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298화 (299/448)

12권-23화

모함마드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저들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런 기적 같은 일까지 가능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물질을 전혀 다른 것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라니! 이건 오랜 전설에나 나옴 직한 연금술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우리가 이곳에 진입하기 전부터 이미 폭탄은 전부 쓸데없는 애물단지가 되었지. 이제 왜 우리가 네놈을 비웃었는지 알겠지?”

인질들을 구류된 장소에 대량의 폭탄이 매장되어 있음을 사전에 감지해낸 아우기스는 그 즉시 광범위한 원소전환을 사용함으로서, 그들을 구출하기 전부터 이미 무력화 시켰던 것이다.

“······.”

모함마드의 얼굴 위로 절망이 드리워졌다. 자신이 믿고 있던 마지막 패까지 무용지물이 된 이상, 더는 지구연방을 상대로 협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순 없어!”

좌절감은 분노를 키웠고, 그것은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독기로 변했다.

“죽여라! 놈들을 죽여!”

모함마드가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예대원들과 일반대원들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즉시 공격을 개시하였다.

총탄이 빗발치고, 온갖 이능들이 발현되면서 공간을 수놓았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철저히 세뇌 과정을 거쳐 완성된 전사들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죽음을 도외시하고 싸울 수 있는 광전사인 것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오버러들의 전투력에 비한다면, 이들은 한줌 모래 수준도 되지 못한다. 발악하며 버틴다 하더라도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정작 명령을 모함마드도 그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아니,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수하들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한창 싸우기 시작한 수하들을 놔둔 채 뒷걸음질 치다가 즉시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벗어나면 된다. 그 뒤에 다시 기반을 마련해서,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한···!’

이번에는 외계인 놈들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 그리고 10년이든 20년이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이후에 다시 시도할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도망치는 모함마드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빨랐다. 그도 황혼과 새벽을 통해 자신의 이능을 숙달한 자들 중 하나였다.

영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도주는 얼마 못가 끝을 맺었다.

“어딜 도망가?”

“헉! 어느새!?”

뭔가가 번쩍 하는가 싶더니, 자신이 도주하는 경로를 무언가가 완전히 가로막아버렸다. 모함마드가 놀라서 바라보자, 그곳에는 마틴이 우뚝 서 있었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이 이능을 사용해 달리는 속도는 인간의 몇 배나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뒤쫓아 온 녀석이 자신보다 앞서서 길을 가로막는다고?

심지어 움직이는 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뭔가가 번쩍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마틴이 차가운 냉소를 머금은 채 내뱉었다.

“수하들을 우리한테 던져 넣고는 혼자서 도망이라니. 하긴 테러씩이나 저지른 놈이 비겁이고 뭐고 따질 리도 없겠지.”

“네놈 대체! 어떻게 날 쫓아온 거지? 우리 대원들이 네놈들 발을 필사적으로 묶고 있었을 텐데.”

“멍청한 소릴 하는군. 그 수하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되돌아온 그 말에 모함마드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모함마드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어야 할 수하들이 어느새 전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서 바닥을 기고 있지 않는가!

저들이 죽은 건지, 아니면 살아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계획은 확실히 실패로 돌아갔으며, 이젠 도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는 걸 깨닫자마자 두려움보다는 분노가 먼저 터져 나왔다.

“괴물 같은 놈들! 그 많던 대원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리다니··· 네놈들 같은 괴물이 어째서 지구의 일에 간섭하는 거냐? 어째서!”

모함마드가 발악하듯 소리 질렀지만, 마틴이 고스란히 되받아쳤다.

“왜냐고? 나도 지구인이기 때문이지. 이미 들었을 텐데. 아르탈 행성 연합에 소환되었던 지구인들이 있었다고. 물론 여기 있는 모두가 지구 출신인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지구인들이지. 그런데 너희 같이 지구를 좀먹는 해충들을 가만 놔둘 것 같아?”

“게다가 저도 지구인이지요. 흉악한 테러범 씨. 그러니까 궤변은 그만 늘어놓으시고 이쯤에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시는 게 어떨까요?”

이젠 엘레나까지 가세해 모함마드를 정신적인 궁지로 내몰았다.

“이럴 순 없다! 이렇게 허무히 끝낼 순 없어! 우리의 신앙을! 알라께서 내려준 고토를 이렇게 빼앗길 순 없다고!”

“개소리 마. 지금까지 너희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알라를 섬긴다는 핑계로 저지른 테러와 범죄는 세상에 무수한 해악을 끼쳐왔지. 명백히 표현한다면 너희는 벌레다. 지구를 좀먹는 해충이지. 앞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지구에 너희 같은 해충은 더 이상 필요 없어.”

끝까지 악을 쓰는 모함마드를 향해 해충이라 폄하하며 극단이슬람주의자들의 바람을 일축해버린 마틴은 더 이상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 듯 가차 없이 손을 썼다.

파지지직!

“끄아아아아!”

