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21화
크르르!
“마치 짐승 같은 놈이군. 알데마란은 인간처럼 말도 하더니, 이놈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가 보지?”
차갑게 웃은 이진운의 검 끝에서 시푸른 광망이 치솟았다. 검기의 첨예한 예기가 자신을 향해 겨눠지자, 레이즈 워커의 전신에서 풍겨오는 살의도 더욱 흉험해져갔다.
“아무튼 네놈은 지금부터 날 상대해줘야겠다, 괴물. 정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다면 우선 나부터 쓰러뜨려 봐라.”
그가 도발하듯 던진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레이즈 워커의 기세가 갑자기 검으로 집중되었다. 그러자 검붉은 기운이 한데 응집되면서 마치 검기와 같은 형상을 이루었다.
“역시··· B+랭크라고 하더니 그 정도 재주는 부리는군.”
당장이라도 공간을 쪼개올 것만 같은 첨예한 예기. 여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아마 자신의 목이 검에 베인 듯한 착각에 휩싸일 만큼 강렬했다.
하지만 검기라고 해서 다 같은 검기가 아니었다.
이진운의 검 끝에서 피어오르고 있던 검기의 기세가 아지랑이처럼 번져나가더니, 어느새 주변 공간을 보이지 않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검기상인의 경지였다.
“쿨럭! 뭐··· 뭐지 방금 그건?”
“크··· 이제야 숨을 쉴 것 같아.”
이진운의 무형지기가 레이즈 워커의 기세를 차단하자, 그제야 사람들이 숨을 몰아쉬면서 헐떡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들의 숨통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진운은 레이즈 워커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다들 멀찌감치 물러서. 자칫 잘못하면 지금처럼 휘말린다.”
그 말을 듣고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방금 전까지 레이즈 워커의 기세에 노출되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들어는 봤지만, 이렇듯 직접 경험해보긴 처음이었다.
사람들은 즉시 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베이더와 싸우다 죽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레이즈 워커와 이진운의 싸움에 휘말려 개죽음 당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덕분에 넓은 공간이 확보되면서 이진운도 마음껏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온갖 절기를 사용하면서 싸우기엔 사실 너무 비좁았기 때문이다.
“이제야 좀 싸울 만해졌군.”
-크르릉!
레이즈 워커에게서 흘러나오는 괴성은 더욱 살벌해졌다. 인간을 적대시하는 인베이더의 습성대로 놈은 인간을 죽이기 위해 계속 이진운의 빈틈만 찾고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이진운에게서 흘러나오는 무형지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일 그가 기세로 붙잡아두지 않았더라면 멀찌감치 물러서려던 사람들을 뒤쫒아 한 차례 학살을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의 대치도 잠시 뿐. 점점 누적되어가는 기세의 폭풍이 어느 정점에 이른 순간, 레이즈 워커와 이진운의 신형이 폭발적인 속도로 맞부딪쳤다.
콰아앙!
마치 고폭탄이라도 터진 듯, 성대한 폭음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단지 검을 맞댔을 뿐인데도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하지만 그들 둘의 본격적인 대결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피피피핑!
무수한 검기의 현현!
그것들은 촘촘한 그물처럼 뻗어 나와 레이즈 워커의 전신을 난자해 나갔다.
분광십팔수검(分光十八手劍)
섬전분광(閃電分光)
빛살처럼 쏟아지는 검기의 세례를, 레이즈 워커는 하나하나 쳐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막아낼 순 없었다. 몇 개의 검기가 놈의 상박과 다리를 쓸고 지나갔다.
-크우!
낮은 비명 같은 소리. 하지만 놈은 그 정도로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리가 없었다.
레이즈 워커는 7대 성좌 중 죽음의 왕 모르스카의 휘하에 있는 언데드 중 하나. 고작 검기에 베인 정도로 어찌 될 리가 없었다.
놈이 검을 곧게 쳐들었다. 그러자 막대한 영력이 집중 되더니, 무려 수십 미터에 이르는 칠흑빛 검기가 하늘을 꿰뚫을 듯 치솟는다.
