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310화 (311/448)

13권-10화

“허억··· 허억. 미쳤군. 이 무슨 미친 존재감이!?”

“설마 이게 그 마이스터 급? 아니, 그 이상이야.”

연합 기준으로 마스터 급(A랭크)에 가깝다는 메이트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존재감만으로 모두를 압도한 것은 물론, 거대한 산 하나를 통째로 셀 수 없는 스톤 큐빅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검을 뽑지조차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라면··· 어쩌면 연합에서도 최강의 오버러들이라는 그랜드 급의 강자일지도 모른다.

“어째서 저런 강자가 우리 같은 변방 행성에까지 지원을 온 거지?”

“글쎄. 우리야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랜드 급 중에 저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어.”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유태진의 명성은 연합 내에서는 꽤 알려지긴 했지만, 연합에 가입조차 되지 않은 이런 변방 행성까지 전해지진 않은 탓이었다.

한편 이번 반대의견의 주축이었던 무르타룬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어디서 이런 강자가 우리 행성 같은 구석진 곳까지 온 거지?’

자신들에겐 이 상황이 멸망의 위기였겠지만, 사실 연합의 입장에서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별 것 아닌 변두리 행성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연합에 가입한 것도 아니니 딱히 공들여 도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저 정도의 강자가 직접 나섰다니, 뭔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무래도 일이 틀어지게 생겼군.’

그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강자의 개입이라니. 이젠 자신이 어떻게 손 쓸 범위를 넘어서버렸다.

‘아니, 아직은 아니야. 분명 기회가 있을 거야.’

무르타룬은 굳어진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 * *

드디어 작전이 개시되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임으로서 엘하운드의 수뇌부들의 반발을 억누른 이상 이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부터 강하작전이 시작된다. 여러분들은 엘레나와 마틴의 지휘 아래 하이브를 타격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유태진의 그 말에 후보생들은 긴장에 찬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시뮬레이션으로 몇 번이나 경험해본 하이브 타격 작전이지만, 현실에서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적의 심장부를 곧바로 타격하는 작전이다. 위험도를 치자면 이 이상으로 위험한 일은 드물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건 안다. 하이브는 적의 본거지이자, 인베이더들을 찍어내는 생산기지. 적들의 물량도 만만찮은데다 그곳을 지키는 강한 개체도 더러 존재할 테니까.”

유태진은 후보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응시해나갔다.

“하지만 너무 염려할 것 없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현역 오버러들은 이미 무수한 실전을 겪은 스페셜리스트들이다. 이보다 더한 지옥도 거쳐 온 녀석들이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이들이 구해줄 거다.”

엘레나와 마틴, 그리고 현역 오버러들이 그 말에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작전을 앞두고도 여유로워 보이는 그 모습에 후보생들도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이브 인근에 있는 대다수의 인베이더들은 내가 유인해 맡기로 했다. 아마 작전대로 된다면 하이브를 지키는 인베이더의 수는 최소한도 수준까지 낮아질 터. 그 뒤부터는 여러분들의 전력만으로도 충분할 거다.”

“예!”

“그럼 작전 개시까지 앞으로 2시간 12분이 남았군. 그때까지 각자 개인인 정비를 하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대기하고 있도록.”

사전에 작전 개요를 하달해둔 이상 더 이상의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지금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건 어디까지나 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거나, 혹은 해이해져 있다면 적당히 다독이기 위해서였으니까.

“엘레나, 마틴.”

자리를 파한 뒤 유태진은 두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너희들을 믿고 맡겨도 되겠지?”

“예, 확실히 해낼게요.”

“한 명도 크게 다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두 사람의 대답에 유태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이들 둘이라면 충분하겠지.’

마틴만 하더라도 무려 C+랭크의 실력자다. 두 개의 고유스킬에, 유태진에게 배운 외공까지 더하면 그의 실질적인 실력은 B랭크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엘레나는 강력한 고유스킬에 자신에게 배운 무공을 토대로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녀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 침식 단계의 하이브 정도는 별 어려움 없이 다운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는군.’

유태진은 좀 전에 이번 작전을 반대하던 주축인 무르타룬의 눈빛을 떠올렸다. 단순히 엘하운드들의 피해를 우려해 작전을 반대했다고 하기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유태진은 좀 전에 이번 작전을 반대하던 주축인 무르타룬의 눈빛을 떠올렸다. 단순히 엘하운드들의 피해를 우려해 작전을 반대했다고 하기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어떤 일이든 변수가 있기 마련인 법. 그 자에게 어떤 꿍꿍이속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2시간 뒤, 예정되었던 하이브 공략작전이 시작되었다.

그 첫 시작은 바로 하이브를 지키고 있는 인베이더 무리를 향한 유태진의 무지막지한 공세였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긴 많군.”

유태진은 전면을 가득 채울 듯 넘실대는 인베이더의 무리에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 대부분이 양산형인 만큼 별 것 아니긴 했지만, 숫자가 이만큼 모이니 확실히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인베이더의 소형 전함인 가프랑 급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이러니 엘하운드들이 멸망 위기에 놓였겠지.’

이게 바로 인베이더의 무서움이었다. 하이브의 침식도가 낮다 하더라도, 어지간한 수준의 문명 따윈 무지막지한 물량을 생산해 머릿수로 압도해 버리는 것이다.

