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188화 (189/448)

8권-13화

하지만 이번에는 인베이더 측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배리어가 발동되면서 함대 전체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도도 거의 최상에 가까운 걸 보면 언제든 전개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저 정도 방어력이라면 연함 함대 전체가 최대 출력으로 포격을 가한다 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베네트 국장은 오히려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 어지간한 공격이었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네놈들이 이것까지 받아낼 수 있을까?”

그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연합 함대에게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키이잉!

전함들의 주포가 각기 개방되었다. 그리고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제네레이터들이 풀가동되면서 계기판이 임계점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쳤다면 평소 전 함대의 뿌리는 일제 포격과 크게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연합 함대 전체가 예정했던 대로 즉각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아르마다 시스템 가동.]

[각 전함 인공제어체 멀티라운드 링크, 온라인!]

[전 함대 통합출력공명 스타트 컴플리트!]

우우우웅!

얼마 전 개수되면서 각 전함에 공통적으로 탑재된 제어 시스템의 일부인 인공영혼들이 서로 동조, 연계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평범한 에너지 공유가 아니었다. 어떠한 물리적인 연결 없이, 영적인 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 교류인 것이다.

그러자 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기 시작했다. 하나의 제네레이터에서 나오는 출력은 뻔하지만, 그것이 무려 수천수만 대에 이르는 전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지막지한 힘의 흐름에 우주공간이 이지러질 지경이었다.

허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서로 공유되기 시작한 천문학적인 에너지는 또다시 영적 라인을 통해 거듭 교류순환식 공명을 하면서 한층 더 증폭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출력공유시스템 아르마다. 리스티가 세계수의 특성을 분석한 뒤, 그것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신기술이었다.

고오오오!

“엄청나군.”

연합에서도 손꼽는 강자인 베네트 국장조차 이 막대한 에너지에 전율했다.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신이 아닌 이상 일개 개인으로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그런 힘이었다.

이 힘이라면 제아무리 인베이더 함대가 굳건한 방어를 굳혔다 하더라도 견뎌낼 수 없을 터.

마침 놈들은 위상공간이 해제되면서 방어를 굳히기 위해 서로 밀집해 있는 상황. 아르마다의 출력공유시스템에 의한 힘을 집중한 공격이라면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인베이더 측에서도 이런 연합 함대의 막대한 에너지 공유 상태를 관측한 건지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막을 수 없다 싶어서 회피를 선택한 모양인데, 저만한 규모의 함대가 움직인다는 게 쉬울 리가 없잖은가.

베네트 국장은 사납게 웃으며 외쳤다.

“자, 쏴라! 주포 일제 개방!”

콰우우우!

쿠콰콰콰!

무시무시한 빛무리들과 칠흑빛 흑선들이 우주공간을 관통했다. 중형 전함들의 플라즈마 캐논은 물론 준대형 전함들이 쏟아내는 그래비티 블래스트까지 모두 일제 해방된 것이다.

그 위력은 평상시의 수 배를 웃돌았다.

* * *

인베이더의 기함 가이릭스에서도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루클라가 두 눈을 부릅뜨며 신음했다.

“대체 이게!?”

놈들이 가진 특수 탄에 의해 위상전환이 해제되는 것은 이미 예상했었고,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도 갖춰둔 상황이었다.

사전에 제네레이터 출력을 올려놓는 것은 물론, 언제든 배리어를 최고 수준까지 전개할 수 있도록 해 두었으니까.

하지만 이 무지막지한 에너지는 또 뭐란 말인가!? 연합 함대들에게서 에너지들이 기이하게 순환하는 가 싶더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젠 그 에너지 총량이 기존과 비교해 거의 9배에 이르고 있었다. 아니 이대로 가면 열배도 넘을지도 몰랐다.

기계군단의 오퍼레이터가 기계적으로 소리를 냈다.

[연합 함대 출력 계속 상승. 930%돌파. 계속 상승 중···. 예상되는 최대치는 1143%]

“1143%? 정말 터무니가 없군.”

울브스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안색을 굳힌 채 중얼거렸다. 본디 전함이란 건 정해진 출력 이상을 낼 수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연합의 전함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출력을 한순간에 끌어올리고 있는 것일까?

‘설마 기존의 것을 훨씬 뛰어넘는 획기적인 제네레이터라도 개발한 건가? 그렇다면 그동안 감춰두고 있었다가 이제 와서 제 성능을 드러낸 거고?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 지원 온 함대가 가져온 특수기능의 일부?’

여러 가지 가정들이 떠올랐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어보였다.

연합 함대가 그동안 제네레이터의 성능을 감췄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랬다면 지난번 공간분단으로 뿔뿔이 흩어져 전멸 위기에 놓였을 때까지 굳이 드러내지 않았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 외에 따로 생각할 수 있는 변수라 한다면 이번에 새로 지원 나온 함대뿐이다.

‘갈라르 호른. 관리국장의 직속함대라. 역시 숨겨놓은 비장의 패 정도는 갖고 있었다 이 말이군.’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해 약간의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협력자 놈들은 연합의 고위층에도 제법 첩자를 여럿 박아놨다고 했는데, 그놈들도 모를 만큼 은밀히 개발된 건가?’

연합 내에는 이미 여러 간자들이 활동 중이었다. 물론 인베이더 측에서 직접 집어넣은 녀석들은 아니지만, 협력자들을 통해 요긴하게 써먹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놈들이 보내온 기밀 덕분에 연합 내의 사정에 대해 빠삭하게 알 수 있었는데, 그 정보들 중에 갈라르 호른의 신기술에 대한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설마 첩자들이 들킨 건 아니겠지?’

