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171화 (172/448)

7권-21화

쾅! 콰아앙!

성대한 폭발과 함께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모든 물리적 공격을 그대로 투과해 지나가도록 만든 위상전환이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 폭격은 그러지 못했다. 미사일들 중 일부가 닿는 순간,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 데미지가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기점으로 현실과 위상공간을 나누던 경계에 금이 가더니 급속도로 붕괴를 일으키고 있었다.

콰장창창!

급기야 인베이더 함대를 둘러싼 위상공간이 완전히 붕괴해 사라졌다. 이제 놈들은 완전히 발가벗겨진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오퍼레이터가 흥분에 차 외쳤다.

[인베이더 함대의 위상전환 성공적으로 해제 됐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곧바로 주포를 먹여준다! 준비하고 있던 출력을 집중시켜서 일점 조사!”

[그래비티 블래스트 셋 업!]

아르페인이 그렇게 명령하자, 오퍼레이터들이 서둘러 포문을 개방시켰다.

워프 아웃에 들어갈 때부터 제네레이터의 출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만큼, 그래비티 블래스트에 돌릴 에너지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우우우웅!

포신에 집결되는 막대한 중력자! 그것이 팽배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막대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자, 쏴라!”

아르페인의 외침과 함께, 포신을 떠난 막대한 중력파가 검은 광채가 되어 뻗어나갔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깊고 어두운 그것은 더 이상 위상전환공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베이더 함대를 덮쳐버렸다.

쿠구구구!

인베이더들도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미 붕괴해버린 위상전환 대신 재빨리 배리어를 전개하는 한편, 함대를 사선상에서 물리기 위해 최대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이미 때늦은 뒤였다.

제대로 출력을 끌어올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전개한 배리어 따윈 그래비티 블래스트 앞에선 종잇장보다 못했고, 회피를 위한 기동도 광범위한 범위를 쓸어버리는 그래비티 블래스트 앞에선 별 의미가 없었다.

인베이더 함대는 자신들에게 닥친 끔찍한 재액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콰아아아아!

수많은 전함들이 우그러드는 깡통처럼 압괴되다가 성대히 폭침하였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의 폭죽놀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연달아 터져나가는 그 모습에 오퍼레이터들이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들이 봤었던 위상전환에 보호받는 인베이더 함대는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도이벤 행성에서도 놈들을 상대로 치고 빠지던 그때, 얼마나 치를 떨었던가.

하지만 위상전환에 대한 확실한 대응수단이 생긴 이상, 더는 놈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직 방심하기엔 일렀다. 인베이더 함대가 꽤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함대 전체가 전멸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모함으로 짐작되는 준대형 전함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을지언정 전투불능에 이르진 못했다.

아르페인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명령을 내렸다.

“곧바로 2차 조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놈들도 생각이 있다면 보고만 있진 않겠지. 분명 이쪽에서 주포를 쏘지 못하도록 최대한 접근해올 거다. 그러니 가까워지지 않도록 간격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준비에 들어가도록”

[예!]

그렇지만 이렇게 명령을 내린다 해도 인베이더들의 접근을 막긴 어려웠다. 놈들도 그만큼 필사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전에서 활약하는 고속형 개체들의 가속도는 단거리에 한정한다면 전함마저 뛰어넘는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센서에 몇 개의 반응이 포착되었다. 뿌리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개체들이었다.

[인베이더 급속 접근 중! 모두 다섯 개체! 성멸 급입니다.]

오퍼레이터들이 그렇게 보고해 왔지만, 아르페인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이미 이를 대비한 전력이 해치 바깥으로 나가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옆에 띄워진 통신 화면에 대고 작게 말했다.

“그럼 사령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금세 베어줄 테니!]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진운은 함상 위에서 튕기듯 몸을 던졌다. 궁신탄형의 한 수로 가속하면서 우주공간으로 빠르게 날아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배틀 슈트의 플로트 윙이 전개되면서 그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어찌나 빠른지 이젠 그의 모습이 우주공간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극도로 가속화된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그리고 저 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성멸 급 인베이더 다섯의 모습도 아주 선명하게 시야 안에 비치고 있었다.

마이스터 급과 맞먹는다는 성멸 급 다섯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진운의 입가에는 더없이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시간 끌 것도 없이 단숨에 끝내주마!”

그 순간, 이진운의 신형이 분열하기 시작했다.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늘어난 그의 신형은 어느새 일곱이 되어 성멸 급 인베이더들을 포위하듯 에워싸고 있었다.

빠르게 날아들던 녀석들은 그런 이진운의 모습에 깜짝 놀라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신기루나 허상이 아니었다. 분열한 일곱 개체 모두 분명한 실체였던 것이다.

하긴 놈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 이것이 중원 무림에서도 이름 높았던 점창의 경신절학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는 창응칠식(蒼鷹七式)의 칠위현조(七位顯爪)란 사실을.

공중에서 동시에 일곱 방위를 점거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이 비의는 한 번 걸려든 상대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끝없이 변화하면서 상대를 완전히 옭아매기 때문이었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인베이더들은 이진운을 뿌리치지 못했다. 속도를 높여보기도 했고, 각자 다른 방위로 흩어져 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일곱 방위를 점거한 이진운을 떼어놓는 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발악하듯 덤벼보기도 했지만, 그들의 공격은 이진운에게 채 닿지도 못했다. 마치 그와 인베이더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아득한 거리의 공간이 존재하기라도 한 것처럼, 한없이 뻗어나가다 저절로 힘이 다해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놈들의 발악을 지켜보던 이진운의 검 끝이 드디어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수유(須臾)의 섬광 같아서 눈에 비친 것은 단 한번 뿐이었지만, 그것이 낳은 궤적은 결코 하나가 아니었다.

