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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51화 (52/448)

3권-01화

헌데 그때였다.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 지상에서 뭔가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것이 포착되었다.

“조심해라! 대공 공격이다.”

오르큐스의 경고성 외침에 교육생들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솟구쳐 오르는 다수의 빛줄기들! 광선공격이었다.

베트론의 플라즈마 캐논이 두 차례나 퍼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망가지지 않은 대공 무기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베이더들 중에서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개체들도 상공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허나 이 상황도 이미 상정해두고 있던 수많은 경우 중 하나일 뿐이다.

교육생들 중 방어에 특화된 능력을 각성한 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공중이라 발을 디딜 수가 없어 좀 불안정했지만, 능력을 전개하는 데엔 큰 문제가 없었다.

“막아라, 실드 비트(Shield beat)!”

“탄막 전개! 풀 버스트(Full Bust)!”

“데미지 업소브(Damage Absorb)!”

일순간에 수백 수천에 이르는 자율유도형 탄막이 폭우처럼 쏟아지면서 적들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수십 개에 달하는 빛의 방패들이 허공을 누비면서 적들의 포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물론 그 수가 워낙 많아서 미처 막아내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교육생들 전체를 둘러싼 방어막이 데미지의 대부분을 상쇄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각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소출력의 공격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대 전함전을 상정한 고출력의 포격이 날아올 것이다.

게다가 그럭저럭 감당할 만하던 소출력의 공격도 갈수록 수가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럭저럭 분전해 막아내던 교육생들도 이젠 벅차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고오오오!

아니나 다를까. 저 지상으로부터 들끓는 기운이 느껴졌다. 막대한 기운의 응집! 지금까지의 공격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그것을 느낀 모두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번에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콰우우우!

대기를 꿰뚫고 솟아오르는 두터운 섬광기둥! 대함포격이었다. 이건 교육생들의 실력으론 막을 수 없었다.

‘이대론 안 되겠군. 내가 나서야겠어.’

이진운이 나서려던 그때, 그보다 한발 먼저 나선 이가 있었다. 바로 선임교관 오르큐스였다. 그가 양 손을 활짝 펼치며 외쳤다.

“단절하라! 수호의 격벽!”

일순 허공이 일렁이더니 무형의 장벽이 교육생들의 주변을 빈틈없이 둘러쌌다.

공간을 단절하는 역장결계의 현현이었다.

콰아아아아!

무시무시한 빛줄기가 역장 결계 위를 그대로 직격하였다. 하지만 빛줄기에 실린 막대한 충격과 열은 조금도 결계를 침범하지 못했다.

“사··· 살았다!”

“진짜 무시무시하구나.”

교육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대함포격은 오르큐스의 결계로 어떻게든 막아냈다지만, 적들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방심하지마라! 놈들이 온다!”

“에?”

오르큐스가 외치기가 무섭게 저편에서부터 날카로운 괴성이 들려왔다.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하늘을 나는 다수의 형체가 보였다.

카아아악!

“비행타입!?”

“[데드 플라이]다!”

뼈만 남은 형태의 언데드 괴조들. 그것들이 바로 데드 플라이였다. 등급 자체는 E랭크로 크게 높지 않지만, 비행 타입이란 것이 성가셨다. 그리고 단단한 금속마저 베고 지나가는 날개와, 입으로 화구(火球)를 뿜어내는 공격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화아악!

데드 플라이들이 입에서 화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교육생들은 플로트 윙을 활용해 공격을 피하거나 방어하면서 즉각 대응에 나섰다.

“우랴아압!”

기합과 함께 휘두른 주먹에 전류가 실리면서 선두에 있던 데드 플라이 두 기를 그대로 으깨어 버렸다.

“다 죽어버리겠어!”

마틴은 사납게 웃으며 곧바로 다음 타깃을 찾아 움직였다. 전자기력을 일으켜 허공에서도 고속으로 이동하는 마틴의 움직임은 데드 플라이의 비행 속도를 능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쉽게 상대한다고 해서 다른 교육생들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었다.

