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43화 (44/448)

2권-18화

* * *

지구인들에 대한 교육도 슬슬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곧 실전에 투입될 예정이라 그런지, 교육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의 강도도 나날이 강해져만 갔다.

이진운도 철저히 실전적인 교육으로 지구인들을 몰아붙였다. 이제 검술에 대한 기초는 가르쳐줄 만큼 가르쳐줬으니, 이젠 실전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싸우는지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할 때였다.

“정신 놓지 마라! 적들은 너희들이 머뭇댄다고 해서 사정 봐주지 않는다!”

이진운은 수련용 검으로 교육생들을 사정없이 공격해 들어갔다.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많이 봐주고 있는 상태였지만, 교육생들에게는 그게 아니었다.

“크으!”

마틴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빈틈을 찔러 들어오는 이진운의 검세를 강체능력으로 몸을 보호하면서 견뎌내었지만, 찌르르 한 고통이 뼛속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런 괴물 같은 놈!’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놈은 장난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롭기만 했다. 아마 본실력의 1할도 발휘하지 않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더욱 짓눌렀다.

“미친!”

“역시 교관은 괴물이야!”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진운 한 명을 상대로 교육생 전체가 덤벼들었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것도 그나마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이다. 지금은 동료가 쓰러져도 다시 전열을 갖춰 대응하고 있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속수무책으로 쓰러졌으니까.

그래도 교육생들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 이번에도 지면 체벌을 빙자한 가혹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버텨!”

“준비 다 끝나간다.”

후방에서 대기하던 교육생들의 영력이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진운에게 투사할 화력이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우우!

그들의 화력투사 공격이 해방되려던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진운이 갑자기 자신이 쥐고 있던 수련용 검을 투척해온 것이다.

그의 손을 떠난 검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와 이제 막 이능을 해방하려던 교육생 한 명의 이마를 강타하였다.

“끄악!”

“앗, 마이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교육생의 모습에 주변으로 동요가 번져나갔다. 설마 이런 말도 안되는 수를 쓸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해서였다.

누군가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외쳤다.

“검을 던지다니 제정신이야?”

“후방이라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걸 우리한테 보여준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검을 투척하는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일부 교육생들은 지금이 바로 공격을 집중시킬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때야. 다들 공격해! 수중에 검이 없는 지금이 기회라고!”

“우옷!”

그제야 전의를 회복한 교육생들. 그들이 준비된 화력을 일제히 쏟아 부었다.

쩌저정! 쿠르릉!

허공을 수놓는 갖가지 이능들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날아들었다. 검을 투척해 맨손 상태인 이진운으로서는 도저히 막을 수도 없는 공세였다.

그렇지만 이진운은 가볍게 웃으며 앞으로 돌진해 나갔다. 자신을 노린 공격 따윈 전혀 두렵지 않다는 모습이었다.

콰콰콰쾅!

수련장이 요란한 폭음에 휩싸였다. 저 정도로 성대한 공격에 직격됐다면 이진운이라 해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폭발 사이를 뚫고 무섭게 달려 나오는 인영이 보였다. 바로 이진운이었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그 모습에 다들 까무러치게 놀라고 말았다.

“뭐야! 어떻게 그 공격들을 뚫고 나온 거야!”

“게다가 상처도 하나 없어!”

“젠장! 역시 그랬군. 마이콜이 쓰러진 탓에 화망에 구멍이 생겼던 거야!”

누군가가 내뱉은 말 덕분에 교육생들은 이진운이 검을 투척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처음부터 화망에 구멍을 낼 생각으로 자신의 수중의 검을 던지는 과감한 수를 사용했던 것이다.

물론 그 구멍은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이진운이 자기 한 몸 빼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이진운이 준비한 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을 까딱 하는 순간, 후방에 있던 교육생 중 하나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컥!”

“대체 뭐야, 이건!?”

이유도 없이 쓰러지는 동료의 모습에 옆에 있던 교육생이 당황해 외쳤다.

교육생들이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맹렬한 기세로 허공을 날고 있는 한 자루 검의 모습이 보였다.

“으헉! 뭐야, 이 검은!?

“검이 제멋대로 날면서 우릴 공격하고 있잖아!?”

저 검은 분명 조금 전 이진운이 투척으로 사용했던 그 수련용 검이었다. 그런데 바닥을 나뒹굴고 있어야 할 검이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허공을 유영하며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날아다니는 검뿐만이 아니다.

