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317화 (318/448)

13권-17화

[정체불명의 초고밀도 영자탄 무리가 계속 고공 상승 중!]

[대체 무슨 일이야? 우릴 타격하지 않고 저 위로 올라간 걸 보면 인베이더 녀석들의 공격은 아니라는 건데··· 무슨 일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봐!]

함장의 명령에 다시 관측을 실시해보던 오퍼레이터가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함장님. 코어의 폭주 에너지 반응,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뭐야?]

함장의 얼굴이 일순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난데없이 출현한 억대의 영자탄 출현에, 이번에는 코어의 폭주반응 소멸이라니?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연거푸 닥치니 뭐가 어떻게 되가는 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성층권까지 치솟았던 영자탄들이 빠르게 지상을 향해 강하하고 있습니다.]

[다시 떨어진다고? 대체 어디로? 설마 스프레드 형식으로 이 지역을 타격하는 건가? 어쩐지 우리를 비껴 하늘로 올라가더라니, 이럴 작정이었나? 영자탄이 떨어질 낙하 위치를 예측해봐.]

그 말대로 타깃 범위를 예측 연산한 오퍼레이터가 더욱 당혹스럽게 답했다.

[궤도를 본다면 리플 행성 전역입니다.]

[···허, 터질 줄 알았던 폭주 에너지는 사라지고, 이젠 출처를 알 수조차 없는 영자탄이 날아오르더니 행성 전역을 타격한다고? 대체 무엇 때문에? 뭘 공격하려는 거지?]

이젠 놀랍다 못해 혼란스러웠다. 저게 인베이더들이 숨겨둔 한수인지, 아니면 심층에 진입한 오버러들이 일으킨 기적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오퍼레이터의 보고로 그 정체는 명확해졌다.

[타깃 대상을 계산해본 결과··· 영자탄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인베이더입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이게 전부 아군의 공격이라 이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믿기지가 않는군.]

함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는 어디까지나 정황에 근거를 둔 추측이지만 그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2억을 훌쩍 웃도는 영자탄들이 드디어 인베이더들 위로 폭우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주포에 가까운 위력들. 고작 양산형 따위가 버텨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개중에는 침공 급의 인베이더들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는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유태진이 작정하고 펼친 어검강이었다. 성멸 급이라 해도 막기 어려울 판국에, 고작 침공 급 따위가 막거나 피해낼 리가 없었다.

인베이더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어검강 속에서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함장은 홀로그램 스크린 위에 표시된 인베이더들의 표식이 빠른 속도로 소멸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무겁게 중얼거렸다.

[대체 심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 *

“사···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코어의 폭주 에너지가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이브는 물론 이 일대까지 모조라 날려버릴 줄 알았던 에너지를 이렇게 제압해 버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근데 방금 하이브를 뚫고 날린 저 영자탄들은 뭐지?”

“그러게. 폭주 에너지를 그냥 위로 방출시킨 게 아니란 건 확실한데 말이야. 아무래도 그거겠지?”

“설마··· 그럼 방금 그게 인베이더들을 공격한 거란 말이야?”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고 나서야 오버러들은 비로소 지금 상황에 대해 의문을 나타났다.

방금 유태진은 막대한 코어의 에너지를 일부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자탄으로 가공해서 하늘로 내쏘았었다.

그가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마침 그때, 관측병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우기스와의 통신 회선이 정상화되었습니다.”

“오오, 진짜!?”

“정말이다! 신호가 가고 있어.”

오버러들은 즉시 함선과 통신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랑고1, 랑고1, 여기는 랑고3.”

[여기는 랑고1, 랑고3 무사했나?]

“랑고3, 전원 무사합니다. 다소 부상자는 있지만 경미한 편입니다.”

그렇게 양측 모두 상황 파악에 들어간 그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를 접해야 했다.

“저··· 전멸? 그 많던 인베이더들이 전부!?”

“정말로 방금 그게 공격이었던 거야?”

“세상에···.”

방금 유태진이 쏘아올린 영자탄으로 인해 리플 행성 전역의 모든 인베이더들이 사멸했다는 소식을 아우기스로부터 전해들은 오버러들은 경악에 빠져들었다. 설마 억 단위를 넘어가는 인베이더들을 한순간에 일소해버렸을 줄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우기스나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하이브 코어 룸에 진입했던 오버러들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그들은 방금 전 인베이더들을 전멸시킨 영자탄들이 바로 유태진이 코어의 폭주 에너지를 제압해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어 본 함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기가 막히는군. 폭주하는 코어를 제압하고 그 힘으로 행성 전체의 인베이더를 일소해? 심지어 아군이나 원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거짓말 같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이 정도면 그랜드 마스터 급이라 해도 가능할까?”

물론 그랜드 급은 강하다. 단독으로 준대형 함을 상대할 정도고, 경우에 따라선 어지간한 함대 하나를 감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성 전역에 퍼져 있는 수억에 달하는 인베이더를 한순간에 일소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놈들이 한데 밀집해 있다면 모를까, 그 많은 인베이더들을 일일이 찾아 제거한다는 건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실력이 필요했다.

“어쩌면 오버 그랜드 급일지도···.”

