건 팀장 포함 5명짜리 소규모 조사 팀이었다.
물론 민치호가 당시 서울청장이었던 오낙현에게 딜까지 해가면서 파격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던 것은 이런 순간을 위해서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하다면 쌓아주면 된다.
그래서 팀장으로 앉혀 사건을 해결하게 함으로써, 남에게 일을 맡기는 법을 배우게 했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키우고 지원하는 것이 이 둘의 역할이었다.
중간에 몇 단계를 건너뛴 것은 신재현이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를 내주기 때문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래. 일단 맡겨두고 벅차 보이면 나서려고 했는데 혼자서 해결했어.”
이선균은 한밤중에 신재현이 비를 맞고 쳐들어왔던 것을 기억했다.
그게 바로 몇 주 전의 일이다.
외압에 힘겨워하던 청년이 물밑에서 일어난 정치적 수작질을 해결했다기엔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민치호는 피식 웃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정상훈 전 청장과 만난 것, 잊힐 만하면 떡밥을 던진 노련함, 그리고 최근 유진환과 있었던 사건의 자세한 내막 말이다.
이선균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화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놀랐다가, 박수를 치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났을 즈음엔 이선균 역시 민치호와 비슷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대견함과 자부심의 감정이 묻어났다.
“그런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요? 청장님을 보고 배웠다 해도 우리가 가르치지 않은 것까지 알고 있는데요.”
“대처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거지. 국민적 관심도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걸 꿰뚫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일반적인 선을 넘어섰습니다.”
민치호는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임계점이라는 게 있잖아. 어떤 벽을 넘어서면 계단처럼 훅 상승하는 거. 그런 느낌이야. 며칠 안 보면 확 달라진다니까? 어디서 저런 놈이 나왔을까 나도 신기해.”
“주워 온 저도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은데 청장님은 오죽하시겠습니까. 사람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데 저는 이 친구한테 제 모든 기회를 쓴 것 같습니다. 아니, 제 인생을 다 걸어도 될 것 같아요.”
민치호와 이선균 모두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딱 아들 삼았으면 좋겠네.”
민치호의 뜬금없는 말에 이선균이 눈을 치켜떴다.
“이미 훌륭하게 장성한 아드님이 계시잖습니까. 아드님이 서운해 할 겁니다.”
“아들이 둘일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래.”
“전 아들 없으니까 차라리 절 주시죠.”
“어허, 이 과장은 딸내미 있잖아. 딸 좋다고 설파하던 사람이! 내가 아들밖에 없다고 약 올린 거 다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이 과장은 나이상 삼촌이지. 난 이미 마음은 내 아들이나 다름없다고.”
민치호가 억지로 우기며 신문을 펼치자 이선균이 삐진 것처럼 샐쭉한 얼굴로 면박을 줬다.
“본인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남의 아들 내 아들 삼는 거 아닙니다. 신재현 씨 어머님이 기분 나빠하실 거예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신재현 씨 어머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있으니 괜찮습니다.”
“당사자와 기도로 해결했다, 뭐 이겁니까? 신재현 씨 어머님이 무슨 성인이에요?”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했으니 어머님도 당연히 대단한 분이겠지.”
“청장님, 지금 대화 굉장히 어이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거 아시죠?”
“괜찮아. 오늘은 무슨 말을 해도 다 웃으며 넘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아, 계급장 떼고 욕해도 되는 겁니까?”
“오늘은, 이라고 했어. 두고두고 기억해 놨다가 구박 듣고 싶으면 그렇게 하던지.”
“아이고!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이 과장이 더 많이 괴롭히지 않나?”
민치호와 이선균은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투덕거렸다.
평소라면 못할 말들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들떠 있기 때문이었다.
술을 먹지도 않았는데 취한 것처럼, 둘은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이 과장은 일하다 말고 왜 왔어?”
“일이 손에 안 잡혀서요. 청장님도 지금 일 안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 참 할 말 없게 만드네.”
말은 이렇게 해도 둘 다 책상에 쌓인 일거리는 모조리 해치운 후였다.
30분 정도 잡담을 하며 노닥거리던 둘은 시간이 다가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섰다.
서울청에서도 조사단 관련 업무는 있었다.
바로 심의위원회 말이다.
조사단이 발 빠르게 움직임에 따라 자동적으로 심의위원회도 바빠졌다.
처음 임시 소집 때 말했듯 위원회는 형식상 절차에 가까웠다.
단, 딱 한 가지 권한만은 위원회의 것이라고 못 박아두었는데 그게 바로 타당성 검토다.
때문에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위원회가 요즘에는 꼬박꼬박 주 1회씩 소집되고 있었다.
