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의 검은 우주를 가르고-42화 (43/448)

2권-17화

쿠쿠쿠쿠!

눈을 감고 있던 로이란은 분명히 느꼈다. 자신의 내부를 틀어막고 있던 탁기와 노폐물들이 외부에서 파고들어온 기운에 의해 분쇄되고 있음을.

그리고 지력의 힘이 타고 흐를 때마다 뒤틀렸던 영맥들이 강제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끄으으······!”

그럴 때마다 무시무시한 격통이 전신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칼로 살점을 후비파고, 상처에 염산을 들이 부어도 이보다는 덜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내었다. 여기서 자신이 입을 벌려 소리라도 지른다면 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격렬한 지력의 힘이 힘차게 전신 경락을 뚫고 지나갔다. 노도와 같은 기운은 거칠 것 없다는 듯,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며 전진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이는데도 영맥이 파열하지 않는 것은, 이진운이 일영한섬지를 사용하기 전에 전신 혈맥을 짚어서 경락을 일시적으로 강화시켜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로이란은 지금쯤 피를 토하며 절명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절정에 이른 순간, 수년간 막혔던 기운의 순행이 재개되었다. 뒤틀리고 막힌 경맥이 완벽히 치료가 된 것이다.

로이란은 그 기운을 관조하면서 천천히 유도해 나갔다. 정말 오래간만에 운용하는 영력이었다. 이보다 더 신중을 기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후우··· 정말 죽겠군.”

치료가 무사히 끝난 뒤, 기운을 운용하는 로이란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이진운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만큼 무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만유합원신기로 한계 이상의 기운을 받아들여 강기를 만들고, 그것을 사람이 상하지 않도록 제어해서 전신의 모든 혈도와 경맥을 단숨에 뚫어버렸다.

이건 사실 이진운이 아니었다면, 절대지경의 고수가 이 자리에 있었다 해도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아버지는요?”

다급히 묻는 웨슬린에게, 이진운은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치료는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이제부터는 건강을 회복하는 일만 남았지.”

“아··· 정말 다행이에요.”

웨슬린이 눈물을 글썽이며 조용히 흐느꼈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주화입마로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맙습니다, 이진운 씨. 정말로 고마워요.”

“고마울 것까지야. 나야 어차피 대가를 받고 치료해줬을 뿐인데 고마워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요. 지금까지 아무도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다는 사람이 없었어요. 당신이 마지막 희망이었죠.”

“······.”

“정말로 고마워요.”

거듭된 감사인사에, 이진운은 멋쩍은 표정으로 화답했다.

“감사는 됐고, 네 아버지부터 챙겨라. 몸은 이제 정상이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쇄약해진 건강까지 한꺼번에 회복되는 건 아니니까.”

“물론이에요.”

마침 운용하고 있던 기운을 다 추슬렀는지, 로이란이 이윽고 눈을 떴다. 이젠 환자로 보기 어려울 만큼 두 눈에 정광이 어려 있었다.

그것을 알아챈 이진운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일로 뭔가 깨달은 모양이군요.”

“예, 전화위복이라더니··· 덕분에 다음 경지에 한발 걸치게 되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그렇게 대답하는 로이란의 기세는 확실히 달라졌다. 강렬하진 않지만 기운 자체가 고요하면서 안정감 있게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진운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게 다 이진운 씨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저야 다 대가 받고 하는 일입니다. 제게 고마워할 건 없죠.”

“지금 얻은 이 깨달음도 이진운 씨가 치료하면서 제 기운을 이끌어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에 그쳤겠죠.”

“너무 금칠을 해주시는군요. 로이란 씨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시니 그렇다고 치지요.”

로이란의 거듭된 공치사에 멋쩍은 기분이 든 이진운은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냥 놔두면 자신에게 절이라도 할 기세였다.