그는 남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 * *

인베이더들이 일소됨을 감지한 유태진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엑스칼리버를 새삼스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낡고 풍화된 검신이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제 역할을 다한 검의 구현이 해제되고 있는 현상이었다.

‘역시 두 검은 동일한 거였어.’

이렇게 직접 사용해보니 더 확실해졌다. 천룡파마신검 외엔 별다른 연결점을 갖지 못했던 엘레나의 손에 의해 구현되었다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애당초 엑스칼리버는 천년의 시간 동안 아발론에 봉인되어 있었고, 천룡파마신검은 대대로 내려온 점창의 신물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였지만,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건 그렇고··· 엑스칼리버의 힘이 엘레나의 구현을 통해 나오는 순간 뭔가 달라졌어.’

유태진은 아발론에서 엑스칼리버를 손에 넣긴 했지만, 이걸 정말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안에 내재된 힘과 권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그릇이라 할 수 있는 검 자체가 낡고 쇠하면서 정작 끌어낼 수 있는 출력은 한정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언제 망가질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엑스칼리버의 사용을 저어해왔는데, 오늘 엘레나가 검을 구현하면서 처음으로 사용해보게 된 것이다.

‘그렇군. 엑스칼리버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구현한 사용하면 활용할 수 있는 출력이 늘어난다는 건가?’

애당초 엘레나의 고유능력 만병의 주인은 병기를 구현하는 것이지, 그 본체에 해당하는 실체를 직접 불러들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검의 파손을 염려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이마저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검의 본신을 직접 사용하려면 일단 원상태로 복원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어.’

엘레나의 구현의 형태를 빌어 사용한 엑스칼리버의 힘은 지금 사용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진실 된 힘이 드러난다면 상상도 못할 기적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었다.

유태진의 공격이 끝난 뒤, 엘레나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아··· 다 끝난 거군요.”

“그래, 다 끝났지.”

폭주하던 코어의 에너지는 완전히 제압되었고, 그 힘은 무수한 어검강이 되어 행성 전역의 인베이더들을 몰살시켰다. 더 이상 그들을 위협하는 요소는 적어도 리플 행성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대답을 듣고서야 안도한 것일까? 안 그래도 몸을 가누기 힘들어 유태진에게 기댄 상태였던 엘레나의 안색이 힘에 겨운 듯 풀리기 시작했다.

“좀··· 졸립네요.”

“그래, 이제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도록 해. 한잠 자고 일어라면 괜찮아질 거야.”

“···예. 그럼··· 조금만 쉴게요.”

그 말을 끝으로 엘레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엑스칼리버를 구현하느라 너무 무리한 탓이었다.

잠든 그녀를 안아 올린 유태진은 진기를 불어넣어 엘레나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살폈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에 그친 게 천만다행이군.’

비록 의식은 잃고 있었지만, 예전처럼 혼에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며칠간 푹 쉬면 다시 본래 상태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렇지만 고작 잠시잠깐에 불과했던 불완전한 형태의 구현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라면, 지금보다 완성도가 높아지거나 긴 시간 구현을 유지할 경우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엘레나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엑스칼리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따로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더 이상 엘레나에게 부담을 지우는 건 위험했다. 엑스칼리버에 담긴 힘은 추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으로 엘레나의 역량이 더 늘어난다 해도 구현의 완성도만 좀 더 높아질 뿐, 위험부담은 여전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이나 지난번과 같은 일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됐다.

“자, 귀환하도록 한다. 이제 전투는 끝났다.”

“예.”

유태진이 전투종료를 선언하자, 마틴과 오버러들은 즉시 후보생들을 데리고 귀환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코어의 폭주사태로 꽤나 놀란 탓인지 후보생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세상일은 생각대로 되는 게 없어.”

유태진은 쓰게 웃으며 한탄하고 말았다.

* * *

메이트룬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결과에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많던 인베이더들이 마치 하찮은 벌레마냥 자신들의 눈앞에서 떼거지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콰콰콰콰!

마치 여럼철 폭우를 연상케 하는 무수한 빛의 탄환들이 인베이더들을 꿰뚫었다. 그것들은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았고, 심지어 강하든 약하는 전부 공평하게 죽여 나갔다. 그렇게나 강력하던 침공 급 개체들도 이 앞에서는 일개 목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도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분명 하이브를 공략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 도중 모로세움에 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유태진이 황급히 이곳을 떠났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인베이더들이 전멸한 만큼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뭐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순수하게 기뻐할 수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목도한 엘하운드들의 동요도 컸다.

“방금 봤지? 하이브를 뚫고 솟구쳤던 무수한 빛다발들을?”

“지금 떨어져 내린 빛들이 바로 하이브에서 솟구친 거 맞아?”

“그럼 그 자들이 정말로?”

“인베이더 놈들이 같은 인베이더를 공격할 리는 없으니··· 설마 정말로 하이브 공략에 성공한 건가?”

“믿기지가 않아.”

이곳에 있는 엘하운드들 중에서 보지 못한 이들이 없었다. 인베이더들을 전멸시킨 이 빛의 폭우가 바로 어디서 나왔는지를.

그렇다면 하이브에서 솟구친 이 기적 같은 빛은 하이브 공략을 위해 나섰던 연합인들의 소행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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