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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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사의 기술 발표회는 그야말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각 방송에서는 발표회의 영상을 연신 보여주었고, 언론사에서도 대서특필로 다뤄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증강현실을 뛰어넘는 것도 모자라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홀로그램 기술(IDP)에 가상현실, 그리고 순수한 플라즈마를 하늘에 띄울 정도로 완벽한 핵융합까지.
무엇 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NASA의 듀렌 밀리어스와 비견되는 유명한 미국의 과학자 데이빗 마크윌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그날 기적을 목격했다.”
그랬다. 발표회에 참석했던 모두는 그것을 기적으로 생각했다. 지금의 과학발전 속도로 보면 적어도 수십, 수백 년 뒤에나 나올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기술들이었다.
헌데 그런 미래 기술들이 개발단계도 아니고, 언제 실용화해도 문제될 것이 없을 만큼 완성도까지 높았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사실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경악과 흥분을 금치 못했다.
[정말이야?]
[미쳤네! 저렇게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홀로그램이라니! 증강현실 따윈 비교도 안되네!]
[이제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죄다 망했군.]
[그뿐만이 아니야. 게임 회사들도 이젠 죄다 나앉게 생겼어.]
[가상현실이라니! 그게 내 평생 중에 가능할 줄이야!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게 정말 사실이야? 이런 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진짜겠지. 저 발표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거물 아닌 자가 없었어. 그들이 무슨 동태눈인줄 아냐?]
[저게 정말 진짜라면 이제 세상이 바뀌겠네.]
[게다가 핵융합이라니! 심지어 저렇게 거대하게 만든 인공태양을 별다른 설비도 없이 허공에 띄우기까지 했어. 이건 에너지 혁명이라고! 이제 석유업체들 큰일 났네.]
[그렇다면 핵융합 시설 자체를 소형화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건데··· SF에서나 보던 핵융합 엔진 같은 것도 정말 가능할지도 몰라.]
[꿀꺽! 그럼 이제 건담도 만들 수 있게 되는 건가?]
덕분에 KM사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졌다. 대체 KM사가 어떤 곳이기에 이런 미래에서나 볼 법한 기술들을 쏟아내고 있는 건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전 세계의 대중들뿐만이 아니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현 중국의 독재자나 다름없는 시젠타우 주석은 KM사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측근에게 되물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 KM사란 곳의 정체가 뭐야?”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미국 기업인데 그 사장이 한국 국적을 가진 미합중국의 명예 시민권자라는 사실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TPU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때도 그랬었지. TPU라는 반도체가 시대에 안 맞는 오버 테크놀러지라고. 그런데 그런 기술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셋이 더 나왔어. 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런 기술을 연달아 쏟아낼 수가 있지?”
“정보부에서 확인 중입니다. 좀 더 기다리시는 게···.”
보좌관의 무거운 목소리에 시젠타우 주석은 그 기술에 대해 물었다.
“그럼 과학부의 분석은 어떤가? 이번 발표회에 나온 기술 말이야.”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술이랍니다. 하나같이 현재의 과학력으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별차원의 기술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말해 TPU라는 반도체를 개발한 선례가 없었더라면 아마 사기 치는 거라고 했을 거랍니다.”
“그 정도란 말인가?”
“예, 정말로 외계인이라도 고문하지 않고서는 현재 과학 수준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런 물건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발표회의 영상에 나온 기술을 분석한 자들은 중국에서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얼마나 비현실적인 기술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휴··· 정말 이해가 안 가는군. 그런 상식 밖의 기술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넷이나 나온다라···. 이놈의 미국 놈들이 정말 소문처럼 외계인이라도 붙잡아 놓고 고문해서 기술을 뽑아내는 건가?”
옛날부터 그런 이야기가 떠돌긴 했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엔 51구역에 생포되어 있는 외계인 때문이라고.
물론 그 말을 믿는 자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뜬소문이 진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헌데 KM사가 출현하면서 그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가 점점 현실성을 띄고 있었다. 보좌관도 그 말에 수긍한다는 듯 답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안 그래도 요즘 미국 정재계 사이로 외계인 침공 설이 파다하다고 했습니다. 저 기술에 정말로 외계인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고선 고도화된 저 기술들이 개발된 경위를 해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다. 과연 어떤 게 진실일지는 KM사나 미국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당원들은 저 기술의 가치를 어떻게 두고 있나? 저 기술들이 앞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지?”
그랬다. 지금은 저 기술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젠타우 주석에게 중요한 것은 저 기술들이 장차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였다.
“앞으로 전세계의 패권을 좌우할 수 있는 기술이라 보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보는가?”
“핵융합 기술은 무한한 에너지를 가장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결실입니다. 그리고 화석연료의 고갈과 그 폐해를 벗어날 유일한 길이기도 하지요. 그런 게 아니더라도 핵융합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발표회 당시, KM사는 허공에 핵융합 플라즈마를 띄웠습니다. 별다른 설비도 없이 그게 가능하다는 건, 핵융합 제네레이터를 얼마든지 소형화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핵을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던 건 기껏 해봐야 원자력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KM사의 기술이 더해지면 핵분열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면서, 그보다 더 작고 월등한 출력의 핵융합 제네레이터를 장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어쩌면 전차나 전투기에도 핵융합 제네레이터가 실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주석께서는 상상이 가십니까?”
