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권-07화
“세상에! 그걸 버텨냈다고?”
방금 하이브의 빔 공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대하기 짝이 없었다. 헌데도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 내다니!
허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다시 하이브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집중되더니 세차게 쏘아 올려졌다.
그리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행 타입의 인베이더들이 동시에 연합의 전함을 향해 몰려들었다. 빔 공격을 막아내느라 방어를 전면에 집중시킨 상태인 연합의 전함의 취약해진 측면을 공략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헌데 그 순간, 연합의 전함의 역장 위에 꽂혔던 수많은 빔 중 일부가 돌연 굴절을 일으키며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것들이 날아간 방향에는 전함 측면으로 접근해가던 비행 타입 인베이더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크어어!
-키에에!
되돌아온 아군의 빔 공격에 비행 타입 인베이더들이 모조리 폭사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연합의 전함은 두 번째 빔 포격을 완전히 정면으로 받아내면서 지상을 향해 더욱 빠른 속도로 강하해 왔다.
메이트룬이 가슴 벅찬 표정으로 외쳤다.
“지원군이 온다! 조금만 더 버텨라!”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전함의 모습을 목도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하운드의 병력들도 그 광경을 똑똑히 목격한 상황이었다.
“저게 아군이라고!?”
“인베이더의 포격을 견뎌냈어!”
“견뎌! 아군이 온다!”
그들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전함이었지만, 인베이더와 대적하는 모습만으로도 아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느덧 전함은 지상에 가까워졌다. 그제야 메이트룬은 연합의 전함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한 척이 아니라 두 척이었나?”
저 먼 상공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야 확실히 보였다. 두 척의 전함이 서로 앞뒤로 나란히 겹쳐 있어서 한 척밖에 보지 못했던 것이다.
고오오오!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는 전함의 주포로 막대한 섬광이 맺혀들더니, 그것이 해방되면서 인베이더 군단의 한복판을 쓸고 지나간 것이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빛의 분류. 뒤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뒤따랐다.
콰아아아!
“맙소사.”
실로 무시무시한 화력이었다. 아스피나 트리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인베이더들이 마치 소각장에 던져진 쓰레기들마냥 고열의 빛 속에서 소멸되고 있었다.
이로서 엘하운드의 병력을 압박해오던 인베이더 군단의 일각이 추풍낙엽마냥 허물어졌다. 덕분에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엘하운드 병력이 곧 있는 힘을 다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 연합의 전함 두 척이 드디어 지상에 도달했다. 호버 비행 상태로 엘하운드 부대의 머리 위에 머물기 시작한 두 전함은 맹렬한 화력을 인베이더에게 투사하면서 동시에 후방의 해치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열린 해치에서 다수의 인영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인피니티 킹덤의 오버러들과 지구의 후보생들이었다.
“자, 첫 실전이다. 다들 긴장하지 말고 마음껏 싸워라!”
“예!”
선두에선 사내의 외침과 함께 그 뒤에 있던 자들이 우렁찬 외침을 터뜨리며 인베이더를 향해 뛰어들었다.
콰앙! 쿠르르릉!
그들이 능력을 발휘한 순간 인베이더 무리의 중앙을 무참히 꿰뚫기 시작했다.
“대··· 대단해!”
메이트룬은 놀람에 차 외쳤다. 자신들이 그렇게나 수많은 희생을 담보로 필사적으로 싸웠어도 뚫지 못했던 중앙 진영이었다. 그곳을 파죽지세로 파고드는 저들의 무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물론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었다. 가장 선두에 선 자들의 무력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일 뿐, 그 뒤를 받치는 다수의 인원들은 다소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실력들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실전 경험이 적은 건가?’
인베이더와 싸우다가 종종 빈틈을 내보였다. 그래도 별다른 피해 없이 이겨나가고 있는 건 선두에서 싸우는 소수의 오버러들이 손을 썼기 때문이었다.
‘···저들은 진짜 괴물이군.’
한번 손을 뻗을 때마다 무수한 인베이더들이 벌레처럼 쓰러졌다. 얼마나 대단하던지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가는 길을 막는 인베이더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을 따르는 자들이 위험할 때마다 귀신같이 손을 써왔다. 아마 그들이 아니었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슬슬 놈들을 물려야겠군.”
헌데 그때였다. 선두에 선 사내가 그런 말을 내뱉는가 싶더니 자신의 검을 들어 전면으로 크게 베어나갔다.
그 순간, 메이트룬은 세상이 둘로 갈라지는 듯한 착시를 보았다.
삼절검(三絶劍)
합식 광절단혼섬(光切斷魂閃)
피이잉!
작은 파공성과 함께 한 줄기 거대한 궤적이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그 궤적 앞에 놓인 이상 그 어떤 것도 베어진다는 결과를 피할 수가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악이란 감정이 메이트룬의 입을 비집고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만 느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자라면 적아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건 압도적이란 말로도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무려 수천수만에 이르는 인베이더들이 갈대처럼 베어져 쓰러지다니!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뒤이은 두 척의 전함이 쏟아낸 포격 앞에 인베이더들은 기세가 꺾여 슬슬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엘하운드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긴 건가?”
“놈들이 물러가고 있어.”
“그래, 놈들을 물리친 거야!”