우우우웅!
내리긋는 동작과 함께 칠흑빛 검기가 궤적을 그렸다. 광범위한 영역을 쓸어나가는 그 위력에 이진운도 잠시 놀랄 정도였다.
콰콰콰콰!
엄청난 위력의 검기가 주둔군의 진영 일부를 초토화 시켰다. 다행히 이진운이 사람들을 멀리 물러나게 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둔군의 설비가 상당 수 박살나 흩어져 있었다.
만일 도심에서 이런 공격을 해왔다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인베이더 놈들은 하나같이 무지막지하군.”
이진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놈이 이룬 경지 자체는 절정 수준에서도 평범한 축에 속했지만, 보유한 영력의 양은 터무니없을 정도였다.
현재 자신의 내공 수위가 겨우 1갑자 반을 넘기고 있는 수준. 놈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아 보였다. 적어도 7-8갑자 이상은 될 것이다.
‘하지만 싸움의 승패는 내공 수위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
내공이 많으면 그만큼 유리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승리하기 위한 수많은 구성요건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쾅!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몸을 튕겨낸 그의 신형이 레이즈 워커를 향해 번개처럼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그 추진력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의 검은 아득한 속도로 뻗어나가 극쾌의 궤적을 그려냈다.
분광십팔수검(分光十八手劍)
섬뢰일정(閃雷一挺)
그것은 마치 한 줄기 섬광이 공간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이미 강력한 공격으로 일순 경직된 상태에 놓인 레이즈 워커로서는 피할 도리가 없었다.
콰직!
갑주에 둘러싸인 가슴팍이 섬뢰일정의 검기에 꿰뚫렸다. 마치 거대한 빛으로 이루어진 작살에 꿰뚫린 듯한 광경이었다.
섬뢰일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극쾌 검격인 만큼, 다른 사람들 눈에는 뭔가가 번쩍 하는 순간 레이즈 워커가 쓰러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쓰··· 쓰러졌다!?”
“레이즈 워커를 이긴 거야?”
놀람에 찬 사람들의 목소리. 진멸 급 인베이더를 이렇게 쉽게 쓰러뜨릴 수 았다니,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진운은 검을 거두지 않았다. 레이즈 워커가 쓰러진 것 같이 보여도, 놈의 기세는 거의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놈의 가슴팍은 사람 머리통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뻥 뚫려 있었지만, 그것도 점점 복원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 같았다.
이진운은 살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성가시군. 이래도 안 죽는다는 건가?”
언데드가 어떤 존재인지 배우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성가신 존재일 줄은 몰랐다. 죽은 자를 일으켜 만든 괴물이라더니, 어지간한 수로는 다시 죽이기도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런 놈을 없애는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았다. 다시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숴서 기운을 완전히 소진시키거나, 놈과 상극인 기운으로 소멸시키는 방법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겠어.’
무려 7-8갑자에 이르는 기운을 보유한 녀석이었다. 그것을 다 소진시키려면 얼마나 더 공격해야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놈과 상성인 기운으로 맞서는 방법뿐인데, 그건 신의 힘을 빌려 사용한다는 신성력 뿐이었다.
‘젠장, 신의 힘이라니.’
이곳 오베른 주둔군 내에도 여신교단에서 파견한 성직자는 여럿 있었지만, 진멸 급 인베이더를 소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을 보유한 성직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진운이 알고 있는 도가의 제령의식이나, 현문정종의 힘이라면 놈을 소멸시키는 게 가능할 법도 했지만, 문제는 아직 그가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단은 계속 족치고 봐야겠군.”
그의 검에서 피어오르는 기세가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전신내공을 끌어올린 기세는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것은 푸르고 붉은 기운으로 화하더니 급기야 무시무시한 기세로 타올라 공간을 진탕시켰다.
양의검(兩儀劍)
빙염쇄혼광(氷炎碎魂光)
콰아앙!
