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화. 다음 단계로 (1)
국세청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어디 국세청뿐이겠는가.
조사단에 포함된 기관은 어디든 바빴다.
정확히는 조사단에 포함된 지부와 팀이 바쁜 것이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업무가 몰린 것은 검찰청과 국세청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사단 주력 부서가 아닌 노동부와 금융감독원, 관세청 같은 곳이 한가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차주혁 의원 따님 집 현장조사 갈 때 관세청 직원한테 동행 요청해 주시고, 저번에 제3야당 강한철 의원 가족 회사 건 어떻게 됐죠?”
“저희 노동부에서 임금 체불 및 부당해고 건 조사 중에 있습니다. 오늘 중으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저희 식약처에서도 그 업체가 파는 건강식품 관련해서 검토 중입니다. 내일 중으로 끝내겠습니다, 부단장님.”
월요일의 조사단 본부 회의가 오후까지 길어지고 있었다.
조사 대상이 많아진 만큼 일거리도 다양했다.
그리고 파면 팔수록 왜 윗분들이 조사단에 여러 기관을 모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당초 예상했던 것은 단순히 탈세하거나 의원 일을 하며 알게 된 정보로 땅을 사서 차익을 남기는 수준이었는데, 실상은 굉장히 다양하게 지저분했다.
“달팽이 크림? 아니, 이건 또 뭐예요?”
모 의원 관련 보고서에 있던 이질적인 단어에 내가 질문하자, 식약처와 관세청 직원 둘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식약처였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해외 제품인데, 이게 국내 50대~60대 사모님들에게 인기가 있나 봅니다. 달팽이 점액을 어쩌구 한 제품인데 국내에서 정식 판매처가 딱 한 군데밖에 없어서 거길 통하면 비싸거든요.”
다음으로는 관세청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이걸 의원님의 사모님께서 대량으로 구매해 시중 유통가보다 조금 싸게 판매하셨던 것 같습니다.”
나는 보고서 뒷장을 넘겼다.
“아니, 대량이 어느 정도인가 했더니 한 번에 천 개 단위네요? 이거 거의 보따리 장사 아니에요? 의원 사모님이 돈에 쪼들릴 일도 없을 텐데 왜 이렇게나 판대……?”
“천 개 단위면 꽤 돈이 됩니다, 부단장님. 개당 5만 원씩만 해도 5천만 원인데요?”
“그러니까 이렇게 팔면서 왜 사업자 등록은 안 하시고 세금도 안 내시고…….”
“본인은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거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하십니다.”
“요즘엔 돈 받고 주는 것도 ‘나눠준다’고 표현하나 보네요. 이것도 관세청 쪽에서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세청 쪽에는 제가 말해둘게요.”
“네, 부단장님.”
“다음은 뭐야, 고속도로 개발 정보를 미리 듣고 친척이 땅 투기…….”
“아, 부단장님. 이건 저희 국토부에서 조사 중인 건입니다. 이것 말고도 저희가 맡은 게 23건 더 있습니다. 뒷장 보시면 체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주 동안 유진환이 준 박스를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유진환은 언제고 꺼내서 써먹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증거까지 덧붙여서 정리해 둔 참이었다.
거의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그대로 검증 없이 쓸 수는 없는 법.
그 안에 유진환의 함정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깨끗한 사람에게 가짜 증거를 만들어 누명을 씌우고, 은근슬쩍 다른 의원들 이름 사이에 끼워 넣었다면?
생각 없이 자료만 믿고 썼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자신의 보험이라 할 수 있는 상자를 내게 넘기면서 함정을 섞어놓는 건 어찌 보면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진환은 사실 날 돕고 싶어서 상자를 준 게 아니다.
이건 그에게 있어서 위험할 때를 대비한 협박 재료, 즉 목숨줄이자 비장의 수단이었다.
그것은 내 손에 넘어온 순간 성질이 변했다.
다 함께 죽자는 폭탄으로 말이다.
그리고 유진환이 미워하는 대상에는 당연히 나도 포함되어 있다.
날 골탕 먹일 생각이라면 충분히 함정을 장치할 수 있고, 유진환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검토한 내용 중에는 가짜 정보도 끼어 있었다.
