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264화 (265/448)

11권-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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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정말로 발사된 순간부터 한국 전역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져버렸다. 그것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관료들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동안 일본과 친하게 지냈던 우익보수파들은 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자마자, 다급히 연락을 취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냥 엄포 정도로 끝날 거란 언질만 들었을 뿐,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비 상! 이러깁니까! 정말로 미사일을 발사하다니요! 우릴 이대로 버리겠다는 겁니까? 그동안 우리가 일본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거늘··· 이래선 안 됩니다. 이럴 순 없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매달렸지만, 그들에게 되돌아온 건 매몰찬 욕설뿐이었다.

[시끄럽다! 시건방진 조센징들! 애당초 네놈들은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해 소모되다 진작 없어져야 할 것들이었어! 지금까지는 적당히 쓰고 버릴 생각이었지만, 유태진이라는 악종이 나타난 이상 너희 한국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 돼. 아예 깨끗하게 소각되어 없어져버려!]

“어떻게 그런!?”

그걸로 연락은 끊어졌다. 그리곤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다.

그때서야 다들 절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충성해온 일본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정은 진보 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중국과 가깝게 지냈던 건 어디까지나 북한 때문이었을 뿐, 우익 보수들마냥 적극 충성해온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시젠타우 주석은 그들을 미련 없이 버려버렸다. 어차피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영원히 소멸될 판국이었다. 망국의 잔재나 다름없는 간신배들의 목숨까지 챙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젠장! 이대로 다 죽어야 한다는 거야?”

“배도 비행기도 띄울 수가 없어! 우린 이곳에 갇혀 도망갈 수도 없다고!”

그래서일까? 보편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재앙이 닥치면 가장 먼저 해외로 도망치는 건 바로 기득권층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정말 꼴사납게 됐네요.”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리스티가 한심스럽다는 듯 감상을 털어놓았다. 이 혼란의 정국을 주도해서 어떻게든 살아날 길을 찾아야 할 정부와 관료들은 오히려 자기 살길 찾느라 바빴고, 국민들은 길 잃은 양떼마냥 우왕좌왕하며 난동을 부렸다.

그야말로 세기 말의 풍경이었다.

“한심하네. 이 나라의 정부는 이런 것도 통제를 못하나?”

레이첸의 눈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고작 이 정도 위협으로 이렇게까지 엉망이 되다니.

인베이더의 절망스런 침공 속에서도 꿋꿋하게 행성을 지켜낸 연합의 사람들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들의 나약함이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오랫동안 평화에 젖어 살아와서겠지. 그래서 작은 위협만으로도 이런 꼴이 난 걸 테고.”

유태진의 그런 대답에 레이첸은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긴 이곳에선 핵을 가장 무시무시한 병기로 취급한다고 했으니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봐야 여기 핵무기는 기가톤 급도 안 되는 수준인데 저 난리라는 건 좀 우습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핵무기를 합친다 해도 고작해야 1.5기가톤조차 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레이첸이 사는 연합에서 사용하는 핵무기들과 비교하면 가히 태양과 반딧불의 차이만큼이나 컸으니, 이들의 소란이 쉬이 납득되지 않을 만도 했다.

“이대로 좀 더 두고 보실 건가요?”

아리엔이 눈매를 살짝 찌푸리며 그렇게 물었다. 혼란이 빚어지면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추한 행태들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아니, 이제 슬슬 시작해야지.”

유태진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사일을 발사한 나라들 중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지척에 있었다. 그들이 쏜 미사일이 한국을 강타하는 건 말 그대로 몇 분 걸리지도 않는다.

보통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그의 감각에는 한국으로 날아들고 있는 미사일의 존재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제 한국 영공을 넘어 슬슬 한국 본토에 떨어질 시기였다.

유태진은 미국과 러시아 등 각국에 사드 등 요격미사일로 대처하지 말라고 해 두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들에게, 아니 전 세계에 자신들의 능력을 조금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우우웅!

뜻을 세우자 진기가 일어났고, 그것은 상중하 단전의 흐름과 함께 이 일대를 장악했다.

인간이 용의 권능을 상상하며 창안되었고, 후에는 유태진에 의해 완성된 천룡무상신공.

그것이 이 자리에서 발현된 것이다.

“으··· 역시 압도적이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랜드 급에 가장 가까운 레이첸조차 그의 기세에 밀려 몇 발짝 물러섰다.

대상을 정하지 않고 기세를 끌어올린 게 이 정도인데, 한 사람을 향해 기세를 집중시켰다면 얼마나 더 대단하단 말인가?

유태진의 신형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배틀슈트의 기능인 플로트 윙을 전개한 게 아님에도 그의 전신에서 운용되고 있는 막대한 진기의 힘으로 중력을 거스르고 있었다.

