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15화
* * *
중국도 상황은 다른 국가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한국에서 시작된 믿기지 않는 규모의 먹구름 층! 그것은 이제 중국 전역까지 뒤덮어나가고 있었다.
상공을 촬영해온 영상을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가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렸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외계인이라니! 그게 말이나 돼?”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시젠타우 그 스스로조차 이젠 확신하지 못했다. 세계통합을 위해 내놓은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여겼던 이야기가 이젠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핵미사일들은 이미 미사일 기지를 떠나 한국을 향해 한창 날아가고 있는 상황.
예정대로라면 이제 몇 분 뒤··· 미사일들이 한국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될 테지만, 그게 정말로 가능할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려웠다.
애당초 핵을 비롯한 현대무기라는 것 자체가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을 상정해두고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애당초 이런 기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과연 현재의 과학력으로 개발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쿠릉! 쿠르르릉!
시간이 갈수록 우려는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었다. 먹구름 사이를 오가는 번개는 갈수록 강렬해졌고, 그 에너지 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세··· 세상에! 먹구름 층에서 발생되는 전하량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태풍 발생 때 관측되는 에너지 량의 10배 이상이에요!”
“뭐라고!?”
제아무리 작은 태풍이라 해도 히로시마 원자탄의 1만개에 달하는 에너지 량을 갖고 있으며, 이걸 20메가톤 급 수소폭탄으로 치환한다면 대략 400개 정도에 준한다고 할 수 있다.
헌데 그런 에너지 량을 무려 10배 이상 뛰어넘는다니, 대체 얼마나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저 안에서 발생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는 저 막대한 에너지가 불러일으킬 여파가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있는 유태진은 드디어 때가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이것은 심검지도의 영역을 넘어, 그가 바라보고 있는 진정한 신의 경지, 자연경에 가까운 한수.
음양오행을 비롯한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자신 안에 품음으로서 소우주를 개척하고, 이를 통해 삼라만상을 호응케 하는 경지의 재현이었다.
“이제 모일 대로 모였군.”
중국의 대표적인 ICBM인 동풍 미사일이 드디어 한국 영공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인도에서 발사된 아그니 미사일(IRBM)도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도 여러 국가들의 미사일들이 제법 많이 느껴졌지만, 그래봐야 유태진이 광활하게 펼친 의념의 지배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었다.
물론 이 숫자 전부가 핵 미사일일리는 없겠지. 그 중에서는 핵탄두가 실리지 않은 더미 미사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핵이든 아니든 그 사실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의념의 지배권 안에 들어온 이상, 언제든 멸할 수 있는 대상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손을 펼친 순간, 광활하게 퍼져나가 있는 먹구름들이 들끓어 올랐다. 이젠 포화상태를 넘어선 무진장한 뇌기의 흐름에 세상마저 뒤흔들렸다.
“핵미사일이라고? 그런 게 과연 이 한수 앞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군.”
작은 읊조림과 함께 손을 아래로 떨어뜨린 순간, 먹구름들을 오가면서 한껏 축적되어 있던 뇌정지기들이 일제히 해방되기 시작했다.
“자, 사정없이 내리쳐라. 모든 건 쓸어버릴 때까지!”
천룡무상신공(天龍無上神功)
진의경(眞意境). 승천지도(昇天至道)
풍운조화(風雲造化)-뇌천대장(雷天大場)
콰르르릉!
콰쾅! 콰우우우!
이건 단순한 낙뢰가 아니었다. 마치 세상을 온통 푸른색으로 덧칠하는 듯 쏟아져 내리는 벼락의 폭우라 할 수 있었다.
그 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대한민국은 물론, 그 주변 영역까지 온통 벼락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현상은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전 세계 각국에 의해 관측되었다. 그것은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미친!? 대체 이게 뭐야?”
“미···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안 그래도 불길한 느낌이 들어 초조해하던 시젠타우 주석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냐?”
“···방금 전 대한민국 영공에서 믿기지 않는 규모의 번개폭풍이 발생하였습니다!”
“뭐, 번개폭풍이? 그래서 그게 뭐?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그게··· 본국에서 발사된 동풍미사일 전 기가 벼락을 맞고 격추되었습니다.”
“뭐?”
시젠타우 주석은 일순 사고가 정지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지금 뭔가를 잘못 들은 것 같아서였다.
“지금··· 뭐라고 했지?”
“이런 보고를 드리기 송구하지만··· 본국의 동풍 마시일은 전부 벼락을 맞고 격추되었습니다.”
“그럴 리가! 수천 발에 달하는 미사일이 전부 격추되었다고? 고작 벼락을 맞고?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란 소린가?
하도 기가 막혀 윽박지르듯 토해낸 그 말에, 보고자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변했다.
“사··· 사실입니다. 지금 관측기기들이 전부 같은 결과를 출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금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인터넷 영상들도 하나같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열어서 그곳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촬영 지역이 바닷가인지 풍랑이 거칠게 일고 있었지만, 촬영 당사자는 겁도 없이 배를 띄워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제법 고성능 카메라인지 먼 정경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하늘에 잔뜩 낀 짙은 먹구름과, 맹렬하게 오가며 번뜩이는 벼락불, 그리고 저 멀리서 구름을 뚫고 날아오는 미사일의 모습도 카메라 렌즈에 포착되고 있었다. 아주 작은 점들처럼 보였지만, 카메라의 영상을 확대하니 그 형상이 뚜렷하게 잡혔다.