저벅 저벅.

유태진은 인베이더 대군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기세를 해방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굳이 기세를 외부로 드러내는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놈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다.

“일단 첫 시작부터 화려하게 나가야겠어.”

뽑혀 나온 그의 검이 전면을 겨눈 순간, 검신이 가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불어넣어지는 진기의 양이 늘어갈수록 더욱 커져만 갔고, 급기야 진동수를 시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맹렬해졌다.

진동이 정점에 이른 순간, 그것은 모든 것을 분쇄하는 공간의 파장이 되어 전면을 쓸어나가기 시작했다.

백금검(百禽劍)

맹호포격세(猛虎咆擊勢)

쿠오오오오!

맹수가 울부짖는 듯한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산산이 분쇄되어 나갔다.

이것이 바로 맹수들의 움직임을 본따 만들어졌다는 절기 백금검. 그 중에서도 맹수의 포효를 구현했다고 하는 절초 맹호포격세의 한수였다.

해일 같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초진동 음파 속에서 인베이더들의 육체가 마치 풍선마냥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앞 열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무더기로 터져나가는 인베이더들의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하운드들은 유태진의 믿기지 않는 무위에 또 한 번 경악을 터뜨렸다.

“저런 괴물 같은···.”

“우린 죽음을 각오해야 겨우 싸울 수 있던 놈들인데··· 이렇게 쉽게 박살낸다고?”

그들 사이에 있던 무르타룬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저 작자가 장담한 대로군. 이건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설마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자신들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던 인베이더가 이렇게 무력할 정도로 박살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뒤에도 유태진의 일방적인 학살은 계속되었다.

절편검(絶片劍)

회륜파황탄(廻輪波荒彈)

검 끝에서 일어난 강기가 길게 늘어나는가 싶더니, 그것이 유태진을 중심으로 휘돌면서 무수한 강기의 검편탄강(劍片彈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절편검은 본디 사복검이라는 기문병기를 사용하는 무공이지만, 유태진은 의형검강으로 그와 유사하게 만듦으로서 절편검을 완벽 이상으로 구사한 것이다.

“저저···!”

전장 위로 거대한 피의 폭풍이 몰아닥쳤다. 시전자를 중심으로 나선으로 회전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는, 수천수만에 이르는 검편탄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항거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허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유태진의 왼손 끝으로 맹렬한 대기의 흐름이 집중되었다. 한 점으로 수렴된 대기의 흐름과 기운은 한계 이상까지 압축되었고, 그것은 곧 폭발적인 형태로 해방되었다.

콰우우우!

급풍쾌검(急風快劍) 제 4식. 폭렬전궁(爆裂電弓)

비의. 광풍멸도(狂風滅道)

내질러지는 왼손과 함께 일시에 해방된 광포한 기운이 전방을 노도처럼 파괴하며 휩쓸고 나갔다. 인베이더들이 밀집된 곳을 목표로 전개된 광풍멸도는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면서 닿는 것이라면 무엇이던 산산이 부수고 소멸시키고 있었다.

이것은 한없이 압축되었다가 해방된 강기의 폭류! 고작 양산형 인베이더들 따위가 감당할만한 것이 아닌 것이다.

“······.”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저 광경을 두고 더 이상 뭐라 말할 것인가?

유태진이 손을 뻗을 때마다 인베이더들 무리 사이에는 엄청난 공백이 생겨났으며, 그 공백은 점점 영역을 넓혀나가 이젠 저 많던 숫자로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지금 보인 몇 수에 죽어나간 인베이더의 수는 최소한으로 잡는다 해도 최소한 100만은 훌쩍 넘을 것이다.

“뭐, 이 정도면 어그로는 확실히 끌었겠지.”

유태진은 작게 탁기를 내뱉으면서 진기를 가다듬었다. 단숨에 막대한 양의 진기를 소모하긴 했지만, 크게 부담 갈 정도는 아니었다.

현경에 올라서면서 상단전을 통해 외부의 기운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다, 그에게는 절세의 신공 만유합원신기가 있었다. 이 정도의 진기의 소모는 몇 번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채워진다.

그가 전면을 응시하자, 인베이더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유태진이란 존재를 반드시 제거해야 할 최우선 대상이라 인식한 모양이었다.

“이제 녀석들도 슬슬 내려올 때가 되었군. 그럼 그때까지 너희들은 나와 놀아줘야겠다.”

유태진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인베이더들을 향해 그렇게 내뱉으면서, 곧바로 다음 절기를 준비했다. 그가 준비한 절기들은 하나같이 대량학살에 걸맞는 것들뿐이었다.

그 결과, 불과 20여분 사이에 무려 삼천만에 달하는 인베이더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손에 격침된 가프랑 급 전함만 해도 수백여 척에 이를 정도였다.

이 정도면 현재 그의 뒤에서 대기 중인 엘하운드의 전력과도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

“···절대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될 자야.”

메이트룬은 두려움과 경외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상상을 초월한 강자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심지어 저것도 전력을 다한 게 아닌 듯 보였다. 저 많은 인베이더들을 학살하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게 바로 그 증거였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