정확히는 신당의 대표 격인 오혜라 의원에 대한 건이었는데, 아들이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었다.
자료의 양이 많아지면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시점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오혜라 의원의 파일은 상자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다.
위에 있는 내용들이 다 사실이었으니, 오혜라 의원의 비리도 당연히 사실이라 생각하고 방심한 경향도 있었을 것이다.
[오혜라 의원 인척 조사 건(2018~2022년)]
책상 위에 올라온 파일을 보고 나는 미간을 모았다.
실수가 있어서 인상을 찌푸린 건 아니다.
파일 안에 쓰인 글자 말고, 그 위에 떠오르는 숫자를 뚜렷하게 보기 위해서였다.
[319,680]
[57,370]
[23,100]
오혜라 의원은 탈세액이 30만 원에, 남편과 아들은 십만 원을 채 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의도한 탈세라기보다 실수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혹시 내 눈이 잘못 읽은 건가 싶어서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의원의 서류를 보았다.
[228,970,453]
음, 내 눈은 멀쩡하다.
그렇다면 역시 유진한의 함정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파일을 열어보니 유진환이 가져온 증거를 그대로 첨부해 둔 상태였다.
나는 파일을 작성한 공무원을 따로 혼내거나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에게 돌려준 파일에 결재 인을 찍는 대신에 포스트잇 하나를 붙였을 뿐이다.
파일을 받아 든 그는 내용을 보더니 앗, 하고 나와 파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혹, 의문을 거쳐서 이내 납득한 표정으로 내게 조용히 눈인사를 해 보였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유진환의 함정에 넘어간 보고서가 내 책상에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그런 식으로 검토를 끝낸 유진환의 ‘보험’은 곧 1차 결과 발표라는 형태로 신문에 실렸다.
내가 생각해도 꽤 빠른 속도다.
유진환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는 우리 국세청과 검찰청의 노고라고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지.
유진환도 구치소에서 뉴스를 보고 놀라지 않았을까.
지금은 2차 결과 발표를 위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세부 조사의 업무를 조율하는 참이었다.
유진환의 선물은 그 자체로도 시간을 엄청 단축했지만, 또한 그 후 조사를 위한 이정표도 되었다.
예를 들어 박스에 들어 있는 ‘약점’은 ‘모 의원 아들의 논문 표절’이지만, 그걸 통해 우린 그 아들놈의 부정 입학 의혹 전체를 조사하게 되었다.
논문을 대필해 준 사람이라든가, 대학교 입학심사관을 조사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또한 조사단 소속 각 부처에 업무를 분배했다.
“후우, 잠시 쉬었다가 하겠습니다.”
국토부 쪽에서 제출한 조사 일람표를 보느라 잠시 내가 조용해지자, 옆에 있던 지현석이 눈두덩을 문지르며 휴식을 선언했다.
오후 회의를 시작한 지 벌써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회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던 팀장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저마다 몸을 풀었다.
흡연실로 향하는 사람도 있고 커피를 뽑으러 가는 사람도 있었다.
사무실에 남아 테이블을 가득 메운 서류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 지현석은 후자에 속했다.
조사단에 참여한 부서는 많았지만, 다들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있다.
지현석과 나의 역할은 그 조율이었다.
자칫해서 같은 건을 이중으로 조사하게 되면 괜히 시간 낭비, 인력 낭비만 하게 되니까.
그렇다고 한 건을 한 부서에서만 도맡아서 조사하는 것도 아니다.
한 명을 조사하더라도 거기에는 여러 가지 법률이 얽혀 있었다.
차주혁 한 명에게 국세청, 관세청, 검찰청, 식약처, 국토부 등 여러 기관이 붙은 것처럼 말이다.
그 업무를 나누는 것도 일이었다.
이게 어느 부서 관할인지 판단하는 것부터가 골치가 아팠다.
때로는 전문가인 각 부서 팀장들에게 물어봐 가면서 일을 나누고 취합해,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만들고 있었다.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지정한 형식이 바로 이것이다.
