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151화 (152/448)

7권-01화

관일창(貫日槍) 제 8식. 관일여명섬(貫日黎明閃)

극의. 탄천일광현현시(嘆天日光顯弦矢)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리꽂히는 빛의 화살! 그 압도적인 모습에 어느 누구도 움직일 줄 몰랐다.

심지어 그 일격을 감당해야 하는 카룬다임조차 굳어진 석상마냥 멈춰서 있었다.

쿠구구구!

함상 전체를 물들이는 눈부신 빛과 함께 진동과 굉음이 널리 퍼져나갔다. 화살이 작열하는 순간, 엄청난 힘의 격류가 사방으로 번져나가면서 인베이더의 코어 함까지 뒤흔든 것이다.

그리고 빛이 사그라진 뒤, 격렬한 진동 속에서 간신히 몸을 가눈 일행이 보게 된 광경은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다.

카룬다임의 가슴 정 중앙을 거대한 빛의 화살이 정통으로 꿰뚫고 있었다. 심지어 카룬다임은 그에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좀 전까진 이진운의 공격에 거듭 당하면서도 매번 회복하면서 반격해온 모습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카룬다임의 입이 힘겹게 열렸다. 더 이상 저항할 여력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이 화살··· 평범한 강기가 아니구나.]

이진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해주었다.

“탄천일광현현시. 본문의 절학 중 하나인 관일창의 극의라 할 수 있는 수법이지.”

[그렇군. 이게 바로 무공의 진수라는 건가···.]

쩌적! 쩌저적!

그 순간, 카룬다임의 전신이 마치 메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회복될 기미조차 안 보였다.

그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카룬다임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사상··· 아니, 이건 그보다 더 너머에 존재하는 섭리에까지 닿았군. 크흐흐··· 하긴 그렇지 않고선··· 내 본질까지 정확히 꿰뚫을 리가 없지.]

그랬다. 이진운의 마지막 한수 탄천일광현현시는 카룬다임의 본질을 꿰뚫은 상황이었다.

제아무리 그가 초월자라 하더라도, 고작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일개 단말에 불과한 이상 본질에 입은 타격을 다시 회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카룬다임은 더더욱 납득이 가질 않았다.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기보다는,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였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가 없군. 이건 필멸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영역의 힘인데··· 어째서 네놈이······.]

그 말을 끝으로 카룬다임의 육신은 완전히 부서져 흩어졌다. 단말의 본질이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육체도 이를 따라 같이 소멸을 맞이한 것이다.

“저··· 정말로 해치웠잖아?”

레이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카룬다임의 단말을 해치울 수 있는 건 자신의 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진운은 그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카룬다임을 완벽하게 쓰러뜨렸다.

특히 그가 보여준 마지막 한수는 가히 전율스러울 정도였다. 아직 그랜드 급에도 도달하지 못했으면서도 그런 압도적인 수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그가 체득하고 있는 무공이란 영능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하지만 그때, 멀쩡해 보였던 이진운이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정도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아리엔들이 다급히 달려 나갔다.

“스승님!”

“어디 다치셨습니까?”

하지만 이진운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그의 안색은 더없이 창백해 보였다.

“아니, 괜찮으니까 호들갑들 떨지 마라. 조금 무리했을 뿐이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진운의 상태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카룬다임을 단숨에 해치우기 위해 너무도 많은 무리한 수를 사용했으니까.

‘역시··· 지금 경지로는 아직 멀었나?’

비록 단말에 불과할지라도, 카룬다임은 초월자였다. 그런 자의 본질을 없애기 위해선 심검을, 그것도 현경의 끝에 도달해야 닿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심검이 필요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화경의 초입에 도달한 지금 수준으로는 결코 무리였다.

역기충혈대법으로 진기를 증폭한다 해도, 경지를 뛰어넘을 순 없는 법이었고, 만유합원신기가 외부의 기운을 받아들이게 해준다 해도 그가 가진 단전의 용량 한계인 2갑자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사용하게 된 것이 바로 금주에 의한 상단전의 강제적 개방이었다.

온갖 사법과 금주가 담겨 있다는 천단금서에는 수련을 통하지 않고도 상단전을 여는 방법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진운은 그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내가 현경 너머까지 도달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폐인이 될 뻔했어.’

강제적으로 상단전을 열면서 전에 없던 막대한 기운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다룬 기운이 2갑자 남짓이었다면, 방금 전 카룬다임을 해치운 순간 다룬 기운의 양은 무려 수십 배에 이르고 있었다.

하긴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절대 카룬다임의 본질을 없애지 못했을 것이다.

이진운은 말없이 자신의 내부를 돌아보았다. 금주의 힘으로 강제로 열어젖혔던 상단전은 다시 예전처럼 서서히 닫혀가고 있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간신히 전생 시절에 가까운 힘을 다루게 되었는데, 다시 사라진다는 것이.

하지만 금주의 힘으로 강제로 연 상단전은 일시적이었다. 올바른 수련에 의해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 이상, 상단전은 이제 다시 열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도 성과가 아주 없진 않았다.