“교관이 접근하고 있어! 막아!”

“젠장 어떻게 하라고!? 뒤에서는 저 귀신 들린 검이 우릴 공격하고 있는데!”

경계해야 할 상대는 이진운과 검, 둘 뿐이었지만, 그들은 마치 사방에서 포위라도 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진운이 웃으며 그들에게 충고했다.

“내 손에 검이 없다고 방심했었지? 앞으로는 항상 긴장하고 생각해라. 인베이더란 것들은 너희들이 예상할 수 없는 범주에서 허점을 찔러 들어오니까.”

그것으로 전투는 이번에도 교육생들의 패배로 종결되었다. 날아다니는 검과 이진운, 양측에서 날아오는 공세를 교육생들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체벌을 겸한 가혹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마틴은 이를 악물며 커다란 아령을 들어올렸다.

“제기랄!”

이번에도 또 졌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분했다. 혼자 덤빈 것도 아니고, 교육생 전체가 덤벼들었던 실전교육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맥없이 지다니!

게다가 더 분하고 굴욕스러운 것은, 자신이 앞으로 더 노력한다고 해도 이진운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안 든다는 것이다.

‘놈은 지금도 강해지고 있어. 어떻게 되먹은 놈이지?’

처음에도 강했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마틴은 그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진운에게서 피어오르는 보이지 않는 기세의 크기가 그것을 증명했다. 자신이 10만큼 강해지면, 놈은 30, 40···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강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련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마틴은 의구심을 품었다.

‘이런 장소를 우리한테 공개해 주다니··· 그놈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이곳은 바로 중력수련실이었다.

평소보다 더 높은 중력을 작용시킴으로서 육체에 과부하를 가해 단련할 수가 있는데, 관리국이 이진운에게 개인적으로 제공해 준 이곳을 지구인들에게 서슴없이 개방해 준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령의 묵직한 무게가 평소보다 더 그의 팔 근육을 자극해왔다. 500kg이 넘는 무게로 설정된 이 아령은 중력수련실의 영향으로 무려 2.5톤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무게를 들 수 있어도, 이진운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아령의 무게 설정을 무려 100kg이나 더 늘리면서 다짐했다.

‘좋아. 당장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네놈을 따라잡아주마.’

그게 과연 가능할지는 마틴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각오하지 않으면 영원히 패배자가 될 것 같았다.

* * *

실전교육이 어느 정도 단계에 접어들자, 드디어 지구인들의 실전투입 날이 확정되었다.

그때부터 교육생들은 더욱 강도 높은 수련을 받아야 했다. 실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전투입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앞으로 투입될 전장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브리핑하고 있는 사람은 선임교관인 오르큐스라는 사내였다.

“여러분들이 실전투입 될 행성은 오베드 행성이다. 테라포밍으로 사람이 살 수 있게 개조된 지 불과 20년 밖에 되지 않은 행성이지. 그런데 인베이더의 하이브가 세워지면서 점차 불모의 행성으로 바뀌고 있다.”

홀로그림 화면 위로 오베드 행성의 현재 상황이 그대로 투영되었다. 무너진 건물들과,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는 인베이더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자 비위가 약한 몇몇 사람들이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한심하군. 고작 이 정도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나? 앞으로 전투에 나가 싸워야 할 오버러들이 말이야! 다들 정신 좀 차리도록. 내일이면 너희들 모두 곧장 실전에 투입 될 거다. 그런데 거기서도 이런 모습을 보일 생각들인가? 죽고 싶지 않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견뎌라! 작은 허점 하나에 너희들의 목숨이 오가는 전장이니까.”

교육생들을 다그친 오르큐스는 다시 브리핑을 이어나갔다.

“우리의 목적은 하이브를 무너뜨리고 오베드 행성을 탈환하는 것이다. 물론 위험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하이브의 침식 상태가 초기이기 때문에, 전투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관은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훈련받은 대로만 잘 할 수 있다면 큰 피해 없이 탈환할 수 있겠지.”

그의 말처럼 오베드 행성의 전황은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었다. 침식 초기인 만큼 인베이더의 등급도 그리 높지 못했다.

교육생들과 교관만으로도 충분히 토벌이 가능할 거라 평가되었다.

