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294화 (295/448)

12권-19화

“아니, 왜 내가 여기에···.”

반쯤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린 김진수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 *

“자세한 건 조금 있다 설명해주지. 우선 등록부터 끝마치자고.”

“아니, 중동이라니요? 그에 대한 해명부터 좀···.”

김진수가 당황해 물었지만, 마틴은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짚었다. 그리고는 뜻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오로라 시스템, 지금 나와 접촉한 신규 유저의 등록 절차 시행을 요청한다.”

[기존 유저 마티아스 로우슈벨라 요청을 승인합니다. 현재 지역은 시스템 기능 일부가 제한 받는 구역임을 확인. 자동 등록 시스템 기능 장애로 기존 등록 유저와의 접촉을 통해 신규 유저를 인식하겠습니다.]

“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 뭐라 다시 물으려던 그때, 갑자기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이것은 밴더에 의해 만들어진 홀로그램 창이 아니었다. 자신이 알지 못하던 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기존 데이터에 없던 새로운 신규 유저를 확인. 시스템 비 등록 유저, 김진수. 신규 등록과 함께 기존의 데이터를 갱신합니다.]

홀로그램 창이 또다시 새로운 글자들을 출력한 그 순간, 김진수는 전신을 휘감는 기이한 감각에 어지러움마저 느꼈다.

허나 아찔하던 감각이 사라진 뒤, 그는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Status*

-아이디 : 김진수(16세) -캐릭터 : 크로웰 스큐다드

-레벨 : 5 -클래스 : 없음

-타이틀 : 없음 -상태 : 정상

-소속 : 없음 -성향 : 중립 ? 중용

-근력 : 12 -체력&회복력 : 14

-순발력&명중률 : 15 -내구도 : 17

-민첩성 : 18 -정신력&영력회복력 : 451

-항마력 : 12 -영력 : 7

-스테이터스 포인트 : 20

-업적 포인트 : 0p

“이건··· 설마, 오로라 시스템?”

김진수는 경악에 찬 외침을 터뜨렸다. 황혼과 새벽의 유저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었다. 어떤 초월적인 의지에 의해 탄생되었으며, 범우주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오로라 시스템의 존재를.

이것을 통해 유저들은 황혼과 새벽 속에서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습득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가상현실 속에서는 어디까지나 게임 상의 설정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것을 현실에서 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많이 놀랐지? 오로라 시스템은 본래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야. 네가 황혼과 새벽에서 본 것은 현실의 오로라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해 구현한 것이지.”

“···어, 그렇군요. 이게 정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거였다니···.”

마틴의 간단한 설명에 김진수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애당초 황혼과 새벽에서도 오로라 시스템의 설정에 대해들은 만큼 머리로 이해는 됐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본래라면 너희들이 각성하자마자 이 시스템이 작동해야 했지만, 지구에는 오랫동안 금제가 작용하고 있었지. 그래서 아직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거였어. 아마 자연적으로 정상화 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했겠지만, 지금처럼 기존의 유저로 등록된 우리와 접촉하면 바로 신규 유저로 등록할 수 있지.”

“아, 그래서 각성한 사람이라면 전부 초인관리국에 등록을 하란 거였군요.”

“그래, 물론 각성한 영능력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목적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황혼과 새벽과 마찬가지라면, 오로라 시스템은 영능력자의 성장에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과 유사한 효과로 성장을 앞당기거나 보조해 줄 수 있는 게 오로라 시스템의 장점이었으니까.

스테이터스 창 아래로 시선을 옮기니, 그가 터득한 스킬과 이능들의 목록이 보였다.

*고유스킬

-일렉트로닉(8급-성장형)

-강체력(9급-성장형)

*체화스킬

-아르케베인 컨트롤(7급)-1.6%

-아르케베인 류(6급)-1%

역시 황혼과 새벽에서 봤던 것과 일치했다. 다만 아바타에 비해 레벨이나 스킬의 숙련도가 낮다는 사실과, 강체력이라는 새로운 고유스킬이 추가되었다는 점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꽤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금세 적응되었다. 황혼과 새벽에서 경험해 봤던 시서템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달라진 점 있다 하면 이것에 현실에서 적용되었다는 사실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이죠, 마틴 씨. 제가 중동까지 오게 된 게 이것과 무슨 상관이 있죠?”

“아, 그건···!”

마틴이 뭐라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저쪽에서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틴 씨. 준비하세요. 곧 작전이 시작될 겁니다. 어서요!”

“미안, 설명은 나중에 해주마.”

동료의 재촉에 마틴은 미안하다고 말한 뒤 금세 저 쪽으로 사라졌다. 김진수가 미처 붙잡을 새조차 없었다.

그는 상대의 그런 무책임한 행동에 황당했지만, 이런 낯선 장소에 떨어진 지금으로는 뭘 어떻게 해볼 수조차 없었다.

결국 이리저리 오버러들 틈 사이에서 떠밀리다가 이렇게 본의 아니게 중동작전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때 오버러들 중 누군가가 김진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어린 녀석은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참인가?”

“저··· 그게 어쩌다보니 끌려와서요. 제가 왜 이 자리에 끼어 있어야 하는 거죠? 마틴 씨는 대체 어디로 갔고요?”

김진수가 그렇게 자신의 사정을 말하며 묻자, 그제야 오버러들이 대충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마틴이 데려왔다는 게 바로 너였군.”