헌데 그때, 먹구름에서 방전되고 있던 번갯불이 점점 기세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막대해서 마치 플래시를 터뜨린 것처럼 눈부시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방이 무수한 벼락불에 휩싸였다. 고막이 터질 듯한 우레 소리와 함께 세상이 온통 벼락으로 가득 차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 이게 대체···.”
영상을 바라보던 시젠타우 주석의 입이 저도 모르게 덜덜 떨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손발도 눈에 띌 정도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하고 말았으니,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설령 그가 중국의 최고 권력자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저런 초현실적인 힘 앞에선 세상의 권력과 재력도 다 의미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게··· 정말 가능하다고? 이것도 유태진이란 자의 능력인가?”
중국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발사한 모든 미사일들의 하늘에서 쏟아진 번개폭풍 속에서 전부 격추되었다. 지금 영상 속에 비치고 있는 것은 벼락에 박살난 미사일들의 잔해가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광경이었다.
제아무리 핵미사일이라 해도 일단 기폭되지 않으면 핵반응은 결코 발생되지 않는다. 이렇게 목표지점에 착탄하기 전에 격추되고 나면 일반 미사일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텀벙, 텀벙.
물속으로 빠져드는 잔해들의 모습에, 시젠타우 주석도 이게 조작 같은 게 아니라 엄연한 현실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겪을 현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태진은 애당초 미사일을 박살내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계속해서 상황을 관측하던 오퍼레이터 중 하나가 비명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머··· 먹구름 속 전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 방금 전 수치의 몇 배나 되는 양입니다!”
“크···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방금 전 벼락만으로도 진저리가 처질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라고!?
우르릉!
또 한 번 우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사일도 전부 다 박살났는데, 이젠 뭐가 어떻게 되려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어디선가로 부터 긴급히 연락을 받은 보좌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큰일? 또 무슨 큰일?”
시젠타우 주석은 그렇게 되물으면서도 벌컥 겁이 났다. 이젠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심장이 다 떨려올 지경이었다.
“보··· 본국 전역의 미사일 기지들이···.”
“미사일 기지들이 왜? 어서 말을 해 보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그 모습에 시젠타우 주석이 답답해서 추궁하자, 그가 참담한 표정으로 그 뒷내용을 이어나갔다.
“방금 내려친 벼락들에 의해 전부 전소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뭐?”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순간, 이젠 머릿속 전체가 텅 비는 것 같았다. 시젠타우 주석은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 * *
“···정말이지 엄청나군.”
“이게 일개 한 사람이 가진 힘이라고?”
푸튼 대통령과 메켈린 대통령은 유태진이 이뤄낸 결과물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몸은 한국에 있었지만, 미국과 러시아에서 관측하고 있는 자료와 영상들을 이곳에서도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대부분 파악되었다.
“그러니까 처음 작열한 썬더스톰이 미사일들을 전부 격추시켰고, 그 다음에 발생한 썬더스톰이 중국과 인도 등 각 국의 본토에 있는 미사일 기지들을 파괴했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일본 자위대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역시··· 일본도 가만 놔두지 않았군.”
메켈린 대통령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본은 2차 대전 시 패전국으로 전락하면서 군사력에서 여러모로 제한을 받고 있었다. 본토 방위용 미사일은 보유하고 있어도, 장거리 타격용 전략 미사일 자체를 보유하지 못한 게 그 중 하나였다.
그래서 비행기나 배를 띄워 탈출하는 일이 없도록 자위대의 해군과 공군을 총동원해서 한국의 영해와 영공을 포위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난데없는 벼락에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고 말았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군. 벼락이 제아무리 세도 한계가 있는데 말이야.”
푸튼 대통령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물론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담겨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사일 기지를 전소시킬 만한 위력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간혹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헌데 그런 벼락이 견고하게 지어진 미사일 기지를 완전히 박살낸다? 솔직히 말해 핵이라도 떨어지지 않고서야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자 러시아 본토와 연결된 회선에서도 전문가가 이렇게 의견을 덧붙여 말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매우 인접해 있는 만큼 그곳에서 벌어진 이번 현상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관측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관측된 현상 자체부터가 비현실적입니다. 이 정도로 무지막지한 에너지 량에 이만한 초고밀도라면 그냥 썬더스톰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하전입자포나 다름없을 겁니다. 그만한 위력이면 설령 미사일 기지라 해도 통째로 박살내고 남음이 있지요.]
“하전입자포라니··· 정말 터무니가 없군.”
갈수록 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다.
지구의 절반 이상을 뒤덮는 규모의 먹구름을 일으키고, 썬더스톰으로 미사일들을 격추했으며, 그 원흉이 된 국가의 미사일 기지들만을 정확하게 전소시켰다?
이게 과연 단 한사람의 능력이란 말인가? 유태진이 신이라 자처한다 해도 정말로 믿어질 것 같았다.
“휴··· 그가 말했던 사실들을 거짓이라 폄하하는 작자들은 더는 없겠어.”
이런 가공할 능력을 선보였는데도 여전히 거짓이라고 반발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게 더 비정상일 것이다.
저것이 외계의 기술이든 영능이든 간에, 지구가 해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무언가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태진, 그 사람은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나 보군.”
메켈린 대통령의 말대로 유태진은 고작 미사일 기지들을 전소시킨 걸로 끝낼 뜻이 없었다. 그가 일으켰던 먹구름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지만, 그와 그 일행은 등 뒤에 빛으로 만들어진 날개를 전개해 전 세계 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날아가는 곳이라면 뻔했다. 이번 핵 미사일을 쏘아올린 국가들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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