회의 전에는 반드시 모든 부서에서 누굴 조사하고 있는지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국토부 쪽의 팀장이 말한 ‘뒷장’도 그것이었다.
“요즘 몇 시간이나 주무십니까?”
지현석이 날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시선은 서류에 고정하고는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인지는 안다.
내가 많이 피곤해 보이는 거겠지.
하지만 이건 잠을 못 자서 피곤한 게 아니라 눈을 많이 써서 그런 거다.
안 그래도 숫자와 씨름하는 일인데 또 다른 숫자를 보고 있으니 금방 피로해졌다.
그래도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심한 상태는 아니다.
지금도 내 눈은 반쯤 감겨 있지만 정신은 말똥말똥하니까.
“이래 봬도 하루에 5시간은 꼬박꼬박 자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야근에 주말 근무 하면서 느낀 게 있거든요. 본인 체력이 안 따라주면 못 버틴다는 거요. 괜히 밤새웠다간 일주일은 피곤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일하면서 제일 많이 느는 건 공문 작성 폰트, 자간 설정이랑 야근 요령이네요.”
야근도 무작정 하는 게 아니다.
밥 먹고 20분 정도 자면 피로가 확 풀린다.
그러면 또 3시간 정도는 더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지현석이 곁눈질로 흘끔 날 보았다.
“그렇다면 다행인데요.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재현 씨의 생각은 알아요. 총선 전에 모든 증거를 뿌리는 게 최선이죠. 그런데 물질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미 조사단은 풀가동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나는 부인하지 못했다.
일전에 채유림에게 국세청 팀원들을 재촉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국세청은 초과근무를 풀로 찍으며 일하고 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처음엔 조사단 인원이 100명 넘는다길래 이 많은 사람들을 어디다 써먹나 했더니, 이제 보니까 알겠네요. 청장님과 지검장님은 저희가 다룰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뽑아다 주신 거예요.”
100명? 어림도 없다.
조사할 인원 1명만 갖고도 3~5명짜리 팀이 필요하다.
파생되는 자료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조사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300명에, 그들의 차명과 친인척까지 합쳐 수백 명을 훌쩍 넘어간다.
유진환 덕분에 시간이 한 달은 단축되었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대충 넘어갈 수도 없다.
이제 우리의 적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하동문이 무너지고 그 심복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차주혁이 자진해서 출두한 시점에서 나머지 의원들은 우리의 적 축에도 못 끼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시간이다.
“알바라도 쓰고 싶어지네요. 제 사비를 털어서라도.”
물론 안 될 말이다.
공무원 중에서도 믿을 만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일을 맡겨도 시원찮은 판국이니까.
내 말은 그만큼 아쉽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현석은 뭔가 떠오른 듯 우뚝 손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검사들 움직임이…….”
말하다 말고 지현석은 다시 멈췄다.
“으음, 아니. 이건 제가 확실하게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찰 쪽에도 뭔가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지현석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필요하다면 그가 먼저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원래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유진환이 준 자료는 사실 대부분 검토가 끝났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이상하다기보다는 위화감이다.
유진환이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무언가가 상자 안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태워 버린 그 서류에 있었던 걸까?
아닌데, 다 같이 죽자고 각오했으면 그 중요한 건 따로 남겨뒀을 텐데.
그렇다고 지현석에게 이 위화감을 말할 수는 없었다.
증거가 없을 뿐더러 이건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손길을 멈추고 딴생각을 한 게 느껴졌는지 지현석이 뭐라 말을 걸려는 순간, 팀장들이 크게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보더니 다급하게 우리에게 시선을 보냈다.
요즘 저런 반응은 많이 봐서 알고 있다.
또 뭔가 일이 벌어진 거구나.
그들이 뭐라 입을 열기 전에 나와 지현석은 동시에 핸드폰을 들어 속보 쪽을 빠르게 훑었다.
길게 볼 것도 없었다.
[속보] 국회의원 자진 출석 행렬 이어져.
“뭐야? 이 미친놈들은?”
차주혁과 같은 생각을 한 건가?
어차피 매를 맞을 거 미리 맞아 버리겠다고?
아니, 내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은 정치적 판단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봤자 조사당한다.