“햇병아리 견학인가? 어차피 지루한 임무인데 잘 됐군. 조금 있다가 내 멋진 모습이나 잘 보고 있으라고.”

“그런데 괜찮을까? 하다 보면 피도 튀고 할 텐데 말이야. 어린 나이인데 그런 걸 봐도 될까?”

“이 어린 친구, 은행에서 강도를 잡았다더군. 그것도 각성한 녀석들로 말이야.”

“아, 그래? 그럼 PTSD같은 후유증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그런 거 걱정한 사람이나 있나? 애당초 오로라 시스템이 정신을 보호해줄 텐데 말이야.”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던 김진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대체 무슨 소리죠? 견학이라니요?”

“아. 참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

말을 꺼냈던 사내가 곤란하다는 듯 자신의 뺨을 긁적대더니, 곧 설명해 주었다.

“지구연방에서는 앞으로 지구의 유망한 영능력자들을 선별해서 집중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너도 알다시피 인베이더의 지구 침략이 머지않았거든.”

“그건 알고 있죠.”

“그래서 초인관리국에서 등록절차를 시행하면서 재능 있는 유저들을 찾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너였던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틴이 널 추천한 거지.”

“그래서 제가 여기 오게 된 거라고요? 제 본의와 상관없이?”

이유를 알게 된 김진수는 억울한 마음에 그렇게 항변했다. 하지만 사내는 픽 웃으며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게 다 네 재능을 높이 사서 그런 거야. 한국에도 징병제가 남아 있다며? 그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돼. 앞으로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너 뿐만 아니라 다른 영능력자들도 조만간 차출될 걸?”

“······.”

김진수는 암담함에 입을 열지 못했다. 사내의 말 대로였다. 외계인의 침공 예정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연방이 영능력자의 차출을 고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물론 인권침해니 뭐니 그런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인류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질 겨를이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너희들의 교육을 우리 쪽에서 위탁받게 되었지. 지구에서는 실전을 경험해 볼 일도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지금보다 더 체계적인 교육도 시켜줄 수 있고.”

“그렇게 된 거였군요.”

김진수는 맥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왔으며, 어째서 이 자리에 끼게 되었는지는 명확해졌다.

“그러니까. 너무 억울해하진 말라고. 먼저 끌려온 대신 그만한 혜택은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사내는 김진수에게 뭔가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조끼 형태를 한 무언가였다. 받아든 김진수가 물었다.

“이건 뭐죠?”

“구형 배틀 슈트. 그래도 쓸 만은 할 거야. 지구상의 현대 화기쯤은 전부 막아낼 수 있으니 말이야. 사용할 줄은 알지?”

“예.”

구형이라 그런지 생김새는 조금 달랐지만, 황혼과 새벽 내에서 몇 차례 사용해 봤던 배틀 슈트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착용한 뒤 자신의 모듈밴더와 배틀슈트의 기능을 연동시키자, 곧바로 작동되었다.

“잘 사용하는군.”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진수를 데리고 갔다. 그곳은 바로 아우기스의 해치가 있는 장소였다.

“곧 강하 작전을 시작할 거다. 그러니 옆에 바짝 붙어 있어.”

“저도 가야 하는 거죠?”

“물론이지. 그래도 너한테 위험한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김진수는 걱정하지 말라는 사내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하고 안 위험하고를 떠나서,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상황이 이러니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 이번 작전의 책임자인 엘레나와 마틴은 어쩐 변수가 있지 않나 재차 확인 중이었다.

“인질의 위치는 확인했죠?”

“그래. 다행이도 한 곳에 대부분 몰아두었더군. 좀 전과 큰 변함은 없어.”

“대부분이라면 일부 인질들은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요?”

“도시의 고관이나 중요인물들을 따로 귀하게 취급해주고 있는 모양인데, 그들을 구출할 녀석들도 이미 정해두었지. 녀석들이라면 잘해낼 테니, 우리는 저것들을 박살내는 일에만 신경 쓰자고.”

위이잉!

격납고의 해치가 활짝 개방되었다. 드디어 작전 개시 시각이 도래한 것이다.

“자, 그럼 준비 됐지요? 그럼 작전을 시작하지요. 일제 강하!”

엘레나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버러들이 일제히 해치 밖으로 몸을 던졌다.

* * *

신 ISIS의 리더, 모함마드 압둘라.

그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증오하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였다. ISIS가 건재했을 당시에도 간부로 활동했으며, 그 이후에도 무너진 ISIS를 재건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지구통합과 함께, 아랍권 국가들이 강제로 병합되면서 사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루네리아라는 이단의 신이 개입하면서 이슬람교는 거의 붕괴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리 갈구하고 빌어도 아무 응답도 해주지 않는 신과, 직접 응답해주면서 신성력이라는 기적을 내려주는 신.

사람들이 어느 쪽을 택할지는 애당초 뻔한 일이었다.

조상 대대로 알라를 섬겨왔던 모태신앙들조차 알라를 서슴없이 저버렸다. 그것을 모함마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자들을 찾았다. 물론 그들 모두가 알라에 대한 신앙심으로 뭉친 건 아니었다. 지구연방이 탄생하면서 밀려난 기존의 기득권자들, 혹은 아랍권 국가 자체가 사라지면서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부류들까지 끌어 모아서 세력을 은밀히 키워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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