“으음, 확실히······.”
“게다가 그들은 허공에 인공태양을 하늘에 띄우기가지 했습니다. 이걸 악의적으로 사용하면 상대방을 핵폭탄을 떨어뜨린 것처럼 박살낼 수도 있고, 자기역장의 흐름을 느슨하게 만들어 핵에서 발생되는 전자기 펄스 효과를 외부로 방출해 모든 전기 계통의 설비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저게 저희 중국의 어떤 공업지대에 떠오른다면 가히 최악의 상황이 될 겁니다.”
“인명은 하나도 상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전자기폭탄 따위는 비교도 안 되는 효과가 나올 겁니다.”
“그럼 나머지는?”
“홀로그램 기술도 마찬가집니다. 증강현실은 단순히 시각적인 편리성에만 사용되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방면에 활용될 수 있죠. 이게 만일 군사용으로 사용되면 모든 군인들은 백발백중의 명사수가 될 겁니다. 전투기 조종사들도 그렇고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현실적 거리를 제로로 만들어 줄 겁니다. 지금도 영상 통화라는 게 가능하지만, 그래도 직접 보는 것만은 못하죠. 하지만 이 홀로그램 기술이 전화에 도입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언제 어디서든 직접 만나는 것과 다름없겠지.”
보좌관의 설명에 시젠타우 주석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핵융합뿐만 아니라 홀로그램 기술 하나만 봐도 이 정도였다. 그냥 시각적인 것을 증강현실보다 좀 더 특화시킨 정도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상현실은 사람들에게 사실상의 수면연장이나 다를 것 없는 영향을 미칩니다.”
“수면연장?”
“예, KM사의 발표대로라면 최소한 현실의 1시간을 가상현실에서 5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죠. 이걸 학습에 도입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현실에서 1시간 공부할 것을 5시간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게 수십 년 이상 계속된다고 한다면 그 차이는 엄청날 겁니다. 게다가 이걸 영화나 게임을 비롯한 각종 컨텐츠 영역까지 확장시키면 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보다 더 현실감 있는 여가 생활이 가능해진다는 거지요. 집에서 한 발짝 나오지 않고도 말입니다. 이건 가상현실이니 바깥을 돌아다니다가 사고로 다칠 위험도 없으니 안전하기도 할 테고요.”
“하나하나가 미칠 영향이 너무나도 크군.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정말······.”
그리고 그 변화에 중국이 제외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빠른 성장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에 뒤를 이은 패권국이 되었지만, 저런 기술적 차이가 생기고 나면 중국의 막대한 인구의 힘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터.
그 뒤에는 그저 그런 국가로 추락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TPU는? 아직도 분석이 안 끝난 건가? 그건 그래도 실물이 우리 손에 있으니 분석은 할 수 있었을 텐데.”
중국은 지금까지 타국의 기술을 훔치거나 복제해서 발전해온 국가였다. 물론 개발도상국들 대부분이 그러하긴 했지만 중국은 유독 더했다. 막대한 인구에서 나오는 국력이 막강하다 보니, 특허까지 있는 기술들을 거의 강탈하다시피 해서 복제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보좌관의 답변은 무겁기만 했다.
“그게··· 좀 어렵답니다.”
“어려워? 지금 무슨 소린가? TPU는 일단 돈으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잖나! 그걸 해체해서 분석하면 뭔가 나왔을 게 아닌가?”
“일반적인 반도체라면 지금쯤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그건 아주 생소한 개념의 반도체라고 하더군요.”
“생소하다면?”
“지금까지 개발된 반도체들과는 개념 자체부터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완전히 동떨어진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외계인을 고문해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지금의 다른 전자기기들과 호환이 되는 걸 보면 이해가 안 간다고 했습니다.”
“결국 분석도 안 되는 물건이니 기술 자체를 탈취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이거군.”
하지만 지금까지 써먹어온 방법으로는 기술을 빼앗기가 어려웠다. 어중간한 나라라면 압박해서 강탈했을 테지만, KM사는 엄연히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세계의 패권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을 미국이 가만히 눈 뜨고 놔둘 리가 없었다.
“하필이면 미국 기업이라니!”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걸 깨달은 시젠타우 주석이 와락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보좌관이 그에 대해 한 가지 의견을 내놓았다.
“그래도 찔러볼 곳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 KM사의 사장이 바로 한국국적 출신이니 말입니다.”
“그게 무슨 대순가? 저 정도의 미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일세. 게다가 미국 명예 시민권자라던데 뭘 어떻게 찔러본단 건가?”
“지금까지 한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 대해 애착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니 한국정부를 압박해서 그 자가 저희에게 협력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합니다.”
“흐음, 과연 일리가 있어.”
유태진이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던 게 생각지도 못한 오해를 낳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한국 정부를 향한 압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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