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263화 (264/448)

11권-13화

한국이 표적이 되었다는 그 말에, 문광식 대통령은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미쳤어! 대체 우리 한국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현재 주한미국이 보유한 사드가 한국 곳곳에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그걸로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중국과 인도 등 다수의 국가들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수는 그 이상이었으니까.

물론 미국이나 러시아가 가만 두고 보지는 않겠지만, 중국은 한국과 바로 지척에 놓인 나라였다. 한국만 겨냥해 작정하고 쏜다면 사드든 뭐든 막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 어서 시젠타우 주석에게 연락을!”

문광식 대통령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보좌관에게 다급히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와 여당은 한국 내에서 친중파라 할 수 있었다.

헌데 자신들이 의존해왔던 중국이 설마 한국을 상대로 미사일을 겨누게 될 거라 누가 상상이 나 했을까?

서둘러 시젠타우 주석과 직통연결 할 수 있는 핫라인으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자신들이 내건 모든 조건을 수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번 선전포고를 무르지 않겠다는 말 뿐이었다.

“으으··· 이럴 순 없어!”

문광식 대통령이 절망에 몸부림치는 사이, 다른 정상들도 서둘러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중국을 비롯한 각국들은 문광식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 요청을 거부했다.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덕분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기존에 접했던 정보는 기껏 해봐야 한국에서 대규모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정도뿐이었다. 그런데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다수의 국가들이 난데없이 일제히 선전포고를 내놓다니!

특히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여러 나라들이 보유한 미사일의 표적이 된 한국의 혼란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선전포고라니!]

[우리나라가 표적이 됐어.]

[으, 젠장! 이거 외국으로 도망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미 늦었어. 공항도 항만도 전부 폐쇄됐어. 선전포고 한 나라들이 한국을 벗어나는 배나 비행기를 전부 격추시키겠다고 선포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우리나라가 뭘 어쨌다고!]

[그놈의 KM사 신기술 때문인가 본데?]

[미친 새끼들! 기술 빼앗겠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다고?]

사람들은 그 안에 숨겨진 구체적인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이 선전포고에 적시했던 신기술의 공여란 부분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을 대략적이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중국 등 한국을 겨냥한 나라들은 전 세계인에게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고작 기술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이겠단 말이냐!]

[비열하다! 대놓고 남의 것을 탐하겠다고 전쟁을 선포하다니! 너희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중국과 일본, 인도 등의 국가들은 지구를 떠나라! 너희들은 지구에서 살 자격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가 일제히 비난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왔다.

[지금부터 3일의 기한을 주겠다. 그 사이 우리가 요구하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국을 무차별로 폭격하겠다. 지금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는 각국의 정상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뜻은 확고하고, 결정을 번복할 이유도 없다. 이건 최후의 선포다.]

타협의 여지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한국 사람들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었다. 심지어 비행가와 배편까지 막힌 이상 도망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성을 잃은 사람들로 인해 곳곳에서 난동이 벌어졌다. 폭력을 휘두르는 건 예사였고, 곳곳에서 대낮에 강도질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경찰들마저 패닉에 빠져 치안을 돌보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들도 가만히 앉아 당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선전포고를 해온 중국 등을 상대로, 한국을 폭격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강경보복조치를 하겠다고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 폭격으로 설령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더라도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태도였다.

“정말이지 길이 보이지 않는군.”

“으음···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졸지에 인질이 되어버린 각국의 정상들은 심각한 얼굴로 국회의사당에서 다시 머리를 맞대게 되었다.

허나 이런 상황에선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자신들은 한국에 발이 묶인 채 인질이 되어버렸고, 중국과 인도 등 선전포고를 해온 국가들은 타협할 여지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둘 뿐이다. 그들이 요구한 대로 들어주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한국과 폭사하는 걸 각오하면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둘 중 어느 쪽이든 쉬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죽음이야 감수한다 쳐도, 일단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이 세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질 것이 분명했다. 핵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물론이고, 방사능 오염으로 지구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저들의 뜻에 굴복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 현재도 저렇게 막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자들이었다. 앞으로 지구의 패권을 쥐게 되면 어떤 패악을 저지를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갈등하는 그들에게 유태진이 입을 열었다.

“각국 정상 여러분. 너무 심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무슨 대책이라도 있소?”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묻는 영국 총리의 물음에, 유태진은 조용히 웃으며 답해주었다.

“이미 말씀 드렸을 텐데요. 저희가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 따윈 언제든 제압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하지만 여전히 반신반의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들이 본 것은 어디까지나 유태진이 제공해준 영상과 아비 총리를 제압하든 기이한 능력, 그리고 현재의 과학력으로 재현할 수 없는 4가지 신기술이 전부였다.

아르탈 행성 연합에서 온 유태진이 가진 힘이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자신들의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로서 이틀째군요. 이제 내일이면 그들이 선전포고한 대로 공격해올 겁니다. 그때 여러분들의 두 눈으로 직접 보시죠. 아마 볼만할 겁니다.”

그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유태진은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푸튼 대통령이 옆에 있든 이이게 말을 던졌다.

“메켈린 대통령,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지?”

