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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312화 (313/448)

13권-12화

이번 공격으로 잠시 공백이 생겼지만, 인베이더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금세 메워질 것이다.

‘공격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도 피해가 커.’

장벽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었지만, 몇몇 군데는 이미 뚫린 흔적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모로세움 내부로 침입한 인베이더들도 제법 있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어떻게 해줄 방도는 없었다. 지금 접근해오고 있는 인베이더 대군을 상대로 모로세움 전체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까.

“휴우, 나 혼자뿐이라면 모르겠는데··· 쉽지 않겠어.”

양산형이 대부분인 인베이더의 대군 따윈 시간만 충분하다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전멸시키는 게 가능하지만, 지금은 모로세움의 점령되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점이었다.

무언가를 지키면서 싸운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좀 빠듯하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유태진은 자신이 이룬 무공과 경지를 믿었으며, 최근 자신이 얻은 여러 이능의 힘을 믿었다.

휘오오오!

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막대한 기의 바람이 폭풍우를 불러오기라도 할 듯 온 사방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종 보조마법들이 발동하면서 그의 전신에 스며들고, 다양한 정령들이 소환되면서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소환된 이후로 얻게 된 다양한 영능의 지식들은 아서의 기억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것이 되었다.

덕분에 어지간한 각 분야의 대가들도 그 앞에서 이름을 내밀 수 없을 만큼 상당한 경지에 이룰 수 있었다.

더불어 강대한 신성력이 들끓어 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이 일대를 뒤덮는 술식이 되었고, 곧 찬란하면서도 거대한 빛으로 승화되었다.

상위계 백마법.

바이멘탈 존<대류성황진大留聖皇陣>

신성력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방어결계 바이멘탈 존. 그것이 지금 모로세움 전역을 둘러싼 것이다.

“뭐지, 이 빛은!?”

“이것이 우리 모로세움을 뒤덮고 있어!”

“위험한 거 아니야?”

모로세움 안에 있던 엘하운드들은 난데없는 빛의 현현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빛이 모로세움 전체를 반구 형태로 뒤덮고도 아무런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

“저 사람인가? 저 사람이 이빛을 불러낸 장본인이지?”

“그래, 그런 것 같아. 이건 일종의 결계인 것 같아.”

“우릴 구원해주러 온 사람 맞지? 그럼 이제 안심해도 되는 거야?”

처음 등장부터 상당히 화려한 수법으로 인베이더들을 대거 쓸어버리며 나타난 유태진이었다. 거기다가 모로세움을 둘러싸는 결계까지 만들었으니 그들이 그런 희망을 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허나 유태진은 더 이상 모로세움의 반응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 그가 상대해야 할 것은 수평선을 온통 가득 채우고 있는 인베이더들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조금은 마음 놓고 싸워도 상관없겠지.”

본디 신성력이란 것은 신적 존재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신앙심을 갖는 자에게 생겨나는 영력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유태진은 딱히 특정 신을 섬기거나 하지 않음에도 지금 이 자리에서 신성력을 사용해 강력한 결계를 구축해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했냐 하면, 바로 그의 영혼 안에 초월의 신성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그의 경지는 그랜드 급, 즉 현경의 경지였지만, 전생에 이뤘던 반선지경의 깨달음과 격은 여전히 남아 그의 영혼을 보다 높은 곳으로 이끌어서 필멸자로서는 보유할 수 없는 신성마저 다룰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것도 다 아서의 기억 덕분이었지.’

아서는 멀린을 통해 지구의 성계신에게 간택을 받은 자였다. 그렇기에 신성력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데, 방금 사용한 바이멘탈 존도 바로 그런 지식에서 비롯된 것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저벅저벅.

유태진은 인베이더들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어 나갔다. 전설상의 축지법마냥 이동한다는 보법경지인 축지성촌의 수법을 사용한 그의 이동속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놈들의 선두 쪽으로 다가선 그의 검이 드디어 검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천룡대라삼검(天龍大羅三劍) 제 2식. 천룡전광(天龍電光)

천룡대라삼검은 천룡무상검의 모태가 된 점창의 절학. 그 2식인 천룡전광은 극에 달한 초극섬쾌에 극강의 위력까지 함께 담아낸 수법이었다.

화아악!

그의 검은 천룡이 질주하듯 무서운 속도로 구주종횡 질주하면서 닿는 모든 것을 절단하는 검광의 그물로 화했다. 그것은 처음엔 유태진 본인의 주변만 점점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이 일대를 발기발기 찢는 거대한 지옥도의 형상이 되었다.

그 범위만 해도 무려 반경 수 킬로미터 남짓. 이곳에 몰려온 인베이더의 전력 일각이 단숨에 허물어졌다.

허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체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마법이 인베이더들이 모여 있는 중심지에 작열하고 있었다.

최상계 백마법.

리스티아<일휘만강섬日輝滿降閃>

오오오오오오!

