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44화 (45/448)

2권-19화

* * *

어느덧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이번 기수의 교육생들은 관리국 본부 앞에 정박 중인 전함 앞으로 일제히 집결하였다.

“이번에도 이 함인가?”

그들이 타야 할 전함은 이진운이 타고 왔던 준대형 급 전함인 프라이스 호였다. 그 익숙한 모습에 이진운은 자신과 이 함이 제법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 차례대로 질서 있게 탑승한다. 소란을 피우는 녀석은 그 자리에서 처벌할 테니 각오 하도록.”

선임교관 오르큐스가 외치자 교육생들은 숨죽인 채 전함에 올라탔다.

하지만 다들 두려움과 긴장을 지우지 못한 표정들이었다. 어떤 이들은 밤을 지새웠는지, 눈 주위가 거뭇거뭇할 정도였다.

“쯧쯧. 저래서 싸울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이진운은 가볍게 혀를 찼다. 물론 저들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리엔이 괜찮다며 말했다.

“그래도 막상 닥치면 다 하게 될 거예요. 시스템의 정신강화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하지만 그런 지구인들 중에서도 유독 이상한 녀석이 하나 있었다.

다들 전투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유독 그 녀석에게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진운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녀석을 유심히 살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대략 13세 정도. 금발을 길게 기른 여자아이였다.

외모로 보면 장래가 촉망될 만큼 아주 귀여운 소녀였지만, 빛을 잃은 동공과 무감정한 표정이 외모의 장점을 완벽하게 죽이고 있었다.

“저 아이, 완전히 죽은 눈을 하고 있군.”

그 말에 아리엔의 시선도 그쪽을 향했다. 그리곤 이진운이 보고 있던 금발의 소녀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요. 우리가 프라이스 호를 타고 아르탈 행성으로 올 때 인베이더의 습격을 받았었잖아요. 저 아이가 탄 전함도 그때 똑같이 습격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랬군.”

프라이스 호는 이진운이 활약한 덕분에 피해가 극히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탔던 다른 전함들은 그렇지 않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베이더들의 습격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무수한 희생자를 내고 말았다.

연락을 받고 뒤늦게 도착한 구원군이 놈들을 격퇴하긴 했지만, 이미 지구인들의 과반수이상이 희생된 뒤였다.

그때, 저 아이의 친인도 함께 희생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충격으로 반쯤 정신이 나갔던 거겠지.

‘저 정도면 거의 자폐 상태나 마찬가지군.’

소녀의 상태를 짐작한 이진운이 아리엔에게 물었다.

“저 아이가 저 모양이 된 걸 보면 시스템이란 게 그렇게 만능은 아닌가 보지?”

“예, 아주 드물긴 하지만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영능력자의 정신을 보호하고 강화시켜준다. 하지만 그 보호가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적들에게 정신공격까지 당하면 보호방벽이 잠시나마 뚫리기도 했다. 바로 저 아이가 겪고 있는 상태가 그런 경우들 중 하나였다.

“그럼 저 아이가 탄 함을 공격한 인베이더 놈들은 우리를 공격했던 녀석들하고는 다른 종류라는 건가?”

“예, 우리를 공격했던 인베이더들은 기계군주의 수하들이었죠. 하지만 저렇게 정신방벽이 뚫린 걸 보면 저 아이가 탔던 전함을 공격한 인베이더는 악몽의 군주인 것 같네요.”

“악몽의 군주라.”

이진운은 작게 되뇌었다. 그도 이론 교육 시간에 배워서 그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환상과 공상을 다루며, 정신과 마음을 공격한다는 악몽의 주인.

그래서인지 악몽의 군주가 거느린 인베이더들도 그런 방면에 특화된 것들이 많았다.

“저 아이, 저래서는 이번 전투에서 죽을 지도 모르겠군.”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스승님이나 제가 전부 다 지켜낼 수는 없잖아요.”

이진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 아이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헌데 그때였다. 죽은 듯한 눈빛을 하고 있던 소녀의 동공이 조금 움직임을 보였다.

‘뭐지?’

아무도 눈치 못 챘지만, 이진운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소녀의 눈동자가 잠시나마 자신을 향했다는 것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소녀의 눈동자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냥 자폐 상태가 아닌가?’

문득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은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다. 소녀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소녀를 보고나서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어.’

* * *

워프 항법으로 열흘 정도의 항행 끝에 그들은 드디어 목적지인 오베드 행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베이더가 침식 중인 행성으로의 대기권 진입은 언제나 조심해야 했지만, 프라이스 호는 과감한 속도로 지상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아직 침식 초기라서 인베이더들의 대공화망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덕분이었다. 종종 놈들이 쏜 포화가 대기권 높이 날아들긴 했지만, 그 정도는 디스토션 필드의 방어력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사히 착륙을 마친 뒤, 교육생들은 드디어 오베드 행성의 땅을 직접 밟게 되었다.