“일단 며칠 정도 몸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겁니다. 기운도 무리하게 운용하지 말고요. 복원된 웰라우드 류는 그 다음에 전수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저희 비전도 벌써 복원을 마치셨군요.”

로이란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리엔과 웨슬린이 웰라우드 류의 전부를 가르쳐 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걸 벌서 복원해냈단 말인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집중해서 하니까 충분히 되더군요. 아무튼 몸이 회복되는 대로 알려 드리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회복해 보겠습니다.”

로이란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회복해서 잃어버렸던 비전을 체득할 생각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진운은 웨슬린과 로이란에게 자신이 복원한 웰라우드 류를 전수해 주었다.

본래 체득하고 있던 무예인만큼, 새롭게 복원된 웰라우드 류를 습득하는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아아, 이런 식이었군요.”

웨슬린이 감탄에 젖어 외쳤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수법들이, 지금은 확실하게 와 닿고 있었다.

잃어버린 핵심 구결 때문에 그동안 그 수법들의 용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진운이 입을 열어 설명해주었다.

“내가 봤을 때 웰라우드 류는 인베이더들을 상대하기 위해 최적화 된 무예였다. 대부분의 수법들이 빠르고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더 크고 강한 적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이진운은 웰라우드 류의 수법 하나를 그 자리에서 직접 선보여 주었다.

웰라우드 류

극광(極光)

단순하게 보이는 내리긋는 검격!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검 끝에서 일어난 검기가 마치 거대한 형태로 뻗어나가 광범위한 공간을 양단하고 있었다.

“이게 우리가 잃어버렸던 진짜 웰라우드 류······.”

로이란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되뇌었다.

“웰라우드 류는 인간형 적을 상정해서 만들어진 무예가 아니야. 본래부터 인베이더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

인베이더는 두손두발 달린 인간형뿐만 아니라. 무수한 형태의 개체들이 존재했다. 심지어 어떤 인베이더는 우주전함보다 더 큰 개체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위력을 최대한 쥐어짜낼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웰라우드 류인 것이다.

“그렇기에 웰라우드 류의 핵심은 바로 운용법에 있지. 진기를 체내에서 순환시키면서 기의 입자를 서로 공진시키는 것. 그것을 통해 기운을 한계까지 증폭해서 극대의 위력을 낳는 게 바로 웰라우드 류가 가진 진의라 할 수 있어.”

“그랬군요. 그래서 운용법을 잃어버렸던 저희 웰라우드 가가 몰락할 수밖에 없었군요.”

이제야 모든 게 납득이 갔다. 이 운용법이야말로 웰라우드 가의 모든 것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한수에도 기운을 증폭시켜서 사용해야 본연의 공능을 발휘하는 웰라우드 류인데, 그 운용법을 잃어버렸으니 몰락은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열심히 배워야 할 거다. 로이란 씨도 마찬가지고요.”

“그동안 잃어버렸던 걸 다시 되찾을 수 있는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운용법이 위험하거든요.”

이진운은 그렇게 경고하였다. 기운을 증폭하는 수법은 위력만큼이나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각오하고 있습니다.”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로이란. 그 정도는 이미 각오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지요.”

지금까지 가르쳐준 것은 어디까지나 기초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배울 것들이 운용법의 진짜 핵심이었다.

“웰라우드의 비전을 배운 자는 언제나 냉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비전의 운용법으로 증폭된 기운은 말 그대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과 같기 때문이죠. 조금이라도 제어에서 벗어난다면 그 대가는 자기 목숨으로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마도 로이란 씨가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

