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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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오래 전부터 이슬람교가 지배하고 있었다. 수많은 나라들이 난립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같은 종교를 믿는 만큼, 성향들도 죄다 비슷했다.
교리에 대한 해석 자체부터가 극단적이었으며, 타 종교에 대한 배척도 심했다. 그런 문제들이 심화되어 지금 현재에 와서는 이슬람 교리를 앞세운 테러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된 것이다.
특히 ISIS같은 경우는 어지간한 국가에서도 섣불리 건들지 못하던 강성한 테러 단체였다. 그런 이들이 설치고 있는 중동은 말 그대로 세계의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윤재민은 다른 곳들과는 방법을 달리 하기로 했다. 단순히 힘으로 제압하기보다는 그들의 신앙을 이용해 굴복시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오오! 알라시여!”
“마호메트의 재림이신가!?”
“어떻게 이런 기적을!”
수많은 사람들이 알라를 부르짖으며 경외와 찬사를 보내왔다. 그들의 눈에 윤재민은 말 그대로 신이 자신들에게 내려 보내주신 선지자나 다름없었다.
그가 손을 흔들자 사막 한 가운데서 물이 샘솟음 치고, 풀과 나무가 자라나 녹초로 변했다. 그리고 병든 자를 회복시키고, 죽은 자를 되살리기까지 했다.
이런 자가 바로 신이 내려주신 선지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그런 윤재민을 옆에서 지켜봐온 레이첸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사기를 쳐도 아주 제대로 치셨네. 이젠 아주 저들이 섬긴다는 알라의 대리자가 된 모양인데?”
“사기는 아니지요. 제 입으로 알라를 섬긴다는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으니까요.”
“···아주 고단수네. 그래도 그 거짓말이 언제까지 먹힐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태연스런 그 말에 레이첸은 혀를 내둘렀다. 선량하게 생긴 저 얼굴로 잘도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탓하기도 뭣했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싸워서 제압해야 되는 경우보다는 이게 더 나은 편이었으니까.
“적당한 때에 사실을 밝혀야지요. 나중에 문제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이슬람교의 추종자들이 윤재민의 뒤를 졸졸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렇게 평화적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이단이라면서 헐뜯고 비난했고, 극단적인 자들은 직접 공격을 해오기도 했다.
가장 심각했던 건 중동의 테러단체들이었다. 애당초 이슬람교에 기반을 둔 만큼 감히 선지자로 행세하는 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결정타였다. 그들은 윤재민과 레이첸에게 총을 난사하고,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온갖 공격을 퍼부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진짜로 신의 선지자처럼 여기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 근처에서 테러에 휘말렸던 평범한 아랍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되살려주었다.
물론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몇 가지 조건부에 한해서는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 되살리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어?”
“그럴 리가요. 이것도 나름 한계가 있죠.”
레이첸의 물음에 그렇게 내뱉은 윤재민은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가 신성력으로 되살릴 수 있는 자는 죽은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야 하며, 머리나 심장 같은 중추 기관이 손상을 입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어떤 질환 등으로 악화되어 죽은 자는 되살리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말기 암으로 죽은 자를 되살린다고 하자. 그래봐야 그는 여전히 말기 암환자일 뿐이다. 부활시킨다 하더라도 숨넘어가기 직전의 상태 그대로 되살아난다는 말이었다.
이것이 윤재민이 사용할 수 있는 부활의 맹점인 것이다.
그리고 노환으로 죽은 자도 되살릴 수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해진 수명이 다한 경우인 만큼 살린다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제약과 조건이 있는 만큼, 무제한적인 부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허나 그런 제약이 많은 부활만으로도 윤재민은 이슬람교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선지자가 되었다. 모든 이들을 살린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만 되살려냈음에도 그런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은 많았다. 바로 중동의 기득권층이었다.
지금까지 이슬람교를 핑계 삼아 막대한 권력을 누려왔는데, 이제 자신들 머리 위에 선지자란 존재가 생겨나 버렸으니 불안할 수밖에.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윤재민을 따르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겨우 5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이 정도니,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나 더 늘어날지 상상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물론 이를 부담스럽게 여긴 자들이 무력으로 윤재민을 따르는 무리를 진압하려고 시도해 오기도 했지만, 그래봐야 윤재민이 가진 힘 앞에서는 전부 다 무의미했다.
그가 전투 쪽에 특화되지 않은 성직자이긴 해도, 격으로만 본다면 무려 마스터 급이었다. 지구상의 화기를 동원해봐야 그의 옷자락 하나 상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식으로 해서 그를 따르는 무리의 수는 더욱 커졌고, 이젠 거의 수백만 단위를 넘어섰다.
그렇게 되자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건 바로 식량이었다.
허나 윤재민은 그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바로 달의 뒷면에서 대기 중인 인피니티 킹덤으로부터 식량을 수급해오는 방법이었다.
인피니티 킹덤은 애당초 우주에서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컨셉의 함대인 만큼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도 내부에 존재했다. 이것을 풀가동시키면 이들을 먹여 살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것을 실어서 지구로 날라야 한다는 번거로운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봐야 달과 지구의 거리 따윈 그들에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불과했다. 전함 한척만 움직여도 몇 분도 되지 않아 지구로 전부 수송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막을 모르는 아랍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이라 생각했다. 애당초 윤재민도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달의 뒷면에 있는 전함의 플랜트에서 생산해냈다고 어떻게 말하겠어.’
