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432화 (433/448)

#432

17권-31화

* * *

인베이더 함대로부터 태양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무척이나 불리한 형국으로 시작되었다. 제아무리 차원결계 라비린토스가 태양계를 보호하고 있다지만 막대한 화력을 오랫동안 막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특히 그들이 펼치는 파상공세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공화국과 연합 함대는 태양계를 지키기 위해 이를 등진 채 싸워야 했지만, 놈들은 지킬 게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쪽에서 사용하는 화력조차 사용 루트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 놈들의 파상공세에 맞서 화력을 퍼붓다 보면 자칫 태양계를 둘러싼 차원결계까지 붕괴시킬 위험이 있었다.

더군다나 인베이더들은 교활하고도 치밀했다. 그런 이쪽의 약점을 정확히 노려오고 있었다.

[놈들이 또다시 분단합니다. 이번엔 아홉 갈래로! 궤도를 읽기 힘듭니다.]

[놈들이 빠른 속도로 공간전을 걸어옵니다. 패턴 산출 불가! 궤적에 동일한 패턴이 하나도 없습니다.]

순식간에 아홉으로 분단된 인베이더 함대가 현란한 움직임으로 우주공간을 누비며 어지러운 파상공세를 퍼부어왔다.

태양계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 공화국과 연합 함대로서는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지구룰, 태양계를 집요할 정도로 노려왔다. 연합과 공화국 측에서도 놈들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놈들은 철저히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이쪽을 괴롭혔다.

물론 연합과 공화국 함대 측도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놈들의 변화에 대응해서 함대의 화력을 나누고 공세를 퍼부었지만, 그럴 때마다 놈들의 함대 진형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아홉으로 분단되었던 함대가 순식간에 다시 합류했다가 그 이상으로 분단되기도 했다.

공화국과 연합 함대로서는 그 변화와 전개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베네트 국장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게 인베이더 놈들의 핵심 정예라는 건가!?’

지금까지 상대해온 인베이더 함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놈들이 함대를 분단시켜 움직이는 행위는 어찌 보면 전력을 분산시켜 스스로 약화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제아무리 분단된 함대라 하더라도 하나같이 기준 이상의 화력을 갖춘 이상 전부 위협적이었으니까.

게다가 이에 대응해서 연합과 공화국 측이 함대의 화력을 나눌 때마다 놈들은 또다시 대형과 진로를 변경했다. 그렇게 전술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공화국과 연합 함대가 혼란과 파탄을 일으키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로랑드, 세이크럼 대열 이탈.]

함대 중 일부가 결국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대열을 이탈하고 말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제어하는 함대들이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치명적인 허점을 인베이더들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콰아아앙!

놈들의 주포가 피치 못하게 대열을 이탈한 전함들을 강타했다. 그 위력은 대열을 벗어나는 바람에 출력공유 배리어의 혜택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전함들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로···로랑드, 세이크럼 다운!]

결국 포화의 먹잇감이 되어 침몰하는 전함들을 목도한 오퍼레이터가 두려움과 긴장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놈들은 지금처럼 지속적인 공간기동전을 벌이며 이쪽을 야금야금 갉아먹어왔다.

애당초 인베이더 함대는 일반적인 생명체가 아니었다. 함대를 이루는 병력의 상당수는 하이브에서 생산된 인공적인 생명체로서, 놈들에게는 정신적 피로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상위 개체가 내리는 명령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여 이행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일사불란한 기동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계를 등진 방어적 형국만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대응했을 텐데··· 그야말로 외통수에 걸렸군.’

게다가 놈들은 이탈하는 전함만 노리는 게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대열에 빈틈이 생기면 기동성 높은 소형 개체들로 그곳을 여지없이 파고들어왔다.

[인베이더 상위근접전투개체, 함대의 측면을 파고들어옵니다.]

“즉시 대응해! 오버러들과 기간트로 맞선다.”

[예, 해당 위치를 사수하고 있는 기간트 소대 레드바론 대응합니다.]

하나같이 B랭크 이상의 고위 개체들. 우주공간에서도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는 근접전투 비행 타입 개체들은 약점만을 파고드는 승냥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런 놈들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것이 바로 오버러들의 존재 목적이지만, 그들은 인베이더들처럼 양산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간트 부대가 그중 상당수를 감당하게 되었다.

영능력자이긴 해도 인베이더와 대적하기엔 미약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 하지만 리스티가 개발한 기간트가 양산되기 시작되면서 그들은 오버러에 준하는 병력으로 재탄생되었다.

[자, 포지션 T-5! 놈들의 엉덩이에 탄환을 꽂아주자!]

[가자!]

호기로운 목소리와 함께 대응하는 기간트 부대들. 하지만 결과는 기세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인베이더 놈들이 보유한 전력은 정예 중의 정예. 같은 등급의 개체라 하더라도 월등한 경험과 솜씨를 갖고 있었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크학!]

[여긴 알렉트 소대, 지금 빨리 증원을···!]

예상 이상으로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간트 부대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그렇기에 딱히 축적된 운용 노하우나 최적화 된 전술이 없었던 만큼, 인베이더에 대한 대응도 어설플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기간트 부대의 장점이라면, 예전이라면 활용할 수도 없었던 저 등급의 영능력자들을 전력으로 활용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베네트 국장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이상 대열이 흐트러지면 놈들에게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어. 자칫 함대가 붕괴하게 될지도 몰라.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야.’