‘조금 무리한 대가는 얻었군. 전보다 경지가 많이 올랐어.’

상단전이 닫히긴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실로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단전의 크기는 2갑자에서 단숨에 3갑자까지 뛰어오른 데다, 그의 경지도 절대지경의 초입에서 상위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현경이 멀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상단전은 닫혔지만 완전히 닫히진 않았다. 전생 시절 그가 현경을 거쳤던 경험 때문인지, 상단전은 아주 실낱같은 수준으로 개방되어 있었다.

물론 이 정도로는 큰 공능을 발휘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절대지경에서는 절대 보여줄 수 없는 힘을 발휘하게 해줄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던 그때, 레이첸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울려왔다.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카룬다임을 쓰러뜨린 거지?”

이진운이 그쪽을 돌아보자, 레이첸이 경악과 의문이 뒤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양지에 전신 마혈이 제압되는 바람에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순 없었지만, 목 위는 멀쩡했던지라 카룬다임이 쓰러지는 광경을 똑똑히 목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진운은 그를 응시하더니 짧게 입을 열었다.

“만류귀종이란 말이 있지.”

“뭐?”

낯선 단어라 알아듣지 못하는 레이첸에게, 이진운은 간단히 풀어 설명해 주었다.

“내 고향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존재하지만, 계속 걷다 보면 결국 그 수많은 길들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는 것이지.”

이진운은 레이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일양지에 제압된 그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간신히 움직일 수 있게 된 그에게 이진운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다루는 힘도 그와 마찬가지다. 네 힘이 카룬다임의 본질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만이 유일하진 않다는 말이지. 영능이라면 뭐든 극에 이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어.”

“그래서 아저씨도 그 극이란 수준에 이르렀다 이거야?”

“그래, 완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지. 그 덕분에 조금 무리하긴 했지만······.”

“······.”

이진운의 설명을 듣고 난 레이첸은 침울한 얼굴이 되었다. 기껏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사용하지 않아야 할 힘까지 끌어올렸는데, 괜한 헛된 일이 된 것 같아서였다.

그런 레이첸의 생각을 읽은 듯, 이진운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다루는 그 힘,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

“···알아. 바이우드 가의 혈족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 일개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고.”

“아마 오늘 네가 사용한 그 힘 때문에 수명이 십년 이상은 줄었을 거다. 아마 그 술진이 더 지속됐다면 네 수명 전체가 날아갔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잠시 멈칫했던 레이첸이 곧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맞아. 아저씨 말대로 카룬다임이 소멸할 때까지 계속 유지했다면 아마 그랬을 거야.”

“네가 다루는 힘의 정체가 대충 어떤 방식인지는 알겠더군. 네 아버지가 강신을 언급했을 때도 그랬지만, 너를 제압하면서 확실하게 느꼈지.”

정확히 말하자면 바이우드 가문이 다루는 힘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강신을 위한 술진을 새겨두고, 계약한 대상으로부터 힘을 얻는 방식이었다.

다만 계약 방식이 강신에 가까운 만큼, 힘을 사용할 때마다 초월적 존재로부터 조금씩 영육을 침식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힘을 사용할수록 단명할 수밖에 없는 바이우드 가문이 겪는 업이자 후유증이었다.

“고위 존재와 계약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특히 그 대상이 선(善)이나 정(正)에 속한 존재도 아니고 마(魔)에 속한 존재라면 그 부담은 더 클 수밖에.”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우리 가문의 선조께서는 당장 인베이더를 무찌르기 위해 힘을 빌려줄 존재를 찾았고, 지금 우리 가문의 혈족과 이어진 카르테인만이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줬거든.”

“역시 그랬군.”

이진운은 한 차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잘 하면 너희 가문이 겪는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지금 내가 뭘 잘못들은 거야?”

레이첸은 일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건 전혀 상상도 못했던 말이어서였다.

이진운은 다시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잘못 듣지 않았다. 힘을 다룰 때 따라오는 후유증을 최소화 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말도 안 돼! 지금까지 우리 가문이 거의 수백 년 동안 찾아왔어도 끝내 포기한 일이었는데··· 그게 아저씨한테는 가능하다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님을 확인한 레이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 전 카룬다임이 쓰러진 순간에도 지금처럼 경악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시도해 볼 방법이 있는 건 사실이지. 그리고 비교적 가능성도 높고.”

“그게 정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일단은 이곳을 벗어난 다음에 다시 말하는 게 좋겠군. 이제 이 코어 함도 한계에 이르렀어. 더 이상 여기 머무는 건 위험해.”

“아!”

그제야 레이첸에게도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함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카룬다임과 이진운이 격전을 벌이면서 그 여파로 망가진 데다, 마지막 순간에 사용한 탄천일광현현시가 카룬다임과 코어 함까지 그대로 꿰뚫으면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이 타고 왔던 고속함이 접근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리스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어서들 타! 이제 1분만 있으면 그 함 폭발할거야! 서두르라고!]

이진운 일행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고속함에 올라탔다. 목적도 성공적으로 달성한 이상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하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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