물론 연합이나 관리국도 바보가 아닌 이상 첩자가 있을 거라 예상은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첩자들의 눈을 피해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면, 그건 첩자들이 알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진행했거나 혹은 첩자들의 존재가 들통난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저놈들의 공세부터 어떻게 해야겠군.’

단순히 에너지가 충만하게 차오른 것만으로도 우주공간이 이지러질 정도의 막대한 에너지. 저것은 곧 놈들의 포화가 되어 이쪽으로 날아올 것이다.

울브스는 기계군단 소속 오퍼레이터를 향해 물었다.

“막을 수 있을까?”

[현재 배리어의 출력으론 방어 불가! 함대 전멸 가능성 85%.]

“불가능하다는 거군. 그럼 회피는?”

[연합 함대의 주포 개방까지 약 17초. 예측 화망 범위를 계산해보면 현재 본 함대의 항행 속도로는 회피 불가. 함대의 92.1%가 휘말릴 거라 예측하고 있음.]

“······.”

이쯤 되니 울브스도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아군의 전멸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워프로 전투지역을 이탈하는 방법도 사용하기 어려웠다. 워프를 시도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부족한데다, 연합 함대의 막대한 에너지로 인해 공간이 불안정해진 상황이었다.

이런 때에 워프를 시도했다간 시공간의 미아가 될 가능성이 더 컸다.

“젠장! 이렇게 당해야 하는 건가?”

루클라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직접 맨몸으로 싸우다 진 것도 아니고, 고작 함대의 화력에 밀려 패한다는 사실이 분했던 것이다.

물론 루클라 본인도 신화 급의 강자이긴 했지만, 저 무지막지한 출력에서 나오는 화력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랜드 급이 여럿이라 하더라도 저 천문학적인 힘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구석지에 있던 자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손을 써 보지요.]

“네놈이?”

루클라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말을 꺼낸 자는 루클라가 언제나 불신의 눈초리로 대하던 가면인이었다.

[단순히 힘만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이라면, 저보다 더 적임자는 없을 테니까요.]

그랬다. 본인이 말한 것처럼 가면인이 가진 공간에 간섭하는 능력이라면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 때나 통하는 말이다.

“네놈이 가진 영능의 특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만, 네놈이라 해도 저건 무리일 텐데?”

그랜드 급이 아니라 반신급이 와도 쉽지 않을 상황이었다. 가면인의 영능의 특성이 대단하다 해도 루클라의 눈에는 무리라 여겨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면인은 곧바로 자신의 주변에 수백, 수천 개의 파편 같은 것을 띄워 올렸다.

[물론 제 능력만 보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제겐 디멘션 쿼츠가 있습니다.]

그것은 전부 디멘션 쿼츠였다. 그의 능력을 결정화한 것으로서, 이것을 사용한다면 제아무리 본신의 능력이 부족하다 해도 충분히 메꿀 수 있었다.

울브스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얼마 전에 공간분단하면서 디멘션 쿼츠를 상당수 소모했는데도, 그 정도의 양이 더 있었다고?”

[지난 10년간 비축해온 물량의 전부입니다. 이제는 이번 공격만 막으면 하나도 남지 않겠군요.]

10년동안 만들어 놨던 비축 물량이라는 말에, 울브스는 조금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으음, 그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보상을 하겠네.”

[보상보다는 일단 지금은 위기부터 모면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단 한번 뿐입니다. 다음 대책은 있습니까?]

제아무리 디멘션 쿼츠로 연합 함대의 포격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그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에 이어 2차 포격을 가한다면 디멘션 쿼츠마저 모두 소모한 인베이더 함대는 전멸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질문에 울브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 대답을 내놓았다.

“대책은 있네. 다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지. 설마 놈들이 저런 수를 내놓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서였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럼 바로 준비해 두십시오. 제가 일단 막아내겠습니다.]

“그럼 부탁하겠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면인은 즉시 디멘션 쿼츠들을 자신의 영력에 맞춰 동조, 공명시켰다. 그러자 평소에는 가면인 혼자서 발휘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공간제어의 힘이 기함 가이릭스는 물론 인베이더 함대 주변으로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끼긱! 끼기기긱!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규모를 더해나갔고, 급기야 함대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왜곡장이 되었다.

끄그그긋!

이것이 바로 공간을 왜곡해 만든 공간격리현상. 현실의 공간을 뒤틀어서 개별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공간 제어 기술 중 하나였다.

위상공간과 비슷한 개념이면서 조금 다른 형태의 원리로 발생되는 이 현상은, 차원 간섭에 이르지 못하는 모든 물리력을 차단한다.

그리고 그 위로 연합 함대가 쏟아낸 전 포격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쿠콰콰콰!

무지막지한 화력 앞에 우주공간이 들썩였다. 수많은 빛과 화염이 뒤덮으면서 전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베네트 국장의 눈은 냉철하고 날카로웠다.

시야가 가려져 있긴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감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인베이더 함대가 포화 속에서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물론 피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대하던 것에 비하면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다.

“그렇군. 이게 그 공간제어 능력을 가졌다는 자의 수법이겠지?”

그도 연합 함대의 포화가 작열하기 직전, 인베이더 함대를 둘러싼 기묘한 왜곡 현상을 눈치 챈 상태였다. 그리고 이진운에게 들었던 리겔이란 자가 인베이더와 협력 관계임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지. 한번은 막아도 과연 두 번까지 막을 수 있을까?”

디멘션 쿼츠라는 특이한 결정체를 만들어 본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곤 하지만, 그것도 비축한 물량이 소모되고 나면 끝이다. 아마 이번 공격을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그 물량이 동이 났을 거라 예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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