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296화 (297/448)

12권-21화

그들은 즉시 비가시화 모드를 해제했다. 이미 인질들까지 전부 구출한 이상, 더는 숨어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저··· 적이다!

“뭐야? 적이라니 어디!?”

“아니, 대공 감시망은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레이더는!?”

“몰라! 갑자기 나타났다고! 설마 순간이동 능력인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이제 막 각성했는데 이만한 인원을 한꺼번에 공간이동시킨다는 게 말이 돼?”

신ISIS 대원들이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동요를 일으켰다. 분명 대공감시망과 레이더로 철저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대체 저 침입자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란 말인가?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침입자들을 저지하는 게 우선이었다.

“쏴!”

“알라를 위하여!”

“알라의 응징을 받아라!”

신ISIS대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들의 선택한 공격 수단은 바로 다름 아닌, 소총과 대전차 미사일 같은 현대화기였다.

제아무리 이능을 각성했다 하더라도, 이제 막 개화한 능력으로 50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의 적을 타격할만한 수준은 못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수한 화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오버러들의 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했다. 이런 시시한 화약 무기 따윈 굳이 피할 필요도 없어서였다.

“당황하지 마.”

하디안의 말에 김진수는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상현실에선 이와 비슷한 경우를 여러 차례 경험해 봤지만, 현실에선 이게 처음이어서였다.

쾅! 콰아앙! 투두두두!

포탄이 떨어지고 무수한 총탄들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틀 슈트의 액티브 배리어가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 그 모든 것들은 닿지도 못하고 밀려나 버렸다.

“와, 게임 상에서 경험했던 기능이 다 진짜였다니···.”

김진수는 입을 떡 벌리며 감탄하고 말았다. 심지어 자신이 입은 건 구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어떤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놀랄 것 없어. 구형이라 해도 지구에서 사용되는 핵 정도는 견딜 수 있으니까.”

“핵이라니··· 뭔가 터무니없네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개인용 방어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방어력이었다. 구형조차 이럴 정도니 신형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게 바로 영자력이 실리지 않은 물리력의 한계지. 영자력은 보다 근본적인 개념이라서 그 하위에 해당하는 물리력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어.”

하디안이 덧붙인 설명에 김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공격을 퍼붓던 신ISIS대원들도 이쪽의 상황을 확인한 건지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쪽의 공격이 먹히질 않잖아?”

“어떻게 된 거야? 그걸 맞고도 전부 멀쩡할 수가 있어?”

“놈들이다! 외계인 놈들이야! 지구연방이 외세를 끌어들였어!”

오버러들의 정체를 깨달은 신ISIS대원들 사이로 동요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상대는 화기를 퍼부어도 끄떡도 하지 않는 괴물이었다. 게다가 같은 지구인도 아닐뿐더러, 저들은 오래 전에 영능을 각성해 지금까지 능력을 키워왔다.

오늘 막 각성한 자신들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때 마틴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신ISIS대원들을 향해 외쳤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항복할 자가 있다면 지금 항복해라. 기회는 지금 뿐이니까.”

“뭐라고?”

“항복이라니! 알라의 전사인 우리를 우롱하는 건가?”

아직도 기세가 꺾이지 않은 자들이 극렬 반발하고 나섰다. 항복하란 말이 그들의 자존심을 건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틴은 비웃음으로 되돌려주었다.

“우롱? 너희를 우롱할 만한 가치나 있던가?”

“뭣이?”

당장 발끈해 덤벼들 것 같던 신ISIS대원들이 굳어진 듯 멈춰 섰다. 마틴에게서 흘러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세가 그들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인류와 모든 지성체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영능으로 테러를 자행한 너희들에게 더 이상의 인권은 없다. 만약 저항한다면 더 이상의 선처는 없을 것이다. 그 추악한 신앙을 위해 죽음을 택할 거냐? 아니면 굴욕을 감수해서라도 삶을 택할 거냐? 선택은 너희들의 자유다.”

“웃기지 마라! 우릴 그런 협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을 것 같나?”

“애당초 순교할 마음으로 나선 우리다.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나?”

일부 신ISIS대원들은 두려운 마음에 눈치를 봤지만,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대원들은 이슬람교의 극단주의자들이었다. 하긴 그런 자들이 아니고서야 제정신으로 신ISIS같은 단체에 합류하지 못했을 것이다.

“좋다. 그럼 너희의 결단을 존중해주지. 그 대신 각오는 되었겠지?”

마틴이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는 여기까지였다. 그릇된 신앙심으로 테러를 일으킨 이들에게 이 이상 자비를 베풀 이유는 없었으니까.

옆에 있던 엘레나도 차갑게 덧붙였다.

“싸우기 전에 이거 한 가지는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우리는 지구연방으로부터 영능을 테러에 사용한 자들에 대한 즉결처분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즉, 살인면허죠.”

그때부터 본격적인 기세가 이 일대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마틴과 엘레나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오버러들이 일제히 내뿜은 기세는 가히 사람을 질식시킬만한 힘이 있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후회는 없으리라 믿는다. 이제부터 처형식에 들어가도록 하마.”

그때부터 오버러들의 일방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이들 테러범은 더 이상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 반드시 박멸해야 할 해충이었다.

쩌저정!

마틴이 손을 뻗자 강대한 전류가 해방되었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이나 다를 바 없었다.