로이란은 이진운의 설명에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화입마로 쓰러졌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나마 남아 있던 비전의 운용법을 어떻게든 복원해 보려고 자신의 몸으로 실험해 보다가 기운이 폭주하는 바람에 그런 꼴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머리는 차갑게, 기운은 강렬하고 뜨겁게 운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웰라우드 류의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그렇게 말한 이진운은 두 사람에게 자신의 진기를 직접 불어넣어서 운용법을 체득하게 해주었다. 일일이 말로 설명해서 가르쳐 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너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로이란과 웨슬린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운용법의 기초를 체득하였다. 예전에 익혔던 불완전한 운용법에서 중요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본가의 무예에 대해 내가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로이란은 운용법을 따라 전신을 휘도는 도도하면서도 강대한 영력의 흐름에 전율하였다. 이제 겨우 초입 단계인데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진경에 이르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진운은 그런 로이란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확실히 많이 강해졌어. 저 정도면 당장 예전의 성세까지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몰락했다는 말은 안 듣겠군.’

주화입마를 벗어나면서 얻은 깨달음도 모자라 잃어버렸던 운용법까지 더해진 지금, 로이란은 절대강자의 반열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다 수습 못한 깨달음을 소화하고, 지금 배운 운용법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그는 아르탈 행성에서도 수위에 드는 랭커 급 강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며칠간의 교육으로 웰라우드 류의 실전된 부분들을 모두 가르친 이진운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부터 그들에가 가르칠 것은 점창파의 기본 무공이었다.

그러자 로이란이 조금 곤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해왔다.

“이거··· 정말로 배워도 되는 겁니까?”

“큰 상관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본 바로는 웰라우드 류의 운용법과 우리 점창의 무공은 충돌하는 부분이 거의 없더군요. 양쪽 다 배워도 별 탈은 없을 테니 일단 배워 두시죠.”

하지만 로이란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진운 씨의 비전을 우리가 배워도 괜찮은지 그런 말이었습니다.”

“아아, 그 문제를 걱정하신 모양이군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이제부터 웰라우드 류는 점창파의 속가 문파가 되었습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지요. 그러니 점창의 기본적인 무공 정도는 배워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적어도 어떤 무공인지는 알아야 문도들에게 가르칠 수가 있죠.”

이진운은 웰라우드 가의 본가와 분파를 통해 점창파의 새로운 문도들을 대거 양성할 작정이었다.

처음에는 비전의 유출을 생각해 직접 가르쳐 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 선택지는 머릿속에서 곧 지워버렸다. 만일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앞으로 백년이 지나도 소규모 문파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유출의 위험이 있더라도 웰라우드 가에 점창의 기본 무공을 알려주고, 그들을 통해서 점창파의 제자를 대량으로 육성하는 수밖에.

그러자 로이란이 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그럼 비전의 유출은 어떻게 합니까? 이대로 가르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텐데요.”

“그동안 웰라우드 가에서는 어떻게 관리했습니까?”

“사실 저희는 그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쓴 편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문도들에게 가르친 건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부분이었으니까요. 더군다나 비전이 망실된 저희 웰라우드 가의 비전을 노리는 자들도 크게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유출할 가치가 없어서 별 탈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진운에 의해 비전이 복원된 이상, 앞으로는 비전을 지켜내는 일에도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앞으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겠군요.”

“그래야겠지요.”

로이란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지, 이진운의 말에 무거운 표정이 되었다.

그 문제에 대해 잠시 고민하던 이진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관리국에게 그 문제를 부탁해 보겠습니다.”

“관리국에게 말입니까?”

관리국이 언급된 게 너무 뜻밖이어서 일까?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로이란의 반문에, 이진운이 슬쩍 되물었다.

“들어보니 계약 문제에 관련한 마법술식이 있다고요?”

“그렇긴 합니다만···그건 관리국이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서 말입니다. 악용될 것을 우려해서 관리국 내에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면 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어떤 경우가 되었든 계약의 조항을 어길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저주의 힘을 가진 강제정문의 술식.

어찌 보면 너무도 유용했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상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한때 연합 내에서 강제정문이 폭넓게 사용되기도 했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관리국에 의해 철저히 금지조치가 내려졌다. 계약을 맺는 상대를 속이거나 함정에 빠뜨려서 불공정한 계약을 강제적으로 성사시켜 악용하는 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그런 폐단을 막기 위해 관리국에서는 연합 내에서 강제정문의 사용을 대거 금지시켰다. 그래도 완전히 금지된 건 아니라서 아주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종종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 시중에서는 거의 사용되는 경우가 없었다.