“나는 저 사람을 믿네. 그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대로 이루어지겠지.”

별달리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푸튼 대통령이 떠 보듯 물었다.

“흐음, 믿음이 꽤 확고하군. 내가 본 것 이상의 것을 봤던 모양이지?”

“이미 저 자와 일행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해 있어. 우리가 가진 현대 무기 따윈 통용되지 않을 거라고 내 장담하지.”

“핵도 말인가?”

“핵은 결코 무적의 무기가 아니네. 자네도 영상을 통해 봤을 텐데. 저 우주에는 핵을 우습게 여길 만큼 강력한 무기들이 넘쳐난다는 걸 말이야.”

그 말엔 푸튼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속에서 나온 함대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구보다 훨씬 큰 행성들도 박살내는 압도적인 화력!

그건 공포 그 자체였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수준의 핵 따윈 반딧불만도 못했다.

“내 조카나 다름없는 엘레나도 저 아르탈 행성 연합으로 불려갔던 사람들 중 하나였지. 그 아이가 직접 경험한 이상, 거짓일 리가 없어.”

“그랬군. 엘레나라면 바로 그 로스차일드 가의 막내딸 말이군.”

푸튼 대통령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한때 엘레나 로스차일드의 실종이 전 세계적인 실종사건과 맞물려서 얼마나 널리 알려졌던가?

헌데 그녀도 그냥 실종된 게 아니라 아르탈 행성 연합으로 불려갔던 거였다니.

‘그랬군. 그래서 메켈린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믿을 수 있었던 거겠지.’

비로소 여러 의문들이 풀리게 되었다. 어째서 로스차일드 가문을 중심으로 미국 정재계가 급작스런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덕분에 푸튼 대통령도 한 층 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내일이 기대되는군. 대체 뭘 보여줄 생각이지?’

* * *

그리고 그 다음날 정오가 된 시각.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겨눈 중국을 비롯한 각국들이 다시 한 번 최후의 선고를 내놓았다.

[오늘 우리는 드디어 심장을 찢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위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3일이라는 시간동안 오래 인내했음에도 불구하고, 탐욕스럽고 무도한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결국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분명히 적시하자면 이 모든 결과의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기술을 독점함은 물론, 그것을 빌미로 전 세계를 지배할 야욕에 부푼 이들을 우리는 좌시할 수가 없었고··· 불행하게도 이런 극단적인 사태로 촉발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선포한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의로운 집행을 거행할 것이고, 그 결과에 의한 피해는 그들이 쌓은 죄업이니··· 오늘 우린 하늘을 대행해 그들을 심판하겠다.]

그 모습을 전 세계 사람들은 생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우려와 두려움을 내보였다. 이 일을 계기로 진짜 세계 3차 대전이 발발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그야말로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육해공 전군은 이미 비상체계로 돌입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고, 국민들은 방공호나 지하 대피소 등으로 피신한 상태.

물론 그 정도로 폭격에서 안전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피하지 않고 지상에 그냥 남아 있는 것보단 생존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미친 새끼들! 진짜 공격하겠다고?”

“혹시라도 블러핑일 경우를 기대했는데···.”

“젠장, 다 죽겠군. 이제 끝났어.”

지하 대피소 내에 있는 TV를 통해 최후통첩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절망에 찬 반응들을 내놓았다.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헌데 그때였다. 잘 나오던 방송이 일순 노이즈를 일으키더니, 계속 반복되던 최후통첩 영상 대신 새로운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방송사고인가?”

영상 속에는 아주 젊은 청년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다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그때, 새로운 영상 속에서 등장한 청년이 놀라운 말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협박도 외교적인 수단 중 하나임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것도 통할 상대에게나 쓰는 방법이지,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한국을 폭격하겠다고?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공격해도 좋다. 승리를 자신하고 있나? 그렇다면 핵이라도 사용해 봐라.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너희들이 지게 될 거다.

세계의 존망보다 탐욕에 눈이 먼 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하겠다. 오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아마 죽음으로도 씻기 어려울 만큼 되돌려 받게 될 거다. 후회하지 않을 각오가 된 자들만 공격해라. 만일 너희들이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그 몇 배로 되갚아 줄 테니까.

혹시 이것을 블러핑이라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공격해도 좋다. 그 망상의 대가는 곧 현실로 되돌려 받게 해주지. 나, 유태진의 이름을 걸고 선언하겠다. 공격을 개시하는 순간, 너희의 몰락은 필정이 될 것이다.]

그것으로 방송 사고라 여겨졌던 영상은 종료되었다. 그리고 좀 전의 최후통첩 영상이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체 방금 그건 뭐지?”

“아, 맞다! 그 사람 KM사의 사장이잖아!”

“정말이네. 이제야 생각났어. 어째 낯익더라니!”

“그런데 지금 뭘 한거지? 지금 저 사람이 최후통첩을 해온 나라들을 협박한 거야?”

어떻게 방송국을 해킹해 영상을 끼워 넣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막나가는 자들을 자극해서 뭘 어쩌겠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TV에서 곧 긴급 속보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국 등 각지의 국가가 보유한 미사일 기지로부터 다수의 미사일들이 발사된 조짐이 관측되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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