“젠장, 맞질 않잖아!”

“이놈들, 너무 빨라!”

너무도 빠르고 기민한 데드 플라이의 움직임에, 교육생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을 해도 제대로 맞추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제아무리 배틀 슈트의 플로트 윙이 날 수 있게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얼마나 잘 제어하고 다룰 수 있는지의 여부는 당사자의 능력에 좌우되는 법이다. 짧은 훈련기간을 마쳤을 뿐인 교육생들의 비행실력이 태생부터 비행에 최적화 된 데드 플라이를 능가할 순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교육생들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데드 플라이의 무지막지한 머릿수였다.

“이놈들이 무슨 벌 떼냐?”

“뭐가 이렇게 많아?”

하나를 해치우면 둘이 달려들고, 그 둘을 해치우면 배 이상의 숫자가 덤벼들었다. 이젠

배틀 슈트의 방어 기능인 액티브 배리어(Active Barrier.영자보靈子保) 때문에 그나마 사상자는 없었지만, 그 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었다.

헌데 그때였다. 대기를 관통하는 굉음과 함께 저 상공 위쪽으로부터 거체가 내려왔다. 바로 리스티가 탑승한 기간트였다.

이진운은 기간트를 흘깃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너무 늦었다. 리스티.”

[인게이지(Engage)!]

기간트가 강하하자마자, 데드 플라이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 놈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 모양이었다.

“설마, 아까 그 메탈 기어?”

“위험해!”

교육생들이 기간트를 보고 외친 순간, 기간트의 거체에서 막대한 영력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한꺼번에 일소할게요오오!]

외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리스티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마나가 재배열되면서 이 일대를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중위계 정령마법. 아쿠아 크라스<수령격침水靈擊針>

어느새 허공에 출현한 무수한 수창(水槍)!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그것들은 마치 교향곡을 지휘하는 듯한 기간트의 손짓에 따라 데드 플라이들을 일제히 덮쳐나가고 있었다.

그것으로 전투는 종결되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아쿠아 크라스는 놀랍게도 수천에 달하는 데드 플라이들을 단 한 번에 일소시켜버린 것이다.

교육생들은 경악한 눈으로 기간트를 향했다.

“뭐야, 이 메탈 기어? 이능을 사용하잖아!”

“관리국에서 새로 개발한 신병기인가?”

지금까지 그들이 아는 메탈 기어는 기껏 해봐야 영자 제네레이터의 에너지로 탄환이나 미사일 등에 영력을 조금 싣는 게 전부인 수준이었다. 이렇듯 기간트 자체가 직접적으로 영력을 운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오르큐스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정말 놀라운 성능이군.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출격 전에 기간트에 대해 설명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직접 보고나니 그 성능이 상상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그냥 중위계 수준이 아니라, 거의 상위계 마법에 맞먹는 위력이 아닌가.

‘적어도 B랭크 급.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만한 전력이 더해진다면 승산은 더 높아질 테니까.

점점 지상이 가까워지자, 하이브 인근의 정경이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으아! 엄청나잖아.”

“뭐야, 저 미친 숫자는!”

바글거린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엄청난 수의 인베이더들이 하이브 주변에 깔려 있었다. 발 딛을 틈이 없다고 하는 게 옳을 정도다.

그 대부분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양산형에 불과했지만, 숫자가 저 정도 되면 절대 쉽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이진운은 상황을 냉정하게 살폈다. 이대로 지상에 착륙했다간 자신과 몇몇 사람은 몰라도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양산형들에게 숨 쉴 틈조차 없이 둘러싸인 채 공격당할 게 뻔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 말로 자신이 나설 차례였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자네 지금 무슨!?”

오르큐스가 그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 외쳤지만, 이진운의 신형은 이미 한 줄기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속도로 지상을 향해 쏘아지는 급강하! 점창의 경공절학인 응조칠식경공(鷹鳥七式輕功)의 한수였다.

