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314화 (315/448)

13권-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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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이브에 진입한 아우기스와 프로메티우스의 오버러 부대는 예측했던 것보다 적은 인베이더의 수에 약간 당황한 상황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뿐. 그들은 침착하게 싸움을 진행해 나갔다. 어차피 적들이 많든 적든 하이브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목적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다만 의문을 거두지는 않았다. 하이브를 사수해야 할 병력이 이렇게까지 줄어 있는 건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 것일까?

“···이해할 수가 없네요.”

“뭘 말이지, 엘레나 양?”

하이브에 진입하자마자 맞닥뜨린 인베이더들을 정리한 직후 내뱉은 엘레나의 그 말에, 마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하이브는 인베이더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사수해야 할 곳이잖아요. 그런데 이곳을 지키는 병력이 이렇게까지 적다니··· 아무래도 좀 의심스러워요.”

“하긴 일리는 있어. 혹시 놈들이 깊은 심도 지역에 뭔가 함정이라도 파둔 것 아닐까?”

“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전력을 이리저리 분산시켜두기보다는 심층부에 전부 집결시켜뒀을 수도 있겠어요.”

“그래도 아직 초반이니 더 두고 봐야 확실해 지겠지.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내려가 봤지만 인베더들과 마주치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몇 번 충돌하긴 했지만, 그 수가 몇 백도 되지 않는 소규모 집단일 뿐이었다. 하이브에서 생산되는 인베이더의 무지막지한 물량을 생각한다면, 이건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했다.

심도가 깊어질수록 의혹이 더해져가던 그때, 엘레나의 모듈밴더로 유태진의 연락이 당도했다.

그는 그녀에게 하이브 공략 상황을 묻더니, 대뜸 모로세움이 인베이더들에게 공격당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옆에 듣고 있던 마틴도 아연한 얼굴이 되었다.

“모로세움이 공격당하고 있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일순 내 귀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어.”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봐온 인베이더의 기본적인 행동 패턴은 하이브가 공략당할 경우, 최우선적으로 이곳을 사수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이브가 함락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이걸 포기하고 적의 최후방기지를 노린다고?

“하지만 사실이겠죠. 스승님이 허튼 소릴 하실 리 없으니까요.”

“그거야 그렇지만··· 이해할 수가 없군. 그럼 놈들은 하이브를 지키기보다는 엘하운드의 모로세움을 공략하는 걸 더 중요시 여겼다는 말인데······.”

물론 냉정하게 본다면 인베이더들의 전략은 옳았다. 하이브의 다운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면, 차라리 적의 후방 기지를 기습적으로 덮쳐서 더 큰 피해를 주는 게 훨씬 이로울 테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비슷한 상황에서, 인베이더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인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튼 서둘러야겠어요. 스승님이 가셨다곤 하지만, 쉽진 않을 게예요. 일단 하이브의 기능부터 망가뜨린 뒤, 서둘러 되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그래.”

그때부터 오버러들의 전진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어떤 함정이 있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웠다면, 이제는 거침이 없었다.

“합!”

내딛는 진각과 함께 김진수의 오른손 장저가 인베이더의 복부를 강타했다. 물론 인베이더의 전신은 두터운 장갑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내부를 투과해 지나가는 영력의 힘은 방어할 수가 없었다.

투우웅!

묵직한 울림과 함께 인베이더가 피를 쏟으며 절명했다. 이미 놈의 내부는 완전히 박살난 뒤였다.

허나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어느새 인베이더 하나가 그의 등 뒤를 덮쳐오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김진수는 능숙하게 대처했다. 이미 그는 인베이더가 자신의 등 뒤를 덮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허리를 낮추며 빙글 신형을 회전한 순간, 김진수는 오히려 상대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상대의 품속으로 파고든 뒤였다.

쾅!

전신의 무게를 더한 팔꿈치의 일격이 옆구리에 가해진 순간, 기습해온 인베이더의 상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휴우···.”

진수는 숨을 내뱉으면서 영력을 추슬렀다. 몇 번의 싸움 끝에 이젠 효율적인 전투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발전능력도 외부로 끌어내지 않고 내부에서 순환시켜 신체의 반응속도와 근력만 향상시키는 선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라도 체력과 영력의 소모를 최소화 하지 않고서는 인베이더의 머릿수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마틴이 후보생들을 돌아보며 다그치듯 말했다.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애먹지 마라. 지금 너희들이 상대한 인베이더는 말 그대로 애들 장난 수준이니까. 양산형에다가 물량조차 얼마 안 되는 놈들을 상대로 고전하면 앞으로 어떻게 지구를 지켜낼 셈이냐?”

김진수는 나름대로 빠르게 적응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실전 경험이 적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과한 힘을 사용하다가 기진맥진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인피니티 킹덤 소속의 오버러들이 그들을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꽤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미숙한 부분들도 점점 보완되고 있었다. 점점 깊숙이 들어가면서 몇 차례 맞닥뜨린 인베이더들과의 전투가 그들을 성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쉽지 않아.’