지상 위에 존재할리 없는 광대한 열량과 빛이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태양 같은 빛 덩어리가 새롭게 태어나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낮보다 더 환한 광량이 이 일대의 지표면을 향해 강렬히 내리쬐자, 인베이더들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탄화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두 차례의 공격에 죽어나간 인베이더의 수만 해도 무려 십수만에 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을 만큼 인베이더의 수는 너무나도 많았다.

유태진은 작게 혀를 차고 말았다.

“이쯤 되면 거의 반복 노가다나 다름없군.”

상대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수가 많으면 다소 질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신공절학과 마법, 그리고 정령술 등 다양한 영능들을 구사하여 차근차근 놈들을 구축해나갔다. 그렇게 1시간가량 지났을 때, 모로세움 인근은 말 그대로 인베이더들의 시체로 가득 찼다.

가끔 그를 우회해 지나간 인베이더들이 모로세움을 노리기도 했지만, 바이멘탈 존은 훌륭하게 버텨주었다. 그 결과, 더 이상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지금 남아있는 인베이더는 좀 전과 비교한다면 1할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가까이는 되어 보였다. 인베이더의 물량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러니 나름 괜찮은 문명을 이룬 엘하운드들이 멸종의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나머지 인베이더들을 없앨 생각으로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던 그때, 지중에서 진동일 일어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진동이었다. 미약하게 퍼져나가던 그 진동은 점점 더 강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지진처럼 이 일대를 뒤흔들어버렸다.

콰아앙!

성대한 굉음과 함께 인베이더 후방의 지표면이 터져나가더니 땅 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솟아올랐다.

그것을 본 유태진의 두 눈이 살며시 가느다래졌다.

‘역시 숨겨둔 수가 있었나?’

그것은 전함이었다. 크기를 보면 대충 준대형 전함인 가루다 급으로 보였는데, 지금까지 봐온 가루다 급 전함과는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아무래도 지중침공에 특화된 개체인 듯싶었다.

“설마 이런 구석진 곳에서 준대형 전함을 보게 될 줄이야. 허나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지.”

준대형 전함의 화력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단독으로 함대를 박살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랜드 급 오버러들이었다. 특히 호위함 하나 없는 준대형 전함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헌데 그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눈앞에 나타난 가루다 급 전함이 돌연 선수를 저 하늘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도 뜻밖의 사태에 유태진조차 일순 당황했다.

“도망치려고!?”

설마 행성을 침공 중인 인베이더가 싸울 생각조차 않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을 줄이야.

여태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물론 인베이더들도 경우에 따라선 전략적인 후퇴 정도는 감행하지만, 아예 싸울 생각조차 않고 곧장 꽁무니를 빼려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말은··· 혹시 저 전함 안에 뭔가 중요한 게 있다는 건가?’

인베이더들에게 있어 이런 변두리 행성을 침공하는 전력은 일종의 소모품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주를 시도한다는 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단 저 함선부터 잡아야겠군.’

유태진은 즉시 손을 쓰기로 했다. 저 함선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베이더들이 중요시 하는 것이라면 일단 손에 넣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 전함을 크게 망가뜨리지 않고 기능만 정지시켜서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무작정 공격했다가 전함이 자칫 대폭발이라도 일으킨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고오오오!

배리어를 두텁게 두른 가루다 급 전함이 추진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단숨에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로 도망칠 작정인 모양이었다.

어지간한 고위 급 오버러였다면 불과 몇 초 남짓의 짧은 시간 내에 저 배리어를 뚫고 타격을 준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테지만, 유태진에게는 조금도 해당되지 않았다.

그는 마음의 검을 곧추세웠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무형의 검은 첨예한 기세를 끌어올리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지로 대기를 지배하고, 베고자 마음먹으면 기운이 자연스럽게 감응하여 상대를 벤다는 의념의 검리.

하지만 그것이 발동하려는 순간, 유태진을 향해 돌연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워낙 갑작스런 공격인 터라 그도 심검의 전개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일보 뒤로 물러서면서 자신을 향해 날아든 공격을 피한 유태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를 공격해온 것은 강기에 준할 만큼 고밀도로 응집된 영력의 빛이었다.

“뭐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영력의 광선을 거슬러 올라간 그의 시선은 자신을 공격한 장본인들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무엇인지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성멸 급 개체가 둘이나?”

설마 이런 곳에서 성멸 급 개체를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곳의 하이브 침식도를 생각하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최고급 전력이었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다니. 지금까지 알려진 인베이더에 관한 상식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이브에서 나온 녀석들이 아니야. 아예 하이브가 세워질 때 함께 왔던 게 틀림없어.’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길래 이런 전력들을 변두리 행성에 보냈단 말인가?

가루다 급 전함에 성멸 급 둘이라면 이런 엘하운드 따윈 금세 멸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런 전력을 숨기고 있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건데, 그게 무엇인지 당최 짐작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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