“그걸 좀 빌려야겠습니다.”

“관리국이 그걸 허락하겠습니까?”

반신반의하며 묻는 로이란. 이진은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분명 허락해줄 겁니다. 용도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비전 유출 문제에 대해서만 계약을 강제한다고 명시하면 별 탈은 없을 거라 봅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 * *

이진운의 생각대로 관리국은 강제정문의 사용을 허락해주었다. 물론 사용 용도는 비전의 유출에 대한 제제로 한정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진운은 걱정을 한시름 덜 수가 있었다.

로이란은 이진운이 장담한 대로 일이 이뤄지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관리국이 이 정도로 이진운을 감싸고 돌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관리국이 이진운 씨를 무척이나 신경 쓰는군요. 하긴 장래의 천외오천 급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글쎄요. 그게 관리국이 가진 속내의 전부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저들의 도움을 유용하게 활용해야겠죠.”

관리국과 웰라우드 가의 조력 하에 점창파의 설립은 착착 진행되었다.

관리국은 각 행성정부와 협상해 점창파의 설립 허가를 받아주었고, 각종 행정문제를 해졀해주었다. 그리고 웰라우드 가는 각 지점의 인프라의 힘을 빌려줌으로서, 우주 각지에 점창파의 분파를 세우는 데 큰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제자를 양성하는 것뿐이었다.

이진운은 로이란과 웨슬린에게 점창파의 속가 제자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 대부분을 전수해 주었다. 아직은 제대로 숙달이 되지 않아 여러모로 어설펐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로이란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이진운의 말에, 로이란은 조금은 경직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하였다. 이제 겨우 체득만 한 점창파의 무공을 가지고 직접 제자들을 양성해야 한다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웨슬린, 너에겐 문파의 홍보를 부탁한다. 앞으로 많은 제자를 받으려면 홍보가 중요할 테니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네요. 지금 현재 점창파의 이름은 무명이나 다름없어요. 이진운 씨가 알데마란을 쓰러뜨렸던 일이 제법 소문이 나긴 했지만, 우주적인 규모에서 보면 잠깐 반짝 떠오른 소문일 뿐이죠. 점창파의 홍보로 이어지진 않아요.”

웨슬린의 말은 지극히 정론이었다. 점창파의 이름으로 제자를 받기엔, 그 명성이 너무 부족했다.

그렇지만 이진운은 그 점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당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좀 달라질 거다.”

“어째서죠?”

“알데마란을 쓰러뜨린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내가 활약할 테니까. 그때쯤 되면 연합 내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게 되겠지.”

“······.”

잠시 할 말을 잃은 웨슬린. 이진운의 실력이 대단한 건 알지만, 이렇게까지 호언장담할 정도로는 생각되지 않아서였다.

그녀는 한숨 어린 표정으로 내뱉었다.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시네요. 아무튼 기대해보죠. 이진운 씨의 활약을요.”

과연 지금 보여준 그의 말이 오만에 찬 자기 과신인지, 아니면 진짜 확신이 있어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장차 결과가 말해줄 터.

그녀는 자신이 할 일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두 달 뒤부터 교육생들의 실전 교육에 들어간다고 하더군.”

“남들이 할 수 없는 활약을 보여서 깊은 인상을 남길 생각이군요.”

“일단 시작은 그래야겠지. 교육생들을 위험한 전장에 보내진 않을 테니 말이야.”

이진운은 입맛을 다시며 그렇게 읊조렸다. 조금 더 위험한 전장이 선택된다면 그만큼 전공과 명성을 높일 기회도 많아지겠지만, 교육생의 실전 투입 정도에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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