김진수는 거듭된 전투에 점점 심기가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싸울 때마다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야 하다 보니, 심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리플 행성에서의 전투가 첫 실전이다 보니 완급조절도 쉽지 않았다. 싸울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옆에서 싸우고 있는 정식 오버러들과 비교하자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에 잠깐씩 휴식을 취했기에 망정이지, 계속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면 지금쯤 기진맥진한 상태로 드러누웠을지도 모른다.

“여기로군.”

몇 차례 전투를 반복한 끝에 그들은 드디어 하이브의 코어 룸 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제 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마지막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틴은 후보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이 너머에는 하이브의 코어가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사수하기 위한 인베이더의 병력도 총집결해 있겠지. 그러니 각오들 단단히 하도록. 특히 후보생들은 무모한 행동 하지 말고 선배 오버러들의 지시에 따라 싸우도록 해라. 알겠나?”

“예!”

“그럼 지금 즉시 코어 룸으로 돌입한다!”

콰아아앙!

싸움의 첫 개시는 마틴의 정권으로 시작되었다. 유태진에게 철환극강기의 아류 외공인 철혼마벽을 비롯한 다수의 무공을 전수받은 마틴의 권격은 이젠 상상을 불허하는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포격으로도 부수기 힘든 코어 룸의 거대한 문이 산산이 박살나 흩어지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내부의 정경이 모두의 앞에 드러나게 되었다.

“뭐야?”

“텅텅 비었잖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모두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박살난 문 너머로 보인 코어룸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하이브를 유지하는 거대한 코어의 존재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설마 이곳을 지켜야 할 인베이더들까지 모로세움을 공략하러 간 건가.”

“그럴 리가. 인베이더가 하이브를 포기하다니··· 모로세움을 공략하는 게 하이브를 지키는 것보다 우선해야할 정도로 중요하단 거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혼란스러워했다. 인베이더가 하이브를 포기하고 움직인 경우는 지금껏 들어본 사례조차 없었다.

엘레나도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건 정말 상정도 못한 상황이네요. 인베이더들이 하이브를 포기한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마틴도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 몇 년간 아르탈 행성 연합 소속으로 인베이더에게 침략당한 여러 행성들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당황하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마틴이 먼저 냉정을 되찾았다.

“단순하게 생각해, 엘레나 양.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달라진 건 아니잖아?”

“···그렇네요. 일단 코어부터 파괴해야겠어요.”

하이브의 다운은 무조건 최심층에 존재하는 코어를 파괴함으로서 이루어진다. 다른 것을 부숴봐야 아무 의미도 없었다. 제아무리 많이 파괴된다 해도 코어만 무사하면 얼마든지 다시 복원되는 게 바로 하이브였으니까.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겠군. 또 무슨 함정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마틴의 경고에 엘레나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중하게 다가섰다.

하이브의 코어는 거대한 심장을 방불케 하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이것이 지하로 길게 뿌리를 내리면서 행성의 방대한 에너지를 뽑아 올림으로서 하이브의 규모를 키우고 인베이더들을 대거 양산하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접근해가던 그때, 관측담당 오버러가 당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비···비정상적인 에너지 반응 검출! 코어에 집결해 있던 행성 에너지가 역류를!?”

“뭐? 무슨 소리야? 제대로 자세히 말해!”

마틴이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그러자 관측담당이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코어의 에너지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행성 에너지도 비정상적일 만큼 모여 있어요. 이대로 가다간 이 일대를 날려버릴 수준의 대폭발이 벌어질 겁니다.”

“역시 함정이었나?”

마틴은 침음하듯 내뱉었다. 코어 룸을 지키는 인베이더가 하나도 없을 때부터 뭔가 미심쩍더라니··· 설마 하이브를 자폭시킬 셈이었나?

엘레나도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폭발하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요?”

“앞으로 1분 정도입니다.”

고작 1분뿐이라면 탈출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이브의 심층까지 내려오기까지 길은 상당히 복잡하고 길어서 아마 전력을 다해 움직인다 해도 최소한 10분 이상은 걸릴 것이다.

게다가 하이브를 벗어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관측병의 말대로라면 지금 하이브의 코어에는 평상시보다 더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모여 폭주하고 있다고 했다. 최소한 반경 수백킬로미터는 날려버리고 남을 수준이니, 도망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물론 어떻게든 하이브 밖에서 대기 중인 전함에 탑승만 할 수 있다면 폭발 반경 내에서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전함에 당도하는 것 자체부터가 시간상 무리였다.

“이 상황에서 코어를 파괴하면 어떻게 되죠?”

“그 즉시··· 폭발할 겁니다. 오히려 자폭을 앞당기는 셈이 되는 거죠.”

엘레나의 물음에 대답하는 관측담당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뭐야··· 우리 이대로 죽는 거야? 그것도 알지도 못하는 외계 행성에서?”

“난 죽기 싫어!”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도망자 생활을 하더라도 후보생이 되는 게 아닌데···.”

여기저기서 동요의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인피니티 킹덤 소속의 오버러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구 출신의 후보생들은 그렇지 못했다. 제아무리 오로라 시스템의 정신보호기능이 작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심적 동요를 전부 가라앉힌다는 건 무리였다.

아니, 그나마 정신보호기능이 없었더라면 한바탕 폭주했거나, 혹은 제멋대로 이곳에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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