물론 지금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놈들의 피해가 크긴 했지만, 이 정도는 하이브에서 생산되는 병력으로도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전멸을 각오하고 있던 그들로서는 당장 놈들이 후퇴하는 것만으로도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병력을 정돈해라. 부상자들을 분류해 치료하고 우리가 머물 막사를 짓도록.”
“예!”
수하들에게 전투의 뒷수습을 명령한 메이트룬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연합의 전투원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가 측근들을 이끌고 다가서자, 그쪽에서도 우두머리로 짐작되는 이가 나섰다. 바로 인베이더들을 일검으로 무수히 베어낸 솜씨를 보여준 사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피튼 성계의 총사령관인 메이트룬 어쉬나스입니다.”
“아르탈 행성 연합의 이능관리국 소속 독립 라이선스 보유 함대, 인피니 킹덤의 사령관 유태진입니다. 여러분들이 관리국에 보낸 요청으로 지원 오게 되었지요.”
“아, 그렇군요. 거의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와주실 줄이야. 아무튼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활약 때문에 우리들도 전멸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별 말씀을. 그런데 생각보다 전황이 좋지 못하더군요.”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럭저럭 싸울 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놈들의 물량이 너무 엄청나게 쏟아지다보니 감당이 안 되더군요. 오늘 싸운 저 병력조차 놈들이 보유한 전력의 일부일 뿐입니다.”
“음, 침식률 때문입니다. 하이브의 침식률이 높아지면서 병력의 생산능력도 크게 높아진 것이지요. 그러니 벅찰 만도 했겠군요.”
“예, 그런 셈이지요. 초기대응에 실패한 게 컸습니다. 하이브를 성공적으로 전복시켰다면 이렇게까지···.”
유태진의 그 말에 메이트룬은 그동안 입은 피해가 떠올랐던지 입술을 깨물며 한탄했다. 당시 하이브를 선제 타격하기 위해 움직였었지만, 놈들이 예측 밖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신들을 오히려 전멸시키지 않았던가.
‘놈들은 철저히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어. 우린 그걸 몰라서 방심했고.’
마물과 다름없는 겉모습만 보고 별다른 지능이 없을 거라 짐작했던 그들로서는 지울 수 없는 통한의 실책이 되었다.
애써 그때의 기억을 떨쳐낸 메이트룬은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무튼 여러분들이 오셔서 조금은 안심이 됐습니다. 단 두 척만으로도 이런 활약을 해주셨으니, 여러분의 본대까지 도착한다면 희망이 있군요. 그럼 다른 병력들은 언제 오는 겁니까. 여러분들은 선발대입니까?”
상당한 힘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곳에 도달한 연합의 전함은 단 두 척 뿐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입으로 함대라고 했으니 적어도 열 척 이상의 전력이 왔을 것이다.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입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내놓았다.
“저희는 선발대가 아닙니다. 연합에서 보낸 전력은 우리가 전부이지요.”
“예? 그게 무슨!?”
메이트룬은 일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고작 두 척의 전함이 전부라니. 연합에서 보내온 전력이 이게 끝이란 말인가?
그는 혹시나 싶어 다시 되물었다.
“지금 그 말이 사실입니까? 여러분들이 연합에서 보내준 지원전력의 전부라고?”
“예. 이게 전붑니다. 연합도 사정이 어려워서 많은 전력을 이곳에 할애할 여력이 없는 상태지요.”
“그럴 수가!”
유태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정을 듣게 된 메이트룬은 절망에 찬 탄식을 터뜨리고 말았다.
함대 전체가 왔을 줄 알았더니 고작 두 척의 전함이 끝이라고? 연합은 자신들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건가?
물론 방금 전에 저들이 보여준 무력은 대단했지만, 그것만으로 인베이더의 물량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유태진도 그런 메이트룬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대뜸 걱정하지 말라는 그 말에 메이트룬은 무슨 소린가 싶었다. 대체 이자는 고작 두 척의 전함만 끌고 와놓고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앞으로 3일입니다.”
“3일이라니, 그건 또 무슨?”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묻자, 유태진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앞으로 3일 안에 이곳의 전쟁을 끝내 드리지요.”
“······.”
그 순간 메이트룬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 * *
유태진과 메이트룬이 대면하고 있는 사이, 오버러들과 후보생들은 낮선 행성의 풍경에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특히 지구 출신의 후보생들은 난생 처음 접하는 외계인의 모습에 호기심을 보였다.
“엘프의 혈통에서 갈려나온 종족이라 들었는데··· 혹시 와전된 거 아닌가요? 차라리 드워프나 아니면 거인족의 피가 섞였다면 믿겠어요.”
김진수는 마틴의 옆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엘하운드라는 종족은 무척이나 크고 건장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다시 살펴봐도 저들의 모습에서 엘프를 연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마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미 엘프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 되었지. 그들의 이능 자체가 그런 식으로 발전해 왔으니까.”
엘하운드는 엘프의 아종이긴 하나, 작금에 와선 거의 독자적인 종족이 되었다. 그들은 수목과 소통하고 대지의 기운을 육체에 받아들여 자신들의 몸을 강건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다. 2미터를 훌쩍 넘는 키와 근육질의 체격. 누가 보면 헬스 종족으로 착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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