-시치미 떼다가 들켜서 쪽팔린 일 당하는 것보다 자진 납세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
-다 같이 출석하면 눈에 띄지 않는 효과도 있다.
나는 비웃음을 띠며 정면을 보았다.
팀장들은 ‘드디어 우리 노력이 보답을 받는구나’,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지!’라며 감격에 겨워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
저들의 사기를 꺾을 순 없지.
나는 서둘러 미소를 지었다.
이선균에게서 흔히 보고 배운 그 미소다.
“다행이네요. 자진 출석하시니 조사가 훨씬 빨라질 것 같습니다.”
이 감상은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기존보다 빨라질 것은 확실하니까.
다만 역시 조사단 인력이 문제다.
저들을 조사하려면 국세청과 검찰청이 또 추가되어야 할 텐데, 이미 양쪽 다 업무량은 한도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숨이 턱 막히는 답답함은 없었다.
내 눈도 있고,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란 자신이 들었다.
옆에서 넋 나간 얼굴로 내 표정 변화를 보던 지현석이 꾹 쥐고 있던 핸드폰의 진동에 화들짝 놀랐다.
그는 전화를 받고서 네? 네, 같은 단답만 반복하더니 팀장들만큼이나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보여주었다.
전화를 끊은 지현석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전에 내가 했던 말을 흉내 냈다.
“좋은 소식 하나, 좋은지 아닌지 모를 소식이 하나 있는데요.”
“나쁜 소식은 없으니 다행이네요.”
지현석은 뭐부터 들을 건지 묻지 않았다.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죠.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출석한다고 했잖습니까? 저희 검찰청에서 검사들이 발 벗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건 좀 놀랐다.
“검사들이요?”
“네. 아까 제가 말씀드리려다 확인해 보겠다고 한 게 바로 이건데…… 요즘 저희 일을 보고서, 묵혀놨던 사건을 끄집어내는 검사들이 있거든요. 그런 거 있잖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확 기소해 버리고 싶은데 상대가 상대인지라 처리하기 어려워서 일단 뭉개놨던 사건들.”
“아, 뭔지 알 것 같네요. 마감 기한까지 끌고 끌다가 결국 위에서 시키는 대로 처리하는 그런 건 말이죠?”
“잘 아시네요. 어쨌든 검사들마다 그런 경험이 한두 번쯤 있거든요. 그게 지금 기회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한마디로…….”
지현석이 적당한 말을 찾으려는 듯 고민하다가 결국 살며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검사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검사님들이요?”
반문한 것은 내가 아니라 팀장들이었다.
휴식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은 팀장들이 우리에게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속보 덕분에 들떠 보이는 그들의 얼굴에 한층 더 환한 웃음이 피었다.
지현석 역시 웃으며 대꾸했다.
“네. 저희가 일손이 부족한 건 검사들이 가장 잘 아니까요. 지금 들어오는 의원님들 조사는 1차적으로 맡아주겠다고 하십니다.”
팀장들의 얼굴이 단숨에 밝아졌다.
나도 조금은 마음속 안개가 개인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까 말했듯 기초 조사도 믿을 만한 사람이 하면 좋겠지만, 그건 나와 지현석이 걸러낼 수 있다.
조사단의 신상명세를 전달받았듯, 지금 돕겠다고 나선 검사들을 믿을 수 있는지 검사장에게 검증을 부탁해도 된다.
기초 조사만 해도 일거리가 확 줄어든다.
일단 당장 검찰청으로 가서 검사들을 직접 눈으로 쫙 훑은 후에, 조사 할당하고 그 결과물 전해 받아서 검토할 인원 지정하고…….
당장 뭘 할지 개략도가 그려졌다.
즐거운 상상이다.
내가 진심으로 웃는 게 느껴졌는지 지현석도 따라 웃었다.
그러다 그가 말한 또 다른 소식이 궁금해졌다.
“그럼 좋은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그 소식은 뭡니까?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지현석이 잠시 난처한 표정으로 긁적이더니 조심스럽게 한 사람의 이름을 꺼냈다.
“유진환이 신재현 씨와 얘기를 좀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