세찬 바람이 얼굴에 부딪쳐 왔지만, 그는 호신진기를 일으켜 외부의 영향을 차단했다. 그리고는 검으로 허공에 원을 그렸다. 그것은 둥근 궤적을 반복적으로 거듭하면서 맹렬하게 회전했고, 그것이 정점에 달한 순간 무시무시한 대기의 흐름이 그 원 안으로 빨려 들어가 응집되었다.

급풍쾌검(急風快劍) 제 4식. 폭렬전궁(爆裂電弓)

비의. 광풍멸도(狂風滅道)

쿠콰콰콰콰!

한껏 응집되었다가 해방되는 검풍의 해일이 지상 위를 노도처럼 덮쳐나갔다. 그것은 말 그대로 파괴의 바람이었다. 닿는 순간 양산형들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박살나 흩어졌고, 급이 낮은 침공 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박살난 인베이더만 무려 수천 기. 인베이더들로 빼곡했던 지상 위에 무려 직경 수백 미터에 이르는 공백이 생겨났다.

이진운은 자신이 만들어낸 텅 빈 자리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의 검풍에 휘말리지 않은 다른 인베이더들이 성난 기세로 포효를 터뜨렸다.

쿠어어!

카우우!

하지만 이진운은 그런 놈들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이제부터 우리 병아리들을 위해 깨끗이 청소부터 시작해야겠군.”

고오오오!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그가 하늘을 겨누듯 들어 올린 검 끝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산들바람처럼 시작된 그것은 점차 속도와 규모를 더해갔고, 종국에는 사나운 광풍이 되었다.

쿠오오오오!

중첩에 중첩을 거듭한 광포한 검풍의 회전! 그것은 점점 밀도를 더해가더니, 이젠 거의 사막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용권풍으로 화해 있었다.

급풍쾌검(急風快劍) 제 5식. 천멸광섬풍(天滅光閃風)

콰우우우우우!

마치 용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와 함께 용권풍이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말 그대로 광풍! 이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광풍멸도에 겨우 버텨냈던 인베이더들도 이번 한 수에는 견디지 못했다. 이건 놈들에게 있어 불합리한 폭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그가 만들었던 공터가 더욱 넓어졌다. 이젠 Km단위를 써야 할 정도였다.

“역시 쉽진 않군.”

이진운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한 수 덕분에 무려 이 갑자에 달하는 진기가 한순간에 소비되었다. 단전에서 허한 느낌이 올라왔지만, 그것은 만유합원신기에 의해 금세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이만큼이나 소모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생에 비한다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서였다.

“미친! 저것 봐. 다 쓸려나갔잖아?”

“진짜 말도 안 되네! 검으로 허리케인을 만들어서 적을 쓸어버리다니. 이게 무슨 검술이야?”

“···정말로 언빌리버블이군!”

이제 막 지상에 착지한 교육생들이 경악의 눈으로 이진운을 바라보았다. 그 덕분에 안전하게 착지하게 됐지만, 이럴 때마다 그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오르큐스가 교육생들을 다그쳤다.

“자아, 다들 집중해! 여기는 적진 한 가운데다. 지금 적이 일시 물러섰다고 해서 방심할 게 아니야. 전투는 이제부터가 진짜일 테니까.”

“예.”

“작전은 알고 있겠지? 여러분들은 하이브의 수비병력들을 상대로 시간만 끌어주어도 좋다. 침공급 이상의 인베이더는 나나 교관들이 맡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이진운 일행을 힐끔 쳐다본 오르큐스는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여기 이진운 씨나, 리스티 양의 기간트가 없었다면 여러분들 중에선 분명 사상자가 나왔을 것이다.”

“······.”

어느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강하 중에 받았던 공격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운이 좋으리란 법이 없다. 그러니 각오들 해라. 언제 어느 때든 자신이나 동료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항상 가슴속에 명심해두고 전진해라.”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진운의 천멸광섬풍으로 주변의 적들이 쓸려나간 바람에 조금 여유가 생겼을 뿐, 여기는 적진이었다.

마치 밀려갔던 썰물이 다시 되돌아오듯, 주변에 넘쳐나고 있던 인베이더들이 빈틈을 메우듯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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