자연히 업무량도 당초 예상보다 늘어났지만 위원 중에서 불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지금 당장만 해도 입이 귀에 걸린 사람이 반 이상이었다.
“지난주에 새로 보고가 올라온 조사 대상에 대한 검토 결과입니다.”
“조사 과정이 과하다는 민원이 꽤 들어왔습니다. 민원 대응과 조사 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검토는 두 번째로 나눠 드린 자료에 있습니다.”
겉으로 조사단에 반발했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게 뻔하니 국민 신문고나 국세청에 민원을 넣은 사람이 꽤 많았다.
공무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민원임을 감안하면, 현재 국세청은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모조리 국세청 선에서 컷했다.
“민원 중에 대다수가 의원들의 차명입니다. 본인 이름으로 넣기엔 부담스러웠나 보네요.”
“차명으로 탈세한 것 맞으면서 일단 넣고 보자는 식의 민원이 대다수입니다. 날 왜 조사하느냐, 억울하다. 뭐 그런 거죠.”
“나중에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헛소리 같은 민원이어도 무시하지 말고 근거를 달아놔야 합니다.”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는 건 조사단에는 알리지 않았다.
위축되거나 부담스러워할까 봐서였다.
“예상보다 일이 점점 더 늘어나는군요. 위원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민치호가 고개를 숙이자 다들 손을 내저었다.
“조사단이 그렇게 화려하게 날뛰는데 우리가 이런 거라도 해서 도와줘야죠.”
“그렇다고 검토에서 봐줄 생각은 없습니다. 철저하게 해서 약점이 될 수 있을 만한 여지를 아예 차단하는 게 나아요.”
“그럼요. 지금 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겁니다!”
위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특히 권현아와 가문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눈을 반짝이며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를 것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민치호는 누가 봐도 뿌듯한 미소를 띠며 본론을 꺼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일이 또 추가가 될 것 같아서요.”
“이제 남은 대상이 별로 없질 않습니까? 국회의원 300명도 거의 다 끝나가는데요.”
“이 세상에 성역이 국회의원만 있는 건 아니죠.”
민치호의 의미심장한 말에 위원들이 꿀꺽 침을 삼켰다.
일이 늘어난다는 예고인데도 불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음은 누구랍니까?”
“설마 대통령 건드는 건 아니죠?”
“생각해 보면 엎어버릴 곳은 많습니다. 보고서 보니까 공기업 채용 비리도 많더라고요. 공기업도 싹 물갈이해야 해요.”
“지자체도 훑어보면 좋을 텐데요. 아, 힘없는 하급 공무원들 말고 고공단이요. 이렇게 말하면 우리도 포함인가?”
“고공단 괜찮은데요? 공무원이 철밥통이라고 욕먹는 판국에 청렴도를 증명하는 것도 좋죠.”
흥분한 위원들이 저마다 떠드는 와중에 민치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답 나왔습니다. 방금 말한 것 중에 정답이 있어요.”
이번엔 가만히 있던 위원들이 입을 떡 벌렸다.
“청장님도 신재현 부단장한테 많이 물드신 것 같아…… 절대 저 이름들이 쉽게 조사 대상으로 오르내릴 사람들이 아닌데.”
“제가 아는 대한민국이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가 꿈을 꾸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결론은 일 파티라는 거네요?”
“어, 그렇네.”
즐거운 비명은 덤이었다.
그렇게 조사단과 서울청이 일의 늪에서 헤엄치고 있을 동안, 정치권은 벌집을 들쑤신 것처럼 어수선했다.
누구는 한숨을 쉬며 축 처져서 다녔고, 누구는 어깨를 펴고 더없이 해맑은 얼굴로 돌아다녔다.
전자든 후자든 유세하러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것은 같았지만,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국민 여러분, 열심히 뛰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한 표를……!”
“뭐야, 저놈이 여길 왜 와! 야, 이새끼야! 와이프랑 나란히 땅 투기하고 인사 청탁한 새끼가 또 뭘 더 해먹으려고 표를 달래! 썩 꺼져! 당장 안 꺼져?”
조사 결과에 혐의가 적힌 사람은 유세에 발도 못 붙이고 시장 입구에서 쫓겨나야 했다.
반대로, 아무런 의혹도 없는 사람은 오히려 유권자에게 인사를 들었다.
“저번 선거 때는 당 보고 다른 사람 찍었는데 이번엔 의원님 찍어보기로 했어요. 초심 잃지 말고 잘 하시라고!”
“예, 감사합니다! 깨끗한 국회 만들겠습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제23대 총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