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273화 (274/448)

11권-23화

전혀 상상도 못했던 그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형이상학적인 개념으로 여겨져 왔던 신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심지어 그 신이 지구를 침공할 괴물들의 수장이란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던 것이다.

“인베이더들이 신의 수하라면, 우리들이 대적할 수 없는 것 아니오?”

“신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그들은 섭리에 의해 물질계에 개입할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직접 나서지 않고 인베이더 같은 괴물들을 부리는 겁니다.”

그들의 두려움을 읽은 유태진은 영능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신, 즉 초월자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설명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얼굴은 가지각색으로 변했다. 어떤 이들은 더욱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워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알던 것과 달리 신을 단순히 종교적인 관점이 아니라, 논리와 분석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이야기군요. 그렇다면 우리 같은 필멸자도 경우에 따라선 신이 될 수도 있다 이겁니까?”

“물론 가능성의 이야깁니다. 재능은 기본이고 운과 실력도 따라 줘야 가능한 경우지요. 하지만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 해도 그 확률은 무척이나 낮습니다. 연합에 속한 수많은 행성들 중에서도 초월자의 영역에 도달한 자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그 예지요. 아마 확률로 따진다면 수천경분의 일이라 해도 부족할 겁니다.”

“그렇게까지 가능성이 낮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혹시나 했지만,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다는 확률에 낙담하고 말았다. 지구의 인구가 최대한 잡아봐야 60억에서 70억 사이인데, 수천 경분의 일이라면 전무라 해도 무방한 확률이라고 봐야 했다.

지구인들 중에서 누구라도 신이 된다면 멸망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사람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메켈린 대통령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했다.

“어쨌든 놀라운 이야깁니다. 영능이란 참으로 신비하군요.”

하지만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존재들이 하필이면 지구를 침범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그 이상의 재앙이 따로 없었다.

* * *

각국 정상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제 국경과 영토랜 개념은 의미가 없었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인베이더와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현재 존재하는 나라들이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미국의 연방자치제를 모방한 형태를 기초로 하기로 했다.

세계 연방정부가 모든 것을 아우르고, 현재의 각국들을 바탕으로 세워질 주 정부가 이를 뒷받침 하는 형태였다.

물론 이런 식으로 조국이 없어진다는 사실에 애석해 했지만, 다들 어쩔 수 없다며 동의했다. 지금은 국가의 존망보다는 인류의 멸망부터 막아야 할 때였다.

그들은 지구로 돌아온 즉시, 세계연방정부 수립 준비에 들어갔다. 정석적으로 진행했다면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인베이더의 침공 시기까지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한시라도 빨리 통합을 이룬 다음 싸울 준비를 갖춰야만 했다.

물론 부작용이 적지 않겠지만, 지금으로선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각국의 정상들은 곧 지구권 통합이 이루어질 것임을 전 세계 만방에 발표했다. 그러자 상상 이상으로 큰 반향이 일어났다.

[세계 통합이라고?]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가 없어진다니!]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야? ]

[대통령이 미친 건가? 국가의 존재를 포기하겠다고? 그럼 우리 프랑스는! 영원히 사라진다는 말이잖아!]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식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제아무리 정부 정책에 평소 불만이 많고, 수많은 비난을 해왔어도 조국은 조국이었다.

그런 조국이 난데없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한 세계연방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니 동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그 이후에 있었다.

미국의 메켈린 대통령과 푸튼 대통령, 그리고 각국의 정상들은 한 자리에 모여 전 세계 만방에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인류가 시작된 지 수천수만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들은 아무런 위협 없이 모성인 지구에서 편안히 생활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안전의 보장은 아니었습니다. 무지의 소치였을 뿐이지요. 저 우주는 넓고 광활하며, 수많은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들이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에야 저 멀리 우주로부터 대적할 수 없는 위협이 지구로 닥쳐오고 있는 상황임을 겨우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지? 지금 저 소린?”

“설마, 위협이라면··· 지구로 소행성이라도 날아오는 건가?”

사람들은 뭔가 심상찮은 느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발표하는 성명이었다. 평범한 내용일 리가 없었다.

심지어 최근 세계통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추진하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전 세계 시민 여러분. 최근 각국의 정상들이 세계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실 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고,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우리가 세계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다름이 아닌 지구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지구를 침략하려 하는 외계 세력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계의 세력에 대적하기 위해선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로는 안 됩니다. 전 세계가 뜻과 힘을 합쳐야 가능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인류가 살아온 이 터전 지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전 세계 시민 여러분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의 이 발표가 무척이나 허황되게 들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외계세력의 침공에 지구의 멸망이라니, 무슨 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 아닙니까?