수백 수천, 아니 수만에 이르는 궤적들이 인베이더들의 주변 공간을 완전히 둘러싸 버렸다.

그것은 검광이라기보다는, 마치 눈부신 섬광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 제 1식. 쾌룡무영(快龍無影)

비의. 섬룡광현(閃龍光顯)

검광이 사라진 뒤, 인베이더들의 전신은 완전히 조각나 흩어졌다. 얼마나 산산이 조각이 났는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것이 바로 점창의 쾌검절학인 분광검마저 능가하는 한 수! 빛보다 빠른 참격 앞에선 성멸 급 인베이더라 해도 인지할 수 없는 사이에 베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칠위현조를 전개해 일곱 방위를 동시에 점거한 상태에서 펼쳐진 섬룡광현이라면 성멸 급이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라 하더라도 쉬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카멜롯에서 이 광경을 목도한 오퍼레이터들도 경악에 차 중얼거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번쩍 하더니 인베이더들이 사라졌잖아!?]

[미친! 지금 측정 속도 봤지?]

[세상에··· 일순간이긴 했지만 사령관님의 검속이 무려 빛보다 세 배 정도 빨랐어! 센서가 고장 난 게 아니라면 사실이란 건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야?]

그런 소란을 아르페인이 말 한마디로 진정시켰다.

“그만! 다들 집중해라! 아직 적은 전멸한 게 아니야!”

그랬다. 이진운의 검에 성멸 급 인베이더들이 쓰러지긴 했지만, 잔존 함대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제야 오퍼레이터들도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우리 사령관님은 그 끝을 알 수가 없군.’

한계가 여기까지라 생각하면 언제나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이진운이었다. 아르페인도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성멸 급 개체 다섯을 단숨에 제거한 무위에는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연합의 본대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는 게 중요해.’

만일 짐작한 것처럼 아군이 참패라도 한 거라면, 인피니티 킹덤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라인트라 전체가 인베이더들의 세력권으로 바꾸었다는 소리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부디 그러지 않길 바라야지.’

그는 내심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눈앞의 인베이더들을 전멸시켜나갔다. 이제 막 조사 준비가 끝난 주포로부터 그래비티 블래스트가 또 한 번 검은 광채를 쏟아내고 있었다.

* * *

두 번째 그래비티 블래스트의 조사로 인베이더 함대는 전멸에 준하는 타격을 입었다. 모함인 준대형 전함이 침몰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아르페인은 곧바로 놈들을 몰아쳐 전멸시켜 버렸다. 어차피 이진운의 손에 핵심 전력들이 사라진 지금, 남은 인베이더의 전함 따윈 연습 과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무사히 인베이더를 전멸시킨 뒤, 그들에게 쫓기고 있던 아군 함대를 향해 통신을 보냈다.

[여긴 관리국 소속 독립 라이선스 보유 함대, 인피니티 킹덤! 응답하라.]

상대도 이쪽의 식별신호를 확인했는지 곧바로 통신을 보내왔다. 통신기능 자체도 망실이 제법 있었는지, 화상통신이 아니라 문자 형태로 전문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쪽은 연합 북부 3전대 소속 함대, 레기엔드. 위기에서 구원해준 귀 함대의 도움에 대해 감사함을 먼저 전달한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전문과 함께 등록된 함대의 식별신호를 분석한 결과 함대 소속과 함대 명, 모든 것이 일치했다. 같은 연합 소속의 아군 함대가 틀림없었다.

확인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문을 보냈다.

[귀 함대의 데미지가 큰 것으로 보이는데, 도움이 필요한가?]

[손실이 크긴 하지만 긴급 수리하면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귀 함에 의해 인베이더들도 전멸한 지금, 당장 본 함이 위험한 일도 없는 지금 다른 부탁을 하고자 한다.]

[다른 부탁?]

아르페인이 의아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볼 때, 지금 레기엔드 함대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는 상태가 아니었다. 인베이더 중형 전함 몇 척만 떠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함대의 수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지금 즉시 ZPDE-40121로 가서 위기에 빠진 아군 함대를 구원해 주었으면 한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곳에 아군이?]

[본 함대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 좌표의 아군 함대는 반드시 구해 내야 한다. 그래서 본 함대도 일부러 미끼를 자처했지만, 인베이더 놈들도 멍청하진 않아서 우리가 유인할 수 있었던 건 방금 전 봤던 전력이 전부였다.]

이제야 대충 사정을 알 것 같았다. 레기엔드 함대가 이런 위기에 처한 것도 결국 아군 함대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적들을 유인하느라 그랬던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의문이 들었다. 구하려는 아군 함대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자신들의 안위보다 그쪽을 먼저 구해주길 바란다는 말인가.

그래서 그 함대의 이름을 물었다.

[그럼 위기에 빠졌다는 아군 함대의 이름은?]

그러자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아니 그만큼 다급하다는 건지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골드 서퍼. 천외오천 중 하나인 마탄의 사수의 함대다. 다른 건 몰라도 그의 함대만큼은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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