손끝에서 일어난 전류가 뻗어나가 마틴의 팔과 다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전류 수준을 넘어 플라즈마 단계에 이른 강대한 전하는 한낱 인간의 피륙 따위가 견뎌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함마드도 엄연히 영능을 각성한 인물이긴 했지만, 이에 저항하기에는 너무도 나약하고 수준이 뒤떨어졌다. 게다가 능력 자체도 사람의 심리를 장악하는 종류의 것이라서 전투에는 하등 도움이 못되었다.

“꺼으으으··· 으어어어!”

놈의 팔다리는 심각한 화상이 생겨나다가 점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본래대로라면 단숨에 탄화되어 사라졌어도 이상할 게 없는 위력이었지만, 마틴은 일부러 강도를 세심하게 조절해가며 더 오랫동안 고통스럽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강도를 조절했다고 해서 타들어가는 속도가 그리 느린 것도 아니었다. 불과 5분 만에 피부와 근육이 전부 다 타고 뼈까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저 남은 뼈도 조만간 다 타서 재가 될 것이다.

모함마드는 이젠 목까지 쉬어버렸는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엘레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으음··· 마틴 씨, 이건 19세 관람불가 장면인데요.”

“관람불가 장면은 진작부터였지. 사람이 이렇게 죽고 난리가 났는데···. 하지만 이런 놈은 좀 당해야 해.”

그 말에는 엘레나도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어디까지나 테러의 진압과 체포에 있지, 마틴처럼 범인들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물론 이해는 해요. 그렇지만 이건 너무 나간 것 같은데요? 피치 못한 상황에는 테러범을 사살해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 맘대로 이렇게 하란 말은 없었잖아요.”

“어차피 재판 살려서만 데려가면 돼. 그 정도면 지구연방에서도 이해하겠지. 그냥 저항이 심해서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런 꼴이 됐다고 둘러대도 되고.”

“그걸 믿겠어요?”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엘레나 양. 어차피 이놈은 천인공노할 테러범이야. 누가 동정할 거라 생각해? 사람들이 알면 오히려 잘했다고 박수칠 거라 내 장담하지.”

“하긴··· 그건 그래요.”

엘레나도 그 말에는 일정 부분 동의했다.

모함마드는 전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는,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작자였다. 지구연방에서 그런 범죄자를 사사롭게 응징했다고 해서 뭐라 탓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럼 슬슬 돌아가자고.”

마틴은 이제 귀환할 때가 되었음을 확인하고는, 정신을 잃은 모함마드를 짐짝처럼 챙겨 들었다.

하지만 뒤에서 하디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마틴, 처음부터 우리 신참에게 너무 하드한 걸 보여준 거 아닙니까? 낯빛이 아주 하얀데요?”

“아, 그랬지. 그 녀석이 있었지.”

마틴은 아차 하며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머리에 열이 오르는 바람에 김진수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진수의 얼굴을 아예 백짓장 같았다. 하긴 모함마드의 양팔과 양 다리를 플라즈마로 야금야금 태워버리는 끔찍한 광경을 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건 그냥 사람을 단숨에 죽이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고통을 주는 잔혹한 행위였다.

“오로라 시스템의 정신보호 기능이 있다 해도 이건 좀 지나쳤어요.”

“그러게 말이야. 돌아가서 저 녀석 정신 케어 좀 해 줘야겠어.”

옆에서 핀잔을 주는 엘레나의 그 말에, 마틴은 머쓱한 표정으로 김진수를 돌아보았다.

녀석의 나이 대는 엘레나와 거의 비슷했지만, 겪어온 수라장부터가 격이 달랐다. 14살 때에 저 먼 우주로 소환되어 지금까지 온갖 못 볼 꼴 다 봐가면서 싸워 온 그녀는 이미 역전의 전사였다. 이제 막 각 각성한 고등학생과 비교할 바가 아닌 것이다.

엘레나와 마틴이 이끄는 오버러들은 테러범들을 구속하고, 인질들을 해방한 뒤 다시 그 지역을 떠났다. 현재 발생한 테러는 이곳 한곳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다수의 테러가 발생했다. 신ISIS 사태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긴 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순 없는 수준들이었다.

왜냐면 테러를 일으킨 자들은 하나같이 갑작스럽게 얻은 이능이란 힘을 주체 못하거나, 혹은 거기에 도취된 자들이었으니까.

이능의 힘으로 저지르는 테러는 일반적인 테러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초인관리국에서도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테러의 진압을 서둘렀다. 하지만 이제 막 첫 출범한 기관이 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도가 있었다.

덕분에 인피니티 킹덤의 오버러들만 바빠졌다.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이능범죄나 테러를 진압해야 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휘말린 김진수도 몇 차례 범죄자들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처음에는 모함마드의 팔다리가 생으로 지져지고 태워지는 광경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오로라 시스템의 정신보호 덕분인지 금세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애 썼다. 자.”

뭔가 싶어 돌아보자, 마틴이 음료수 병을 건네주고 있었다. 김진수는 지친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미 테러를 제압하느라 돌아다니면서 몇 번이나 마셔 본 음료였다. 물 대신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데다, 각종 영양소와 갖춰져 있어 체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소모된 영력을 회복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다.

뚜껑을 열고 조용히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마틴이 문득 말을 걸어왔다.

“먼저 사과부터 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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