이진운은 주변을 살펴보고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참혹하군.”

주변에는 부서진 건물과 망가진 병기의 잔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잔해 위로 아직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팔다리를 잃고 신음하는 사람은 물론, 죽어가는 자식을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부모들까지··· 모두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아리엔도 그 광경을 보고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보통이에요. 인베이더에게 침략당한 행성들은요. 아니, 이거보다 더하죠. 아직은 침식 초기라서 이 정도인 걸요.”

“정말이지 한숨 밖에 안 나오는군.”

이진운도 전생 시절에 천마신교와 전쟁을 치러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참혹한 일은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무림인들끼리의 전쟁이었지, 민간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괴물들이 민간인에게 자비를 베풀길 기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

교육생들은 선임교관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이곳 현지에 세워진 연합 소속의 군영이었다.

“어째 생각보다 전황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가는 곳마다 보이는 피난민들의 모습에 클레브가 어두운 표정으로 작게 속삭여왔다.

교육생들이 처음으로 실전 투입되는 전장이라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태가 그렇게 녹녹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전장을 경험해 온 그의 감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진운이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떻지?”

“으음··· 인베이더들은 본래 지성체의 멸망을 바라는 놈들입니다. 인간끼리의 전쟁이라면 민간인들에게 되도록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인베이더 놈들에게 그런 걸 기대할 순 없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잠시 한숨을 내쉰 클레브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짐작이라서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령부에서 큰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을 이렇게 놔뒀을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구호물자를 풀고 해서 금세 수습을 했겠지요.”

“그럼 설마···?”

“예, 지금 이곳은 민간인들을 돌보기 힘들 만큼 전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겁니다.”

“음······.”

예상했던 대답이 나오자 이진운은 낮게 침음하고 말았다.

‘아까부터 뭔가 낌새가 별로 좋지 않더라니···.’

현경을 넘어 반선지경까지 도달했던 직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논리적으로 명확히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직감은 지금까지 거의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가면 갈수록 참상의 현장은 짙어져갔다. 좀 전의 민간인들은 그나마 응급 처치나 된 상태였지, 군영의 본진에 가까워질수록 아직 그런 조치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이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주··· 죽고 싶지 않아! 집에 내 딸이··· 기다리고 있다고!”

사령부에서도 그냥 손 놓고 가만있었던 건 아니었다. 구호물자를 푸는 한편, 군의관을 총 동원해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지만, 부상입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터라 가용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미처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이 수두룩할 지경이었다. 환자 옆에서 출혈을 억지로 막고 있던 사람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뭐해? 의사 양반, 어서 와서 이 놈 좀 살려줘! 지금 다 죽어간다고!”

“좀 기다려 봐요! 나도 놀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급히 다가온 의사가 작은 주사 하나를 환자의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손목의 의료용 모듈 밴더를 조작하자 홀로그램 창 위로 작은 문자가 떠올랐다.

[응급나노머신 기동.]

“복부의 출혈부터 막아, 그 다음에는 찢어진 간을 복원하고.”

그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자 주사 형태로 주입된 응급나노머신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부상이 워낙 심한데다가, 치료 시기가 너무 늦은 탓이었다. 제대로 된 설비가 있었다면 모를까, 응급나노머신 정도로는 출혈을 막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젠장! 출혈이 멈추질 않아! 의사양반 어떻게 할 방법 없어? 내 친구가 죽어간다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는걸.”

의사도 환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혈액팩을 손으로 쥐어짜 수혈을 해 보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가 의사를 밀치고 환자 앞으로 다가섰다.

그 사람은 근처를 지나가던 이진운이었다. 그에게 강제로 밀쳐진 의사가 놀란 표정으로 항의해왔다.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할지는 알 것 없고, 거기서 지켜만 보고 있어.”

이진운의 퉁명스런 대답에, 의사는 화난 표정으로 따지고 들었다.

“그 환자는 내 담당입니다. 아무도 건들 수 없어요. 당신 의사 자격도 없는 사람 같은데, 지금 환자를 죽일 생각입니까!”

“아니, 죽이려는 게 아니야. 살릴 생각이지.”

이진운은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손을 썼다. 더 지체하다간 환자가 먼저 죽을 지경이었다.

타타타탁!

그의 오른손 검지가 현란한 속도로 환자의 전신을 누비기 시작했다. 마치 손 하나가 수천 개로 늘어난 듯한 광경이었다.