“저, 저기 봐!?”

“뭐야, 사람이 날고 있어? 그것도 맨몸으로?”

“무슨 속임수 아냐?”

우연찮게 목도하게 된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그 광경을 스마트 폰을 꺼내 촬영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유태진은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애당초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은폐 따윈 의미가 없었다.

국회의사당 상공 위로 솟구쳐 오른 유태진의 진기가 하늘을 지배했다. 현경은 말 그대로 태산을 뒤집고 하늘을 가르는 인간을 초월한 초인의 경지.

영혼만큼은 반신지경에 다다랐던 그의 의념이 천지와 감응한 순간, 하늘 위로 먹장구름이 끼면서 우레 소리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그 옛날, 승천하는 용은 풍운조화를 일으킨다고 했다. 현경에 다다르면서 천룡무상신공의 공능을 상당부분 발휘할 수 있게 된 이상, 그와 같은 조화를 부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천룡무상신공(天龍無上神功)

진의경(眞意境). 승천지도(昇天至道)

그가 이룬 경지와 천룡무상신공, 초월에 이른 의념이 일치한 순간 자연현상마저 지배해 버렸다.

청명할 정도로 맑던 하늘에 먹장구름이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그 증거였다.

“어? 갑자기 먹구름이!?”

“오늘 비 온다는 소리도 없었는데··· 기상이변인가?”

쿠릉, 쿠르릉!

짙은 먹장구름이 한국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름들 사이를 오가며 번뜩이는 뇌전은 당장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우레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 본질을 깨달은 레이첸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그냥 평범한 기상제어 따위가 아니야. 이건 사상기가 틀림없어.”

사상기란 의념으로 세상의 섭리 자체를 뒤틀 수 있는 영역의 기술을 뜻한다. 이미 몇 번이나 목도해 왔으며, 천외오천을 비롯한 여러 그랜드 급 강자들을 통해 그 막강한 위용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만큼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규모는 뭐지? 아직도 계속 확장되고 있어? 한국 영해까지 다 뒤덮을 생각인가?”

그랬다. 지금도 유태진이 만들어낸 먹구름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을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 한국 전역을 뒤덮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까지 뒤덮을 정도로 거대해져가고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야. 지금 저 구름은 일본과 중국까지 퍼져나가고 있어. 이런 기세라면 먹구름이 전 세계를 뒤덮게 될지도 몰라.”

리스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기상변화 데이터를 일행에게 홀로그램 형태로 보여주었다. 점점 퍼져나가는 먹구름의 형태가 어느 정도까지 번져나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한국을 향한 미사일 발사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각국의 정부는 믿기지 않는 이변현상에 다들 경악해 했다.

“뭐지, 이건!?”

“오 마이 갓!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시작된 먹구름이 확장 중입니다! 태풍보다도 더 거대한 규모로 확장하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증식 중! 끝도 없습니다! 이 기세로 계속해 나간다면 지구 전역을 뒤덮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무슨 빙하기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이건 뭔가 자연적인 현상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자연적으로는 절대 발생할 수 없는 결과에요!”

전문가들은 각종 다양한 분석들을 내놨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건 결코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란 결론이었다.

하지만 기현상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광활한 영역에 걸친 먹구름의 발생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다.

“먹구름 층에서 막대한 전하 발생 관측!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냥 천둥이 치는 정도가

아니에요. 이건 태풍 이상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썬더스톰입니다!”

“미치겠군! 이런 게 우연일 리가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중국과 인도, 중동 등 여러 나라들이 한국을 미사일로 폭격을 시도하고, 일본의 자위대가 한반도의 3면 해역과 영공을 전부 포위한 상황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고?

이건 확률적으로 봐도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었다.

“설마 KM사의 사장이 무슨 수를 쓴 건가?”

각국의 정부인사들도 한국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대략적인 내용을 전해 받은 상황이었다.

유태진은 아르탈 행성 연합이라는 외계 세력에 다녀온 실종자였으며, 그들은 인베이더라는 또 다른 외계 세력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돕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긴 했지만,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빚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한국을 주시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

“쉽지 않습니다. 먹구름이 너무 짙어서 제대로 파악이 되질 않고 있어요! 위성관측으론 어렵습니다.”

“젠장!”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에서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올리는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 방송인들이 제법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높은 하늘로 떠오른 유태진의 모습이었다. 먹구름이 생성되고 있는 중심축 지점을 등진 채 오연히 하늘에 머물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천신 같았다.

‘영능력자라고? 그런 게 정말로 실제한다면 오늘 한국은 핵공격으로부터 무사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한국의 멸망을 기정사실로 여겼던 각국 정부는 이 사태를 주시하면서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런 사태라면 무슨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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