신의 기적을 찬양하며 식량을 먹어대는 사람들을 보면서, 윤재민은 내심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도 언제까지 이 상황을 지속할 생각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을 알라의 선지자로 믿는 거짓 신앙을 계속 이어나가게 둘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밝힐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제히 그의 입을 주목했다. 밝힐 사실이 있다는 말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로선 상상할 수 없었던 고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는 여러분들이 섬기는 알라의 선지자가 아닙니다. 저는 알라신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없고, 그분을 뵌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선지자님!”
“그럴 리가요! 선지자님이 알라신의 사도가 아니면 어떻게 그런 기적을 보여주실 수 있었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었나 봐. 선지자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 리가 없잖아.”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들은 사실을 믿을 수 없어 되묻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현실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그때, 윤재민의 전신에서 온화한 광채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가 가진 신성력의 힘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그 옛날 위대했다고 전해지던 선지자들이 보였던 후광처럼 여겨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보인 기적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저는 빛과 생명의 여신 루네리아를 섬기는 종입니다. 처음부터 그분을 따랐고, 지금도 그럴 뿐입니다. 그분의 자애를 여러분들에게 베풀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럴 수가.”
절망과 낙담, 그리고 분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윤재민에게 끌려서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그가 자신들을 구원해줄 알라의 선지자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부정되고 나니 어찌할 줄을 몰라 방황하게 된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윤재민이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여러분들이 섬기는 알라신에 대해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신앙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주변 환경이 어려운 와중에도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그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돕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됐다. 자신들의 신앙심을 칭찬하면서 하려는 말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안하겠습니다.”
윤재민은 조용히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지금 그는 이슬람교를 버리고, 자신과 같은 신앙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릴 우롱하는 거요?”
“우린 대대로 알라신을 섬겨왔소. 이제 와서 그 신앙을 포기하라고! 우릴 속인 것도 모자라 알라의 이름마저 모욕할 셈인가?”
오히려 자신들을 조롱하는 거라 여기고 분노를 토해냈지만, 윤재민은 여전히 담담했다.
“저는 이슬람교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여러분들에게 제안을 하는 겁니다.”
“그게 그 소리 아니오! 당신이 기적을 보여준 사람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모욕은 견디기 어렵소!”
“그럼 여러분들께 묻겠습니다. 지금까지 꽤 어렵게 살아오신 줄 압니다. 알라신께서 그럴 때마다 여러분들의 부름에 응답해 주셨습니까? 여러분들이 어려워도 당신들을 직접 보살피셨습니까?”
“······.”
되돌아온 그 말에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알라신의 응답을 들은 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진즉 알라의 선지자로 추앙받았을 것이다. 그 옛날 전설에 남은 선지자 마호메트처럼.
그들이 매일같이 기도하고 신의 이름을 불러온 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 어떠한 응답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루네리아께서는 언제나 응답해주십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저는 언제나 그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렵고 힘들 때는 의지처가 되어 주시지요.”
“그건 당신이 그 루네··· 무슨 신에게 선택받은 사도여서 아니오! 그게 아무나 될 일이오?”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며 반박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윤재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저는 그분의 사도가 아닙니다. 진짜 사도는 따로 계시지요. 저 따위완 비교할 수 없는 그런 훌륭한 분이 말입니다.
그런데도 전 언제나 여신의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선택된 선지자가 아니라 그분을 섬기는 성직자일 뿐인데도 그렇지요.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어렵고 궁핍한 삶 속에서 신의 응답을 들으셨습니까?”
사람들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이미 윤재민을 통해 수많은 기적을 봐왔던 그들이었다. 신을 섬기는 자가 이런 중요한 문제를 두고 거짓말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정말로 신의 사도조차 아닌 자가 이런 기적을 다룰 수 있다고? 대체 그가 섬기는 여신은 어떤 존재란 거지? 자신들이 대대로 섬겼던 알라신하고는 전혀 다른 진짜 신이라는 건가?
잠시 갈등하든 사람들 중 누군가가 물음을 던져왔다.
“···그럼 우리가 그 분을 섬긴다면, 우리도 신의 응답을 들을 수 있는 거요?”
“이봐! 무슨 소리야! 지금 알라신을 버리겠다는 거냐?”
그 옆에 있던 자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비난해 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기적을 체험했었다.
까마득한 조상들 대대로 섬겨왔으며 자신도 오랫동안 부르짖어왔던 알라는 응답해 주지 않았지만, 저 자가 섬기는 여신은 놀라운 기적으로 자신을 되살려 주었던 것이다.
그런 기적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섬기는 신이라면 한번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었다.
“그분은 구분 짓지 않습니다. 높든 낮든, 귀하든 천하든 공평하시지요. 물론 제가 다루는 이런 기적 같은 힘은 신앙의 크기에 따라 어느 정도 차등은 있을 수 있지만, 누구든지 기회는 공평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은 깨끗이 사라졌다. 그는 윤재민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가까운 친구들이나 친인척들이 그를 붙잡았지만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그럼 저도 오늘부터 당신이 섬기는 신을 믿겠습니다. 저를 인도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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