하지만 문제는 거짓말 같은 그 일이 우리의 눈앞에 현실로 벌어졌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부터 준비하고자 합니다.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역량을 집중시키고, 그것을 토대로 외계 세력의 침략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갖출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외계의 침공 이야기까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경악에 잠겼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이지 않은가?

“이게 무슨 농담 같은 소리야?”

“내가 지금 무슨 코미디를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 전 세계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헛소리를 하고 있을 리가 있어?”

황당해하는 사람부터, 각 국 정상들이 세계통합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을 두고 하는 사기극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각종 공개 자료들이 제시되면서 그런 이야기는 금세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현재 지구의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겨진 신기술을 다수 발표한 KM사를 말입니다. 헌데 KM사는 놀랍게도 지구의 기술로 만들어진 회사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농담처럼 말하던 외계인들이 관여된 회사였지요.]

“뭐?”

“외계인 고문설을 농담처럼 떠들었더니, 그게 다 사실이었어?”

[하지만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외계의 세력 중에는 지구를 침공하려는 자들도 있지만, 온건한 세력도 존재합니다. 바로 KM사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세력이 그런 부류중 하나지요. 그들은 지구의 사정을 알고 돕기로 했고, 저희도 그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KM사의 기술협력입니다. 저희는 그 기술을 토대로 외계의 침략자들과 대적할 수 있는 무기와 기술을 구현하고, 끝까지 싸워나갈 겁니다.]

“정말이었다니···.”

“외계인 침공이라니! 세상이 정말로 판타스틱해졌네.”

“하긴··· 현재 기술로 제대로 된 가상현실을 만든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었어.”

사람들은 뜻밖의 사실에 크게 놀라면서도 납득했다. 그만큼 KM사의 기술수준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것을 체감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온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아무 도움도 없었다면 두려움에 떨면서 크나큰 사회의 불안을 초래했을지도 모르지만, 엄연히 아군을 자처하며 지구를 돕기로 나선 외계인 세력도 나타난 상황이었다. 게다가 무작정 두려워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얼떨떨하기도 했다.

[그러니 전 세계 시민 여러분도 동요하시 마시고 세계통합에 적극 협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많은 변화가 따를 것이고, 여러 가지 진통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 지구가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일인 만큼, 시민 여러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성명이 발표된 이후, 사람들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외계인의 존재였다. 세계통합도 물론 큰 이슈이긴 했지만, 외계인의 존재보다는 못했던 것이다.

인류가 달에 진출한 이후로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왔던 외계인의 실존 여부는 이번 발표로 완전히 종식되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기까지 한 이상 외계인의 존재를 더는 의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덕분에 KM사는 더더욱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신기술들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안 그래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지만, 이젠 그런 차원을 아득히 넘어선 수준이었다.

미국에 임시로 마련해 놨던 KM사의 본사는 수많은 기자들과 파파라치들로 둘러싸여 들어갈 틈조차 찾지 못했다. 어떻게든 외계인을 취재해보겠다고 나선 자들이었다.

그건 한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KM사의 사장이라고 알려진 유태진은 본 얼굴로는 도저히 바깥으로 나서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다.

“이거 편히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됐네요.”

리스티의 푸념에, 유태진도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KM사 사장 노릇을 할 때 본모습이 아니라 거짓 환영을 쓴 상태로 활동할 것을 그랬어.”

허나 이제 와서 지난 결정을 후회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호텔을 완전히 포위하다시피 둘러싼 기자들을 돌려보낼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여파는 유태진 일행만 미친 게 아니었다. 유문택 회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KM사 사장인 유태진의 조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와 세화 그룹도 만만찮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KM사와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등하던 세화그룹은, KM사가 외계인의 기업이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젠 하늘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유문택 회장조차 이젠 예측할 수 없는 기업의 주가 상황에 반쯤 포기한 반응을 보였다.

“허허··· 이거 손자 덕분에 말년에 숨통이 막혀 죽는 거 아닌가 싶구나. 주가가 오르는 건 좋지만 이렇게까지 폭등하면 무서울 지경이야.”

세화 그룹의 기업 가치는 진작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젠 2조 달러에 근접해 3조 달러의 영역마저 넘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치솟을지, 감히 상상이 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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