길고 긴 브리핑을 마친 선임교관이 마무리를 지었다.

“브리핑은 이쯤 해두겠다. 내일 전투에 각오들 단단히 하고 나오도록. 혹시라도 나약한 마음으로 나와서 전장에서 정신이라도 놓고 있으면, 본보기로 그놈부터 목을 벨 테니까.”

그렇게 브리핑 시간이 끝난 후, 지구인들은 각자 자신의 숙소로 흩어졌다.

다들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전쟁과 동떨어진 삶을 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갑자기 전쟁에 투입된다고 하니, 평소와 달리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여도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온 이진운은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던 아리엔에게 물었다.

“예전에 소환되었던 지구인들이 실전 투입되었을 땐 어땠지?”

“큰 문제는 없었어요. 사실 시험적인 전투라서 그렇게 어려운 것도 없었고요. 어쩌다가 한두명 정도는 죽는 일도 있었지만, 그건 전투 중에 이탈하거나 이상한 짓을 저지른 경우에나 일어난 사고였죠. 명령에만 잘 따르면 별 문제 없이 끝나더라고요.”

“그래? 별로 안 어려운 전쟁이라 이거지?”

이미 몇 번이나 지구인들을 따라 움직여 봤던 아리엔이 하는 말이니, 그 사실은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진운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내일 전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게 내 괜한 기우인지 어떤지 모르겠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진운은 장비를 철저히 갖췄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장비는 확실히 갖출 필요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그가 리스티의 공방에 들르자, 리스티는 준비하고 있던 무기를 내놓았다.

“이전보다 좀 더 개량된 것들이에요.”

“흐음.”

확실히 느낌부터가 달랐다. 증폭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무기를 타고 흐르는 진기의 움직임이 더 매끄러웠다.

아마도 리스티가 습득한 중원무학의 기초적인 개념이 이 무기에 더해진 덕분일 것이다.

“예전보다는 더 쓸 만해졌어.”

이진운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리스티는 그의 칭찬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인지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에이··· 기껏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평가가 고작 그거예요? 아저씨도 참 칭찬이 박하시네.”

“리스티, 네가 만들어준 이 무기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다만 내가 예전에 쓰던 무기들이 더 좋았을 뿐이지.”

이진운이 전생 시절의 애검을 떠올리며 그렇게 둘러대자, 리스티가 조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헤에? 영력에 감응할 수 있는 그런 무기가 정말 있었어요? 이능도 없는 지구에?”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 지금은 잃어버렸지만.”

이진운은 그립다는 듯 중얼거리면서 전생의 천룡파마신검을 떠올렸다. 천화운 시절의 자신은 그 검만 쥐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천룡파마신검은 내가 죽고 난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문득 자신이 잃어버렸던 애검의 행방이 궁금해졌지만, 지금으로서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 아쉬워라. 있었으면 연구에 많이 도움이 됐을 텐데······.”

잃어버렸다는 말에 리스티도 무척이나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진운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성능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건데, 어쩌다가 그런 무기를 잃어버렸단 말인가.

“아무튼 이번엔 좀 망가지지 않게 잘 써줘요. 다음 버전은 좀 더 연구를 해야 될 것 같으니까요.”

“그래, 되도록 조심해서 쓰도록 하지.”

무기를 받아 착용한 이진운은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기간트는 어떻지?”

“일단 기동은 잘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출력 쪽이 조금 불안하네요. 조금 시간을 두고 조정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하긴 거기에 맞는 영자패턴코드를 찾아냈다곤 해도, 어느 정도의 미세 조정은 필요하겠지. 그럼 이번 실전 투입은 좀 어렵겠군.”

“조금 무리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기간트가 전쟁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려면 실전에서의 기동 데이터는 반드시 필요하니까.”

“그렇긴 하네요.”

리스티도 그의 생각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떤 무기든 일단 실전에 투입해 봐야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전투는 교육생들 실전 교육을 위한 거라서 위험한 일도 별로 없다더군. 실전 데이터를 쌓기엔 아주 적당하지.”

그의 말처럼 위험성은 낮으면서 실전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면, 확실히 좋은 기회이긴 했다. 리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시험기동을 해보기로 할게요.”

“상부에 미리 보고해 두는 것도 잊지 말고.”

“예, 염려 마세요.”

언제나처럼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리스티. 이진운은 피식 웃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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