신ISIS대원들이 쏜 총탄이나 포탄이 전류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탄화되어 사라졌고, 그것은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으아아!”

방금 전까지 멀쩡히 살아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광경에 몇몇이 이성을 잃고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었다. 상당수의 테러범들이 악에 차서 저항해왔다.

“죽어! 이 괴물들아!”

“알라시여!”

이젠 신ISIS대원들도 자신들이 각성한 이능들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버러들은 하나같이 코웃음 치며 맞섰다.

“무슨 촛불이냐?”

“우리 행성의 5살배기 애들도 이것보단 낫겠군.”

불을 뿜고, 바람을 일으키고, 갖가지 이능을 선보였지만, 무엇 하나 오버러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오버러는 가벼운 손바람을 일으켜 신ISIS대원의 이능을 소멸시키기까지 했다.

불을 뿜고, 바람을 일으키고, 갖가지 이능을 선보였지만, 무엇 하나 오버러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오버러는 가벼운 손바람을 일으켜 신ISIS대원의 이능을 소멸시키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어른이 갓난아이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한 격차라 할 수 있었다.

“끄악!”

“꺼으으.”

신ISIS대원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하나같이 무참한 모습으로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비틀린 신앙심을 고집한 대가라 할 수 있었다.

일방적인 학살을 펼쳐야 하는 오버러들로서는 흔들릴 만도 하련만, 그들의 눈은 냉철했다. 마치 이것이 당연하다는 표정들이었다.

‘무섭네, 진짜.’

김진수는 그 광경을 바로 지척에서 지켜보면서 가늘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잔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테러범들을 학살하는 오버러들의 힘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거기에 좀 놀랐을 뿐이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변화된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두려웠다.

‘오로라 시스템이 정신을 보호해준다더니··· 그 효과가 이런 거였어?’

그때, 대기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어떤 힘이 일직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밀려들었다.

타아앙!

한창 신ISIS대원을 앞장서서 박살내고 있던 마틴이 즉시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무언가가 손아귀 안에 붙잡혔다.

“저격?”

손으로 붙잡은 것을 펼쳐 확인하자, 조금 큰 탄환이 보였다. 탄환의 규격을 보니 대물저격총의 탄환으로 짐작되었다.

마틴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별 귀찮은 짓을 다 하네.”

지금 그가 잡아챈 저격은 평범한 저격이 아니었다.

보아하니 저격총에 이능을 담아내는 방식인 모양인데, 위력은 그다지 대단치 못했다. 지금보다 좀 더 성장시켰다면 모를까, 이 정도로는 솔직히 말해 장난감 총만도 못했다.

한편, 마틴을 향해 저격을 시도했던 자는 스코프를 통해 이 광경을 목도하고는 기겁하고 말았다.

“히익!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괴물은!”

영능을 담아낸 자신의 탄환은 탱크도 꿰뚫을만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고작 맨 손으로 잡아내다니.

“도망쳐야겠어! 우리의 상대가 아니야. 이건 개죽음이라고!”

저격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말의 승산이라도 있었다면 순교를 감수했을 테지만, 이건 그야말로 의미 없는 개죽음이었다. 단 일격의 관통력만 따진다면 신ISIS대원들 내에서도 1순위인 자신마저 놈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는 판국인데, 다른 대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미처 도망치기도 전에 그는 한 줄기 궤적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이 있는 장소를 대각선으로 긋고 지나가는, 날카로우면서도 깔끔한 푸른 섬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저격수가 이 세상에서 본 마지막 광경이 되었다.

쿠구구구구!

궤적이 지나간 단면을 중심으로 고층 건물의 상부가 미끄러지듯 내려앉는다.

저격수와 함께 고층 건물을 통째로 배어낸 이 한수는 바로 분광십팔수검의 섬뢰일정(閃雷一挺).

그것이 엘레나의 손을 통해 재현된 것이다.

마틴이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건물 째로 썰어버렸구나.”

“저런 쓰레기 하나 잡자고 저기까지 가기도 귀찮아서요. 어차피 근처에 무고한 사람들도 없으니 상관없잖아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소 잡는 칼로 닭 잡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새삼 이해가 되는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는 엘레나의 말에, 마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ISIS대원들의 정리는 그야말로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이마저도 느긋하게 처리하느라 1분 가까이 걸린 거지, 작정하고 쓸어버렸다면 몇 초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중 한 놈이 주저앉은 채로 절규를 터뜨렸다. 다들 죽음을 각오하며 덤비는 와중에도 비겁하게 꽁무니를 빼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죽고 나자 더 이상 도망갈 수도 없었던 것이다.

“나··· 난 그만 두겠어! 지금 항복할 테니, 제발··· 살려줘!”

“이미 늦었어. 기회를 줬을 때 순순히 받아들였어야지.”

오버러 중 하나가 냉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그리고는 더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놈의 목을 베어버렸다.

“앞으로의 세상에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필요 없어. 그냥 조용히 죽어!”

그걸로 모든 정리가 완료되었다. 이 자리에 있던 신ISIS대원들은 모두 죽은 것이다.

그걸 감흥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이제 본대를 치죠. 모함마드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도망치기 전에요.”

“그래야지.”

마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버러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 뜻을 알아챈 오버러들은 즉시 모함마드가 머물고 있는 장소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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