서로 상극인 음양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낳았다. 이것이 점창의 절학 중 하나인 양의검이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두 기운의 폭주에 레이즈 워커의 몸이 마치 던져진 돌멩이처럼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놈이 아니었다. 전신에서 피워낸 불길한 기세가 불길처럼 타오르더니, 그 기운을 헤치며 이진운에게 다가섰다.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장점을 활용한 공격법이었다.
“죽지 않는다고 아주 무식하게 나오는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냐?”
차가운 냉소와 함께 이진운의 검은 더 맹렬한 공격을 쏟아내었다. 음양은 서로 상극이지만, 그것은 상생할 경우 더 강력한 기운을 낳을 수도 있었다.
음(陰)이 양(陽)을 보하니, 그것은 저 하늘의 태양이 가진 극양으로 치닫는 도다. 이 또한 세상의 이치니 서로 상극인 기운이 상생함으로서 그것은 보다 더 격렬해지느니라.
양의검(兩儀劍)
천양대혼력(天陽大魂靂)
무시무시한 열기와 섬광이 전면을 강타하면서 타올랐다. 그것은 저 하늘의 태양이 마치 지상 위로 떨어져 내린 듯한 광경이었다.
콰우우우우!
모든 것이 붉게 타오르면서 그 주변으로 무수한 번개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일정 공간을 말 그대로 섬멸하는 이 한수에 다들 할 말을 잃고 쳐다보았다.
어떻게 검 한 자루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력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붉은 열기의 폭풍 중심지 위로 돌연 한 줄기 검은 궤적이 그어졌다.
촤아악!
불길이 좌우 양 쪽으로 길게 갈라지면서 길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인영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진운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역시 쉽게 죽질 않는군.”
무려 8성 공력의 천양대혼력을 맞고도 소멸되질 않다니.
하지만 놈도 아주 성하진 못했다. 한 눈에 봐도 전신이 타고 그을린 상태였다. 풍기는 기운도 예전만 못한 것 같으니, 천양대혼력이 전혀 효과가 없진 않은 듯했다.
-크우우우!
놈이 분노에 찬 포효성을 터뜨렸다. 그러자 전신을 둘러싸고 있던 검붉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대되었다.
아니 그런 수준을 넘어, 기운 자체가 마치 안개처럼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검은 안개라. 이게 놈의 특성인 모양이지?”
빛을 빨아들일 듯한 칠흑빛 안개라서 그런 것일까? 시계가 어두워지면서 레이즈 워커의 모습도 자연히 그 사이로 파묻혀 사라졌다.
‘놈의 기척이 흐려지고 있다. 검은 안개가 단순히 시야만 가리는 게 아닌 모양이군.’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안개와 접촉한 피부가 따끔거렸다. 또한 전신의 감각도 조금씩 둔감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척 자체가 검은 안개에 의해 지워졌다기보다는, 자신의 감각 자체가 둔화됐다고 보는 게 분명했다.
이건 거의 저주에 가까운 효과였다.
“별 쓸데없는 잔재주를······.”
이진운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호신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평상시에도 호신진기가 육체를 상시 보호하고 있었지만, 이걸 더 강화한 것이다.
그러자 감각의 저하 속도가 둔화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이었다.
쉐에엑!
자욱한 검은 안개 사이로 날아드는 한 줄기 궤적!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진운은 귓전을 울리는 파공성과 피부로 와 닿는 대기의 흔들림을 통해 그것을 분명히 느꼈다.
키이잉!
검과 궤적이 부딪치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놈의 기척은 가까워지지 않았다. 존재를 감춰주는 검은 안개 사이에 숨어서 검기를 쏘아내는 원거리 공격만 계속 퍼부을 작정인 모양이었다.
‘이런 식으로 날 말려 죽일 생각이라 이거지?’
놈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막대한 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런 식의 장기전을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이진운은 차갑게 웃었다. 전생의 천화운 시절, 천마신교와 싸우면서 온갖 사법과 저주를 겪어보았다. 인간의 상리를 벗어난 온갖 예측 불허의 수작까지 다 겪어본 자신이, 고작 이 정도에 당황해 쓰러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순간, 이진운의 검 끝이 돌연 작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나에서 시작된 그 원은 어느덧 하나씩 더 늘어가더니 아홉 개의 원이 그려졌다.