그도 이런 상황을 아예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는 부대인 만큼 실전에 돌입했을 경우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각 기간트 부대마다 소수의 오버러들을 끼워 넣어 일시적으로 혼성부대 형태로 운용 중인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아직 기간트 파일럿들이 이런 실전에 익숙지 않기에 발생하는 피해였다.

결국 지원부대를 파견해 그들을 지탱하기 시작했다.

[오버러 부대 기동1과 아르마 부대 지원합니다.]

덕분에 겨우 안정세를 되찾긴 했지만, 베네트 국장은 이 상황이 영 석연치 않았다. 놈들이 몰아치면서 이쪽의 허를 찔러오는 것 같아도 피해 규모를 생각한다면 소소한 수준이었으니까.

분명 뭔가 노리는 게 있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 거지?’

헌데 그때였다. 측면에서 갑자기 급속 워프 아웃 반응이 나타났다. 심지어 반응이 감지된 곳도 바로 아군의 지척이었다.

“아뿔싸! 특공인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워프 아웃과 동시에 측면에서 밀고 들어오는 인베이더의 준대형 전함 가루다 급.

빠른 속도로 다가들고 있었다.

베네트 국장은 놈들의 의도를 그제야 알아챘다.

‘이런 젠장! 함대의 대열을 무너뜨릴 생각인가?’

[요격합니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공화국과 연합 함대도 즉각 대응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때늦은 조치였다. 이미 인베이더의 준대형 전함이 아군과 너무 가까워져 있어 제대로 화력을 투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화력을 쏟아내어 봤지만, 가루다 급 전함의 방어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추력을 제외한 함의 출력 대부분을 배리어에 집중한데다, 장갑까지 두터운 전열형 타입.

아군의 피해를 우려해 화력까지 제한된 지금, 이를 단번에 격침시킨다는 건 사실상 무리였다. 결국 가루다 급은 아군의 진열 안으로 파고들고 말았다.

“전 함대 충격에 대비하라!”

[어떻게든 대열을 유지해! 이서!]

[디스토션 필드 출력 최대! 대충격 방어!]

콰아아앙!

막대한 충격과 함께 공화국과 연합 함대의 대열 일각이 크게 허물어졌다. 물론 이만한 충격으로 부서진 전함은 없었지만, 전열이 망가진 것은 큰 타격이었다.

“···결국 대열이 무너졌군.”

그렇다면 그 다음 수는 안 봐도 뻔했다. 지금까지 주변을 맴돌며 공간기동전을 벌였던 놈들의 함대들이 이쪽의 허점을 노리고 본격적으로 공세를 퍼부어올 것이다.

“서둘러라! 진형을 무너뜨린 가루다 급을 처리하고 다시 대열을 정돈해! 그래고 방어를 최대한 끌어올려 놈들의 공세에 대배하라!”

[예!]

뒤늦은 수습이었지만,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공세를 버티면서 흐트러진 진형을 정비해야 했다.

하지만··· 베네트 국장이 예상하지 못한 수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콰아아앙!

[아니!]

[저··· 적이!?]

[신화 급 이상의 영자 반응! 이건···!?]

연합과 공화국 함대가 전열을 파고든 가루다 급을 처리하고 다시 대열을 정돈하려던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펼쳐졌다.

굉음과 함께 가루다 급이 폭발하더니 그 안에서 무수한 인베이더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놈들은 바로 다름 아닌 고위 급 인베이더들이었다.

“크, 당했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올 줄은 정말 예상 못했다.

물론 가루다 급 안에 아군의 진형을 어지럽히기 위한 인베이더의 특공병력이 상주하고 있을 건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만한 정예와 실력자들을 위험천만한 특공함대에 실어두었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하하하! 이제야 좀 싸워보겠군! 자, 쓸어버려라! 너저분한 것들을 치우고 지구로 가는 거다!]

걸걸한 웃음소리와 함께 등장한 건장한 모습의 늑대인간.

그는 이미 라인트라 대전에서 활약했었던 신화 급 인베이더 루클라 바이빌란이었다. 신좌 오르쿤의 휘하에 있는 그의 강함은 당시 그랜드 급에 버금갔다.

당시 화경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던 유태진도 겨우 상대했었던 강자였다.

그런 그가 놀랍게도 특공병력 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베네트 등을 놀라게 한 강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폭발한 특공함 안에서 창백한 인상의 마법사와 칠흑빛 갑옷을 걸친 기사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오오오오!

실로 압도적인 존재감.

그들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주변을 절로 숨죽이게 했다. 딱히 기세를 끌어올린 게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우주공간이 요동하고 있었다.

‘그랜드 급? 아니야! 놈들은 그 이상의 강자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베네트 국장은 저들이 그냥 신화 급 인베이더가 아님을 간파했다. 이 정도면 신화의 경지마저 넘어 그 위에 해당하는 초월급, 즉 반신 급 인베이더일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놀라고 있을 새가 없었다. 저런 반신 급 인베이더들이 아군의 진형을 파고든 이 상황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즉시 대응하라! 그랜드 급 오버러들을 중심으로 놈들을 에워싼다! 어떻게든 버텨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 그리고 전 함대는 진형을 유지한 채 뒤로 물려서 거리를 만든다.”

베네트 국장은 필사적으로 외치며 자신도 반신 급 인베이더들이 출몰한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지금은 한 명의 강자라도 아쉬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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