그 모습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던 의사는 곧 화들짝 정신을 차리더니 이진운에게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그게 뭐하는 짓입니까? 이상한 능력을 사용하는 걸 보니 관리국에서 온 오버러인 것 같은데, 죽어가는 환자한테 손가락 장난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잘 봐. 환자 상태가 어떤지.”

환자를 가리키며 하는 그 말에, 의사의 시선도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곧 믿기 힘든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 출혈이··· 멎었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위급해 보이던 환자의 상태가 안정세로 돌아섰다. 마치 인체를 강제로 가수면 상태로 만든 듯한 현상이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겁니까? 어떻게 죽어가던 환자가······.”

혼란스런 표정으로 묻는 의사에게, 이진운은 대답 대신 자기가 할 말만 했다.

“그건 알 것 없고··· 이 상태로 하루 정도는 유지될 거다. 그 정도면 치료할 수 있겠지?”

“아, 예! 그럼요. 물론이죠!”

“그럼 다른 의사들에게도 전해! 당장 죽을 것 같은 환자들은 전부 내게 데려오라고. 그럼 내가 지금처럼 조치를 취해주지.”

“알겠습니다. 즉시 그렇게 하죠.”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궁금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에게 도움을 받으면 당장 죽을 환자도 어떻게든 연명시켜서 치료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의사는 즉시 달려가, 다른 의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들은 반신반의한 표정이었지만, 어차피 그냥 놔두면 죽을 환자들이었다. 저 영능력자의 능력에 조금이라도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그때부터 이진운의 앞으로 위급 환자들이 줄줄이 배달되었다. 그는 자신 앞에 환자가 배달되어 올 때마다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 그들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보존치료를 계속해 나갔다.

타타타탁

피부 위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죽을 것 같던 환자의 목숨이 보전되었다.

“됐다! 서둘러!”

이진운의 수법으로 상세가 완화된 응급환자들은 다시 이송되어 기존 방식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모든 환자를 일양지의 수법으로 치료한 이진운은 힘겹게 숨을 내뱉었다.

“후우······.”

이번 치료는 그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진기의 소모는 만유합원신기로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지만, 소모되는 심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이 물 좀 드세요. 힘드셨을 텐데.”

옆으로 다가온 아리엔이 그에게 작은 물병을 건네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래. 잘 마시마.”

이진운은 물병을 받아 마신 뒤 주변을 살폈다. 이제야 겨우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이 정도면 치료 못 받고 죽을 환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진운이 나서는 모습을 본 지구 출신의 교육생들도 곧 환자 치료에 동참했다. 그들 중에는 치료 쪽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지만, 이진운이 나서서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서 움직인 것이다.

그때, 선임교관 오르큐스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먼저 이진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왔다.

“자네 덕분에 사망자 수가 많이 줄게 되었네. 먼저 나서줘서 정말 고마워.”

“치료할 능력이 있으니까 좀 거든 정도요. 내가 수고한 건 별 것 아니지.”

그냥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 일을 가지고 굳이 생색내고 싶지 않았던 이진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오르큐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별 것 아니라니. 이번 일은 자네의 공이 지대하지. 사실 내가 교육생들을 맡고 있긴 해도, 이런 부분까지 지시할 권한은 없었거든. 그래서 속을 끓이고 있었는데, 때마침 자네가 나서준 거야. 아마 자네가 아니었다면 저 환자들은 지금쯤 다 죽었을 테지.”

그 말 대로였다. 오르큐스가 가진 권한은 어디까지나 교육생들을 이곳으로 인도해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첫 실전을 경험하러 온 교육생들에게, 본래 임무가 아닌 환자 치료를 강요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공치사를 받고 싶지 않았던 이진운은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전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거요? 여기 꼴을 보니, 별로 좋지는 않은 모양인데.”

그 물음에 오르큐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고 하더군. 분명 침식 초기라고 생각했던 인베이더의 세력이 갑자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네.”

“그럼 그동안 오베드 행성 사령부에서는 뭘 하고 있었던 거요? 상부에 보고도 안했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는 이진운의 말에, 오르큐스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놈들이 통신방해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 연락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닌데, 소식 전달이 지연되고 있었지. 그래서 우리가 교육생을 싣고 올 때까지 이곳 사정이 알려지지 않은 것일세.”

“통신 방해라. 침식 초기 상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진운도 이론 교육을 받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침식 초기 상태의 하이브의 설비로는 통신 방해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없는데, 그게 현재 가능해졌다는 말은 한 가지 사실을 뜻했다.

“적어도 침식 중기 정도는 된다는 거겠지. 어떻게 그렇게 급속도로 침식도를 끌어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

오르큐스는 낮은 목소리로 단언했다.

“이번 전쟁, 교육생들에게 아주 위험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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