위이잉!
그가 그려낸 원들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기세와 속도를 더해가더니 급기야 아홉 개의 거대한 검풍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회풍무류사십팔검(回風舞流四十八劍)
회풍구도(回風九導)
쿠오오오오!
무시무시한 기세로 회전하는 아홉 갈래의 용권풍. 그것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흩어버리고 빨아들였다. 레이즈 워커의 검은 안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둡던 시계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안개가 검풍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면서 농도가 급격히 옅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흐려지는 안개 너머로 레이즈 워커의 모습이 시야에 똑똑히 보였다.
그것을 포착한 이진운의 신형이 어느새 한 줄기 선이 되어 뻗어나갔다. 분광착영(分光捉影)의 섬화탄신(閃化彈身)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절초! 그것이 놀라서 멈칫거리고 있는 레이즈 워커의 목숨을 노렸다.
회풍무류사십팔검(回風舞流四十八劍)
하풍질려(夏風叱旅)
그의 검이 맹렬한 기세로 레이즈 워커를 몰아붙였다. 숨쉴 틈조차 없이 검격을 퍼붓는 연환검인 하풍질려는 마치 휘몰아치는 질풍처럼 놈을 궁지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풍질려는 연환으로 쏟아지는 검로를 따라 종횡으로 휘몰아치는 검풍이 중첩에 중첩을 거듭하면서 갈수록 위력을 다해가는 공능을 가지고 있다.
당장 어떻게 막아낸다 해도, 결국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레이즈 워커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인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놈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몸을 공격의 중심으로 내던져 빈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콰직! 콰드드득!
휘몰아치는 검풍에 왼쪽 어깨와 팔이 그대로 으스러져 소멸해 버렸다. 하지만 팔 하나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면 싸게 먹힌 거라 할 수 있었다.
레이즈 워커는 자신의 팔이 소멸되는 순간 생겨난 하풍질려의 빈틈을 이용해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진운이 예측한 범주 안이었다. 그는 이미 이럴 경우를 대비해 다음 수까지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평으로 세워진 검 끝이 레이즈 워커의 정면을 겨누었다.
그것은 중원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정형적인 선인지로(仙人指路)의 동작.
하지만 그 순간, 수백 수천 가닥으로 형성되는 무수한 검풍들이 레이즈 워커의 모든 방위를 점거하고 있었다.
이건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한수!
그것이 인정사정없이 내리꽂혀왔다.
회풍무류사십팔검(回風舞流四十八劍)
천하도괘(天下導罫)
무시무시한 검풍 다발이 레이즈 워커 단 하나를 향해 폭격처럼 내리꽂혔다. 놈도 대항하기 위해 검은 안개를 만들어내 자신의 주변을 둘러쌌지만, 그것들은 무수한 검풍의 폭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콰콰콰콰!
검풍의 난격이 사그라든 후 드러난 레이즈 워커의 모습은 처참했다.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는 만신창이였다. 아직도 언데드 특유의 불사성은 사라지지 않았는지 다시 복원되고 있긴 했지만, 이미 기운은 크게 쇠한 상태.
이대로라면 놈의 소멸도 머지않았다.
“그럼 이걸로 마무리를 지어주지.”
이진운의 검 끝으로 맹렬한 바람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압축되면서 더 강렬한 형태로 빚어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압축되는 검풍 안으로 레이즈 워커의 검은 안개의 기운까지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좀 전에 검풍으로 흡수해 가둬두었던 안개의 힘까지 여기에 더한 것이다.
우우우웅!
대기가 맹렬하게 울어댔다. 그 중심에 선 이진운의 검 끝이 내밀어진 순간, 한계까지 압축되었던 강대한 광풍이 일제히 해방되었다.
쿠와아아아아!
급풍쾌검(急風快劍)
제 4식. 폭렬전궁(爆裂電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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